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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74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27 08:58
조회
1,045
추천
7
글자
19쪽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허허허! 나 같은 신선 졸병이 어디 천신을 배알할 영광을 얻을 수 있겠는가? 단지 여기서 여러 사람들에게 귀동냥한 것에 따르면, 천신의 모습은 누구도 볼 수가 없다네.

엄청난 광채(光彩)에 휩싸여 있어서 그냥 바라보려고 하다가는 눈이 다 멀어 버린다고 하더군.

그리고 천신은 누구를 만나거나 어떤 일을 지시하는 일이 결코 없다네.

모든 일은 법칙에 의해 움직일 뿐일세. 거기서 벗어나는 세세한 것들은 모두 천신의 뜻을 받드는 신장이나 천장들이 알아서 한다고 하더군.”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태을 신선. 얼굴에는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마디를 내뱉았다.


“흠, 그래서 모두들 천신께는 자비가 없다고 돌려서 말하는 거군요.”


“그렇지. 모든 것이 법칙에 따라서 움직이고, 조금 애매한 것은 신장이나 천장의 판단으로 결정되니···, 자비가 있다면 그들이 아니겠는가?

아니지. 그들도 천신의 한 부분일 뿐이니 어찌 보면 그들을 통해서 자비가 베풀어질 수도 있겠군. 허허허! 몸통이나 사지나 한몸인가? 어렵군 어려워.”


“허기사 이 거대한 팔계를 관장(管掌)하시는 데에 허투루 되겠습니까?”


“어찌 보면 이 팔계(八界) 자체가 그분과 한몸이니, 구태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봉사가 코끼리를 만지고 나는 이렇네 너는 저렇네 하는 것처럼 엉터리로 떠드는 것이지.

모든 인과(因果)가 음양오행과 연결되어 영혼의 빛에 영향을 미치니, 천신께서는 영혼(靈魂)의 빛만 보면 모든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단 말이지.

그 빛은 아무리 남모르게 어떤 일을 저질러도 스스로 반응하는 것이니 속일 수가 없지. 잔머리를 굴려서 약은 꾀를 쓰는 자들이, 스스로 자기 꾀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일이거든.”


“그럼 여기 선계에 온 신선들은 모두 우리 천인족처럼 천신(天神)으로 칭하던가요? 종족마다 부르는 칭호나 천신의 형태가 다 다를 텐데······.”


그러자 돈문 신선이 말도 말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이고~ 말도 말게. 칭호도 형태도 모두 달라서 수백 가지라네. 그래도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면 정상(頂上)에 오르는 길은 달라도 가르침은 비슷하지 않겠는가? 호칭도 그렇고.

그런데도 우리 천인족(天人族)의 천신부터 시작해서 천제, 천황제, 하늘님, 하나님, 부처님, 알라, 옥황상제 등등 그 수가 셀 수도 없이 많다네.

그러니 신선(神仙)도 배출하지 못하고 산 정상이 아니라 산 아래나 등성이만 맴도는 온갖 종파(宗派)까지 다 따진다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

그러니 어떤 종파와 누구를 믿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떠한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영혼을 가꾸느냐 바로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나?

모두 자기네 종파가 옳다고 주장을 하니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겠나.”


“그렇지요. 이미 신께서는 인간과 같은 고등(高等) 생명체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영성(靈性)을 주셨으니······.

마음속으로는 이미 자기가 행하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 다 알면서 행하는 거지요. 미숙한 철부지 어린애들을 빼고는 말입니다.”


“에구, 우리가 신선이 되어서도 생계(生界)에서처럼 이런 고리타분한 얘기나 나눠야 하겠는가?

어찌 되었든 이제 자네와 내가 신선이 되었으니, 5천 년 전에 먼저 비승하신 우리 종족의 천령 신선도 찾아뵙고 그분의 가르침도 받도록 하세.”


“예, 그리하시지요.”


그때 떼 지어 놀면서 수없이 널린 영초들을 쪼아 먹던 학 몇 마리가, 아름다운 꽃을 몇 개 따서 입에 물었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오더니 그것을 돈문 신선에게 공손히 건넨다.


마치 시녀가 주인에게 바치듯이······.


돈문 신선이 활짝 웃으면서 받아 주니, 붉은 벼슬이 자라서 마치 왕처럼 보이는 학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기쁘다는 듯이 날개를 펴고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을 본 태을 신선은 이곳이 정말 선계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평화스러움과 안락함. 그러니 모두 선계를 동경하는 것 아니겠는가?


