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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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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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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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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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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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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 회장님, 위기일발 (4)

DUMMY

18


회장님, 위기일발 (4)






“얘는 누구야?”



***



용과 아이들을 풀어주고 같이 도망치려 결심한 데에는 단순히 정의감뿐 아니라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가둔 자와 갇힌 자.

어차피 둘 중 하나에게 도움을 청해야는데, 아무리 봐도 아이들에게 쇠사슬을 채워놓는 자들이 길 잃은 두 사람에게 친절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 계획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저런 덩치를 어떻게 데리고 도망쳐요?”


쇠사슬에서 풀려난 와이번의 높이는 아무리봐도 최소한 성인 남자 키의 세 배는 되어 보였다.

날개를 펴고 꼬리까지 뻗으면 10m가 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캄캄한 지하라고 하지만 저 덩치가 이동할 경로는 극도로 제한된다.

과연 무사히 데리고 도망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이 시점에서 버리고 도망가는 것도 곤란하다.

의리나 동지애를 떠나 함께 있으면 더없이 든든하다.


“어떻게 숨기죠?”


그런데 그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었다.


2층 건물만 하던 와이번은 어느새 사라지고 왠 꼬마아이가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에이프릴이 아이들에게 물어봤지만 어차피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경우 유진은 만능의 정답을 알고 있었다.


“마법이겠죠?”


“마법? 저 아이들이요?”


“아니, 원래 마법은 드래곤의 것이었다고 했잖아요.

용은 마법의 종주이죠.”


“쟤는 와이번 아니예요?”


유진과 에이프릴이 한참 논의했지만, 어차피 답은 알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어릴 때 읽은 책에 그런 마법을 본 적이 있어요. 회장님.

폴리모프라고 했나?”


“저런 마법은 꼭 배워야겠군요.”


덕분에 일행이 다섯이 되었다.

다섯 중에 세 명이 아이.

남자 아이, 여자 아이, 용 아이.


남자 아이는 열일곱 열여덟 정도.

여자 아이는 한두 살 더 어려보였다.

그리고 와이번이 변신한 사내 아이는 또 몇 살 더 어린 꼬마로 보인다.


어두워서 꼬마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녀석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자 아이가 나가자고 손신호를 보냈다.




남자 아이가 앞장서고 여자 아이와 꼬마가 가장 뒤에 섰다.


“중간에 섰지만 전혀 안전해 보이지 않아요. 회장님.”


“어쩌겠어요.

길을 아는 사람을 따라가야죠.”





하지만 드워프의 허리에서 찾은 열쇠로 철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엄청나게 광대한 공간이에요! 회장님.”


용과 아이들이 갇혀 있던 공간도 충분히 컸다.

그런데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바깥 공간은 정말 엄청나게 광대했다.


중앙에 거대한 공동이 바닥에서 천정까지 뚫려 있었고, 공간의 사방은 다시 수십 개의 층으로 나누어져 있어 마치 지하 도시를 방불케 하였다.


중앙의 거대한 공간은 광장으로 사용되는 듯 했는데, 아무리 작게 봐도 축구장 수십 개가 들어갈 공간이었다.

높이도 엄청 나서 와이번이 날아도 한참 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 공간인데 설마 숨을 공간이 없을까?’




사방에는 계단을 겸하는 높디높은 기둥이 받치고 있었는데, 중앙 광장은 기둥을 세우지 않고도 넓디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중앙 광장 구석에 놓여져 있는 용광로였다.

용광로에서 나오는 환한 열과 불이 지하 도시를 전체를 밝히고 있었고, 용광로에서 흘러나오는 쇳물이 지하 곳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이런 풍경 어디서 봤는데?”


“진짜요? 회장님?

하지연 본부장님이 회장님이 게이트를 넘어가면 특이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여기 와 보신 적 있어요?”


“영화에서 봤어요.”


21세기 초에 나오던 판타지 영화 대작에 나오는 지하도시 같았다.

그 지하도시들도 드워프들이 만들었지.


“그래요?

돌아가면 저도 한 번 봐야겠네요.

그 영화 속 도시에는 친절한 난쟁이들이 살겠죠?

여기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회장님.”


“한 편에는 대악마가 나오고, 다른 편에는 사악한 용이 나와요.”


“그러다 주인공들은 어떻게 되나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어요.

속편도 나오고요.”


“해피엔딩이군요. 다행이다.”


