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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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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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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9,038

작성
23.08.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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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 깨어난 회장님 (2)

DUMMY

3


깨어난 회장님 (2)






“그렇게 우리 유진그룹은 세계 최고의 기업 집단으로 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모두 세계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하지은 박사님과 위대한 한회장님의 우정 혹은 그 이상의 ... 이 가져 온 거대한 결실입니다.”


브리핑을 맡은 직원은 ‘우정 혹은’ 여기까지 발음한 다음에 말을 흐리고 유진의 눈치를 살폈다.

분위기를 보니 유진과 하지은 박사 사이가 뭔가 특별한 관계라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특별한 관계는 개뿔.’


6개월간 내내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특이한 환자를 진료하고 연구하는 의학자와 원인도 알 수 없는 통증으로 지옥같은 삶을 살았던 환자의 관계일 뿐.


‘나이도 모르는데.’


유진이야 환자니까 당연히 신상이 자세히 공개되어 있었다.

더욱이 정부 예산으로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를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진료만이 아니라 개인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하 박사는 의료진일 뿐, 유진과의 개인적인 접촉은 거의 없었다.

나이 조차 모른다는 게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그냥 유진 나이 정도 또래도 보였지만 짐작일 뿐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그것보다 의문인 게.


“하 박사님이 회장님의 투자금 10억 달러로 연속적인 히트 상품을 제조하시면서 우리 유진은 갈수록 커나갔고.”


“10억 달러요?”


“네, 기억나시죠?

저희들에게는 역사지만, 회장님에게는 그냥 추억이실 테니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용병 생활을 하면서 제법 돈을 모았지만 병 때문에 대부분 없어졌다.

그런데 10억 원도 아니고 10억 달러?


“이 사실이 많은 전기(傳記) 작가들이 의문을 품은 부분입니다.

회장님의 표면적인 경력으로는 10억 달러를 모으는 게 불가능했으니까요.”


“전기 작가라고요?”


“네, 회장님이랑 박사님의 전기는 백 년 동안 베스트셀러였죠.

어린이용 위인전으로도 많이 나왔습니다.

궁금하시면 몇 권 넣어드릴까요?

외국 작가들이 쓴 것들도 많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남의 위인전도 안읽었는데, 자신의 위인전이라니.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사실 상당수의 전기가 좀 뭐랄까, 상업적인 목적이다보니 자극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어린이용은 상당히 순화되어 있는데, 성인용은 좀 그렇습니다.”


대충 무슨 소린지 알겠다.


“하지만 영화는 볼만한 게 몇 편 있습니다.

회장님의 소생을 예고된 후부터 방송국에서 하 박사님과 회장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 한번 보여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영화까지...


유진은 세차게 고개를 휘저었다.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

하루 아침에 유명해졌다더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저희들도 회장님이 어떻게 투자금을 마련했는지 궁금합니다.

괜찮으시면 저희들에게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채일우라 했던가?

이틀 내내 유진에게 백 년 간의 역사에 대해 알려주던 젊은 직원이다.

그는 마치 왕 옆에 있는 조선 시대 사관처럼 호기심을 그 큰 눈에 드러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내가 제일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궁금증을 채울 때가 아닌 듯 했다.


“영화, 전기.

전부 아직은 보고 싶지 않네요.”


이때 옆에서 가만 있던 중년 남자가 끼어들었다.


“회장님.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남강민.

회장 비서실장이다.

요 며칠 사이에 나름 친해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사실 그가 깨어나고 나흘이 지났지만 만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처음 48시간은 의료팀이 유진을 전담해서 돌봤고, 이후에는 교육팀이 투입되어 유진에게 지난 백 년 동안 있었던 일을 가르치고 있다.

의료팀의 리더가 닥터 에이프릴인 것처럼, 교육팀의 리더가 남강민이었다.

게다가 유진의 비서실장이었다.

지금 그의 앞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젊은 직원을 포함해서 ‘교육팀’이라 명칭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앞으로 유진의 손발이 될 비서 조직이었다.


유진 입장에서 남강민은 에이프릴 박사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서양 미녀인 박사와 달리 남강민은 흔한 한국인의 모습이었다.

백 년 전 아저씨라고 불리던,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

그런데 얘기를 해보니 역시 남강민도 순수한 한국 혈통은 아니었다.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시아인이 섞인 복잡한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


“백 년 만에 깨어나셔서 아직 모든 게 어색한 것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남강민은 유진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 사람은 나이가 몇 살일까?

겉보기에는 유진 보다 열 살쯤 많아 보이기는 하는데...

그러고보니 지금 이 세상에는 유진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벌써 백 서른 여섯 살이구나.


“하지만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회장님께서 누워계시는 백 년 사이에 전 세계에는 전설이 생겼습니다.

그 주인공이 하 박사님과 회장님이시죠.

하 박사님이 세상을 떠나신 이후 이제 회장님만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회장님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신 분입니다.

그걸 인정하셔야 돼요.”


유진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다.

돈도 많다 하고 유명하다고 하는 데 싫을 사람은 없겠지.

게다가 지금은 아프지도 않다.

그 지긋지긋한 통증이 없다는 것 만으로도 백 년 뒤의 세계는 유진에게 천국이었다.


“인류 역사상 유명한 기업인은 많았습니다.

부자도 많았고요.

하지만 하 박사님 같은 분은 결단코 없었습니다.

