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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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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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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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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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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깨어난 회장님 (3)

DUMMY

4


깨어난 회장님 (3)






대통령궁이라더니, 진짜 궁궐 같은 규모였다.


“백 년 전과 많이 다르죠?

그때는 북악산 밑에 청와대라는 게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종로, 나중에는 용산쪽에 대통령 관저가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위치도 달라졌고 명칭도 바뀌었군요.”


“네, 여기 자리 잡은 지 80년쯤 된 것 같습니다.

게이트가 열린 초창기에는 인류가 정신없이 밀렸거든요.

당시 서울이 쑥대밭이 되면서 용산 일대도 처참하게 파괴되었습니다.

그때 정부가 관악산 북쪽에 저지선을 구축하고 이계 몬스터의 습격에 처절하게 저항했습니다.

한때는 중부 지방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다행히 결사적인 저항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은 박사님이 만드신 대비책들이 착착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죠.

박사님이 진정한 인류의 구원자로 떠오른 게 그 무렵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잘 몰랐지만 하 박사님은 오랫동안 미지의 이차원에 대해 연구중이셨죠.

이러한 박사님의 연구를 통해 인간도 기존의 힘과 차원이 다른 이능(異能)에 눈을 뜨면서 대반격이 시작되었죠.”


또 하 박사의 이야기다.

정말 대단했나보다.

유진을 치료할 때만 해도 그냥 연구 밖에 모르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때 회장님도 박사님의 활약을 보셨어야 되는데.

정말 하지은 박사님은 인류 반격의 알파요, 오메가였죠.

아, 물론 제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유진을 태운 대형 세단은 대통령궁 정문을 통과해서 본관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의 눈에 뾰족하게 솟아 있는 연주대가 보였다.

한 때 그가 꿈꾸던 곳이였다.


“궁이 꽤 넓군요.”


“네, 백 만 평 정도 될 겁니다.”


“103만 평입니다.”


남강민의 말을 운전대를 잡은 채일우가 정정해주었다.


“예전에는 여기 대학이 있었죠.”


“알고 있습니다.

하 박사님 모교잖아요.

지금은 고양시로 옮겨갔습니다.”


“채 과장의 모교이기도 합니다. 회장님.”


채일우가 서울대 출신이었구나.

그런데 회장을 태우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하하, 남 실장님도 싱가포르 최고 명문대학을 나오셨잖아요.”


“뭐, 나야 운이 좋았지.”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남강민과 채일우는 서로 칭찬하면서 차를 운전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참, 회장님은 어느 대학을 나오셨습니까?

소문에 하버드 출신이라는 말도 있고, 옥스퍼드를 나오셨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제가 어릴 때 본 위인전에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고졸입니다.”


“...”




***




“어서오세요. 회장님.”


김유석 대통령은 본관 현관 앞까지 나와서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김유석은 오면서 들은 대로 짙은 갈색 머리를 가진 노년의 백인이었다.

우크라이나계 아버지와 고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사람답게 언뜻 보면 상당히 동양적인 외모를 갖고 있었다.


“정말 영광입니다.

어릴 때부터 하 박사님과 회장님 이야기를 듣고 자랐죠.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김유석은 놀라울 만큼 저자세였다.


화려한 복도를 지나 소연회장으로 안내하자 몇몇 사람들이 재빨리 일어나서 유진을 맞이했다.

대통령은 유진에게 기다리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소개했다.


제일 가까운 자리에는 김유석과 비슷하게 생긴 백인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제 비서실장입니다.

남강민 실장님만큼 유능하지는 못해도 저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지지요.

인사드리세요. 양 실장.”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회장님.

양정호입니다.”


“반갑습니다.”


맞은 편에는 반쯤 머리가 벗겨진 동아시아인 남자가 서서 유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한지은 박사의 발명품을 쓰지 않는 건가?


“최승욱 회장입니다.

‘에듀헌터’사의 대표시죠.

유진만큼 위대한 기업은 아니지만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는 훌륭한 기업입니다.

특히 게이트 내 자원 개발에 큰 공을 세운 회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최 회장님.”