물론 중간에 고블린도 나오고 오크도 나오고 늑대마수도 나오지.

끔찍한 지옥의 마수도 등장해서 채찍도 휘두르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에이프릴에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화에는 정의의 편에서 싸우는 대마법사가 나온다.

그런 존재가 있다면 아무리 힘든 역경도 웃으면서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능력 있는 리더.

그리고 식량과 물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앞에 선 남자 아이가 길을 잘 알고 있었다.

아이는 망설이지 않고 앞장서서 일행을 안내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밑으로 계속 내려가는 동안에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계속 내려가는 거죠? 회장님.

우리는 올라가야 하지 않나요?”


“다른 방법 있어요?”


“같이 가요! 회장님.”


몇 시간이나 걸었을까?

수십 개 층을 지나온 것 같다.


마침내 일행은 중앙 광장이 보이는 층으로 내려왔다.


“여기가 1층일까요?”


“그런 거 같아요.”


“아이스크림 파는 데 없을까요?”


왠지 아이스크림도 팔고 팝콘도 팔고 있을 거 같은 공간에는 비명 소리와 채찍 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위에서 내려올 때는 그냥 웅성거리는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런데 막상 아래에 내려오자 끔찍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쟤들은 뭐죠?”


“노예들인가 봐요?

커다란 덩치가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데 인간보다 훨씬 덩치가 큰 것 같아요.”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였던 여러 장치들은

개미처럼 달라붙은 노동자들에 의해 움직였고,

집단마다 감시자가 붙어서 사정없이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불안과 공포를 달래기 위해서, 배고픔을 잊기 위해서

계속 대화를 나눴던 유진과 에이프릴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조용히 남자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일행은 1층을 벗어나서 본격적으로 지하로 들어갔다.

애초에 도시 자체가 지하 공간이라서 어울리는 표현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정말 중앙 광장도 보이지 않는 진짜 지하 세계로 들어왔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캄캄한 미로 속에서 남자 아이는 거침없이 일행을 이끌고 있었다.


거기가 거기 같은 깊은 어둠 속을 지나가고 있을 때, 비명 소리와 신음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왠지 우회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원래의 방향을 고수했다.


소리가 더 가깝게 들렸다.


채찍을 맞고 비명을 지르던 아까 광경과 달리

지금 소리는 희망없는 이들의 절규 같은 느낌이다.


어느새 에이프릴은 유진 옆에 바싹 다가와서 걷고 있었다.

좀전에 어둠 속으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던 때에도 농담을 하면서 웃던 여자였는데, 지금은 정말 무서운 것 같았다.


-끄으으


-쿄오오


-아아악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캬아아




응?


뭔가 이상한 소리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유진은 에이프릴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조금 더 가까이요.”


“네?”


“아니에요. 회장님.

왜요?”


“방금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이 상황 자체가 이상하잖아요.”


“그것말고요. 한국 말이 들렸던 것 같은데.

같이 다시 들어봐요.”


유진과 에이프릴이 걸음을 멈추자 아이들도 모두 자리에 섰다.


선두에 선 남자 아이는 유진의 팔을 끌면서 빨리 나가야 된다고 재촉했다.


“미안, 잠시만.”


유진은 손을 들어 남자 아이에게 신호를 한 후 다시 청각에 집중했다.


-으아악


-드드드드닥


종족을 알 수 없는 존재들이 지르는 비명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계속 들렸다.


“의미 있는 한국 말은 아닌데요?

그냥 의성어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유진이 고개를 휘젖으며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There's a lamp shining bright in a cabin.


에이프릴도 뭔가를 들은 듯이 고개를 들었다.


“에이, 회장님.

이건 영어잖아요.

무슨 한국말이라고.”


“아니, 아까 분명히 들었어요.

내가 왜 거짓말을...”


-In a window it's shinin' for me.




그 순간, 유진과 에이프릴의 눈이 3cm 앞에서 마주쳤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손가락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




“착한 아이들이네요.”


“그러게요. 우리를 놔두고 그냥 갈 줄 알았는데.”


유진과 에이프릴이 노래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겠다고 하자,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던 남자 아이는 고개를 흔들면서 반대했다.


하지만 유진과 에이프릴로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노래를 부르는 존재를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그들에게 같은 지구인으로서 엄청난 인류애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만일 아이들을 따라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곧 한국으로의 무사한 귀환을 의미하였다면 아마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을 따라간다고 해도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지구의 노래를 부르는 존재를 외면하는 것은 힘들었다.


