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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9,295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20 08:57
조회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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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9쪽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천천히 영의의 눈에 법력을 끌어올려 공간의 결을 확인한 다음, 진언을 외우며 수도로 그 결을 찢었다.


“샤바라 샤밀데 홈 바라니 데~ 공간신통!”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검은 균열이 생기고 악마의 아가리처럼 시커먼 입을 쩍 벌린다.


그 안으로 들어가서 음양오행목으로 주변을 살폈다. 첫 영의 수행이니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미지의 세계로 빠져서 헤맬 수도 있으니까.


조심스럽게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에 법력을 실어서 주변을 살피는데···.


이미 팔괘(八卦)와 오행 그리고 시간의 법칙을 깨달았고, 무극(無極)을 통하여 시공간을 오갈 수 있게 되니 전보다 모든 것이 뚜렷이 보인다.


전에는 보이지 않던 여러 가지 것들도 하나씩 눈에 들어왔고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음양오행목을 거두고 천안통(天眼通)으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제는 둘 다 심화되어 보는 것에서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시간의 법칙과 관계된 것은 천안통보다는 그래도 아직은 음양오행목이 더 잘 보이는 듯했다.


그래서 다시 음양오행목을 발현(發現)하여 공간균열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호오! 전보다 훨씬 밝게 보이는구나. 이 정도만 되어도 쓸 만하겠어.”


이제는 제법 밝게 비치는 바깥 세상을 봐 가며 영기가 흐르는 일곱 가지 색색의 실들을 금방 찾았다.


그동안 공간이동은 이미 여러 번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음양의 기운이 흐르는 두 개의 실과 오행의 기운이 흐르는 다섯 개의 실 가닥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공간이동 시 사용하는 것이다. 시공간이동을 하려면 그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음양오행목에 더 법력을 쏟아 넣으며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기로 이루어져 둥근 공처럼 떠다니는, 전에도 보았던 적이 있는 그 회색 구체가 뚜렷이 드러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과 확연히 달라 보인다. 그래서 시간의 법칙을 머릿속에 상기하면서 시공간이동 법술의 진언을 외우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오! 이 회색의 구체가 맴도는 축이 바로 시간의 축이었어! 햐! 놀랍구나. 전에는 왜 몰랐을까? 그렇다면 시간을 나타내는 것은?”


시간의 축을 찾아내고, 이번에는 그 축을 돌고 있는 둥근 회색의 구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안에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수레바퀴의 문양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하나의 회색 구체에 수많은 시간이 함축되어 있었다. 마치 압축해서 넣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전체의 수를 살펴보니 총 1천 개이고, 그 하나하나에 함축된 시간이 1억 년.


그렇다면 시간은 1천억 년을 주기로 반복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것은 생계의 시간일 것이고···.


지금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시간을 찾는 것이다. 그래야···, 현재를 알아야 과거나 미래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 아닌가? 즉 시간의 축에서 자신의 생을 중심으로 기준점을 잡는 것!


“지금 밖에서 보는 이 시간이 현재인데 이 시간대의 구체가 어떤 것이란 말인가? 그것을 찾아야 그 기준점으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판단할 것 아닌가? 잘못하면 시공간 속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고 미아가 될 텐데······.”


마음을 비우고 시간의 법칙(法則)을 상기하며, 점점 더 법력을 음양오행목에 쏟아 넣었더니······.


회색의 구체들에 음양오행의 기운들이 보이고 각각의 구체마다 검은 선이 있으며, 그 선을 기준으로 서서히 오른쪽으로 돌고 있었다.


즉 돌고 있는 앞쪽이 그 하나의 구체에서는 미래(未來)이며, 이미 지나간 쪽은 과거(過去)라는 얘기일 터.


그리고 1천 개의 구체(球體) 중에서 푸르스름한 영기에 휩싸인 조금 더 큰 구체가 하나 보였다.


시간의 법칙을 대입하니 그것이 바로 현재(現在)가 포함된 구체였고 말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날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날이니···, 그래서 영기가 현재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구나! 참으로 오묘하네.”


이렇게 현재가 포함된 구체를 찾아내자 그럼 이제 어느 시점의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했다.


고민을 하다가 검은 선을 기준으로 미래로 가 보기로 결정하였고···, 현재 시점으로 1천 년 뒤의 시간을 나타내는 수레바퀴 문양의 톱니바퀴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푹 찔러 넣었다.


