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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은퇴 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만찬가
작품등록일 :
2023.01.25 09:01
최근연재일 :
2023.03.10 09:08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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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1
추천수 :
8
글자수 :
279,336

작성
23.0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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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4. 흑막 사냥을 나선다 (3)

DUMMY

"어려 보이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제법이구나 꼬마야?"


메이드가 이죽이면서 내 신경을 살살 긁는다.


꼬마라니. 어제 오늘 몇 번이나 이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지?


아니, 지금은 꼬마라는 말에 신경 돋울 게 아니었던가.


내가 입고 있던 옷에 상처를 낸 그녀의 솜씨에 대해 한 번 놀라는 게 순번에 맞을 것이다.


기습하는 타이밍, 기교가 보통이 아니다.


메이드가 이 정도로 강하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내부에 심은 심복이나 용병 쯤 된다는 게 더 설득력 있다.


고작 남작가인데 벌써부터 내게 칼이 닿을 정도의 실력자가 배치되어 있다면 오늘 안에 일 처리 끝내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용사님. 도와드릴까요?"


아리아가 내게 도움에 대해 묻는다.


이건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예의차 물어본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 손에 칼을 쥐고 있지 않으니까.


반대로 얘기하면 내가 지금 반쯤 장난으로 맞서고 있는 걸 아니까 빨리 끝내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용사? 이 꼬맹이가 용사라고? 거짓말도 정도껏 하지. 내가 알고 있는 용사는 조금 더 젠틀하고 멋있는 남자인데."


"어머. 용사님을 뵌 적이 있으신가봐요? 말하는 투를 보면."


"그럼. 용사는 우리 여명 묵시록의 계획에 가장 방해가 되는 존재니까. 저기 대가리가 터져 있는 놈처럼."


그래도 자기 주인이었는데 취급이 너무하네.


"주제도 모르고 여자 가슴이나 훑어보면서 이상한 말만 나불나불거리길래 위쪽에서 혹시나 몰라서 나를 보낸 건데, 만약 그 쪽이 예상이면 생각보다 거물이 걸려든 셈이네."


역시 그냥 메이드가 아니라 여명의 심복이었다.


그러면 이 녀석들은 오래전부터 나를 스토킹해왔다는 건가?


그 동안 내 뒤를 뒤쫓은 사람들이 누가 있고 수상한 사람들이 누가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제자가 되고 싶다거나 의뢰를 맡기고 싶다고 했던 사람들.


그리고 몸에 좋으니까 이거 하나 먹으라면서 포션이나 약재를 줬던 사람들.


근데 그게 독이었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


이제 보니까 나를 쫓아오던 사람들 중에서 정상인 비중이 엄청 적은 거 아니야?


잠깐.


만약 메이드가 여명의 심복이라는 전제를 깔면 바보 같은 남작이 여명에 대한 정보를 따로 기재해두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간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 남작은 여명에서도 그리 신뢰를 받지 못하던 사람이라는 뜻이니까.


"네가 증거들을 치웠구나?"


"꼬마가 꽤 똑똑하네. 쓰담쓰담해줄까?"


오케이. 끝까지 나를 꼬마라고 한다 이거지.


조금 칠 줄 아는 녀석 같아서 적당히 배려해주면서 싸우다가 끝내주려고 했는데 그냥 끝내야지.


너한테는 칼 쓰는 것도 아깝다.


나는 접대용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찻잔의 차를 한 번에 들이켰다.


차 아래에 뭉친 작은 입자 때문에 목이 칼칼해질 만도 한데 좋은 찻잎을 쓴 차는 그런 느낌도 없이 아주 목 안쪽으로 술술 빨려들어간다.


내가 갑자기 차를 마시자 이런 내 행동이 그녀는 퍽 의문스러운 모양이었다.


"지금 뭐하는 거니? 왜 갑자기 차를······."



"호잇!"



나는 그녀가 말을 하는 틈에 찻잔 받침대를 부메랑 던지듯이 스냅만으로 던졌다.



수평으로 빠르게 회전하면서 순식간에 그녀의 눈앞까지 날아간 받침대였으나 그녀는 옆으로 고개를 비트는 것만으로 피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춘다. 내가 꼬마라고 해도 어느 정도 인정을 해주기는 하나봐.


하지만 나는 곧바로 공격할 생각은 없다.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서 무기를 만드는 중이었으니까.


무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찻잔 본체와 둥그런 손잡이를 각각 다른 손으로 잡고.