날마다 쏟아내는 혁신적인 발명품은 인류의 생활 수준을 높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회장님이 동면에 들어가신 이후에 세계 각처에 나타난 괴변(怪變)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예언자였죠.

그런 하 박사님의 영도 덕에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에 우뚝서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바로 그런 위대한 하 박사님의 파트너이며, 지금은 살아 있는 전설입니다.”


남강민은 굳은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다.

그저께 처음 얼굴을 본 이후 제일 말을 길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 그룹의 지도부들을 만나시게 될 겁니다.

다들 자기 분야에서는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지만 회장님에게는 부하 직원일 뿐입니다.

또한 한국과 세계의 지도자들을 발 아래에 두시게 될 겁니다.

그게 회장님이 현재 처하신 현실입니다.

부디 그 무게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비서실장의 열변이었다.


‘하지만 10억 달러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데.’


비서실장도 모르는 눈치다.

그건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10억 달러가 아니라 천 만원도 없었던 게 마지막 순간의 유진이었는데, 그런 이야기 해봤자 그의 위신만 깎일 뿐이다.

하지은이 그렇게 세워주려고 했던 유진의 위신.


‘위신이 아니라 이건 숫제 우상화 수준이잖아.’


정도가 지나친 것 같지만.

그래도 참는다.


‘참자.

그게 내게 더 유리하니까.’


10억 달러 이야기는 일단 묻어두기로 했다.

다른 것도 궁금한 게 너무 많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하 박사는.

그러니까 나한테 투자를 받은 이후에 하 박사는 여러 개의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했죠?

제일 먼저 나온 게 뭐였습니까?”


채일우는 유진의 질문에 반색했다.


“두 가지 상품을 거의 동시에 내놓으셨습니다.”


“두 가지나요?”


개인적인 욕심이 거의 없던 하지은의 성향을 생각하면 암처럼 불치병 치료제나 굶주리는 제3세계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식량 자원 같은 게 아닐까?


“네, 하나는 이전 상품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또 하나는 강력한 발모제였습니다.

두 상품이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다른 것은 부작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각국은 인구도 적지 않게 늘어났고, 사람들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올라갔죠.”


그랬구나.

나름 그것도 하지은답네.



***



의료팀이 48시간을 전담했고, 이후에는 교육팀이 합류했다.

이제 동면에서 깨어난 지도 120시간.

다음은 운영진과 마주칠 때였다.


접견실을 꽉 채울만한 덩치의 남자가 유진을 찾아왔다.


“항상 회장님의 용안과 존함을 우러러 왔습니다.

뵙게 돼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7인 위원회 위원장 찰스 스미스입니다.”


찰스 스미스는 유진 앞에서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경영인이 아니라 보디가드라 해도 믿을만한 강인한 인상을 가진 백인 남자로 회색 머리카락과 파란 눈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창한 한국어와 함께.


“고맙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유진도 7인 위원회의 위원장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7인 위원회.

유진 그룹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지배하고 있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라고 했다.

하지은 박사 사후에 유진 그룹을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집단 지도부였다.


7인 위원회라는 이름처럼 7명의 구성원은 각자 자신의 영역이 있었다.


1.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부

2. 남북 아메리카와 남극 지역 본부

3. 유럽과 아프리카, 북극해 지역 본부

4. 재정과 회계 본부

5. 과학 기술과 개발 본부

6. 게이트와 이세계(異世界) 조사와 연구 본부

7. 비공개 본부


‘비공개 본부는 또 뭐야?’


누군지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고, 공식적 회의에는 항상 불참하는 비공개 본부장 외에 6인의 본부장이 수시로 모여서 유진 그룹의 주요 사항을 결정했다.

각 본부장이 7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맡는다.


“대부분 하지은 박사님이 살아 생전에 결정하신 사항이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본부장을 맡고 있다는 찰스 스미스는 현재 위원장을 맡아 7인 위원회를 대표한다고 했다.


‘얼굴은 아메리카나 유럽 본부를 맡으면 어울릴 것 같은데.’


“저는 토종 한국인입니다.

회장님.”


유진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 찰스는 유창한 서울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백 년 사이에 한국에는 정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직은 낯서실 겁니다.”


낯설긴 하다.

백인도, 흑인도, 동남아시아 사람의 얼굴을 한 이들이 모두 토종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백 년 뒤의 세상이.


“조만간 7인 위원회를 소집해서 회장님께 인사드리고 각자 맡은 사항에 대해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현재 연락이 안되는 6 본부장 외에는 금방 모일 겁니다.”


6 본부장?

아, 게이트와 이세계(異世界)를 맡은 사람이었지.


“알겠습니다.”


그래, 일단 임원들을 만나야겠다.

그러면 이 그룹에서 유진이 진짜로 갖고 있는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원(情報原)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일정을 조율해서 회장님께 곧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


“네.”


“일단 대통령을 만나주셔야겠습니다.

지금 김대통령이 계속 면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4년 짜리 권력이지만 어쨌든 한국의 대통령이니까요.

한번 만나보셔야 될 거 같습니다.”


대통령.

대한민국은 백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익숙한 대통령제 국가였다.

다만 대통령의 임기가 4년이고, 1차에 한해서 중임이 가능하도록 바뀐 것이 유진의 시대와 달랐다.


“대통령이요?

뭔가 논의해야 할 일이 있나요?”


찰스 스미스는 미소를 지었다.


“일이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유진 그룹의 회장님을 알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것도 창업 회장이자 현임 회장이신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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