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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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선계(仙界)에 발을 내디뎠으니 아직 아무것도 몰라서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태을 신선.

‘어떻게 해야 하지? 그냥 내가 알아서 찾아가야 하나?’

이곳엔 처음 왔으니 알 도리가 없다. 누가 사전에 알려 준 적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때···, 흰머리와 수염을 길게 기르고 하얀 도포를 걸쳤으며, 긴 지팡이를 가진 정말 신선 같은 모습의 신선이 태을 신선을 향해서 날아왔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어서 오세요. 이번에 생계에서 비승한 천인족의 태을 신선이 맞지요?”

“예, 제가 바로 태을입니다. 처음 뵙는데 어찌 저를 아시는지요?”

그러자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린다.

“우후후후! 나는 이곳 신선청에서 인족의 비승 신선들을 맞이하는 유림 신선이라고 하오. 이제 겨우 1억 살쯤 되었으니 너무 어려워 마시구려.”

‘뭐? 1억 살? 그게 나이야 역사야?’

도저히 유림 신선의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 쥬맥이 5억 살도 넘은 기맥을 형님 삼았다니 놀랄 일만은 아니다.

“예? 나이가 1억 살? 정말이요?”

그래도 직접 몸으로 부딪친 태을 신선은 갑자기 얼어붙었다. 232년 만에 겨우 비승해서 선계에 첫발을 디디니 대뜸 1억 살이라는 말이 나온다. 멋쩍어서 머리를 긁적이는데······.

“저는 이제 겨우 232살밖에 안 되었는데 어떻게 불러야 할지요?”

“후후후!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합니까? 여기 있으면 나이는 금방 먹습니다. 나중에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죠.

그냥 유림 신선이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 그런데 232살까지 살았는데 겉모습이 너무 젊어 보입니다?”

“아! 이거요? 손자 녀석이 젊게 살아야 한다고 이렇게 꾸며 줘서 그냥 왔습니다. 보시기에 좀 그렇죠?”

“아니요 아니요. 너무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수도하신 분이 손자까지 두었습니까? 다복도 하셔라.”

“하하하! 어찌 친손자가 있겠습니까? 그냥 손자를 삼은 것이지요.”

“자, 그럼 우선은 신선청(神仙廳) 안으로 들어가서 말씀을 나누십시다.”

먼저 앞장서서 가더니 태을 신선을 안내하여 거대한 백옥궁전(白玉宮殿) 안으로 들어갔다.

태을 신선도 처음 보는 환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졸래졸래 그 뒤를 따라가니 자신의 접객실로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 차를 한잔 내주면서, 새로 비승을 하였으니 신선부에 등록을 해야 한단다. 그러면서 옥패에 자신의 내력(來歷)을 법력으로 새기게 하였다.

그 등록 절차가 다 끝나자 금색으로 된 신선패(神仙牌)를 하나 내주는데···, 태을 신선이라고 선어(仙語)로 적혀 있고 뒤에는 얼굴 모습이 새겨졌으며, 그 안에는 등록부에 등재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비어 있는 신선용 별에는 어디든 갈 수가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인족(人族)이니 인족 영역으로 가는 것이 다른 신선들과 어울리기가 좋을 텐데요. 그리고 혹시 아는 분이라도 있으면 불러서 같은 곳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드문 경우지만.”

“아! 그럼 아는 분이 있습니다. 5년 전에 지구에서 비승(飛昇)하신 돈문 신선이 잘 아는 분입니다. 좀 불러 주실 수 있는지요?”

“아~ 지구에서 온 돈문 신선이요? 아니 어떻게 잘 아시는 분이 비슷한 시기에 같이 선계로 비승을 했습니다그려. 쉽지 않은 일인데······.

보통 한 종족에서 몇천 년 간격으로 신선이 배출되는데 지구는 생계에서 아주 큰 행성인 모양이지요?”

“하하하! 그렇게 크지는 않은데 인연이 닿아서 그리 되었습니다.”

