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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99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09 09:00
조회
1,063
추천
6
글자
18쪽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손에 진기를 주입하여 음양과 오행의 영기가 흐르는 일곱 가닥의 실을 조정해서 가 본 적이 있는 녹성을 찾았다.


빨간 줄을 당기니 바깥에 비치는 풍경이 위로 올라갔다가, 주황색 줄을 당기니 아래로 내려가고······.


노랑색 줄은 좌로, 초록색 줄은 우로, 파란색 줄은 앞으로, 남색 줄은 뒤로.


보라색 줄은 확대와 축소를 거듭하며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를 바라봤다.


의식으로 생계를 수행할 때의 팔괘와 오행의 좌표(座標)를 떠올리며···, 밖에 희미하게 비치는 팔괘와 오행의 좌표를 확인하면서 줄을 조정했다.


이 모두가 녹성이라는 별을 목표로 하여 그 좌표에 일치시키기 위함이다.


마침내 전에 두 번 갔었던, 녹성으로 흐르는 천지영기의 통로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이미 9할은 성공한 셈이니 푸르스름한 영기의 통로를 따라서 줄을 조정하며 서서히 다가간다.


우선 녹성이 포함된 행성계(行星系)로 다가가, 항성을 돌고 있는 12개의 행성 중에서 녹성이었던 다섯 번째 행성을 향해 접근하는데······.


먼저 외기권이 나오고, 조금 더 다가가자 대기권으로 접어들었다. 그러자 아름다운 녹성(綠星)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인현이를 만났던 곳으로 가기 위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니, 곧 푸른 바다와 강이 나타나고······. 조금 더 내려가니 하얀 눈이 쌓인 세상이 펼쳐진다.


#


이곳은 지금 계절이 한창 겨울인 모양이다. 하얀 눈이 한 자나 쌓여 있어서, 온 세상이 한 점 티끌도 없는 깨끗한 백설의 세상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다.


대지가 하얀 세상에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을 보며 쥬맥은 어린 시절에 아리(峩理)별에서 살던 때를, 이렇게 흰눈이 쌓였던 추억을 떠올렸다.


부모 형제가 있어 얼마나 행복했던 시절인가? 그저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래도 유독 흰 눈을 좋아했던 쥬맥!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은 온통 동화 속의 눈 세상이 되어 있었다. 환상처럼 말이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들길을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걷기를 좋아했던 소년. 그것이 마치 자신의 삶의 자취인 양 되돌아보곤 했었다.


걷다가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흰 들판에,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발자국을 바라보는 것이 그리도 기분이 좋았다. 오롯이 자신의 것이니···.


아름다우면서도 고독(孤獨)하지만···, 오직 나만의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처럼 느껴지던 그때의 그 추억들!


자신만의 소우주를 꿈꾸는 것도 그때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렇게 감성에 젖어 하얀 풍경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며, 전에 개구쟁이들이 헤엄치며 놀던 하천가에 이르렀다.


다시 검으로 공간을 베어 내고···, 마침내 육체를 가지고 다른 세상(世上)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에취! 어휴~ 추워.”


아열대에서 얇은 옷을 입고 살다가 갑자기 북극과 같은 차가운 한대로 오니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엄습한다.


그래서 얼른 호신강기(護身罡氣)로 전신을 보호하며 지구처럼 마음대로 숨쉴 수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조금씩 공기를 받아들여 폐로 넣은 뒤 뱉아 내기를 몇 번 해 보니, 숨을 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제야 공기를 깊숙이 받아들이며 호흡을 했다.


개구쟁이들이 뛰어 놀던 하천은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였고,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모여서 얼음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마을로 가는 경사진 길에서는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만든 썰매를 타고, 마치 제 세상인 양 씽씽 달린다.


마치 추억 속의 한 장면처럼!


“야호!”


“비켜! 비켜!”


“와~ 신난다!”


모두 기쁨에 겨워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마냥 행복한 얼굴들을 보니 새삼 그 시절이 그립다.


쥬맥도 어릴 때 형과 함께 남의 집 대나무를 몰래 베어 와서, 썰매를 만든 적이 있었다. 아니, 매년 겨울이면 그렇게 하는 것이 일종의 행사였다.


우선 대나무를 반으로 쪼갠 다음 두자 길이로 잘라서 앞쪽에 코를 세운다. 코를 세우기 위해서 위쪽에 작은 홈을 파고, 불에 그을려 가면서 부드러울 때 위로 휘게 하던 생각이 났다.