뾱-


하고 떼면 본체와 똑 떨어진 U자의 둥그런 손잡이 완성!


차를 다 마시고 난 찻잔 손잡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빙빙 돌리고는 했는데 손가락 바깥으로 빠져나가려는 찰나에 다시 반대 방향으로 틀면 이게 은근히 정신 놓고 시간 뻐기기 좋은 놀잇거리가 된단 말이야.


"손잡이? 그걸로 뭘 하려고?"


"이게 내 무기야."


"뭐?"


그게 뭔 쌉소리냐는 듯이 얼척 없는 표정으로 나와 손잡이를 바라보는데, 그녀는 마냥 놀리는 줄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


아닌데 진짠데.


솔직히 말하면, 반은 장난 맞다.


"어디서 말장난을!"


그녀가 곧바로 가터벨트 안쪽에 손을 집어 넣어 단도 두 개를 꺼냈다. 그걸 곧바로 내게 던지고 고개를 낮춰 닌자 마냥 짧은 보폭으로 빠르게 접근해온다.


어느 새 그녀는 허리춤에 끼우고 있던 코르셋 띠를 풀어 나를 향해 휘두른다.


그냥 가죽 소재도 아니고 날카롭게 휘어감는 연검과도 같은 띠였다. 아니, 이건 그냥 칼이라고 봐도 무방한 거 아닌가?


아무튼 그런 걸 내 얼굴을 반으로 가를 기세로 날아재낀다.


내가 휙휙 단도 두 개를 피했을 때에는 이미 그녀의 칼이 내 턱을 꽂을 기세로 아래에서 곧추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뭐 별 거 있나.


이 공격을 막는데에는 내 검지 하나와 찻잔 손잡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단 말씀이야.


내 검지 안에서 회전하는 찻잔 손잡이가 날카로운 곡선으로 휘어지는 칼날과 맞닿았다.


고작해야 고급 도자기로 빚어진 손잡이. 단순히 악력을 조금만 줘도 똑 하고 부러지는 구운 흙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끄럽게 빚어진 안쪽 부분 단면이 휘어지는 칼날을 매끄럽게 깎더니 그대로 공격을 흘려내버렸다.


"뭣?!"


이미 나를 벨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표정의 메이드였지만 예상치 못한 흘리기에 크게 당황하는 표정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당황한 것과는 정반대로 빠르게 몸을 틀어 내게 발차기를 시전한다. 오랜 기간 전장에서 숙련된 자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패착이 어디에서 갈렸냐면 내 키가 다소 작았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다 큰 어른들만 상대해왔기에 다소 키가 작은 나를 상대로 당황하는 와중에 정확히 타점을 맞추기란 여간 쉬운 게 아니었을 테니까.


덕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복부가 내 시야에 들어왔고.


나는 그녀의 복부를 향해 손바닥으로 발경을 날리면 그만이었다.


내 손바닥이 그녀의 복부를 깊숙하게 파고들어 내장을 터뜨린다.


"커헉?!"


공중에 붕 떠서 입 밖으로 거친 숨을 토하는 메이드.


그대로 충격을 받아 뒤로 날아가 서너 번을 구른다.


꿈틀꿈틀 경련을 한다.


내장을 제대로 당했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하반신에 피가 고이는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릴 거다.


"억, 윽, 저, 정말로··· 네가 용사···?"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



꼭 처맞아야 알아먹어요.



"큭···큭큭···크히히히! 크하하하!"



"얼레? 얘 왜 이래?"


갑자기 미친 듯이 웃어재낀다. 고통이 과한 나머지 실성했나?


"이거 아주 거물이 걸려들었잖아!"


"그래. 사인이라도 해줄까?"


"아르토리아 아카데미 쪽의 지부장과 연락이 닿지 않은 건 네가 벌인 짓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우리들의 계획에 이미 알고 있을 테고."



이 녀석 봐라.


공장이 박살난 건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분명히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은 것 같았는데.


남작은 이 사실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고 공장 건에 대해서 알고 있던 그녀조차 소행이 나인 줄은 몰랐던 걸 생각하면.


지부 어딘가가 위험에 처하면 자동으로 경고 시그널을 보내는 어떤 마법이 걸려 있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하지만 안 됐구나! 네가 마왕을 해치우기 전에 우리들의 계획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이제 막으려고 해도 못 막을 걸. 왜냐하면 이제 곧 대륙 전체에 피바람이 불 테니까! 꺄하하하!"


표정을 보면 핏기가 가셔서 창백해진 와중에도 눈에 확신이 깃든다.


