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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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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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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7 람부르스의 기둥 (1)

DUMMY

47


람부르스의 기둥 (1)






“생각보다 인구가 많지 않군요.”


“영락한 옛 드워프 왕국의 도시치고 적은 편은 아니지.

최근 30년 동안 도시를 지배한 아르지스는 도시의 번영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얼떨결에 차지한 왕위지만 왕은 왕이다.

유진은 ‘아보르’의 규모와 인구, 경제 상황과 세입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드래곤인 아르지스는 하등 인종인 드워프 도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그 때문에 원래의 행정 조직은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었다.


드워프 귀족들과 행정관들이 교대로 끊임없이 들어와서 유진과 페리언에게 도시의 상황을 보고했다.


“드워프 인구가 2만에, 여타 인종이 3만 남짓이라...

한때 전성기에 20만이 넘는 규모였다는데, 확실히 도시가 쇠퇴하기는 했군요.”


“그렇지.

하지만 여전히 광맥은 그대로 있고, 교역로도 대부분 살아있어.

조금만 손 보면 상당한 수준까지 다시 회복될 걸세.

물론 옛날 거대한 드워프 왕국의 네트워크가 없어졌으니 한계는 있겠지만.”


도시는 발전시켜야겠지.

어쨌든 자신이 왕이니까.


광업과 교역으로 살아가던 도시다.

도시 자체의 발전은 원래의 주인인 드워프들과 페리언이 잘 알아서 처리할 거라고 믿었다.


유진이 관심있는 것은 다른 방향이었다.


“법률 제도가 엉망이군요.”


“법률이?

과거 드워프 왕국 시절의 법률은 대부분 유지되고 있네.

안 지켜서 탈이지.

드워프들의 사회 제도는 인간 못지 않게 수준이 높다네.”


“그건 기술적인 측면에서죠.

메뉴얼은 굉장히 세부적으로 잘 짜여져 있더군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요.”


“근본적인 문제라고?”


페리언은 유진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세계(異世界) 최고 수준의 지식인이고, 상당한 능력을 가진 마법사였지만 근본적으로 페리언은 이곳에 속한 사람이다.

지구인의 기준으로 보면 고대나 중세 수준의 인식 수준을 가진 페리언에게 인간은 본래 평등하고 하늘이 내린 인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세율이 너무 높아요.

쓸데없는 잡세도 너무 많고요.

세금을 내는 사람이 자기가 무슨 세금을 내는지 이해도 못하고 있잖습니까?”


“세금은 통치자가 필요에 따라 부과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기는 그동안 아르지스의 통치는 너무 엉망이었지.

애초에 인간 자체에 대해 무관심한 드래곤이니 인간의 제도에 대해 무슨 관심이 있었겠나?”


“그것도 그거지만, 지금 개인의 소유권에 대한 보호가 너무 미약합니다.

낮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나 도시의 이방인들은 강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빼앗겨도 한 마디 항의할 방법도 없더군요.”


불평등이 너무나 당연한 이 곳에서는 강자가 약자의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약자는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없었다.

페리언은 좋은 사람이었고 건전한 상식인이었지만 이런 상황에 대한 유진의 거부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 자신의 신체와 재산에 대한 보호가 필요해요.”


근본적인 개혁 같은 걸 할 생각은 없었다.

노예 제도를 당장 폐지해서 귀족들의 반발을 살 생각도 없었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다스리게 된 이 도시의 구성원들이 이 세계의 평균적인 사람들보다는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유진은 떠날 사람.

남아서 실제로 도시를 통치할 페리언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다.

다행히 페리언은 그의 뜻을 잘 따라주었다.


“알겠네.

자네가 말한 대로 일단 기본의 법들을 다시 검토해 보겠네.”


“네, 부탁합니다.”


“그런데 정말 오늘 바로 떠날 생각인가?”


“그래야죠. 이미 많이 늦었어요.”


유진이 정식으로 출장을 나왔거나 휴가중이라면 좀 늦어도 상관없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시간으로 따져보면 아직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유진의 신분은 ‘회장’이고, 회장의 상황은 현재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실종’이었다.

빨리 돌아가야 한다.


문제는.


“하지만 어떻게 가는지 아직 모르지 않나?”


아르지스를 제압한 이후 기억을 조사하고 알고 있는 좌표들을 확인해봤지만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을 가질만한 곳은 없었다.


“찾아봐야죠.

그리고 드래곤하트를 다 빼앗긴 아르지스는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포털을 열 수도 없습니다.”