돈문 신선은 기뻐서 춤추는 학들에게 마치 사람한테 하듯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꼭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아이고, 애들아 고맙다. 이걸 말리면 정말 향그러운 영차가 되겠구나. 너희들만 먹기 미안해서 가져온 것이더냐? 잘했다. 어서 가서 즐겁게 놀아라.”


그러면서 학들의 머리를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쓰다듬어 주자 좋아서 팔짝거리며 우르르 뛰어간다.


태을 신선은 항상 이렇게 평화스러웠으면 하면서도, 여기에도 사고파는 시장 같은 곳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시기를 여기도 필요한 것을 사고팔거나 교환(交換)하는 곳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서로 교환하는 것은 알겠는데, 사고파는 것은 화폐(貨幣)의 역할을 하는 무언가 있다는 것입니까? 그건 또 어디서 어떻게 구하지요?”


“자네는 지금 술을 얼른 사 먹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정말로 못 말려요.

선계에서 화폐 역할을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네. 바로 영과(靈果)하고 마령단(魔靈丹), 요령단(妖靈丹)이야. 물론 영석도 있지만 귀하지. 그 중에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바로 영과라네. 때로는 귀한 영초(靈草)나 다른 것을 쓰기도 하지만 말이야.

쉽게 말하면 물물 교환이라고 보면 되네. 객관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은 화폐처럼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 법기를 만드는 재료도 되고.”


“그것들이 무언지 설명도 좀 해 주셔야 구할 것 아닙니까?”


“이 사람이 참 성질도 급하군. 선계에 온 첫날부터 돈을 구해서 술이나 사 먹을 생각을 하다니 쯧쯧! 뭐 정 그렇게 궁금하다니 어쩔 수 없지.

큰 거 세 가지만 우선 설명해 주겠네. 영과는 이곳 선계에서 영기를 먹고 자라는 귀한 나무의 열매라네.

생긴 것은 살구만 한데 천년은 지나야 겨우 가치가 생기지. 우리가 살았던 지구의 천령수 열매와 비슷해.

그 열매가 1천 년이 지나면 영기(靈氣)가 결집되어 과육이 딱딱해지면서 색이 변하는데 흰색을 띤다네.

그냥 씹어 먹어도 1년을 수행하는 정도의 법력을 채울 수 있지. 작은 열매 하나로 1년 동안 수행하는 정도의 법력을 늘리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거든.

그런데 그 영과가 5천 년이 지나면 붉게 변하는데, 이것은 10년을 수행한 법력(法力)과 맞먹는다네. 1만 년쯤 지나면 완전히 황금빛으로 바뀌고······.

그런데 이 금색의 영과는 100년을 수행한 법력과 맞먹기 때문에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말할 수 있네. 부르는 게 값이라는 거지.

10만 년쯤 지나면 점점 반투명한 청색을 띤다고 하는데, 선계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것을 본 사람도 거의 없고 말일세.”


돈문 신선의 긴 설명을 듣고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을 하는 태을 신선.


“그럼 어서 그 반투명한 청색의 영과를 찾아야겠군요. 그럼 마령단과 요령단은 어떻게 구하는 것인지요?”


“그건 자네도 짐작을 할 걸세. 우리가 생계에 있을 때 마수나 요수를 잡으면 마정단(魔晶丹)이나 요정단(妖晶丹)을 얻지 않았던가? 그와 같네.

여기 마계나 요계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귀물들을 잡으면, 단전 부위에 마령단과 요령단을 품고 있다네.

그 귀물들을 죽이고 챙기는 것이지.

어떤 신선들은 이것들을 챙기려고 일부러 마계나 요계의 토벌을 자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까, 자네도 급하면 여기부터 먼저 가야겠군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이놈의 세상살이 어디를 가나 이 돈이 안 따라다니는 곳이 한 군데도 없군요. 그런 줄 알았으면 선인 시절에 마계나 요계 수행을 갔을 때 좀 챙겨 둘걸 그랬습니다.

세상에 신선이 되어서도 돈이 필요할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에이, 이놈의 엿 같은 세상!”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지 태을 신선이 손으로 다탁을 치며 발을 구른다.


“허허허! 욕심을 부리니 돈이 필요한 것이지! 수행만 하고 살면 돈 한 푼 없이도 살 수가 있다네. 그러니 아우도 그 술 욕심부터 버리게.”


“아니, 어떻게 술을 버려요? 인생에서 술을 빼고 나면 재미있는 게 어디 있어야 말이지요. 우리가 목석(木石)이 아닌 담에야 뭔가 마음을 붙일 곳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이 사람아! 생계에 있을 때나 인생 찾지 선계에서 무슨 인생 타령인가? 신선생이나 열심히 찾게. 쥬맥이 없었으면 자넨 신선도 못 될 뻔했구먼.”