푸슈욱~


파앗!


“으아악! 이게 뭐야?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영의의 손을 시간의 톱니바퀴에 찔러 넣자마자, 영의가 그 회색의 구체 안으로 쑥 빨려서 들어갔는데······.


분명히 처음과는 다른 곳인데 주변은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구체 안으로 연기처럼 빨려 들어가던 순간을 상기해 보니, 애초에 유체를 가진 일반적인 생명체(生命體)로는 시공간을 통한 시간 이동이 안 되도록 되어 있었다.


육체가 없는 영체나 영의만이 이 회색의 구체 안으로 빛처럼 스며들 수 있게 되어 있었던 것. 이것은 아마도 천신이 생계의 혼돈을 막기 위해서 애초에 그렇게 설계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동해 온 공간도 자신이 들어온 공간균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간 밖으로 비치는 풍경과 일부 배치만 달라졌을 뿐 똑같지 않은가?


여기에서 자신이 원하는 1천 년 뒤의 세계를 다시 찾아간다는 것인데···, 그것은 해 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흐음, 어떻게 하지?”


잠시 생각한 뒤 그 시간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하여 전에 가 본 적이 있던 청성(靑星)을 시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래서 생계(生界)에서 보았던 팔괘와 오행의 기운들이 어려 있는 그림자를 찾아내고, 그것을 좌표 삼아서 이동할 청성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천지영기의 흐름을 찾은 뒤 손에 진기를 주입하여 음양오행의 영기가 흐르는 일곱 가닥의 실을 쥐었고, 그 다음은 전과 같았다. 줄을 미세하게 조정하여 목표에 다가서는 것.


밤하늘에 뿌려 놓은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수많은 별무리 속으로 들어가다가···, 마침내 가 본 적이 있는 행성계(行星系)를 찾아냈다.


태양보다 수십 배는 더 큰 항성 주위로 15개의 행성이 돌고 있고, 그 일곱 번째 행성에 푸른 영기의 통로가 이어져 있는 곳. 저곳이 바로 청성이다.


“위성이 다섯 개나 있었지? 천 년 뒤에도 같으려나? 응? 아직도 그대로네. 혹시 시간이 안 흐른 건 아닐까?”


다섯 개의 위성이 주위를 돌고 있는 것도 예전과 변함이 없었다.


그 일곱 번째 행성을 향해서 다가가자 지구의 10여 배쯤 되는 청성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외기권을 지나서 대기권에 진입하니 역시 전과 다름없이 흰구름이 떠가고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전에 갔었던 곳을 찾아서 다가서자 높이 병풍(屛風)처럼 솟아 있는 산맥과 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드디어 드넓게 자리한 수해(樹海)가 예전처럼 멋지게 펼쳐지면서 다시 찾은 쥬맥을 반가이 맞이했다.


이상한 형상의 나무들도 그대로고, 천령수처럼 하늘 높이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도 그대로인 것 같다.


“정말 1천 년의 세월이 흐른 걸까? 별로 모르겠군. 어디 한번 더 가 보자.”


전에 갔던 숲속의 좁은 길을 따라서 가다가 영의의 수도로 공간의 결을 베어내고 밖으로 몸을 빼냈다.


지금은 영의로 수행 중이니 숨을 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여 대기의 변화를 살펴도 역시 그대로다.


“설마 세월이 흐르지 않았단 말인가? 분명히 미래로 왔는데···. 그것도 자그마치 1천 년을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 만났던 선인들을 찾아보면 알 것 아닌가? 상심통으로 물어보면 알겠지.

그런데 그때의 그 선인들은 어디로 가서 찾나? 아무래도 그때 천응을 잡았던 근처에 살지 않을까?”


쥬맥은 신수 천응을 잡을 때 만났던 선인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이라면 분명하게 대답을 해 줄 것이기에.


그래서 어풍비행(御風飛行)으로 날아올라 남쪽으로 계속 날아가니 전에 보았던 거대한 산맥이 나온다.


그러다가 점점 산과 숲이 적어졌다. 여기까지도 예전과 똑같은 모양이다.


‘정말 변함이 없나? 미래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앞이 탁 트인 개활지가 나타나고,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커다란 강이 유유히 흐른다.


‘분명히 이 근처인데······.’


그래서 그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서 선인들이 보이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전과는 지형이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그 많던 선인들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설마 다른 신수에게 모두 잡아먹힌 것은 아닐 텐데···. 어딘가 분명히 흔적이 있을 거야.”


