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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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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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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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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9,038

작성
23.08.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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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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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7 깨어난 회장님 (6)

DUMMY

7


깨어난 회장님 (6)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죠.

훌륭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요?”


말을 해놓고 스스로 뿌듯해졌다.

이 정도면 그럴 듯 하지 않을까?


“공자께서 하신 말씀도 있죠.

나라가 존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첫 번째가 믿음, 두 번째가 식량, 마지막이 군사력이라고요.

신뢰 또한 리더로서 아주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을 해놓고 조금 후회가 되었다.

우크라이나계인 대통령에게 쓸데없이 어려운 문자를 쓴 걸까?

적당한 우크라이나 속담이나 교훈이 있을까...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얘기군요.

아주 좋아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종종 연설에서 인용하기도 하고요.”


김유석은 오히려 좋아하는 표정이었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먼저 꺼내주니 무척 고맙다는 얼굴이다.


“‘정관정요’도 좋아합니다.

공자나 당 태종, 다 훌륭한 분들이죠.

물론 당 태종은 고구려를 침략한 사람이지만요.

하지만 회장님.”


“네, 대통령님.”


“우리 같은 사람은 통치자이고, 리더입니다.

당연히 우리를 따르는 구성원들을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우리에게도 우리의 논리가 있는 법이죠.

통치는 우리의 일이지만, 또 우리의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말하는 ‘우리’와 구성원들이 말하는 ‘우리’는 가끔 다르지요.”


이 사람은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어쨌든 자신에게 보이는 호의는 진심으로 느껴지기에 유진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신뢰, 좋지요.

믿을만한 사람과 일하는 건 참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회장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믿을만한 사람이 누군지’를 가려내는 눈입니다.”


믿을만한 사람...

순간적으로 남강민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참았다.


“7인 위원회는 회장님이 깨어나시기 전에는 ‘유진 그룹’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장님은 그들중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위원장인 찰스 스미스는 만났습니다.”


동면에서 일어나고 120시간 뒤에 찰스 스미스를 만났다.

만나기만 했었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찰스 스미스에 대해 아시는 게 있습니까?”


그에 대해 받은 브리핑을 떠올렸다.

조부가 네덜란드 출신으로 입한(入韓) 3세대.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대학까지 한국에서 마친 전형적인 한국인이다.

자칭 토종 한국인.

나이도 생각나고 주요 경력도 떠올랐지만, 그건 모두 보고서에 쓰인 것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모릅니다.”


“하하, 회장님이 22세기에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있나요?

전부 낯선 사람들 뿐이잖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유진이 이 세계에 온 지 일주일 남짓.

생각해보니 본 지 가장 오래된 죽마고우는 닥터 에이프릴이다. 7일 되었다.

다음은 옆에 앉아 있는 비서실장 남강민. 5일 되었구나.

그런데 남강민이 어떻게 유진의 비서실장이 된 거지?

그가 뽑은 게 아닌데, 누가 임명했지?


“권력자들이 괜히 주변을 동향이나 동창, 가족으로 채우는 게 아닙니다.

결국 신뢰는 인연에서 나오니까요.

대부분의 인연은 사적인 거고요.”


동향, 동창, 가족, 친구.

모두 21세기에 두고 22세기로 넘어왔다.


“그런 사람들로 주변을 꽉 채워도 배신당하는 게 통치자의 숙명입니다.

지배자는 항상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 적당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다.

상당 부분 공감도 가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지금 유진에게 왜 하는 걸까?

그는 애초에 그러한 개인적인 인연을 만들기 힘든 조건이었다.


“그래서 통치자,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

그거라고 봅니다. 회장님.”


좋은 조언이다.

하지만?


“알겠습니다.

대통령님이야 워낙 출중하시니 그런 능력이 있으시겠죠.

저는... 노력하겠습니다.”


“하하, 태어날 때부터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도 산전, 수전 다 겪으면서 조금 생겼습니다.