“그래, 그랬었지.”


‘그래, 삶이란 이런 것이지.


어린 소년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생동감!


꿈에 부푼 저 함성!


그러다 점차 어른이 되고······.


차츰 현실을 알아 가고···, 운명과 숙명처럼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들!


그것을 감내하며 살면서도 아름다운 추억과 꿈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지.


누구는 성공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실패를 하기도 하지만······.


누구는 꿈을 이루기도 하고···, 누구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지만······.


누구나 조그만 가슴 한쪽에는 항상 한 자락의 꿈을 품고 사는 것이지.


그리고 눈을 감는 마지막 그 순간에는 그것들이 다 삶을 완성해 가는 한 과정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


그래, 삶은 그런 것이야.


그 시련과 고통까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이···, 바로 그날이 우리가 위대한 삶을 마감하는 날이 아닐까? 아니, 그래서 삶이 위대한지도 모르겠고.’


“하하하! 그럼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것이지? 내 삶의 여정에서 말이야.”


쥬맥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독백을 내뱉으며 천천히 하천가를 지나서 인현이가 살던 다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그 다리 밑에서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혹시 인현이에게 위험이 닥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급히 가 보니, 전에 찾아와서 자신들의 조직에 가담하라고 윽박지르며 다리 위에서 싸움을 벌였던 무사들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무위(武威)가 더 높아 보이는 몇몇의 검을 찬 무사들이 입씨름을 하고 있는데······.


인현이는 5년 동안 더 자라서 이제 스물일곱의 훤칠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두 눈에서는 정광이 흘렀고.


다리 밑에는 새로 지은 작은 나무집이 있고 자잘한 살림살이가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아, 사는 형편은 전보다 훨씬 좋아진 모양이다.


입고 있는 옷도 깨끗한 푸른색 경장을 입었다. 진검을 어깨에 메고 있는데, 윤기 나는 머리는 길게 길러서 끈으로 질끈 묶어 뒤로 넘겼다.


맑은 정기가 흐르는 눈으로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중년(中年) 무사들 세 명을 바라보며, 당차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 궁금하여 상심통을 발현해 그 말을 들어 보았다.


“정말 사천회에는 안 들어올 건가?”


“아니, 싫다는 사람을 왜 자꾸 귀찮게 하십니까? 저는 이미 남정맹에 들어가기로 일혼신창(一魂神槍) 이지광 대협과 약속을 했습니다.”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일세. 아직 입맹식을 치른 것도 아니니 자네 능력에 남정맹에 들어가서 기죽고 살 필요 없이, 우리 사천회(四天會)에 들어와서 큰소리치며 사는 것이 낫지 않은가?”


“누가 기죽어 산다고 했습니까? 사내대장부가 신념에 따라 사는 것이지 돈이나 보고 살라는 말입니까?”


“자네가 아직 젊어서 돈의 위력을 모르는 모양이군.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겠네.”


“듣기 싫습니다. 저는 며칠 뒤면 떠날 것이니 다시는 찾지 마세요. 돌아가신 부모님과 생전에 약속했어요. 아무리 돈이 궁해도 불쌍한 여자나 어린애들 등쳐 먹는 일은 절대 안 합니다.”


“자네가 남정맹에 들어가면 우리의 적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순순히 자네를 적의 편으로 들어가게 그냥 둘 것 같애?”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서 사생결단(死生決斷)이라도 내겠다는 것입니까?”


“못할 것도 없지. 호랑이 새끼는 어릴 때 죽여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가? 자네가 커서 우리를 물어뜯게 먼 산이나 바라보며 그냥 놔둘 것 같애?”


“하하하! 이제야 제대로 본심(本心)이 드러나는군요. 그럼 어디 자신 있으면 마음대로 한번 덤벼 보시죠.”


그러자 가장 대장으로 보이는 무사가 두 명의 무사와 전에 와서 싸웠던 사람까지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맛을 보여 줘라.”


그러면서 자신은 덤비지 않고 뒤로 물러선다. 그러자 세 사람이 노기등등하게 인현이를 포위하며 소리쳤다.


“이놈! 사천회의 무서움을 보여 주마.”


“어디 네놈 실력이 정말로 소문처럼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한번 보자.”


“모두 쳐라!”