“아이고, 한 회장님. 만나뵙게 돼서 광영입니다.

오늘 이 만남을 대대손손 기억해서 전하겠습니다.”


“하하, 최 회장님이 정말 기쁘신 모양입니다.

최 회장은 저의 오랜 후원자이죠.”


후원자라는 말을 또박또박 세 음절로 발음하는 걸 보아 확실히 친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 뒤로도 몇 명을 더 소개받았지만 유진에게 그다지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없었다.


‘백 년이 지나 기억력이 떨어진 건지, 회장이 되니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 건지.’


별다른 감흥 없이 이어지던 소개가 마무리 될 무렵 연회장의 문이 열리면서 지각생이 나타났다.

뒤늦게 나타난 지각생이 오히려 유진의 흥미를 끌었다.

도대체 무슨 배짱이기에, 대통령 주최 모임에 늦는 걸까.


“아빠!”


“문희구나, 네가 웬일이냐?

보희는 어쩌고.”


“보희 언니는 부끄럽다고 이 자리에 못오겠대요.

대신 내가 참석해도 되겠죠? 아빠.”


“제발 이런 자리에서는 아빠 대신 아버지라고 불러라.

얼른 앉아.”


‘딸 둘이 있다 했지.

둘째 딸인 모양이구나.’


가장 마지막에 나타난 여자는 당연하다는듯이 대통령 옆에 앉았다.

유진과 바로 맞은 편에 앉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 그녀는 내내 유진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백 년 전에는 여자에게 꽤 인기도 있었고 시선도 많이 받았다.

원인 모를 질병으로 삶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이렇게 유진을 빤히 쳐다보는 여자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자리는 좀 어색했지만 음식은 훌륭했고, 참석자들의 말솜씨도 나쁘지 않아 나름 재미있는 모임이었다.

대화는 특정한 주제없이 그때 그때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다들 유진을 배려해주었다.

참석자 모두 오늘의 메인 게스트가 유진이라는 걸 명심하고 있었다.


“요즘 게이트 안에서 나오는 석유 채굴량이 좀 줄지 않았습니까?”


“T-34 유전도 벌써 개발된 지 30년이 넘었으니까요.

대신 새로운 광구에 대한 시추 작업이 한창입니다.

곧 기쁜 소식이 있을 겁니다.”


‘아직도 석유가 필요한 시대구나?’



22세기에는 지구와 다른 이세계(異世界)가 발견이 되었고, 인류는 지구와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포인트를 게이트라 불렀다.

처음에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게이트를 인류는 마침내 극복했고, 이를 활용하게 되면서 22세기의 경제는 더욱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차원의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경제에 가장 잘 적응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이차원의 자원에는 지구와 비슷한 물질도 있고, 지구와 전혀 다른 신물질도 있었다.



처음 게이트가 열리면서 인류가 지구 이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바로 유진이 동면에 든 직후라고 했다.

유진이 깨어나고 처음 게이트와 이차원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하지만 며칠 사이 그도 제법 적응한 상태.

게이트는 이제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차원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자원과 아이템은 인류에게 큰 축복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정치인들이니만큼 정치에 대한 대화도 빼놓을 수 없었다.

물론 그 내용은 아직 적응하기 힘들었다.


“요즘 대한외국인당은 좀 막나가는 것 같습니다.

혈통이 어떻든 한국에 살기만 하면 한국인이라니요?

그러면 단군의 후손이 아니라도 한국인이 된다는 겁니까!”


“뿌리없는 인간들이잖아요.

우리 순한국인당은 순혈 한국인의 보호를 최우선시하고 있습니다.”


22세기의 한국은 3천 만 인구 대다수가 세계 각국의 이민자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였다.

백 년 전에 유진이 기억하는 ‘우리 민족’은 이제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연회장에 앉아 있는 흑백황의 사람들 중에 부모가 둘 다 순수한 한국인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진의 시대에도 기록적인 출산율 저하 때문에 미래의 한국 인구가 줄어들 것이고,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이민을 수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예측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감소하다니.


“순혈 한국인은 정말 없는 겁니까?”


