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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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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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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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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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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5 Emperor Lair (3)

DUMMY

25


Emperor Lair (3)






“페리언 영감님. 이건 뭐예요?”


에이프릴이 가리킨 방향으로 다가가 보니 뭔가 눈에 들어온다.


페리언이 설명한 두 문의 사이 공간에

유럽의 고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판금 갑옷이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칼이 돌에 꽂혀 있었다.


“갑옷과 칼이라.

회장님. 디자인은 그냥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거랑 거의 비슷한데요.”


갑옷은 유럽 중세의 판금 갑옷과 사슬 갑옷을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중요한 부위는 판금으로 방어하고, 연결 부위는 사슬과 가죽으로 이어놓은 모양이었고,

별다른 장식 같은 건 보이지 않았지만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엄 넘치는 모습이었다.


칼은 갑옷 앞에 거꾸로 꽂혀 있었고, 손잡이 부분과 약간의 검신만 보였기에 정확한 길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드러난 폼멜과 가드 부분의 정교한 문양만 보더라도 예사 칼은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바위에 칼이 꽂혀 있다니.

회장님. 이거 완전히 원탁의 기사인데요?”


“그러네요. 박사님.

이걸 뽑으면 왕이 되는 건가?”


에이프릴과 최창현의 대화를 뒤로 하고 유진은 페리언에게 말을 건냈다.


“우리 세상에서도 저런 비슷한 것들이 있습니다.

저건 뭡니까?”


페리언은 어깨를 으쓱 올리며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오.

처음 여기를 발견했을 때부터 있었소.

아마 성황제 라테안이 입었던 성갑(聖甲)과 성검(聖劍)의 모사품이 아닐까 하오만.”


“성갑과 성검?”


“모사품이요?”


성갑은 몰라도 성검에 얽힌 이야기는 지구에도 많다.

모사품, 짝퉁 이야기는 훨씬 더 많고.


“라테안이 몬스터들을 물리치고 인간을 해방시켰을 때, 사용하던 검과 갑옷이 아주 유명하오.

그가 승천하면서 남겨둔 검과 갑옷이 지금 네오-라테아니아 제국 황실에서 전하고 있소.

하지만 워낙 유명하기에 여기저기에 모사품이 있지요.”


“그렇군요.”


에이프릴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탐험가 최창현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페리언 영감님.

이곳 도서관에는 바깥 세상에서 실전된 책들이 많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이것들도 진품일 확률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 한 번 시험해보시구려.”


“넹?”


“전설이 있소.

성황제가 승천하기 전에 성검 아크라바를 바위에 꽂고 올라갔는데,

저 검은 오로지 라테안의 직계 혈통만이 뽑을 수 있다는 거요.”


“검의 이름이 아크라바군요.

그리고 그렇다면 현재의 황실만이 성검을 뽑을 수 있겠군요.

그런 이적(異蹟)을 통해 황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있을 테고요.”


“비슷하오.

하지만 아직 단 한 명도 검을 뽑은 자는 없다고 전해지오.

황실은 당연히 자신들이 라테안의 후예라고 주장하지만.”


“라테안의 직계 혈족만이 검을 뽑을 수 있다면서요?

그럼 거짓말이었나요?

아무도 뽑은 자가 없다면.”


“후손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본부장님.”


에이프릴도 끼어들었다.

낯선 이세계(異世界)에서 지구와 비슷한 전설이라니.

흥미롭긴 했다.


페리언이 답했다.


“성황제의 후손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소.”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라테안은 공식적으로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소.

당연히 공식적인 자손도 없지.

그런데 그가 승천한 이후, 수많은 자식들이 나타났소.”


“오! 그런 막장 드라마 너무 좋아해요.

사실은 바람둥이였던 건가요?

뒤에 많은 애인들을 숨겨놓은?”


“그것도 확실하지 않소.

아무튼 많은 귀족들이 자기 딸이 라테안의 숨겨놓은 연인이었다고 주장했고,

라테안의 자손이라는 자들이 날마다 쏟아졌지.”


“그게 아까 말씀하신 ‘사생아들의 전쟁’이군요.

전 그냥 아침드라마 제목인 줄 알았어요.”


“아침드라마가 뭔지는 모르지만, 그 후에 등장하는 모든 황제들은 자신들이 라테안의 혈통이라고 주장하오.”


“그런데 특별한 근거는 없군요.”


“회장님! 회장님, 뭐하세요?”


에이프릴과 최창현이 페리언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유진은 어느새 칼 앞에 다가가 있었다.




‘한번 해볼까?’


왠지 뽑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만일 못 뽑으면?


그냥 쑥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내려와서 최창현과 에이프릴 보고도 뽑아보라고 권하면 된다.