“아이구, 사돈 남 말하십니다. 형님, 그건 그렇구요. 쥬맥이 빨리 와야 재미가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소우주에 놀러 가서 술이랑 맛있는 것도 얻어먹고···, 예쁜 아가씨도 만나고···. 또 싸움은 오죽 잘합니까?

온갖 영물과 영단은 모두 쓸어 올 텐데······. 아이~ 언제까지 기다리누.”


“마음이 그리 급하면 계면에서 쥬맥과 결의형제(結義兄弟)를 맺었다는, 그 기맥인가 기린인가 하는 친구나 찾아가 보시게. 술도 얻어먹었다면서······.”


“아! 그 방법이 있었군요. 찾아가서 ‘내가 쥬맥이 할애비니 술과 요리를 걸게 한 상 차려 오너라!’ 하고 호통을 한번 치러 가시죠. 재밌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 나이가 몇이래?”


“5억 살이 좀 넘었다고 하던데요.”


“그러면 자네는 지금 몇 살인가? 내가 252살이니 지금쯤······.”


“아, 저도 232살이나 먹었죠. 형님은 이 아우의 나이도 잊으셨습니까?”


왜 묻는지는 따져 보지도 않고, 자신의 나이를 기억해 주지 않은 것만 섭섭하게 여기니, 돈문 신선이 멀뚱히 보다가 결국 퉁을 준다.


“그래서? 그 쥬맥 형님한테 가서 우리가 네 할애비뻘이니 대접 좀 해라? 5억 살이나 먹은 사람한테 가서? 에끼, 이 사람아! 정신 좀 차리게.

쥬맥 형님한테 가서 나이를 따지다가 우리가 그 사람의 손자가 되면 어쩌려고 그래? 족보가 막 뒤엉키겠네그려.”

그래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태을 신선.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진다.


“아 참! 그 기맥인가 하는 사람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대요. 쥬맥의 형이면 우리에게는 당연히 손주뻘이지요. 촌수를 왜 나이로 따집니까?”


“아니 자네는 5억 살이 넘은 손주를 보고 싶은가? 그렇게 늙은 괴물을?”


“술만 준다면 나이가 문제입니까? 한잔 술에 인생이 담겨 있지요.”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살살 고개를 흔드는 돈문 신선. 그러다가 궁금하다는 듯이 생계에서의 일을 물었다.


“그런데 자네는 선인 시절에 돈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술을 마셨어? 전부 외상술을 먹은 것은 아니지?”


그러자 태을 신선이 정색을 하고 바라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반박을 한다.


“에이, 그때의 저를 무슨 거지 선인으로 아십니까? 천인족의 역사에 빛나는 저 찬란한 유산인 환시성(桓市城)을, 제가 쥬맥 그놈을 데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완공했다 이거 아닙니까?

그 오랜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손자만 빼구요. 힘들 때마다 그 녀석이 위로를 한답시고 술을 한 잔씩 대접하니, 그 덕에 힘들지만 겨우 버티어 냈지요.

그러고 보니 원인도 다 그 녀석이네. 어허 참. 술값은 다 손주 녀석이 냈지요. 절대로 외상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자네가 참 고생이 많았네. 나도 쥬맥이 빨리 왔으면 좋겠군. 그래도 우리가 어른이 아닌가?

그 녀석이 왔을 때 쉽게 꿈을 이루도록 필요한 것이 있으면 미리서 좀 챙겨 주고 그래야지. 그리고 자네가 좋아하는 술은 그 다음일세. 무슨 말인지 알았는감?”


“아, 저도 그렇게 할려고 했지요. 괜히 술 얘기가 나와서 그런 것이지요. 심심해서 그저 해 본 소립니다.

내일 거처를 정하고 나면 눈에 불을 켜고 소우주를 만드는 데에 필요하다는 재료를 찾으러 정신없이 돌아다닐 테니까,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저를 찾지 마세요.”


수긍은 하면서도 좀 삐진 듯한 투다.


“허허허! 이 사람이 한소리했다고 또 삐졌군. 내일부터는 남는 게 시간이니 그렇게까지 서두를 것은 없네.

우선 신선으로서 품위부터 갖추세. 아우나 나나 쥬맥이 왔을 때 신선다운 풍모(風貌)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태을 신선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렇지요. 우리는 이제 선인이 아니라 신선(神仙)이지요. 잘 알겠습니다.”