이 시대의 사람들은 부모가 모두 한국 원주민인 경우 순혈 한국인이라 불렀다.


“일부 남아 있습니다.”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최승욱이 대답했다.


“한국인 보호 구역에 가면 아직도 일부 볼 수 있어요.

혈통만으로 따지면 그들 외에도 북한이나 미국, 조선족이나 고려인 등이 순수한 한민족의 피를 이어 받았다 할 수 있죠.”


“하지만 어차피 DNA로 따지면 만주족이나 일본인, 북중국인도 한국인과 거의 차이가 없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20세기와 21세기 초반에 K-컬쳐, 그러니까 한국 문화에 기반하고 있는 종족을 얘기하는 거야.

그 사람들은 이제 사실상 멸종 상태라 할 수 있지.

보호 구역에서 만날 위스키와 마약에 쩔어사는 그 사람들을 어떻게 진짜 한국인이라 부를 수 있겠나.”


김유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회장님은 아직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 당은 순수 한국인의 복원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죠. 다들 알고 있을 거예요.

지난 정부 때 실시한 ‘지리산 계획’.

다들 기억하시죠?

미국의 검은 머리 외국인이나 중앙 아시아의 고려인 중에 뛰어난 인재를 초빙해서 지리산 지역에 방사해서 우수한 한민족을 복원시키려는 계획.”


“결국 실패했죠.

대한외국인당 놈들 방해 때문에.”


끝자리에 앉은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허허, 회장님이 앉아 계시는데 못난 후손의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충분한 예산 지원을 반대한 야당만 탓할 수는 없어요.

등산객들이 지리산에 몰려들어서 조금만 인물이 괜찮은 남녀가 있으면 바로 꼬셔가니 계획을 진행하기가 힘들었지.

그들끼리 결합해서 후손을 남겨야 되는데, 자꾸 비순수 한국인들이 끼어드니까.”


김 대통령은 그래도 대통령답게 초당적인 태도로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다음에는 섬에서 진행하자고. 울릉도나 거문도 같은.

아니면 게이트 안에 특정 구역을 보호 구역으로 정해도 되고.”


이 주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한민족이 한반도에 살아온 게 수천 년이다.

숱한 외세의 침략에도 생존하면서 반만년을 버텨왔는데, 우리끼리 싸우다 자멸하다니.


“회장님은 혹시 좋아하는 이성상(異性像)이 있나요?”


사람들의 대화를 듣기만 하던 대통령의 딸이 돌연 유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이런 질문이라니.


호감을 보이는 여성.

사실 익숙한 상황이었다.

예전 유진은 상대의 외모와 그날 기분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고는 했다.

하지만 백 년 전과 달리 지금 그는 대기업 회장.


거대 기업의 회장님으로서 어떤 행동이 어울리는지 아직 확신이 없다.


오른쪽에 앉아 있는 남강민에게 시선을 던졌다.

유진의 눈은 그의 조언을 구하고 있었지만 비서실장은 그냥 웃기만 했다.

알아서 하라는 건가?


‘백 년 전에 재벌 회장들은 이럴 때 어떤 반응을 보였지?’


생각해봐도 별로 참고할만한 인물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재벌 회장들은 대부분 노년이었을 텐데 저런 시선을 경험했을까.

혹시 저런 시선을 받았더라도 그걸 자기의 남성적 매력 덕이라고 생각했을까.


‘최대한 신중한 게 좋겠지.’


“예쁜 여자 좋아합니다.

몸매가 좋으면 더 좋고요.”


극도로 순화된 유진의 대답에 좌중이 잠시 침묵하더니 몇 초 후 폭소가 터졌다.


“하하, 회장님이 이렇게 재미있으시다니.”


“백 년 동안 주무셔도 유머 감각은 전혀 죽지 않으셨군요.”


“역시 인류 최고의 천재 하지은 박사님의 페르소나답습니다. 최고예요.”


이런 반응을 원한 게 아니었는데,


유진은 자신이 감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농담입니다. 대화가 통하는 게 제일 중요하죠.

다음은 성격을 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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