어차피 아무도 유진이 저 검을 뽑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짝퉁이라고 하지 않나?

한번 해보는 거다.


“회장님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파이팅!”


어느새 에이프릴이 바로 옆에 다가와 있었다.


“내가 뽑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왜?”


“그냥요.”




에이프릴은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회장님은 인생 자체가 드라마나 소설 같잖아요.

그렇다면 이 장면에서 칼을 뽑으실 거 같아요.”


“소설?

소설이라도 이 정도면 개연성 없다고 욕먹어요.

백 년 만에 일어나보니 재벌 회장이 되었는데,

지하 도시로 떨어져서 용을 만났다가 칼을 뽑는다.

전부 어디서 본 듯한 클리셰 투성이에요.”


“뭐 어때요!

재벌 회장, 용 사냥, 신검 뽑기 다 좋아요.

하렘물만 아니면 돼요.”


에이프릴의 개그에 피식 미소가 나오면서

검을 잡고 있던 유진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힘을 줘야는데...

에이, 얼른 한번 힘주고 들어가자.’


유진이 양손으로 칼자루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조금씩 힘을 주려고 했는데...




-그으응



“뽀... 뽑힌다.”


“회장님, 나이스! 뽑았어요!”





***





“오, 이게 진짜 뽑히네요.

확실히 짝퉁 맞군요.

페리언 영감님도 몇 번 뽑아보셨죠?”


최창현이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페리언에게 말을 걸었다.


자기 직장 상사가 칼을 뽑았는데, 저런 표정을 짓다니.


유진이 평범한 회장이었다면, 앞길이 막힐만한 언사였다.


하지만 페리언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한번도 뽑아본 적 없소.

하지만 아스파샤와 이오가 종종 칼을 잡고 놀지.

아이네스에게 칼을 뽑도록 시키기도 하고.

그런데 한 번도 저 검이 움직이는 걸 본 적이 없소.”




가장 신난 것은 탐험가 최창현이었다.


“회장님. 엄청 재미있네요.

회사에서도 본사 입구에 저런 칼을 꽂아놓고,

칼을 뽑는 사람이 다음 회장이 된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본부장님.

점점 선을 넘고 계세요.

우리 회장님이 관대하셔서 그렇지, 다른 회사 같으면 벌써 인사발령났어요.”


관대한 유진의 귀에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은 자신이 뽑은 칼을 위에서 아래까지 반복해서 살피고 있었다.


칼의 길이는 생각보다 작았다.

대검이라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칼자루에 비해서는 오히려 좀 짧은 느낌이었다.


이런 유진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페리언이 말을 걸었다.


“성황제는 그 검에 자신의 검기(劍氣)를 덧씌웠다 하오.

그 길이는 몇 센티미터에서 수십 미터에 이를 정도여서,

칼의 길이 자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전해지지.”


‘그런 용도였구나.’


이번에는 유진의 눈이 갑옷으로 향했다.


“물론 농담이에요. 에이프릴 박사님.

아직 직장 생활 많이 남았다고요.

그것보다 회장님이 칼을 뽑았다고 저게 진품이라는 법은 없어요.

오히려 힘만 주면 뽑히는 진짜 가짜일 수도 있지.”


“와이번도 뽑으려 했다잖아요.

아무렴 회장님 같은 환자가 힘으로 저걸 뽑겠어요.”




“페리언, 저 갑옷도 입을 수 있나요?”


유진은 두 사람을 무시하고 페리언을 바라봤다.


“입을 수 있겠지.

하지만 전설에 따르면 라테안의 진짜 갑옷은 오직 그의 혈족만 입을 수 있다고 하오.”


“원래 갑옷은 체형만 맞으면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특별한 착용 방법이 있습니까?”


“음...

성갑은 항상 라테안을 따라다녔다 하오.

그의 의지에 반응하고, 그가 원하면 저절로 와서 라테안을 감쌌다고 하지요.”


저절로 와서 착용이 되는 갑옷.


이거 완전히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그 날아다니는 슈트잖아?




‘그것도 될 것 같은데?’


오늘은 어쩐지 뭐든지 될 거 같다.


유진은 갑옷을 바라봤다.

마치 사람이 입고 있는 것처럼 자리잡고 있는 갑옷.


에이프릴과 최창현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페리언마저도 뭔가 기대하는 것 같았다.


‘어떡해야 하나?’


간절히 원해야할까?

아니면 가볍게 이름을 불러야 할까?


‘이름을 모르는구나.’


하지만 유진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오! 된다.’


“날라가요! 회장님!”


에이프릴의 고함 소리와 함께 갑옷이 유진에게 날아왔다.


건틀릿부터 스파울더까지, 상체 부위가.