파바밧!


모두 검을 뽑아 들고 인현이의 주위를 빙빙 돌며 허점을 노린다.


쥬맥은 이번 기회에 인현이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나서지 않고 은신술로 숨어 사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인현이는 쥬맥이 전수해 준 여래금강무(如來金剛舞)를 펼치기 위해서, 검을 뽑아 들고 여래금강심법(如來金剛心法)을 운기하는 모양이다.


광명정대(光明正大)한 기운이 대해(大海)의 거센 파도처럼 88개 혈을 흐르며 경력이 증폭되더니···, 전신에서 밝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찬란한 금빛을 발산한다.


심화된 천안통으로 인현이의 몸에 흐르는 진기의 흐름을 관찰해 보니 가르쳐 준 무공을 제대로 익혔다.


이제는 서서히 움직이며 보법을 시전하자 금빛 속에 몸이 순간적으로 이동하며 드러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바로 여래금강보(如來金剛步)다.


그때 찾아온 무사 중에서 긴 장검(長劍)을 든 검은 장포 차림의 중년 무사가 초식을 펼쳤다.


“마룡출도(魔龍出道)!”


장검을 현란하게 변화시키며 치고 들어간다. 그러자 인현이는 보법으로 피하며 여래금강무 제1초식을 시전했다.


“여래만보(如來漫步)!”


검을 춤추듯 완만하게 휘두르는데 검에서 눈부신 금빛이 쏟아져 나온다. 마치 이른 아침에 눈부시게 온 세상으로 퍼지는 햇살처럼 말이다.


그 검을 부드럽게 휘두르며 선녀가 춤추듯 나비가 날 듯이 움직이는데···.


그런데 의외로 수많은 빈틈이 보인다.


그 빈틈을 노리고 마룡출도로 공격한 무사가 장검을 빈틈에 찔러 넣었다.


사사사삭~ 파앗!


그리고 이제는 큰소리치는 녀석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던가?


인현이의 검에 검기가 어리더니 번개처럼 찔러 든 빈틈을 빠르게 내리친다.


“하압!”


팟! ··· 챙강!


주변에 맑은 금속성이 울리며 상대의 장검이 반으로 뚝 끊어져 버렸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하여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는 중년 무사! 당황하여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하지만······.


어느새 인현이의 검이 팔꿈치에 있는 곡지혈(曲池穴)을 치고 지나간다.


‘여래만보’ 초식은 적을 죽이기보다는 사로잡기 위한 것으로, 손속에 자비가 깃들어 있다. 그래서 비록 공격자가 목숨을 건졌지만, 마혈이 점혈당하면서 몸이 마비되어 굳고 말았다.


그러자 나머지 두 무사가 깜짝 놀라면서 양쪽에서 동시에 치고 들어간다.


“거산일관(巨山一貫)!”


“흑룡출해(黑龍出海)!”


한 사람은 길게 찌르기를 중심으로 공격하고, 한 사람은 사선으로 베기를 중심으로 검을 변화시켜 가면서 공격을 퍼붓는데······.


그래도 인현이는 침착하게 보법을 밟으며 대부분의 공격을 피해 냈다.


그렇게 제1초식으로 부드럽게 공방을 겸하여 대응하다가 초식을 전환했다.


“여래보리(如來菩提)!”


검을 빠르게 찌르고 당기더니 검첨이 회전하며 제2초식으로 이어진다. 끊김이 없이 부드럽게 연환되면서.


쥬맥이 보기에 수많은 반복 수련을 통하여, 이미 가르쳐 준 검법을 자기화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검의 빠른 회전(回轉)에 따라서 거부할 수 없는 금빛 물결이 일렁이며 공격하는 두 무사를 뒤덮었고······.


운무처럼 시야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금빛 검광이 번쩍거리는 것이, 눈이 어지러워서 어디를 공격하는지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상대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한 순간!


따다당! 따당!


연이어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검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공격하던 두 무사의 목에는 가느다란 혈선(血腺)이 생겨났다. 거기에서 붉은 피가 방울지며 맺히더니, 목을 타고 흘러내리며 옷을 적신다.


그러자 두 사람은 식은 땀을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충분히 죽일 수 있는 것을 살려 준 꼴이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러니 더 이상 죽이겠다고 덤빌 염치가 없는 것이다.


그러자 뒤로 물러나 있던 대장 같은 중년 무사가 나서며 노성을 질렀다.