그대로 더 날아가니 또다시 높은 산이 하나 나와서 그 산 정상에 올랐다.


산이 높아서 눈이 잔뜩 쌓여 있는데, 이상하게 동물처럼 움직이는 것들이 산을 포위(包圍)한 채 점점 좁혀 들고 있었다. 마치 산짐승을 사냥할 때 몰이를 하는 것처럼······.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꼭 악마(惡魔)처럼 생겼다. 등 뒤에는 날개 대신에 두 개의 팔이 더 달렸고. 그리고 검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문명을 이룬 종족인 모양이다.


10척 정도 되는 키에 하체에는 갈색털이 무성하게 나 있는데, 상체는 붉은 피부를 가졌다. 그래도 사람처럼 반바지형 옷을 입은 게 다행이었다.


하체에 옷을 입었다는 것은 최소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인성을 지녔고, 기본적인 생활 규범이 존재하는 수준의 문명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엉덩이에는 마치 짐승처럼 채찍 같은 꼬리를 달고 있었다. 지구의 야차족이나 반인족처럼 말이다. 그리고 입에는 짐승같이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해서 몰골이 아주 흉악했다.


특히 두 개의 긴 송곳니가 밖에까지 뻗어 나왔고, 쭉 찢어진 눈에는 붉은 눈자위에 샛노란 눈동자가 번쩍거리듯이 기이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얼굴에는 털이 없고 천인족처럼 흰색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귀가 한 뼘이나 뾰족하게 솟아 있는데 하나같이 생김새가 마치 판박이처럼 똑같아서, 나란히 놓고 보면 구분을 못 할 지경이다.


‘저것이 지금 사람인가? 괴물인가? 악마인가? 도저히 분간이 안 되는군.’


그래서 우선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그래서 천이통(天耳通)과 상심통(相心通)을 발현하여 그들의 대화를 들어 보았다.


“빨리 찾아라! 못 찾으면 원신(元身)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샅샅이 찾고 있는데 아무래도 정상 쪽으로 간 것 같다.”


“이제 선인족의 선인은 그놈 한 놈밖에 남지 않았다. 분명히 그놈이 그 비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반드시 찾아서 그 비술을 가지고 가야 우리가 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원신이 우리를 아마 용서하지 않을 거야.”


자기네들끼리 두런두런 떠들고 있다.


‘선인? 비술? 선인이라면 전에 내가 천응을 잡을 때 도와준 그 선인들을 말하는 것일까?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다고? 그럼 내게도 꼭 필요한 사람인데 내가 먼저 찾아야 되겠군.’


쥬맥은 천이통으로 더 법력을 쏟아서 주변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상 근처의 큰 나무 아래서 기척이 잡히는데, 숨쉬는 소리로 봐서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이미 쫓아온 종족들이 그쪽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마치 시체의 냄새를 맡은 승냥이들처럼 말이다.


‘안 되겠군. 서둘러야지.’


쥬맥이 번개처럼 이동하여 다가서자 전신에 상처가 가득한 선인이 가슴에 작은 상자 하나를 끌어안고 불안해하며 덜덜 떨고 있었다. 천안통으로 바라보니 이미 법력이 바닥난 선인이다.


전에 본 적이 있는 파란색 도의를 입은 선인 차림. 그리고 천인족과 비슷한 얼굴에 황갈색 피부. 키가 8척쯤 되어 보이니 틀림없이

그때의 선인들과 같은 종족이 틀림없다.


그런데 머리를 틀어 올려 찔렀던 비녀를 빼 들고 작은 상자를 겨누고 있었다. 금방 부수기라도 할 것처럼.


그때 쥬맥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상심통으로 말을 걸었다.


[여보시오! 무슨 일인데 저들에게 쫓기고 있는 것이오?]


“앗! 당신은 누구요? 차림새가 저놈들과 한패는 아닌 듯한데······.”


[나는 전에 이곳을 방문해서 당신들을 도운 적이 있는 사람이오.]


“그럼 제발 나 좀 도와주시오. 저 나쁜 놈들의 야욕을 막아야 하오. 저놈들에게 이 함을 뺏기면 생계(生界)가 전부 위험해집니다.”


[그럼 저들이 나쁜 사람들이란 말이오? 그것을 어찌 믿는단 말이오?]


