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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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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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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9,038

작성
23.09.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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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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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33 용의 전쟁 (1)

DUMMY

33


용의 전쟁 (1)






“너는 반역을 꾀하는 것이냐?”


엘가의 눈빛이 흔들렸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제 근원이 왕에게 있음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근원이 나에게서 왔다라...

그러면 너와 내가 동등하다는 뜻이냐?”


“어찌 그런 말씀을...”


엘가는 두려웠다.

아르지스와의 이런 대화도 낯설기 그지 없었다.

아르지스가 자신에게 보여준 태도는 언제나 차가운 무관심 뿐이었는데,

갑자기 불러서 반역자라니.


혹시 그 공간에서 유진이라 불리는 인간 남자와의 대화를 엿들은 것이 아닌가 두려워졌다.


그러나 그곳은 아나히타와 라테안의 공간.

아무리 차원을 넘나드는 드래곤의 권능이라 해도 설마...


“저는 꿈에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용의 육신을 받았을 뿐, 권능을 가져오는 작은 드래곤하트 하나조차 없는 제가 어찌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겠습니까?”


“호오. 드래곤하트에 욕심이 있었구나.”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대화는 하면 할수록 더더욱 꼬였다.

공포에 휩싸여 있는 엘가는 잘 모르겠지만, 아르지스는 애초에 대화를 하려고 그녀를 부른 게 아니었다.


“라테안의 공간에 가 보았느냐?”


“네? 그게.”


아르지스가 지하 도시를 장악한지 벌써 30년.

이제 아보르는 확고하게 아르지스의 지배 하에 놓였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지역까지 완벽하게 차지하기에는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해도 한계가 있었다.


지하 공간을 잇는 미로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방대했고,

어디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완벽하게 아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이 본래 아르지스가 엘가를 만든 이유였다.


지하 공간 어딘가에는 아르지스의 통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었고,

그곳은 드래곤의 마법조차 대항할 수 있는 어떤 신성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르지스는 최근에 와서야 그 사실을 눈치챈 참이었다.


그리고 이제 아르지스의 탐욕이 거기에 미치고 있었다.


“왜 대답을 못하느냐?

가 보았느냐?”


엘가는 말문이 막혔다.

뭔가 알 수 없는 끌림과 우연 때문에 이방인 일행을 따라간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서 페리언을 만났다.

본능적으로 그가 다른 신의 축복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안쪽 깊숙한 공간 어디에는 또 다른 존재가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하지만 엘가는 애초부터 정탐을 하러 간 것이 아니었기에 큰 호기심을 갖지 않았다.


무엇보다 솔직히 그 공간이 참 편하고 좋았다.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항상 함께 했던 아르지스의 눈빛이 그곳에서만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잠깐이지만 편안했던 공간.

아마 엘가가 인간이었다면 ‘행복했다’라고 표현했으리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지적인 엘가의 시점.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아르지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가 보았구나!

거기서 무엇을 보았느냐?”


아르지스는 욕심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처음에 이 도시를 점령했을 때부터, 들었던 전설이었다.

근처에 성황제 라테안의 보물창고가 있었다고.


보물이라면 눈이 돌아가는 드래곤이었지만, 지난 세월은 지하 세계를 장악하기에도 바쁜 시절이었다.

그래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무료한 나머지 잊고 있던 엘가와 잠시 접속을 했던 순간,

바로 라테안의 색채가 느껴진 것이다.


지금 아르지스는 황제의 레어에 있는 보물들을 전부 자신의 레어로 옮길 욕심에 아무 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은 상태였다.


“가져 와라.

내어 놓으라고!

즉시 드워프 친위대와 함께 달려가서 그 보물들을 내게로 가져와라!”


아르지스의 탐욕이 소리로 표출되었을 때, 엘가는 그녀를 억누르던 공포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었다.


‘잘 모르는구나.’


그녀의 여왕은 엘가가 그 공간에 있을 때 제대로 접속하지 못했던 것이 틀림없다.

엘가는 그곳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라테안의 보물 창고에도 가본 적이 없다.

만일 아르지스가 그때 엘가의 시각을 완전히 장악했다면 저런 소리를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뭔가 협상을 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야 해. 생각을.’


엘가가 수천 명의 드워프 친위대를 데리고 그 공간을 공격한다면, 당연히 장악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아르지스의 말대로 모든 보물을 약탈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엘가는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유진이라는 남자 인간이 떠올랐다.

