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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96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22 08:25
조회
1,050
추천
6
글자
19쪽

255화. 또 다른 경지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기맥이 쥬맥의 손을 잡고 법력을 가하자 손을 통해서 기의 진체로 음식을 먹고 처리하는 방법이 금방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왔다.


정말로 그 술법은 법력(法力)만 있으면 누구나 금방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덕분에 좋은 것 하나를 배운 셈!


[이거 정말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이군요. 좋은 것을 배웠습니다.]


서로 술잔이 오가며 화기애애(和氣靄靄)한 시간이 흘렀다. 쥬맥은 궁금한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기맥은 마치 친동생에게 가르쳐 주듯이 하나하나를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했고.


그러면서 이번에 기맥을 만난 것은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5억 살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나이 차가 있지만 말이다.


그때 기맥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아우, 아우는 아직 제대로 된 영체(靈體)를 얻지 못했는데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었는가? 자세히 보니 영혼과 의식만 합치한 상태인 것 같은데, 그런 몸은 여기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네. 빨리 영체를 만들어야지.”


[알고 있습니다. 실은 제가 무인(武人)인데 지금 입신의 경지밖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더 위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아직 깨달음이 부족합니다.]


“오! 자네도 무인이라고? 나도 무인일세. 그럼 아주 잘되었네. 어디 자네 손목 좀 다시 한 번 줘 보게.”


기맥이 신중한 표정으로 쥬맥의 손목을 잡고 진기를 흘려서 영의의 상태를 살피는데···, 진기가 혈맥을 타고 전신으로 흘러 나갔다가 다시 기맥에게 돌아간다.


“확실히 아직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군. 그런데 입신의 경지 이상은 누가 옆에서 도와줄 수가 없다네. 스스로 깨우치는 수밖에 없어.

우리 서린족에서는 그 경지를 선신의 경지라고 부른다네. 즉 선신(仙神)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예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의미일세.

앞에 선(仙)자가 왜 붙었겠는가? 선인처럼 수행을 하여 법력을 같이 쌓지 않고서는 선신의 경지에 이를 수 없네.

나도 그렇게 해서 선신의 경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영체를 제대로 만들 수 있었거든. 자네도 보니 무인치고는 제법 법력을 많이 쌓았군.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어. 아니, 꼭 되어야 하네. 겨우 아우를 얻었는데 또 계속 혼자 살려면 얼마나 외롭겠나? 가끔 만나기라도 해야지.”


그 말을 들고 쥬맥은 입신의 위 경지를 선신의 경지라 이름하기로 정하고,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래서 여러 가지 무예(武藝)에 대한 얘기도 나누며 심득을 교환하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이게 무척 궁금한데······.’


기맥을 만날 때부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이걸 물어봐야 하나? 혹시 실례가 아닌가? 에구, 모르겠다. 형님인데 뭐 어때 하는 심정으로 결국 묻고 말았다.


[그런데 형님! 5억 년이 넘게 사셨으면서 왜 이리 젊으세요? 누가 보면 제가 더 나이가 많은 줄 알겠습니다. 무슨 비법(秘法)이 있습니까?]


그 말에 기맥이 진작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으하하하! 내 그럴 줄 알았지. 아니 여보게! 이왕 살려면 젊을 때 좋아하던 모습으로 살아야지 자네처럼 꼬장꼬장한 노친네 모습으로 살면 오래 산들 무슨 낙이 있겠는가?

여기에 소우주를 이루어 스스로 신이 되어 사는 무리 중에 젊은 아가씨가 무척 많다네. 그런데 젊은 아가씨? 웃긴 소리 하지도 말게. 대부분은 몇억 살씩이나 먹은 아가씨들이야.

그런데 그런 아가씨들이 자네 같은 사람을 보면 늙어서 싫다고 그래. 노인 냄새가 난다고 말이야. 지는 실제로 더 늙었으면서···. 이제야 알겠남?”


쥬맥은 어이가 없었다. 몇억 살 먹은 고목 같은 할망구들이 자기한테 노친네라니······. 약이 바짝 오른다.


‘나는 이제 겨우 110살 밖에 안 먹었는데 말이야. 뭐 몇억 살? 안 되겠군. 어떻게든 비법을 알아내야지.’


정색을 하고 기맥에게 부탁하는 쥬맥.


[아이구, 형님! 놀리지만 마시고 저도 방법 좀 알려 주세요. 그래도 이 아우가 좀 더 젊어 보여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야 제가 이곳에 자주 오죠.]