“틀림없습니다. 이 비술을 빼앗아 생계를 정복하려는 마신족(魔神族)의 구도자가 보낸 그놈의 분신들입니다.”


[그럼 당신은 이곳에 잠시 숨어 있도록 하시오. 쫓아온 저들은 내가 처리할 테니 그 뒤에 얘기합시다.]


우선 이 마신족이라는 자들을 유인하여 없애기로 하고 기척을 드러내니 벌떼처럼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런데 역시 모두가 똑같이 생겨서 하나씩 개체를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그때 쥬맥의 기척을 먼저 알아챘던 몇 놈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알리기 위해서 진기를 실어 목청껏 외쳤다.


“그놈이 여기에 있다. 모두 이쪽으로 와라!”


“이번에는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포위하라! 반드시 비술을 빼앗아라!”


“1대는 뒤쪽으로! 2대는 좌우로!”


그러나 우르르 몰려온 그들은 쥬맥의 영의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반투명한 모습에 형상도 그들이 쫓던 선인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녀석이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사람도 아닌 듯한데 왜 우리의 일을 방해하느냐?”


[하하하! 악당들을 없애는 데 내가 누구인지가 그리도 중요한가?]


“아니, 뭐라고? 이런 버릇없는 놈 같으니라고. 안 되겠다. 우선 이놈을 없애고 보자. 모두 쳐라!”


그러자 3백여 명에 이르는 놈들이 일제히 검을 빼 들고 합격진을 펼치며 달려들었다. 자못 그 기세가 흉흉하다.


쥬맥이 빙긋이 웃으며 보법으로 여유 있게 피하면서 수강으로 맞받아치는 한편, 만월한빙무(滿月寒氷舞)부터 펼치기 위해서 만월한빙심법(滿月寒氷心法)을 운공했다.


비록 육체가 없는 영의(靈意) 상태지만 기나 법력의 흐름 등은 육신과 똑 같았다. 육체의 틀을 그대로 가지고 빠져나온 영체니까 말이다.


한기(寒氣)를 기해혈(氣海穴)에서 삼초유(三焦兪)와 심유혈(心兪穴)을 거쳐 천주혈(天柱穴)로 보냈다가, 견중유(肩中兪)에서 양로혈(養老穴)에 이르기까지 32개 혈을 돌렸다.


말이 32개 혈이지만 실제로 기가 정해진 혈도(穴道)를 따라 흐르는 것은 그야 말로 순식간이었다.


경지가 올라갈수록 무의식 중에 몸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준비에 들어가고, 의도하는 대로 언제든 무공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 완골(腕骨)과 전곡혈(前谷穴)로 차가운 한기가 몰려들어 천천히 만월연보(滿月燕步)를 밟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산 정상에서 내딛는 보보마다 한기가 어려 발자국에 흰 서리가 일어나는데······.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보법을 밟으며 검 대신에 수강으로 춤추듯이 검법을 펼쳤다.


‘만월예음(滿月藝音)!’


수강이 횡소천군처럼 횡으로 길게 공간을 베어 내며 8변을 일으키고, 몰려 있는 마신족 전사들을 덮쳤다.


수강이 얼마나 빠른지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어서 눈발처럼 휘날리며 한 번에 10여 명의 목을 날려 버린다.


그런데 또 수공으로 일어나는 한기는 얼마나 강한지 잘려진 목의 단면이 얼어붙어서 피도 흐르지 않았다.


손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목을 베고 나서야 귀가 아프게 ‘삐이~’ 하는 날카로운 예음(銳音)이 울려 퍼진다.


다시 몇 번을 사선으로 베어 내니···, 수강이 빛살처럼 날아가서 다시 10여 명의 목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팟! 파바바바밧!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썩은 나무의 밑동처럼 쓰러지는 적들! 그 모습을 보고 마신족이 주춤하는 사이에 다시 거세게 공격을 퍼부었다.


‘만월일파(滿月一波)!’


이번에는 폭풍처럼 사방으로 밀려가는 수강이다!


8변(變)으로 휘두르는 수강에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어서 반짝거리는 사이로, 수강이 수탄(手彈)이 되어 빙편 사이에서 마신족에게

파도처럼 밀려갔다.


파밧! 파바바바바바밧!


“끄아아아아악!”


수탄에 맞은 마신족 수십 명이 그대로 가슴이 뚫려서 그 자리에 쓰러졌다.