아마 그자는 그 자리에서 참살당하거나, 끌려와서 고문을 받고 처형당하리라.


그래도 상관없지만, 엘가는 그 인간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지하 세계의 존재들이 엘가를 대하는 방식은 딱 두 가지였다.

무시하거나, 피하거나.


아르지스는 물론, 그에게 빌붙은 지하의 귀족들은 반푼이 용인 엘가를 무시했고,

그 밑의 존재들은 엘가를 피하면서 말 한 마디 걸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진은 엘가를 대등하게 대했다.

적어도 그녀 생각으로는.

그리고 유진의 일행들도 싫지 않았다.


그들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엘가가 어리석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엘가는 본래 용의 혈통.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계획을 세우는 일 따위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담은 설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조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아마 지구에서 매일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라도 봤으면 영감을 얻었겠지만.

엘가의 세계는 너무나도 무채색이었기에, 색다른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망설임은 바로 아르지스에게 전달되었다.


“괘씸한 것.”


아르지스는 늘 하던 그의 방식을 엘가에게 행사했다.


-아아악


가벼운 눈짓만으로도 엘가에게 엄청난 고통이 주어졌다.

그녀의 몸은 공중에 들려졌고, 보이지 않는 억센 손아귀가 목을 움켜지고 또 졸랐다.


“30년을 두고 쓴 아이라, 폐기하기 조금 아까워서 망설였다.

새로운 노예를 창조하기보다는 있던 것이 잘하는 게 좋았을 테니.

하지만 네 본심을 알았으니 그에 마땅한 처분을 해주리라.”


아르지스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용으로서 그의 의지만으로도 벽에 장식되어 있는 할버드를 움직이기 충분했으니까.


“죽어라.

너에게 필요한 부분은 그 뇌속에 있는 기억 뿐이다.

그 외에는 쓸모없는 쓰레기뿐.”


엘가를 제거해도 그 기억은 사용할 수 있다.

군대를 보내는 길잡이로 쓰기에는 문제가 없을 터.


드래곤의 의지를 담은 할버드가 홀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 뾰족한 창 끝은 엘가를 심장을 향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창이 엘가의 심장에 닿았다.


-챙

-데구르르


엘가의 심장을 관통한 할버드가 바닥을 굴러야하는데, 조금 의외의 효과음이 들렸다.


“안녕하시오. 아르지스씨.”




***




‘엘가는 추적하고 있나?’


-『추적 마법이 걸려 있는데, 당연하죠.』


유진은 엘가에게 자신을 아르지스에게 안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녀에게 용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이다.

예상대로 엘가는 망설이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유진과 스타테이라의 예상대로였다.


애초에 유진은 엘가를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엘가에게 다가간 것은 그녀에게 추적 마법을 걸기 위해서였다.


‘엘가도 용이라면서?

그런데 너무 어이 없게 마법에 걸려주던데.

눈치를 못 챘나?’


-『오만함은 용의 본질이죠.

사소한 생쥐 같은 존재가 자신에게 그런 어이없는 장난질을 친다고는 생각도 못했을 겁니다.

그리고 ‘붉은 바르뮤’는 단순한 추적 스킬이 아니었어요.

라테안의 정수가 담겨진 고급 아이템이죠.

설사 아르지스 본신이라 해도 피하지 못했을 겁니다.』


‘엘가가 여기 올 때도 그녀에게 아르지스의 추적 마법이 걸려 있던 건 아닐까?’


-『그럴 필요 없어요.

아르지스는 엘가가 어디를 가든 다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이제 아르지스가 여기 쳐들어오는 거 아닐까?’


-『그럴 확률이 99.85% 정도 되겠죠.

황제의 셸터 안은 드래곤의 마법이 통하지 않지만, 바로 근처까지는 파악했을 테니까요.』


‘오만함 뿐만 아니라 탐욕도 용의 본질이라면서?

그럼 100% 쳐들어오겠군.’


-『방어 준비할까요?

페리언과 아이들을 셸터로 피신시키고 방어 준비를 하면 아르지스 본체가 쳐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어요.

물론 수천 년 동안 가동해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요.』


‘준비를 해야지.

하지만 방어가 아니야.’


막아내도 어차피 아르지스는 또 쳐들어올 것이다.

설사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해도 애초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면 집에 못 가잖아.’


처음부터 용을 사냥한다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쳐들어 가야지.”