그냥 허세가 아니라 근거가 있는 말이라는 설득력이 들게 만든다.


"웃기네. 아직 정제도 안 된 엘릭서로 너네가 뭘 어쩔 수 있는데?"


말을 하면서 목 안쪽에서 뭔가가 목구멍을 긁는 것처럼 느낌이 이상했다.


내가 지금까지 뭔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녀의 입꼬리가 움직이기 전까지 내 머릿속에서 단서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엘릭서. 마족의 피를 정제해서 사람을 마족화하여 임무를 수행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재로 만들어버리는 독약.


마족의 피를 극소량으로 섞어 제조하면 수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약으로도 변질할 수 있다.


마족의 피. 섭취하면 광폭화 하여 마족화 시켜버리는 치명적인 액체.


여명 묵시록이 엘릭서를 제조하는 목적은 뭘까.


군사적, 상업적 목적은 내가 추측한 것일 뿐이고 녀석들이 이걸 써서 정말로 이루고자 하는 게 정확히 뭘까.


짧은 시간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친 끝에.


하나.


"아."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애초에 엘릭서를 만들 필요도 없구나?"


나는 왜 지금까지 왜 엘릭서라는 것에만 정신이 팔렸던 걸까?


"크흐흐흑. 쿨럭, 그래도 아예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 아니구나?"


메이드는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내 가정에 확신을 실어준다.


묵시록.


신이 오만에 빠진 인간을 벌하고 세상을 초기화시키는 일화에는 항상 묵시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지.


어떻게 인간이 멸망하는지 가짓수는 셀 수 없이 많다.


"결국 너희들의 목적은 사람들을 조지는 게 목적이잖아. 안 그래?"


조직 이름에 묵시록을 굳이 붙인 건 자기들이 묵시록의 역할을 대신하겠다고 광고하는 꼴 아닌가.


엘릭서는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 제조하는 것일 뿐, 단순히 마족의 피만으로도 사람을 마족으로 만들 수 있다.


순서를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엘릭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마족의 피가 필요하다는 거고.


엘릭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건 대량의 마족의 피를 수급할 수급처가 이미 마련이 되었거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은가.


"그래. 평화에 물들어 오만하고 탐욕에 찌든 사람들을 우리들의 손으로 구제하는 거지."


아까부터 갑자기 컨셉이 바뀐 것 같은데.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중2병 대사처럼 오그라드는 건 나만 그런가?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너희들의 발상 자체가 오만에 찌든 거 아냐? 내로남불이라는 말 아냐?"


"하하하하! 네가 어떤 말을 지껄이든 상관없다. 예언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지. 그것도 바로 오늘!"


"오늘?"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빠른데?


정확히 오늘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지는 거지?


"궁금해? 그러면 계속 궁금해하면서 괴로워하도록 해.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한순간에 정화되는 사람들을 보며 절망에 빠지는 거야."


심문을 해서 정보를 얻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충성심이 높은 사람은 정보를 캐내려는 즉시 혀를 깨물고 죽어버릴 거다.


잘 훈련된 개를 자타공인 심복이라고 하는 거니까.


아, 겁나 답답하네. 분명히 이 녀석은 어지간한 녀석들보다 알고 있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든 정보를 끌어낼 방법이 없을까?


"꼴이 좋구나, 용사! 인류를 구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주제에 인류가 멸망하는 꼴을 방관하게 생기다니! 네 그 오만한 태도 때문에 정화되는 인류를 보면서 평생 후회에 잠기도록······!"



콰직.



여명의 심복은 말을 채 잇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아까부터 계속 듣다듣다 봐주니까 뚫린 입이라고."



심복이 입을 벌리는 사이에 옆으로 다가와 있던 아리아가 구두굽으로 미간 한가운데를 있는 힘껏 짓밟았기 때문에.


그녀가 발을 들어올리자 굽 사이에 피가 묻어나왔지만 아리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 발을 옮겼다.


그러고는 나를 바라본다.


행여나 그녀의 말 때문에 내 신경이 거슬렸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은 모양인데.


걱정 마라. 지금까지 나한테 행운의 편지와 저주의 허수아비를 보낸 안티팬들이 몇 명인데 고작 이깟 말 하나도 눈알 하나 꿈쩍 할 내가 아니다.


그보다는 머릿속에 생각이 복잡할 정도로 많이 떠오른다.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많이 촉박한 모양이라.


"알르몬드 백작을 수배할까요? 저희 교인분들의 정보력이라면 몇 십 분이면 될 것 같은데."