하지만 회장님. 지금은 22세기입니다.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異世界)의 물질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대통령은 앞에 놓인 티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상자를 들어올렸다.

상자를 열자 낡은 종이 한 장이 나왔다.


“혹시 이런 거 보신 적 있습니까?”


21세기 기준으로는 그냥 자그마한, 그것도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이 낡은 종이처럼 보이지만, 열심히 22세기에 적응중인 유진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스크롤인가요?

귀한 아이템이겠군요.”




21세기 초, 한유진이라는 존재가 인공 동면에 들어간 직후부터 인류는 다른 세계, 즉 이세계(異世界)와 접촉하게 되었다.

이세계의 문물과 새로운 물질은 인간 사회에 엄청난 변동을 가져오게 되었다.

역사는 이러한 충격을 ‘대격변’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지난 백 년은 이런 ‘대격변의 세기’였다.


접촉 초창기에 인류는 기존의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게이트 너머 세계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인류는 이런 풍경에 기시감(旣視感)을 느꼈다.


-어디서 본 풍경인데?

-내가 어릴 때부터 봤던 영화속 장면이랑 비슷해.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아.


인간의 상상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게이트 저쪽 이세계와 비슷한 환경을 묘사하고 있었다.

이후에는 대격변 뒤에 나타난 여러 가지 변화에 게임이나 소설에서 탄생한 용어를 붙이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아이템’도 그 중 하나.


게이트 탐험 중에 발견한 경우도 있고, 몬스터와의 투쟁 끝에 쟁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획득한 사람에게 새로운 능력을 준다는 점은 똑같았다.

초기에 게이트 붕괴에 맞서 싸운 용감한 이들이 먼저 그 효용을 깨달았다.

이후에는 아이템에 대한 지식이 보편화되면서 거대하게 팽창한 ‘게이트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맞습니다.

아주 귀한 아이템입니다.

우연한 루트로 입수하게 되었는데요.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귀물(貴物)이죠.”


김유석의 설명에 따르면 스크롤을 찢으면 이를 찢은 사람에게 새로운 능력이 생긴다.

이러한 새로운 이능(異能)은 역시 게임 용어로 ‘스킬’이라 불리고 있다.


저 스크롤으로 얻는 이능이 바로 ‘인간에 대한 통찰력’.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예전의 현인들은 이러한 능력을 얻기 위해 엄청난 수련을 했죠.

책을 읽고 많은 사람을 경험하고 깊게 사유하고.

그렇더라도 에러가 자주 생기는 기능이었는데,”


“대단합니다.”


유진도 아이템에 대해서 들었고, 저런 스크롤 사진도 보았다.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었지만.


“이걸 찢으면 그런 통찰력을 얻게 되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주 귀한 물건이군요.

값어치가 엄청날 것 같습니다.”


유진이 최선을 다해 놀랍다는 표정을 지어주자 대통령도 기쁜 표정이었다.

김 대통령은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 유진에게 보여주었다.


“감정서입니다.

이 아이템의 가치에 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게이트 감정가인 브라운 씨가 친필 서명으로 보증했습니다.

보증서에 보면 현재 20억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되어 있네요.”


“엄청난 가격이군요.

20억이라니.”


똑똑해지는데, 20억이라니.

예전에는 점수를 올리려고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했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점수도 안 오르면서 똑똑해지지도 않고 성격만 나빠지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런데 저 스크롤은 찢기만 하면 똑똑해진단다.

22세기에는 돈 많으면 저절로 똑똑해지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똑똑해지는 걸까?

20억이면 엄청난 돈이지만, 나라의 운명을 바꿀 정도의 가치는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현명해지면 20억의 값어치를 하는 거지?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20억 어치 똑똑해진다고 나라가 크게 발전하는 걸까?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생각이 유진의 뇌리를 스쳤다.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사용하는 공간과 시간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그걸 처음 발견하고 논문으로 발표하신 분이 누군지 아시겠죠?”