이렇게 선계에 오른 태을 신선의 첫날 밤이 저물어 간다.


* * * * *


천인족은 돈문 선인에 이어 태을 선인까지 신선이 되어 비승하자, 수도계가 전성기를 맞아서 선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태을 선인의 제자였던 천사장(天司長) 천수 선인은, 태을 선인이 남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천사장 산하의 선인들에게 공개하였고······.


천인족 선인으로서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배려하였다.


다만 일반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이종족에게 넘어갈 우려 등 보안상의 문제가 있어서, 관리 체제의 테두리 내에서만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섭취한 여러 영단과 영물, 신수의 내단으로 만든 영액 등에 힘입어 천수 선인도 어느덧 합신기(合神期)의 경지에 이르렀다.


돈씨세가(暾氏世家)에서도 합신기에 이른 선인이 세 명이나 배출되었는데,


이는 쥬맥이 신수 천응(天鷹)을 잡아 주며 받아 온 성수(聖水) 한 병을 돈씨세가에 전했었기 때문이다.


세 명이 그 성수를 마시고 법력이 배로 늘어나며 짧은 시간에 모두 합신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 외에도 태을 선인이 남긴 심득(心得)과 비술(秘術), 신통(神通)이 공개되면서 이를 배운 선인들이 빠른 속도로 경지가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안에는 쥬맥이 힘든 과정을 통하여 얻어 온 내용들도 많이 포함(包含)되었다.


쥬맥은 혹시 후세에 쥬씨세가에서도 선인의 길을 걷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이 모은 자료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정리하여 쥬온에게 전해 주었다. 후세의 선인이 수련에 참고하도록.


그리고 태평성대가 계속 이어지니, 자신의 모든 힘을 선신(仙神)이 되기 위한 목표를 향해 쏟아부었다.


쥬씨세가도 쥬맥이 여기저기 베푼 게 많아서 가만히 있어도 날로 성장하여 크게 신경을 쓸 것이 없었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


어느덧 환시력 114년.


벌써 쥬맥의 나이 120살이 되었다. 그리고 태평성대를 맞은 천인족은 인구가 계속 빠르게 늘어나 4천만 명에 이르렀다.


이 수준이 되니 이제 인구수에서도 전혀 다른 종족에 밀리지 않게 되었다.


환시력 114년으로 해가 바뀌어 3개월이 흐르니, 아열대 지역에 위치한 환시는 벌써 낮에는 더위가 느껴진다.


오늘도 휴일을 맞아서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쥬맥은, 나이를 잊고 검을 힘차게 휘두르는데······.


이제 수련실은 비좁게 느껴져 운공이나 정신 수행 시에 주로 사용했다.


그 안에서 실제로 검을 휘두르고 무공을 시전하는 경우에는, 이제 위력이 너무 커서 그 여파로 수련실이 날아가 버릴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시성 밖의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수련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비록 무신 단계인 입신의 경지에 올랐지만 의형살인(意形殺人)이나 무형검(無形檢) 등은 별 재미가 없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무사는 손에 검을 들고 있을 때 스스로가 무사임을 자각(自覺)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오늘도 이제 연화가 끝난 백호제마검을 들고 영의 상태에서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데······.


혹시 수련 시 영의(靈意)가 빠져나온 육체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전한 위치에 잘 숨겨 두었다.


연화가 끝난 백호제마검은 이제 저공간(貯空間)에 넣을 수도 있고, 영의 상태에서 자신의 기체(氣體) 안에 보관이 가능한 법기(法器)가 되었다.


그리고 기검(氣劍)으로 연화가 되었기 때문에, 꼭 검의 형상이 아니라 필요하면 도나 창 등 무기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영의 상태에서 기검으로 자신이 창안한 무공을 하나씩 펼쳐 보는 쥬맥.


먼저 녹성에서 남정맹과 현마문의 전투를 보고 창안했던 4가지 무공들을 펼쳐 보기로 했다.


“하앗!”


먼저 검을 휘두르며 법력을 가해 쇠사슬 형태의 채찍으로 변형시킨 뒤 구환회풍편법(九環回風鞭法)을 떠올렸다.


비록 자신은 검사라고 생각하지만 검사라고 꼭 검만 다루라는 법은 없다.


여러 무기를 다루어 보면 그 장단점을 알게 되고, 그런 적과 마주쳤을 때 훨씬 대적하기 쉬울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자신이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이해도가 높은 무공(武功)들을 통해서 그 연습을 하고자 하는 것이고.