몇 십 분이라.


"아니. 어차피 찾아가도 별 소득은 없을 거야."


백작이 낮은 지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은 지위도 아니다.


방금 세 번 겪은 것처럼 경비병들 잡고 파피루스만 뒤적이는 레퍼토리만 반복할 게 뻔하다.


그들에게 투자하는 몇 십 분이 대륙이 마족의 피로 점철되는 몇 십 분이 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녀석들의 뜻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걸요."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있지.


아까부터 메이드가 내게 내뱉은 말이 머리에 멤돈다.


"오늘 실현 된다라, 오늘. 오늘."


그녀가 왜 날짜를 특정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녀가 어떻게 오늘 계획이 실현된다고 단정 지을 수 있었을까라고 가정해야 정확하다.


왜냐하면 여명 묵시록이 오늘 어떠한 계획을 실행할 거라는 걸 알 테니까.


그것도 대륙 전체를 집어 삼킬 규모로.


그런데 그런 것치고 정작 아카데미 주변 왕국들은 조용했단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렇다면 대륙 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어디 한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고 봐도 되려나?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인구가 몰려 있는 곳이라.


엇.


갑자기 머리에서 뇌리가 삥 하고 스쳐 지나간다.


"알칸타라 제국."


있다면 거기밖에 없다.


대륙에서 가장 땅덩어리가 넓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수도에 몰리는 곳이 알칸타라 제국이니까.


"알칸타라 제국. 확실히 그 곳에서라면 마족의 피를 대량으로 퍼뜨릴 수 있겠어요. 그 정도로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은 아니지만."


알칸타라 제국은 제국이라는 명망처럼 군사력이 손에 꼽는다. 수많은 병사들이 도시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치안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그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얘기지.


"알칸타라 제국 자체가 놈들의 손에 뻗어 있다면?"


"그렇다면··· 알칸타라 제국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실험대가 되는 거겠죠."



"딱 들어도 악당들이 좋아하는 대사인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은 얘기네요."


아리아도 납득은 가는 모양이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용사님과 저만으로 가능할까요? 상대가 대륙이라면 동료분들을 불러모아야 하는 게······."



그래. 솔직히 갑자기 스케일이 미친 듯이 불어난 느낌이 없지는 않다.



나는 지금 제국에 가서 악을 처단하러 가는 건데.


그 악이 제국의 주요 인사일 경우가 농후하니까.


까놓고 말해서 제국에게 싸움을 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제국이니만큼 감당 안 되는 강자들도 수두룩 빽빽하게 포진되어 있을 텐데 나도 그게 제일 걱정이다.


확실히 그 녀석들이라면 실력은 둘째 치고 깽판치는 거 하나는 확실하게 도움이 되긴 할 텐데.


이미 내가 깽판 치고 있는 걸 알고 있을 테니까 대비까지 하고 있을 거 아냐.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우리 둘이서 해야 돼."


다시 불러모으기에는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 언제 다시 아카데미까지 갔다가 제국까지 가.


그리고 내 목적은 제국과의 전면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마족의 피 사용을 제거하는 것이다.


"후후. 용사님에게는 다른 분들은 필요 없이 저만 있으면 된다는 거죠?"


"응."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임무를 클리어하는데 있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녀의 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게 제일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즉답이 나왔다.


그런데.


"너 왜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냐?"


"아, 안 빨간데요? 옷이 너무 덥나? 후우."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 것 같으면서도 입꼬리에 경련이 일고 얼굴이 확실히 빨갛다.


왜 저러냐 갑자기.


"아무튼!"


내 궁금증을 아무튼과 박수 짝 한 번으로 퉁 쳐버리는 마리아였다.


"그러면 다시 한 번 세상을 구하러 가볼까요? 알칸타라 제국으로."


"그래."


나는 아카시를 잡아 들었다.


빨리 이 의뢰를 끝내고 어디 방에 틀어박혀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빨아재끼고 싶은 기분이다.


그 정도의 유예 정도는 아카데미도 이해하겠지.


세상을 구한 게 어제 새벽쯤이었나, 이제 아카데미에 들어간지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또 다른 흑막이랑 씨름을 하고 있다니.


시발 거 기껏 세상 구해놨더니 이제는 사람들 스스로가 멸망하려고 발악질을 해대냐.


아이고 처량한 내 신세야.


나는 다시 한 번 아리아를 품에 끌어 안고 하늘 위로 날아 올랐다.


목적지는 알칸타라 제국.


여명 묵시록. 너네는 내가 끝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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