그런데, 다른 말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자주 온다는 말이 솔깃한 모양이다. 혼자 얼마나 외로우면 저럴까? 혹시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될까?


하면서 괜히 걱정이 앞서는데······.


“이거 실은 나도 7억 살 먹은 아가씨한테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어 낸 비술인데··· 일종의 주안술(駐顔術)일세.

내가 아우한테만 특별히 그냥 가르쳐 주지. 대신 나중에 이곳에 자주 온다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하네. 알았지?”


[그럼요, 약속은 반드시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요. 남아 일언 중천금이지요.]


“그렇다면 알려 주지.”


재차 다짐을 받은 다음에야 다시 손에 법력을 주입하여 쥬맥의 손목을 잡으니, 손을 따라서 비술의 내용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몇 가지 비술을 함께 전해 주었다.


“법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니 지금 바로 해 보게. 내가 봐 줌세. 그래도 나보다 너무 젊으면 안 되네. 이 형님과 세 살 차이 정도가 딱 좋아.”


[하하하! 형님과 세 살 차이요? 제가 너무 젊어지면 아가씨들이 모두 절 따라다닐까 봐 겁나서 그러시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잘 알겠습니다.]


5억 살을 세 살 차이로 줄이라는 형님의 말에, 쥬맥은 가르쳐 준 대로 법력을 혈맥 순서에 따라 순환시키면서 진언을 외우며 영의의 외양 상태를 점점 젊게 만들기 시작했다.


시간법칙으로 시간을 거꾸로 돌리며.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에 십칠팔 세의 풋풋한 소년이 되어 버렸다.


[형님!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되었지요?]


“예끼! 이 사람, 나더러 애들하고 놀란 말인가? 조금만 더 쓰게.”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을 돌려서 스물두셋쯤 되게 모습을 바꾸었다. 기맥의 반응을 예상하면서······.


[이제 이 정도면 되었지요? 저는 아가씨들에게는 관심이 없으니 걱정 마시고요. 제가 보기에는 딱 좋은데요.]


“그래도 안 되네. 여자들은 눈이 간사하거든. 한두 살 차이도 금방 알아본다네. 그러니 딱 5년만 더 쓰게.”


그래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스물일곱쯤으로 보이게 외양을 바꾸었다.


[이제 저도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이러다가 노총각으로 보이겠습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중에 일억 살밖에 안 먹은 젊은 아가씨를 한 명 소개시켜 줄게. 얼굴도 아주 미인이거든. 자네와 아주 잘 어울릴 거야.”


[으으으, 됐습니다 형님. 저는 100살 이상하고는 안 놉니다. 하하하!]


“하하하! 천만다행일세. 난 정말로 소개시켜 달랠까 봐 조마조마 했거든. 실은 그 아가씨가 여기서는 제일 젊다네. 자네도 보면 아마 혹할걸.”


[그건 됐고요. 형님이 만든 이 별은 크기가 얼마나 됩니까?]


“아마 둘레가 12만 리는 좀 더 될 거야. 근처에 있는 소우주 중에서는 그래도 중간 정도는 되거든. 너무 크고 넓어도 재미가 없다네.”


[그럼 만드실 때는 어떻게 만드셨어요? 저도 배워서 형님의 별 옆에다 만들어야 자주 놀러 올 것이 아닙니까?]


“맞아! 맞아!”


옆에 만들어서 자주 놀러 온다는 말에 솔깃했는지 기맥이 숨김없이 밑천을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건 말일세. 먼저 기막을 쳐야 한다네. 어떻게 하냐면······.”


긴 이야기를 쥬맥은 귀담아들었다. 실제 경험자의 이야기만큼 보탬이 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에게는 금과옥조(金科玉條)와 같은 이야기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다시 묻고 하면서 머릿속에 자세히 기억해 놓았다.


처음부터 너무 오랜 시간을 머물 수는 없는지라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형님!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다음에 다시 형님네 별을 찾아오려면 뭔가 좌표라든지 찾는 방법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찾지요?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 주세요.]


“하하하! 이 사람이 오늘 내 밑천을 모두 빼 가네그려. 그래도 다시 찾아오게 하려면 어쩔 수 없지. 자네 생계에서 팔괘와 오행의 기운이 얽혀서 좌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알지?”


[그럼요. 이래 봬도 그 법칙을 소상히 다 알고 있다 아닙니까?]


“여기도 마찬가지야. 팔계(八界)의 계면(界面)을 자세히 보면 시간의 수레바퀴 같은 문양들이 있고, 팔계가 팔괘(八卦)의 역할을 하고 있다네.