“바보같이 셋이서 하나를 못 당한단 말이냐? 보기 싫으니 저리 비켜라!”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곡지혈이 점혈된 무사를 해혈하여 한쪽으로 밀치더니, 마침내 검을 뽑아 들고 인현이 앞으로 나섰다.


검을 상단세로 치켜들고 마주 서는데 제법 칼날처럼 예리한 기운이 풍긴다.


“검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해라!”


한마디 경고를 내뱉더니 연장자의 체면을 버리고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제법 고수인 듯 검에는 푸른 검기가 현현(顯顯)히 맺혀 있고, 검에서는 윙윙하는 바람 소리가 난다.


보법으로 공격을 흘려내던 인현이가 안 되겠는지 다시 초식을 바꿨다.


“여래일타(如來一打)!”


여래금강무의 세 번째 초식을 펼치며, 빠르게 공수(攻守)를 전환하면서 상대의 공격에 맞선다.


그러자 주변 5장에 금빛 연무가 안개처럼 퍼져 나가더니, 그 가운데 검영(劍影)이 마치 한 송이 커다란 금빛 연꽃처럼 피어올랐다.


보기에는 부드러운 기운 속에 한 송이 연꽃이 피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러나 잠시 뒤에 그 안에서 포악한 한 마리의 맹수 같은 강기가 튀어나왔다. 마치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처럼!


파앗!


강기가 꽃밭에 숨어 있는 한 마리의 독사처럼 상대를 향해서 달려들더니, 검을 든 손을 번개처럼 내리쳤다.


퍽!


그러자 팔뚝까지 싹둑 잘린 팔이 검을 쥔 채로 바닥에 떨어져서 마치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펄떡거린다.


“으아악! 내 팔! 내 팔!”


고통스럽게 외치며 떨어진 팔뚝을 찾는데···, 싸울 생각은 이미 포기한 모양이다. 땅에 떨어진 오른 팔목을 왼손으로 집어서, 잘린 자리에 갖다 붙이며 정신없이 도주했다. 데리고 온 부하들의 생사는 이미 생각 밖인 것!


아마 가까운 의원이라도 찾아가서 어떻게든 붙여 볼 요량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검사(劍士)가 검을 익힌 팔뚝을 잃었으니, 다시 왼손으로 검을 익힌다고 해도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 틈에 원한을 가진 자들이 복수하러 찾아오면 목숨을 잃기 십상일 터.


나머지 세 사람은 그 모습을 보고 얼어붙어서 덤비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인현이가 돌아보며 말했다.


“같은 꼴을 당하기 싫거든 모두 곱게 보내 줄 때 돌아가세요. 또다시 찾아올 때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하고 오세요. 빨리 꺼지란 말이에요.”


발을 구르며 쫓듯이 거칠게 일갈하자 모두 잽싸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가면서 자기네들끼리 하는 말이 쥬맥의 천이통(天耳通)에 생생히 들려온다.


“뭐야, 저놈이 어떻게 저렇게 강해졌지? 짧은 시간에 너무 세졌어.”


“아마 무슨 기연이라도 있었나 보지 뭐. 이제 우리 수준으로는 안 되겠어. 대주나 단주들이 오든지 해야지.”


“어휴~ 분해.”


몰려왔던 무사들이 모두 떠나자 쥬맥이 은신을 풀고 나타났다. 그러자 사천회에서 또 다른 고수가 온 줄 알고 검을 겨누며 소리친다.


“나도 이제 더 이상 참지 않겠다. 목숨이 아깝지 않거든 덤벼라!”


그러자 쥬맥이 말없이 백호제마검을 뽑아 들었다.


여래금강심법을 운기한 인현이가 여래금강보를 밟으며 접근하더니, 제1초식 여래만보(如來漫步)를 전개하며 춤추듯 치고 들어온다.


그에 맞추어 쥬맥도 여래금강무로 대응하며 부드럽게 파고드는데······.


인현이가 펼치는 여래금강무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위력적(威力的)이다. 사방에 그 힘이 파동을 칠 만큼···.


그 모습을 보고 인현이가 깜짝 놀라더니, 곧바로 제2초식 여래보리(如來菩提)로 연환시키며 공격을 가한다.


빠르게 회전하며 금빛 물결처럼 운무(雲霧)를 뿌리는데······.