먼저 구환회풍심법(九環回風心法)을 운공하자 기해혈(氣海穴)에서 무릎의 음곡혈(陰谷穴)을 거쳐 용천혈(湧泉穴)에 이른 진기가, 빠르게 가슴 부위의 신장혈(神藏穴)까지 치솟았는데······.


그 기운이 어깨의 노유혈(臑兪穴)을 타고 손목의 양곡혈(陽谷穴)에 이르자 부드럽게 풀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운을 편법에 맞게 풀어내며 팔의 휘두름에 맞춰서 구환회풍보(九環回風步)를 천천히 밟았다.


때로는 두 발로 땅을 견고하게 밟고, 때로는 좌우 전후로 기운의 풀림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그러면서 하나씩 초식(招式)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회풍무심(回風無心)!’


채찍이 휘돌며 적을 중심으로 돌개바람을 일으키며 휘도는데···, 채찍의 끝이 어디에서 불쑥 치고 들어올지 분간을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소용돌이 가운데는 무심한 듯 아무런 변화가 없었으니······.


그러나 채찍이 사방을 포위한 가운데 치명적인 전신의 18개 대혈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어디를 치고 들어갈지는 적의 허실과 공격자(攻擊者)의 의도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필요에 따라서 보통 18개 대혈 중에 세 곳에서 많게는 여섯 곳까지 동시에 공격이 들어갔다.


‘수류환허(水流幻虛)!’


새로운 초식이 전개되자, 이번에는 장강대하와 같은 기의 강이 생겨난다.


주변 공간으로 은하와 같은 편강(鞭罡)의 흐름이 환상처럼 생겨나고······. 곳곳에 비어 있는 허실이 드러난다.


그러나 잘못 알고 그 허실을 치고 들어가는 순간, 그 허실(虛失)은 이미 허실이 아니다. 아귀가 촉수 모양의 가시로 먹이처럼 꾀어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로 유혹!


허허실실(虛虛實實) 속에 날카로운 반격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번개처럼 치고 들어오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파탄이 드러난다.


‘아차!’ 하는 순간이면 이미 늦었다. 허실은 어느새 사라지고 강력한 공격이 번개처럼 치고 들어오나니······.


감히 방어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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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3화. 선신의 경지에 이르다 +1 22.09.28 1,048 7 18쪽
262 262화. 무예 법술 마법의 조화 22.09.27 1,047 8 17쪽
»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22.09.27 1,046 7 19쪽
260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22.09.26 1,053 8 19쪽
259 259화. 태을 선인 신선이 되다 22.09.26 1,044 7 19쪽
258 258화. 삶 속에서 도를 구하다 22.09.23 1,043 7 19쪽
257 257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2.09.23 1,046 6 19쪽
256 256화. 납치를 당하다 22.09.22 1,049 7 20쪽
255 255화. 또 다른 경지 22.09.22 1,047 6 19쪽
254 254화. 결의형제(結義兄弟) 기맥 22.09.21 1,051 7 19쪽
253 253화. 가는 정 오는 정 22.09.21 1,052 7 19쪽
252 252화. 영의 수행으로 얻은 비술 22.09.20 1,046 7 19쪽
251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1 22.09.20 1,048 6 19쪽
250 250화. 유체 이탈(遺體離脫) 22.09.19 1,058 7 19쪽
249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22.09.19 1,051 6 18쪽
248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22.09.12 1,064 4 18쪽
247 247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 22.09.12 1,057 5 19쪽
246 246화. 토정을 구하다 22.09.12 1,054 6 19쪽
245 245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 22.09.12 1,048 6 19쪽
244 244화. 법력과 의식 배양 22.09.12 1,047 6 19쪽
243 243화. 천붕(天鵬)과의 결투 22.09.12 1,061 5 19쪽
242 242화. 천응(天鷹)과의 결투 22.09.12 1,047 5 18쪽
241 241화. 위기와 함께 오는 기회 22.09.12 1,062 6 18쪽
240 240화. 산신령을 죽이다 22.09.12 1,046 6 18쪽
239 239화. 청성과 천지교룡(天地蛟龍) 22.09.12 1,045 6 18쪽
238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22.09.09 1,060 6 18쪽
237 237화. 영혼을 완성해 가는 여정 22.09.09 1,050 6 19쪽
236 236화. 세가 조직체계 재정비 22.09.08 1,053 6 18쪽
235 235화. 진정한 무림의 시대 개막 22.09.08 1,047 6 19쪽
234 234화. 천망과의 혈투(血鬪) 22.09.07 1,066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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