수비가 아니라 공격을 해야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는 계속 움직이면서 타개책을 찾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유진이 21세기에서 살아온 방식이었다.


“네? 회장님.

무슨 말씀이에요?

지금까지 혼자서 계속 생각 하시더니.”


“에이프릴, 본부장님, 채일우씨.”




추적 마법은 이를 펼치는 마법사의 레벨에 따라 정밀도와 은밀성의 차이가 있다.

고레벨의 대마법사가 펼치는 추적 마법은 수백 km 떨어진 거리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타테이라의 말처럼 라테안의 정수가 담겨져 있는 추적 아이템 ‘붉은 바르뮤’는 정말로 차원이 달랐다.


-『‘붉은 바르뮤’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평범한 사용자라도 하루에 한 번, 피추적자를 지정할 수 있어요.

그러면 24시간 동안 그를 추적할 수 있어요.

24시간 동안 그의 동선이 모두 파악되죠.

하지만 그 정도는 유사한 마법 아이템들도 가능한 기능이에요.

무엇보다 ‘붉은 바르뮤’가 특별한 건 24시간 동안 피추적자가 움직인 동선이 좌표화되어서 모두 바르뮤에 영원히 기록된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파악된 좌표에 언제든지 포털을 열어서 이동할 수 있어요.』


이제 유진은 24시간 동안 엘가가 지나간 곳 어디에도 포털을 열어서 이동할 수 있다.


-『그럼 이제 갑옷을 다시 입어볼까요?

사용법은 잘 기억하고 있죠?』


‘그전에 걔 좀 불러줘.’




***




“아르지스씨?

그게 뭐냐?”


“초면에 호칭이 애매할 때 쓰는 말이죠.”




이렇게 포털을 건너 온 유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뜻밖의 장면이었다.


엘가가 아르지스와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니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르지스가 엘가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다.


그 광경을 목격한 유진은 본능적으로 아르지스가 던진 할버드를 쳐낸 것이다.


‘원래 엘가를 구할 생각 같은 건 없었는데...’


안면이 있는 존재가 위기에 처하자 얼떨결에 창을 쳐낸 것이다.


‘천천히 생각해봐도 엘가를 구해줬을 것 같기는 하네.’


딱히 엘가에 대한 애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는 존재가 자기 눈앞에서 죽는 건 싫었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유진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아르지스와의 적대적인 관계 설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는 거창하게 용 사냥이라고 했지만, 웬만하면 대화로 필요한 걸 얻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니 그러기는 틀린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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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The winner takes it all. (1) 23.10.17 100 3 12쪽
43 43 용의 전쟁 (11) 23.10.13 91 3 13쪽
42 42 용의 전쟁 (10) 23.10.12 79 3 12쪽
41 41 용의 전쟁 (9) 23.10.09 87 2 12쪽
40 40 용의 전쟁 (8) 23.10.08 81 3 12쪽
39 39 용의 전쟁 (7) 23.10.02 89 3 12쪽
38 38 용의 전쟁 (6) 23.09.27 87 2 12쪽
37 37 용의 전쟁 (5) 23.09.26 92 3 12쪽
36 36 용의 전쟁 (4) 23.09.25 98 3 12쪽
35 35 용의 전쟁 (3) 23.09.24 92 3 12쪽
34 34 용의 전쟁 (2) 23.09.22 92 3 12쪽
» 33 용의 전쟁 (1) 23.09.21 104 3 11쪽
32 32 엘가 (3) 23.09.20 102 3 12쪽
31 31 엘가 (2) 23.09.19 103 3 12쪽
30 30 엘가 (1) 23.09.18 110 3 12쪽
29 29 스타테이라 (2) 23.09.17 115 3 12쪽
28 28 스타테이라 (1) +2 23.09.16 118 3 12쪽
27 27 Emperor Lair (5) +2 23.09.15 119 3 11쪽
26 26 Emperor Lair (4) 23.09.14 117 3 14쪽
25 25 Emperor Lair (3) 23.09.13 119 2 12쪽
24 24 Emperor Lair (2) 23.09.12 129 3 12쪽
23 23 Emperor Lair (1) 23.09.11 161 3 12쪽
22 22 회장님, 위기일발 (8) 23.09.10 165 3 12쪽
21 21 회장님, 위기일발 (7) 23.09.09 160 3 12쪽
20 20 회장님, 위기일발 (6) 23.09.08 161 3 12쪽
19 19 회장님, 위기일발 (5) 23.09.07 17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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