비록 중궁(中宮)에 천계(天界)가 놓인 것 같지만 그 형태가 길게 늘어져서 뒤틀린 팔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지.

쉽게 말하면 비틀린 팔괘 즉 64괘의 이치를 담고 있다네. 그러니 당연히 오행의 기운도 그 곱이 되는 25행의 이치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고.

그 법칙의 경계에 모든 선로(線路)가 설정되어 있지. 그러니 64괘의 위치와 25행의 위치를 조합해서, 그 경계에 있는 선로 중에 시간의 수레바퀴 같은 문양(紋樣)의 위치를 찾으면 그게 바로 좌표가 되는 거야.

자네가 아직은 선신이 되지 않아서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법력을 강화해서 천안통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희미하게는 보일 거야.

이 소우주는 그 허락된 선로 위로만 다닌다네. 그러니 밖에 나가서 한 번 살펴보면 금방 알 거야. 이제 다 알려 줬으니 다음에 꼭 다시 와야 하네.”


[그럼요. 약속을 지켜야지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뵙지요.]


“그래, 잘 가게. 그리고 또 자주 오게. 내가 늘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기맥과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을 고하고 소우주의 기막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냥 돌아가려고 하던 쥬맥이 발걸음을 머뭇거렸다. 여기서 그냥 가기에는 아무래도 섭섭하다. 그래서 이왕 온 김에 다른

소우주를 하나 더 보고 가기로 했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일어서서 기맥 형님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럼 이제 어디를 가 볼까?’


쥬맥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주변의 다른 소우주들을 몇 개 더 살펴보았다.


가능하면 푸른색의 소우주를 찾았으나 근처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때 근처로 소우주 하나가 지나가는데, 호기심에 살펴보니 완전히 붉은 색으로 안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풍겼다.


마치 들어가자마자 바로 잡아먹힐 것 같은 기분에 온몸이 오싹해진다. 머리끝이 하늘로 오르고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이에 쥬맥은 얼른 기운을 감추고 둔술(遁術)로 빠르게 공간 속으로 은신했다. 잡히면 절대 안 된다.


쥬맥이 숨자마자 붉은색 소우주로부터 거대한 괴인이 튀어나왔다.


지구의 거인족보다 족히 수십 배는 더 커 보이는데······.


머리만 해도 작은 동산만 했고 눈알 하나가 쥬맥의 머리 서너 배는 되어 보였다. 날카롭고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표정과 붉은 눈동자에서는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하다.


진갈색 피부에 왕방울 같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사위(四圍)를 서늘하게 쓸어 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어떤 놈이냐? 감히 내 우주를 엿보다니······. 내 손에 잡히면 영기를 쭉~ 빨아먹고 말 테다.”


화가 난 눈으로 사방을 사납게 쓸어 보다가 화풀이를 하듯이 허공에 대고 주먹을 몇 번 내질렀다.


파아악! 파바박!


그런데 대충 내지른 것 같은 주먹질에 권풍이 일어나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었다. 그 정도면 주먹질에 무지막지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는 의미다.


쥬맥이 은신한 공간 근처로도 권풍 하나가 살짝 스치고 지나가는데 공간이 일렁거리며 검은 파탄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고 쥬맥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 위력으로 봐서는 쥬맥의 무위로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쥬맥은 혹시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며 죽은 듯이 숨어 있었다.


“으아! 지루해! 속 시원하게 싸움이나 한판 해 볼 데가 없나? 정말 심심해서 죽겠군. 이러다가 내가 미치겠어.”


심술이 나서 다시 몇 번의 주먹질을 하며 투덜거리더니 다시 자신의 소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으휴! 저런 녀석과 싸움이 붙으면 뼈도 추리지 못하겠군.’


쥬맥은 들키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영체가 완전하지 않은 영의 상태에서 수억 년을 살아온 선신의 경지에 오른 노괴물들과 싸워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이럴 때는 삼십육계 줄행랑이나 은신하여 피하는 것이 화를 면하는 길이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으니······.


거대한 괴인이 자신의 소우주로 돌아간 뒤 쥬맥은 둔술로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쫓아오기 전에 말이다.


“휴우! 큰일 날 뻔했네. 그 노괴물은 기운이 장난이 아니군. 수련에 더 박차를 가해야지 이러다가 잘못하면 괴물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겠어.”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숨을 쉰 쥬맥이 또 다른 소우주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그때 분홍빛 작은 소우주가 쥬맥을 발견하고 궤도를 이탈하여 다가왔다. 여기서 작다는 것은 지구보다 조금 작다는 의미다.