쥬맥이 흘려내는 금빛 연무가 훨씬 진하고 거의 주변 20장을 뒤덮었다. 자신과 같은 검법을 더 잘 구사하니 환장할 노릇이다. 도대체 누구인가?


어디 그뿐인가?


그 안에서는 뇌전이 번쩍거리며 우르릉 하는 우레 소리까지 들리니, 도저히 상대가 안 되겠는지 검을 늘어뜨리고 물러나서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자 쥬맥이 차례대로 제3초식 여래일타(如來一打)에서 마지막 제8초식 여래압마(如來壓魔)까지 연달아 시전하며, 여래금강무의 위력을 낱낱이 보여 주었다. 무신의 경지로 말이다.


인현이가 언제 무신(武神)이 펼치는 상승의 검술을 본 적이 있겠는가?


그 힘찬 움직임과 어마어마한 위력에 그저 멍하니 넋을 잃고 보고 있다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섰다. 얼굴에 웃음을 띠면서···.


“쥬맥 아저씨 맞죠? 그렇죠? 응, 그런데 할아버지 같은데?”


쥬맥이 지금 95세니 반로환동(返老還童)으로 10년쯤 젊어 보인다고 해도 85세다. 그러니 젊은이의 눈에는 아저씨보다는 할아버지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자 쥬맥이 할아버지 소리가 듣기 싫은지 상심통으로 빽 소리를 질렀다.


[인석아! 할아버지가 아니라 나는 아직 아저씨라니까!]


“이상한데요? 할아버지 같은데?”


[아저씨가 사는 곳에서는 200살이 넘게 살기 때문에 내 나이 95세면 아직 절반도 살지 못한 아저씨야 아저씨! 정말이라니까.]


“우와~ 그럼 연세가 95세나 되셨어요? 할······ 아니, 아저씨···.”


[오냐! 그래, 쥬맥 아저씨다. 그동안 잘 지냈느냐?]


그제야 기분이 풀어졌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친절하게 묻는다. 누구나 노인 취급당하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동서고금에 말이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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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3화. 선신의 경지에 이르다 +1 22.09.28 1,053 7 18쪽
262 262화. 무예 법술 마법의 조화 22.09.27 1,051 8 17쪽
261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22.09.27 1,049 7 19쪽
260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22.09.26 1,056 8 19쪽
259 259화. 태을 선인 신선이 되다 22.09.26 1,047 7 19쪽
258 258화. 삶 속에서 도를 구하다 22.09.23 1,048 7 19쪽
257 257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2.09.23 1,050 6 19쪽
256 256화. 납치를 당하다 22.09.22 1,053 7 20쪽
255 255화. 또 다른 경지 22.09.22 1,051 6 19쪽
254 254화. 결의형제(結義兄弟) 기맥 22.09.21 1,055 7 19쪽
253 253화. 가는 정 오는 정 22.09.21 1,056 7 19쪽
252 252화. 영의 수행으로 얻은 비술 22.09.20 1,051 7 19쪽
251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1 22.09.20 1,053 6 19쪽
250 250화. 유체 이탈(遺體離脫) 22.09.19 1,061 7 19쪽
249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22.09.19 1,057 6 18쪽
248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22.09.12 1,067 4 18쪽
247 247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 22.09.12 1,060 5 19쪽
246 246화. 토정을 구하다 22.09.12 1,056 6 19쪽
245 245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 22.09.12 1,051 6 19쪽
244 244화. 법력과 의식 배양 22.09.12 1,051 6 19쪽
243 243화. 천붕(天鵬)과의 결투 22.09.12 1,065 5 19쪽
242 242화. 천응(天鷹)과의 결투 22.09.12 1,052 5 18쪽
241 241화. 위기와 함께 오는 기회 22.09.12 1,065 6 18쪽
240 240화. 산신령을 죽이다 22.09.12 1,050 6 18쪽
239 239화. 청성과 천지교룡(天地蛟龍) 22.09.12 1,049 6 18쪽
»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22.09.09 1,064 6 18쪽
237 237화. 영혼을 완성해 가는 여정 22.09.09 1,054 6 19쪽
236 236화. 세가 조직체계 재정비 22.09.08 1,056 6 18쪽
235 235화. 진정한 무림의 시대 개막 22.09.08 1,051 6 19쪽
234 234화. 천망과의 혈투(血鬪) 22.09.07 1,069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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