‘어차피 이래도 미지수, 저래도 미지수.’


아까 아이들과 용이 갇혀 있던 곳에서

간수인 드워프의 편을 들 것인가,

죄수인 아이들의 편을 들 것인가로 고민하는 거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까 애들과 용을 풀어주기 정말 잘했어요. 회장님.”


그건 유진도 백퍼센트 동의한다.


“드워프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면 우리도 채찍을 맞으면서 일을 하고 있었겠죠.”


그랬겠지.

그래서 이번 결정도 내심 올바른 판단이었기를 기대해본다.


그렇게 결정한 유진과 에이프릴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남자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방향을 바꾸어 그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와 꼬마도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따라왔다.


“회장님, 확실히 남자 아이가 리더인가 봐요?”


“가장 나이들어 보이니까.”


“와이번의 나이는 알 수 없잖아요.

아무튼 쟤들 중에 용이 제일 서열이 높은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말없이 형, 누나 뒤를 따르네요?

그런데 남자 애는 모르는 길이 없나 봐요..

이번에도 성큼성큼 자신있게 걸어가네요.”


“근데 에이프릴.

이렇게 옆에 딱 붙어 있어야돼요?

불편한데.”


“무섭다고요. 회장님.”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듯 선두에 선 남자 아이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잠시 후 유진의 눈에 펼쳐진 것은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조명도 거의 없는 어두컴컴한 통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통로의 양편에는 무수히 많은 방들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방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쇠막대기로 막혀 있었다.


“여기는.”


“감옥같아요, 회장님.”


워낙 어두워 구별이 잘 되지 않았지만, 구획되어 있는 감옥 안에는 크고 작은 생명체들이 갇혀 있었다.

제각각 크기와 형체는 달랐지만 대체로 두발로 서 있는 인간형의 존재들이었다.


“저 사람들, 아니 저 존재들은 뭐죠?

고릴라들인가요? 사람처럼 생겼는데,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에이프릴. 나도 여기 처음이에요.”


다행히 그들이 목표로 하는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Le ciel bleu sur nous peut s’effondrer.


“이번에는 프랑스어 같은데요? 회장님.

국적은 모르겠지만 지구인이겠죠?”


지구인이어야한다.

안 그러면 정말 화가 날 테니까.


유진이 천천히 다가가자 감옥 구석에 혼자 앉아 있던 형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 형체가 입을 열었다.


“에이프릴 박사님?

박사님 맞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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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The winner takes it all. (1) 23.10.17 100 3 12쪽
43 43 용의 전쟁 (11) 23.10.13 91 3 13쪽
42 42 용의 전쟁 (10) 23.10.12 79 3 12쪽
41 41 용의 전쟁 (9) 23.10.09 87 2 12쪽
40 40 용의 전쟁 (8) 23.10.08 81 3 12쪽
39 39 용의 전쟁 (7) 23.10.02 89 3 12쪽
38 38 용의 전쟁 (6) 23.09.27 87 2 12쪽
37 37 용의 전쟁 (5) 23.09.26 92 3 12쪽
36 36 용의 전쟁 (4) 23.09.25 98 3 12쪽
35 35 용의 전쟁 (3) 23.09.24 93 3 12쪽
34 34 용의 전쟁 (2) 23.09.22 92 3 12쪽
33 33 용의 전쟁 (1) 23.09.21 104 3 11쪽
32 32 엘가 (3) 23.09.20 102 3 12쪽
31 31 엘가 (2) 23.09.19 103 3 12쪽
30 30 엘가 (1) 23.09.18 110 3 12쪽
29 29 스타테이라 (2) 23.09.17 116 3 12쪽
28 28 스타테이라 (1) +2 23.09.16 11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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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Emperor Lair (4) 23.09.14 118 3 14쪽
25 25 Emperor Lair (3) 23.09.13 120 2 12쪽
24 24 Emperor Lair (2) 23.09.12 129 3 12쪽
23 23 Emperor Lair (1) 23.09.11 162 3 12쪽
22 22 회장님, 위기일발 (8) 23.09.10 165 3 12쪽
21 21 회장님, 위기일발 (7) 23.09.09 160 3 12쪽
20 20 회장님, 위기일발 (6) 23.09.08 161 3 12쪽
19 19 회장님, 위기일발 (5) 23.09.07 173 3 11쪽
» 18 회장님, 위기일발 (4) 23.09.06 18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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