돌아갈 수 있는 좌표도 몰랐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드래곤하트를 다 빼앗겨서 권능을 상실한 아르지스는 옛날처럼 쉽게 통로를 만들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드래곤하트를 돌려줄 수도 없는 일.


“결국 지상으로 올라가보는 방법 밖에 없군.”


그래서 일단 지상으로 나가기로 했다.

혹시라도 쉽게 출발 지점을 찾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원래 아보르는 교역의 중심지였네.

우리가 좀 전에 확인한 대로 아직 살아있는 교역로도 꽤 되고.

자네는, 아니 왕께서는 진짜로 그 길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인가?”


지나가다 만난 이방인에서 갑자기 왕이 된 유진에게 사용할 호칭이 아직 좀 애매한 듯 했다.

유진은 딱히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본인이 알아서 찾을 일이다.


“아보르의 교역로를 이용해서 내가 지상으로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 아보르의 새로운 왕이 찾아왔다고 환영받지 않겠나?

이 일대에 소문도 크게 날거고...”


페리언은 말을 하다가 스스로 깨달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다른 길로 움직이겠다고 한거구만.”


“그렇죠.

어차피 돌아가야 합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위치 조차 애매한 게 좋아요.”


“알겠네.

그런데 아르지스의 말을 신뢰할 수 있겠나?

「람부르스의 기둥」의 진짜 용도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던데.

오로지 아르지스의 말만 믿어도 될까?”


“‘종속의 마법’ 때문에 아르지스는 나를 배반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고의로 배반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런데 아르지스도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지 않나?

기둥이 진짜로 그녀의 말처럼 사용되는지 확실치 않으니까.

아르지스도 정확하게는 모르는 눈치였어.”


“시도해보겠습니다.

다른 일행들도 동의했구요.

드래곤을 사냥하는 것보다는 드래곤의 말을 믿는 게 훨씬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얘기하면서 다들 웃었죠.”


“그건 나도 동의하네.”




***




조금 늦은 오후에 지하 도시의 중앙 광장을 떠받치고 있는 네 개의 기둥 사이에 사람들이 모였다.

밤낮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는 지하 도시였지만 이제 조금 지나면 밤이 되는 시간대였다.


“폐하를 전송하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폐하가 어디에 계시든지 저희들은 영원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곧 떠나는 자신들의 새로운 왕을 찬양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바로 그 새로운 왕이 뭔가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원로원 의장 셀레티안, 충성스럽구나.”


“감... 감사합니다. 폐하.”


“그런데 눈치는 정말 없구나.”


“네?”


유진의 싸늘한 시선이 도열해 있는 원로원 의원들을 지나서 섭정 페리언에게 향했다.


“섭정.

저 자를 잘 주목하시고, 한 번만 더 눈치없이 굴면 보고할 필요 없이 바로 원로원 의장을 교체하도록 하세요.”


유진은 자신의 부재를 널리 알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예 도시의 백성들이 왕이 있는지 없는지도 느끼지 못하는 체제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드워프 귀족의 대표라는 놈이 저렇게 눈치없이 큰 소리를 지르다니.


유진이 낮지만 또렷한 음성으로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자, 페리언 뒤에 서 있는 귀족들은 그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유진은 적당한 아부꾼을 원했지만, 바보를 원한 것은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자르고 싶었지만, 지도부의 교체가 너무 잦아도 곤란하다.


어쨌던 그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왕을 전송하기 위해 모여있는 대열이 침묵에 휩싸였다.


“폐하의 의지를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 숫자로 괜찮겠습니까?”


뒤에 서 있는 드워프 귀족들을 의식하느라 공손한 목소리가 페리언이 물었다.


“열 다섯 명이면 충분합니다.

아니 좀 많아요.”


“그러게요.

두 명이 내려왔는데 올라갈 때 열다섯 명이라니.

너무 많아요.

한 2-3년 시간이 주어졌으면 서너 명 까지는 만들 수 있었는데.”


에이프릴이 슬쩍 끼어들었지만 대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간단한 전송 행사가 끝나고 페리언과 드워프들이 돌아가자, 유진이 아르지스를 호출했다.


“아르지스!

이제 기둥을 열어라.”


“그런데 어느 기둥을 열까요?

기둥이 네 개인데.”


“응?

그것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일행의 앞에는 드워프들이 ‘람부르스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원통이 끝없이 위로 뻗어있었다.

어제 기둥 주변에서 용들의 싸움이 벌어졌고, 최소한 수백 톤이 넘을 아르지스의 본체가 여러 번 부딪쳤지만 흠집 하나 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네 개의 기둥이 모두 한 곳을 향할 수도 있지만, 서로 목적지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기둥을 열어야 할지...”