마신족 전사들은 이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우르르 몰려오며 고함을 지른다. 그것으로나마 용기를 내보는 것!


“죽여라! 모두 달려들어 이놈을 죽이자! 어차피 도망가도 죽는다.”


[모두 덤벼라! 동료들과 함께 황천길로 보내 주마. 만월한검(滿月寒劍)!]


수강을 수백 번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쪼개 내자 하얀 기둥이 하나 들어서면서 반경 100장 이내의 수증기가 몰려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함박눈이 시야를 가리고 쏟아지는 속에서 번갯불처럼 차가운 수강이 수 없이 퍼져 나가나니······.


주변에 서 있던 마신족 전사 1백여 명이 모두 길게 세로로 쪼개져 버렸다. 수강으로 펼친 그 단 한 수에 말이다.


그런데도 차가운 냉기에 그 계면(界面)이 얼어붙어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으니······.


믿기지 않는 그 모습에 마신족들이 어안이 벙벙하여 멀뚱히 바라볼 때 이어서 펼쳐지는 다음 초식이다.


‘만월붕산(滿月崩山)!’


2장에 가까운 수강을 느리게 앞으로 찔러 가는데···, 그 수강 끝에서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실린 경력이 마치 살을 에는 듯한 한파와 함께 묵직하게 밀려 나온다.


슈우~ 슈슈슈슉!


그 경력에 놀라서 마신족이 모두 피하려고 하는데 수강이 떨리며 분산하더니, 소리 없이 주변 마신족들의 심장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상반신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얼음이 깨지듯 산산이 부서져서 부스스 흘러내린다. 마치 모래처럼······.


“으아~”


그제야 번쩍 정신을 차린 마신족의 대장. 기겁을 하며 소리 높이 외쳤다.


“안 되겠다. 모두 도망쳐라!”


[하하하! 이놈들! 도망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만월추혼(滿月追魂)!]


수강(手罡)은 보이지도 않고 무형의 강기(罡氣)가 희미한 귀신 울음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휘이유우~~


“으아아아아아~~~”


“끄으윽!”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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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263화. 선신의 경지에 이르다 +1 22.09.28 1,052 7 18쪽
262 262화. 무예 법술 마법의 조화 22.09.27 1,051 8 17쪽
261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22.09.27 1,049 7 19쪽
260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22.09.26 1,056 8 19쪽
259 259화. 태을 선인 신선이 되다 22.09.26 1,047 7 19쪽
258 258화. 삶 속에서 도를 구하다 22.09.23 1,048 7 19쪽
257 257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2.09.23 1,050 6 19쪽
256 256화. 납치를 당하다 22.09.22 1,053 7 20쪽
255 255화. 또 다른 경지 22.09.22 1,050 6 19쪽
254 254화. 결의형제(結義兄弟) 기맥 22.09.21 1,055 7 19쪽
253 253화. 가는 정 오는 정 22.09.21 1,056 7 19쪽
252 252화. 영의 수행으로 얻은 비술 22.09.20 1,051 7 19쪽
»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1 22.09.20 1,053 6 19쪽
250 250화. 유체 이탈(遺體離脫) 22.09.19 1,061 7 19쪽
249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22.09.19 1,057 6 18쪽
248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22.09.12 1,067 4 18쪽
247 247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 22.09.12 1,060 5 19쪽
246 246화. 토정을 구하다 22.09.12 1,056 6 19쪽
245 245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 22.09.12 1,051 6 19쪽
244 244화. 법력과 의식 배양 22.09.12 1,051 6 19쪽
243 243화. 천붕(天鵬)과의 결투 22.09.12 1,065 5 19쪽
242 242화. 천응(天鷹)과의 결투 22.09.12 1,052 5 18쪽
241 241화. 위기와 함께 오는 기회 22.09.12 1,065 6 18쪽
240 240화. 산신령을 죽이다 22.09.12 1,050 6 18쪽
239 239화. 청성과 천지교룡(天地蛟龍) 22.09.12 1,049 6 18쪽
238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22.09.09 1,063 6 18쪽
237 237화. 영혼을 완성해 가는 여정 22.09.09 1,053 6 19쪽
236 236화. 세가 조직체계 재정비 22.09.08 1,056 6 18쪽
235 235화. 진정한 무림의 시대 개막 22.09.08 1,051 6 19쪽
234 234화. 천망과의 혈투(血鬪) 22.09.07 1,069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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