그런 브리핑은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왠지 답은 알 것 같았다.


“하지은 박사님인가요?”


“아시는군요?

게이트와의 접촉사에서 하 박사님은 알파이자 오메가셨죠.”


그런 그녀가 지금 옆에 있으면 얼마나 든든했을까?

하지만 사람은 없고 하지은이 만들어 준 회장이란 자리만 남았다.


“이걸 선물로 드릴까 합니다.”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바로 말할 줄은 몰랐다.

혹시 이거 김영란법에 걸리는 거 아닐까?

유진은 공직자가 아닌데?

백 년 사이에 혹시 적용 대상이 바뀌었나?


남강민의 표정이 아직 괜찮았다.

일단 받고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그리고 진짜 선물은 저겁니다.”


김유석의 시선이 조금 전에 건넨 서류 봉투를 향했다.

뭘까?


“유진 그룹은 항상 우리 정부를 감시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남 실장님.”


대통령이 오랜만에 남강민을 불렀다.


“그럴리가요, 그냥 항상 관찰하고 있을 뿐입니다.”


“관찰, 그렇죠.

회장님.

그래서 우리 정부도 항상 유진 그룹을 관찰합니다.

공정한 일이죠?”


백 년 전의 세계에서도 정부의 민간 사찰과 업계 동향 분석은 한끝 차이였다.

지금도 똑같이 하고 있는가 보다.


“대통령님.

얼마 전에 국정원 내에서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2처를 개편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국내 정보 수집이 그동안 논란이 되어서 그런 거 아니었습니까?”


남강민은 유진을 대신해서 김 대통령에게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의 표정이나 말투는 전혀 적대적인 표정이 아니었다.


“개편했습니다.

2처의 다른 기능은 전부 관련된 타 부서로 옮기고 2처는 유진 그룹만 담당하기로요.

사실 유진 그룹의 위상을 생각하면 진작 했어야 될 일이죠.

남 실장님도 동의하시죠?”


대통령도 웃으면서 남강민을 쳐다봤다.


“유진 그룹의 위상만 생각하시면 2처가 아니라 1처가 전담 부서가 되야죠. 대통령님.”


남강민이 유진을 대신해서 대통령과 상대해주고 있다.

안심이 되는 한편으로 살짝 기분이 안 좋아지려 한다.


‘좋은 현상이야? 나쁜 현상이야?’


이제 회장 노릇에 많이 익숙해진 듯 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국회와 언론이 있으니 1처는 대외 정보 전담 부서라고 해둬야죠.

아무튼 회장님.”


“네, 대통령님.”


“그래서 그동안 열심히 유진 그룹을 ‘관찰’한 결과가 그 봉투에 담겨 있습니다.

특히 7인 위원회에 대해서는 최고의 정보 요원들이 영혼을 갈아서 사찰... 아니 살핀 겁니다.

회장님께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 기밀 문서가 대통령을 통해 자신에게 들어온다.

그 의미를 모를 유진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비서실장인 남강민이 다 보았다.

저쪽에서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양정호가.


기본적으로 남강민에 대해서는 신뢰하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밖에서 대기중인 채일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선이 어디까지가 될까?


유진이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잠시 그를 내버려두었던 대통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장님.”


“네?”


“남 실장님은 신뢰해도 됩니다.

이 사람은 이제 확실하게 회장님 라인에 선 거죠.

아마, 회장님보다 남 실장님 마음이 더 불안할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 k8******..
    작성일
    23.09.07 12:01
    No. 1

    흥미로워 단숨에 읽었네요.
    오후 짬내서 다시 오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초과몰입러
    작성일
    23.09.07 13:37
    No. 2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00년 전 유적지에서 발견된 인골이 현대 영국인과 유사하다면서요?
    멀지 않은 훗날 한국인의 유전자 풀이 다 바뀌게 되면 그때도 '우리 한국인'일지 궁금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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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깨어난 회장님 (2) +2 23.08.25 605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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