“넌 몰라?”


“그게... 저는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딱히 힐난을 한 건 아니었는데 아르지스는 한껏 위축된 표정이었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제가 알고 있는 좌표로 이동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제 본체가 워낙 커서 저기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딱히 드래곤에게는 필요없는 도구라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용이 승강 도구를 이용해서 뭐하겠어요?』


스타테이라도 아르지스를 거들었다.




아르지스를 제압하자 그녀가 유진에게 털어놓았던 비밀이 있었다.

딱히 아르지스가 숨기려 했던 건 아니지만 정작 도시의 주민인 드워프들은 전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건 저기 서 있는 ‘람부르스의 기둥’은 도시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위로 위로 끝없이 뻗어있는 세계수 뿌리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세계수 뿌리 곳곳에는 아래 위로 움직이는 승강 장치가 있었고, 아보르에 있는 네 개의 기둥 모두 그 기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룰 줄은 아는데, 위에 무슨 건물이 있는지는 모른다는 거네.’


-『엘리베이터? 그게 뭔가요?

당신의 기억 속에 있는 승강 장치의 이름인가요?』


‘그래, 인간이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도구지.’


이세계(異世界)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도구겠지만, 유진과 일행들에게는 특별할 게 없었다.

문제는 목적지가 어디냐였다.


여기까지 오면서 어느 기둥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것인지 조차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어이없었지만 부하 직원들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에이프릴!”


“네? 왜요? 회장님?”


이럴 때 제일 만만한 게 에이프릴이다.

어쨌든 유진과 함께 한 시간이 가장 오래된 사람이다.

한 2주 되었나?


“에이프릴이 골라봐요.

어느 기둥이 제일 좋은 거 같아요?”


“기둥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요? 왜요?”


“직장 상사의 정당한 직무상의 지시입니다.

얼른 골라요.”


“음.”


다행히 에이프릴은 더 이상 반문하지도 않고 금방 골랐다.


“저걸로 해요.”


“잘했어요.

아르지스!”


일행은 에이프릴이 선택한 기둥 앞에 섰다.


그리고 아르지스가 기둥을 만지자 가로세로 2미터 정도의 출입구가 열렸다.

열 다섯 명의 일행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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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The winner takes it all. (3) 23.11.05 76 4 12쪽
45 45 The winner takes it all. (2) 23.11.01 73 3 12쪽
44 44 The winner takes it all. (1) 23.10.17 100 3 12쪽
43 43 용의 전쟁 (11) 23.10.13 91 3 13쪽
42 42 용의 전쟁 (10) 23.10.12 79 3 12쪽
41 41 용의 전쟁 (9) 23.10.09 87 2 12쪽
40 40 용의 전쟁 (8) 23.10.08 81 3 12쪽
39 39 용의 전쟁 (7) 23.10.02 89 3 12쪽
38 38 용의 전쟁 (6) 23.09.27 87 2 12쪽
37 37 용의 전쟁 (5) 23.09.26 92 3 12쪽
36 36 용의 전쟁 (4) 23.09.25 98 3 12쪽
35 35 용의 전쟁 (3) 23.09.24 92 3 12쪽
34 34 용의 전쟁 (2) 23.09.22 92 3 12쪽
33 33 용의 전쟁 (1) 23.09.21 103 3 11쪽
32 32 엘가 (3) 23.09.20 102 3 12쪽
31 31 엘가 (2) 23.09.19 103 3 12쪽
30 30 엘가 (1) 23.09.18 110 3 12쪽
29 29 스타테이라 (2) 23.09.17 115 3 12쪽
28 28 스타테이라 (1) +2 23.09.16 118 3 12쪽
27 27 Emperor Lair (5) +2 23.09.15 119 3 11쪽
26 26 Emperor Lair (4) 23.09.14 117 3 14쪽
25 25 Emperor Lair (3) 23.09.13 119 2 12쪽
24 24 Emperor Lair (2) 23.09.12 129 3 12쪽
23 23 Emperor Lair (1) 23.09.11 161 3 12쪽
22 22 회장님, 위기일발 (8) 23.09.10 165 3 12쪽
21 21 회장님, 위기일발 (7) 23.09.09 160 3 12쪽
20 20 회장님, 위기일발 (6) 23.09.08 161 3 12쪽
19 19 회장님, 위기일발 (5) 23.09.07 173 3 11쪽
18 18 회장님, 위기일발 (4) 23.09.06 18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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