그리고 쥬맥이 미처 피하기도 전에 그 안에서 스무 살쯤으로 보이는 예쁜 여자가 빠르게 날아온다.


7척에 가까운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뒤로 하늘거리는 검고 긴 머리카락. 달 같은 얼굴에 시원한 눈매, 어디로 보나 전형적인 미녀상인데······.


거기에 옷은 분홍색으로 하늘거리는 선녀 같은 의상을 걸쳤다.


그런데 외견상으로는 인족과 똑같이 생겼지만 왠지 좀 분위기가 달랐다. 그러니 어떤 괴물이 변신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구의 신수들처럼.


그리고 나타난 순간 주변에 짙은 꽃향기 같은 이상한 냄새가 퍼져 나갔다.


‘어떻게 하지?’


미처 도망가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마주치게 된 쥬맥. 참으로 난감하다. 겉으로 봐서는 어린 아가씨지만 실제 나이는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소우주를 만들만큼 살았다는 것은 최소한 몇백 살은 넘었을 것인데······.


아니, 어쩌면 몇억 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기맥의 말대로라면 1억 살을 먹은 아가씨가 가장 젊다고 했으니 최소한 그 이상이라는 말이 아닌가?


쥬맥이 어찌할 줄 몰라서 머뭇거릴 때 그 아가씨가 묘하게 눈웃음을 치며 옆으로 다가왔다.


“우와! 어디서 이런 젊은 오빠가 왔을까? 젊은 오빠! 너 누구니?”


[아, 네 저어~ 저 쥬맥인데요.]


“뭐 쥬맥? 어벙하게 이름이 그게 뭐야? 기맥인지 맥쥰지 헷갈리잖아?”


[아니, 선배님, 왜 남의 이름을 가지고 그러십니까? 그러시는 선배님은···.]


“어머 어머~ 이 젊은 오빠 성질 있네. 왜 아가씨 이름을 함부로 물어?”


[제 이름을 먼저 물어보셨잖아요? 그러니 자신의 이름도 밝혀야죠.]


“호호호호! 아유~ 재미있어. 아가야! 이 누님의 이름은 앵두란다. 앵두.”


[앵두요? 그런데 또 아가는 뭡니까?]


“오빠야! 뭘 자꾸 물어. 내가 여기에 온 지 벌써 몇 년인데···. 그때 자기는 뜨물도 안 생겼을 때야. 알기나 해?”


쥬맥은 여자의 말을 들을수록 기가 찼다. 오빠는 뭐고 누님은 뭐고 자기는 또 뭔가? 마치 정신병자처럼 왔다 갔다 한다. 혹시 너무 오래 살아서 치매가 걸렸나 하면서 물었다.


[근데 선배님 이름이 정말 앵두예요?]


“얘는 농담도 못 하니? 촌스럽게시리. 나 이래 봬도 꽤 잘나가는 여자야. 아가씨 이름을 함부로 알려고 하지 마. 잘못하면 다쳐.”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머! 이 오빠 영 싹수가 없네. 이 숙녀께서 분명 심심하니 놀다 가라고 청했는데, 숙녀의 청을 단칼에 거절한단 말이야? 너 죽고 싶어?”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겉은 멀쩡하고 예쁜 아가씨가 이제 막말에 협박까지···. 쥬맥은 기가 찼다.


[아니, 선배님, 언제 놀다 가라고 하셨는지? 제가 못 들은 것 같아서······.]


“이제는 말까지 대충 하려고 그러네. 젊은 오빠! 그러면 못써. 꼭 말로 해야만 알아? 시조할머니뻘 누님이 말하면 아~ 심심하신가 보구나 하고 척 알아들어야지. 당신 연애 안 해 봤지?”


[아닙니다. 연애도 세 번이나 했고 결혼해서 자식도 낳았습니다.]


“뭐? 결혼했다구? 그럼 선인이 아니네? 괜히 나만 헛물켰잖아. 오빠가 아니라 아저씨네 그럼. 어이 아저씨!”


[예, 선배님.]


“그래도 심심한데 와서 잠깐만 놀다가 가. 아니면 정말로 빨대를 꽂아서 쪽 빨아 버릴 거야.”


[아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씀을······.]


“그러니깐 잔말 말고 따라와. 가자.”


그러면서 갑자기 영역을 펼쳐 푸른 둔광으로 쥬맥을 꼼짝하지 못하게 감싸더니, 분홍색 소우주(小宇宙)의 기막을 뚫고 안으로 사라졌다.