흉갑과 폴더까지, 가슴과 등 가리개가.

퀴스에서 사바톤까지, 하체 보호구가.


마지막으로 헬멧이 날아와서 머리를 감쌌다.


마치 원래 자기 자리였다는 듯이 모두 유진의 신체 위에 자리잡았다.




유진은 팔을 뻗고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회장님, 뭐 하시는 거예요?”


“다 끝난 거 같은데요? 회장님.”


사실 다음 차례는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기다렸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진도 놀랐고, 에이프릴과 최창현도 놀랐다.

하지만 유진 본인보다 더 놀란 것은 페리언이었다.


“맙소사, 진짜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니!”


페리언은 경악한 눈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이방인이여, 당신은 정말로 라테안의 직계 혈족이 아니요?

내 이런 일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소.”


“그게...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고조선 유민이 아니었을까요?”


2,000년 전 조상의 혈통을 어떻게 알겠는가?


“한번 확인해봅시다.”


“어떤 방법으로 확인한다는 말입니까?”


“따라오시오.”




***




왼쪽 문을 열면 도서관이, 오른쪽 문의 뒤에는 보물창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페리언은 세 사람을 오른쪽 문 너머로 안내했다.


“딱히 내가 자주 찾는 곳도 아니고,

여신의 사제로서 크게 관심을 가질 일도 아니었기에 별 신경쓰지 않았던 물건이요.”


페리언은 벽 한쪽에 있는 천조각을 제거했다.

한때는 화려한 커튼이었을 것 같은 낡은 천을 젖히자 뜻밖의 유물이 그들을 맞이했다.


“사진인가요?”


“초상화 같은데요?”


초상화의 주인공은 지금 유진이 들고 있는 바로 그 칼 아크라바를 오른손에 들고 있었다.

페리언이 아직 그림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지만, 세 사람은 모두 똑같은 것을 떠올렸다.


“페리언. 이 사람이 라테안 1세인가요?”


“그렇소.

직접 보고 그린 건지, 아니면 상상해서 그린 건지는 모르겠소.

제국 각지의 표준 초상화가 있는데

그 그림과는 좀 다르오.”


페리언의 말에 따르면

라테안 황제는 2,000년 전의 인물이라 정확한 모습은 모른다고 했다.

황실이 제정한 표준 초상화가 있지만 매번 새로운 황제가 즉위할 때마다 조금씩 초상화의 모습이 달라진다고 한다.

최대한 재위 중인 현 황제의 모습에 가깝도록 초상화를 손본다는 것이다.


“이것도 진짜 초상화인지 모르지.

하지만 검이 뽑히고 갑옷이 나는데, 초상화라고 진짜가 아니라는 법이 없으니.

한번 보시오.”


사람의 진짜 크기와 비슷한 대형 초상화였다.

유진과 에이프릴, 최창현은 초상화의 주인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확실히 회장님과 많이 닮았네요.

회장님처럼 저 사람도 핏이 살아요.

늘씬하네요. 딱 제 스타일인데.”


“비슷하네요.

그래도 조금 다른데요?

회장님이랑 닮았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요.”


“하지연 이사장님 얼굴도 좀 있지 않아요?”


“그러네? 눈매가 비슷해요.

약간 사람 깔보는 듯한 눈빛도 비슷하고.”


“회장님.

이 사람은 아무래도 회장님과 하지연씨 공통 조상인가 봐요.

저랑 회장님 사이에 애가 생기면 이 사람보다 훨씬 잘생겼을 거예요.”


유진의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페리언 영감님.

라테안 황제가 타고 있는 저것은 뭡니까?”


“그러게요.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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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용의 전쟁 (10) 23.10.12 7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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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 용의 전쟁 (4) 23.09.25 98 3 12쪽
35 35 용의 전쟁 (3) 23.09.24 92 3 12쪽
34 34 용의 전쟁 (2) 23.09.22 92 3 12쪽
33 33 용의 전쟁 (1) 23.09.21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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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Emperor Lair (5) +2 23.09.15 119 3 11쪽
26 26 Emperor Lair (4) 23.09.14 117 3 14쪽
» 25 Emperor Lair (3) 23.09.13 120 2 12쪽
24 24 Emperor Lair (2) 23.09.12 129 3 12쪽
23 23 Emperor Lair (1) 23.09.11 161 3 12쪽
22 22 회장님, 위기일발 (8) 23.09.10 165 3 12쪽
21 21 회장님, 위기일발 (7) 23.09.09 160 3 12쪽
20 20 회장님, 위기일발 (6) 23.09.08 161 3 12쪽
19 19 회장님, 위기일발 (5) 23.09.07 173 3 11쪽
18 18 회장님, 위기일발 (4) 23.09.06 18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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