‘기본적인 예의 범절이 하나도 없군. 혹시 마수나 요수가 변신한 것인가?’


쥬맥은 법력과 내공을 총동원하여 자신에게 파고들려는 기운에 대항하는 한편, 상대의 경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을 발현하여 기의 흐름을 살펴봤는데······.


진한 분홍빛으로 휩싸인 상대의 경지(境地)는 자신보다 윗길이라는 것만 파악될 뿐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기막 안으로 들어가니 지구의 반만 한 세계가 드러나고, 잔잔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모습이 보인다.


대륙(大陸)은 크게 두 개로 나뉘었는데 바다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섬들이 존재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대륙은 분홍빛으로 가득 찬 것과 흰 눈으로 온통 뒤덮인 하얀 대륙으로 대별되었고······.


쥬맥을 납치해 가는 아가씨는 그중에서 분홍빛으로 가득 찬 대륙으로 내려갔다. 점점 다가갈수록 꽃향기가 사방에서 진동하며 몰려든다.


‘완전히 말 그대로 꽃밭이군.’


쥬맥의 눈에 보이는 대륙 전체가 도원경(桃源境)이 따로 없었다. 온통 복숭아꽃으로 뒤덮인 속에 간혹 매화나 살구꽃과 벚꽃이 만개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푸른 초지와 알 수 없는 수많은 기화요초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말 그대로 사방이 꽃밭이다.


그 안에 자그마한 호수가 있고 그 둘레에는 우뚝 솟은 100장 높이의 절벽을 이룬 기암 봉우리들이 늘어선 곳으로 다가가더니, 가장 높고 큰 봉우리에 내려섰다.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봉우리 위에는 사방 100장 넓이의 평평한 정상에, 분홍색 옥으로 지은 아름다운 궁전이 한 채 그림처럼 서 있었다.


그곳에서는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그야말로 얘기로나 듣던 신선들이 사는 도원경이다!


눈에는 아름다운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벌과 나비가 가득하고, 코에는 향기로운 꽃향기가 물결친다.


마치 아득한 꿈결처럼······.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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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3화. 선신의 경지에 이르다 +1 22.09.28 1,052 7 18쪽
262 262화. 무예 법술 마법의 조화 22.09.27 1,051 8 17쪽
261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22.09.27 1,049 7 19쪽
260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22.09.26 1,056 8 19쪽
259 259화. 태을 선인 신선이 되다 22.09.26 1,047 7 19쪽
258 258화. 삶 속에서 도를 구하다 22.09.23 1,048 7 19쪽
257 257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2.09.23 1,050 6 19쪽
256 256화. 납치를 당하다 22.09.22 1,053 7 20쪽
» 255화. 또 다른 경지 22.09.22 1,051 6 19쪽
254 254화. 결의형제(結義兄弟) 기맥 22.09.21 1,055 7 19쪽
253 253화. 가는 정 오는 정 22.09.21 1,056 7 19쪽
252 252화. 영의 수행으로 얻은 비술 22.09.20 1,051 7 19쪽
251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1 22.09.20 1,053 6 19쪽
250 250화. 유체 이탈(遺體離脫) 22.09.19 1,061 7 19쪽
249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22.09.19 1,057 6 18쪽
248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22.09.12 1,067 4 18쪽
247 247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 22.09.12 1,060 5 19쪽
246 246화. 토정을 구하다 22.09.12 1,056 6 19쪽
245 245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 22.09.12 1,051 6 19쪽
244 244화. 법력과 의식 배양 22.09.12 1,051 6 19쪽
243 243화. 천붕(天鵬)과의 결투 22.09.12 1,065 5 19쪽
242 242화. 천응(天鷹)과의 결투 22.09.12 1,052 5 18쪽
241 241화. 위기와 함께 오는 기회 22.09.12 1,065 6 18쪽
240 240화. 산신령을 죽이다 22.09.12 1,050 6 18쪽
239 239화. 청성과 천지교룡(天地蛟龍) 22.09.12 1,049 6 18쪽
238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22.09.09 1,063 6 18쪽
237 237화. 영혼을 완성해 가는 여정 22.09.09 1,053 6 19쪽
236 236화. 세가 조직체계 재정비 22.09.08 1,056 6 18쪽
235 235화. 진정한 무림의 시대 개막 22.09.08 1,051 6 19쪽
234 234화. 천망과의 혈투(血鬪) 22.09.07 1,069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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