“그분께 바로 연락을 보냈으니 잠시 뒤에 도착할 겁니다. 다행히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별에 거주하더군요. 그럼 천천히 쉬면서 여기에 있는 자료로 선계(仙界)의 지도와 좌표를 찾는 방법, 주의 사항 등을 익히세요. 이것은 처음 오는 신선들께 모두 드리는 것이니 가지고 가서 봐도 됩니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꼭 필요하여 여쭈려던 참입니다.”

건네는 옥간을 받아서 법력을 가하니 그 속의 내용들이 손을 따라서 저절로 머릿속으로 들어와 각인이 되는데······.

쥬맥이 구해 온 선인족의 비술이 담긴 옥간(玉簡)은 신선들의 비술이 흘러나온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진쯤 선계의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데···, 푸른 둔광이 번쩍이더니 금방 눈앞에 다가왔고 그 속에서 돈문 신선의 영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응? 어디 갔지?”

그런데 젊게 변한 태을 신선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유림 신선을 향해서 두 손을 모아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구 출신 돈문입니다. 같은 출신의 태을 신선이 비승을 해서 선계에 왔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벌써 다른 곳으로 가 버린 모양이지요? 그 사람 참 섭섭하게······.”

그러자 무슨 말을 하느냐는 듯이 어리둥절하며 태을 신선을 가리킨다.

“아닙니다. 저기 기다리고 있잖아요? 저분이 바로 그 태을 신선입니다.”

돈문 신선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생계에서 같이 보낼 때 태을 신선은 늙었었는데 저렇게 젊은 사람이?

“예? 그 사람은 저렇게 젊지 않은데······. 잠깐만, 아니 그러고 보니 옛날에 젊었을 때의 모습이네. 고맙습니다. 그럼 저 친구는 제가 데려가지요. 같은 별로 등록해 주세요.”

“그리하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태을 신선에게 다가오는 돈문 신선. 조금 화난 표정이다.

“아니, 이 사람아! 깜짝 놀랐잖아? 보면 아는 체를 해야지 왜 보고만 있어. 나는 남인 줄 알았네. 그런데 도대체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야?”

그래도 재밌다고 웃는 태을 신선이다.

“하하하하! 이제야 저를 알아보시겠어요? 재미있게 좀 놀려먹으려고 그랬지요. 어때요? 제 모습이 멋지지요? 신선은 이렇게 젊게 살아야지요.”

“전에 중계(中界)로 수행을 같이 갈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 사이 다른 비술이라도 터득한 것인가?”

“하하하! 이게 다 손자를 잘 둔 덕분 아닙니까? 쥬맥이 그 녀석이 꾸며 준 것인데 어때요? 부럽지 않으십니까?”

“허허 참, 이 사람이 나한테 자랑하고 싶어서 그랬구먼. 그럼 그 손자랑 계속 잘 놀게. 나는 이만 가네.”

돈문 신선이 섭섭하다는 듯이 돌아서서 횡하니 가 버리니, 당황한 태을 신선이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만류했다.

“아니, 형님! 같이 가야지 왜 혼자 가십니까? 잠시만 기다리세요.”

급한 상황에 처하자 태을 신선 입에서 형님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럼 나한테도 그 비술(秘術)을 알려 줄 거지? 그게 아니라면 말고······.”

“당연하지요. 도착하자마자 바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다 형님.”

“그럼 어쩔 수 없구먼. 자~ 같이 가세. 잘 따라와야 해.”

돈문 신선이 먼저 신선청의 문턱으로 가더니 까마득한 아래를 향해서 훨훨 날아내렸다. 꼭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것처럼 보이나 의식의 속도로 날으니 빛살보다 더 빠르다.

태을 신선도 혹시나 놓칠세라 열심히 그 뒤를 따라서 번개처럼 둔광을 일으키며 의식의 속도로 날아갔다. 그러자 그렇게 까마득히 멀리 보이던 은하들이 금방 눈앞을 홱홱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은하계로 뛰어들더니, 점점 변두리의 행성계로 다가가서 지구만 한 별 속으로 들어갔는데······.

지구처럼 푸른 바다도 있고 산과 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모두 기로 이루어진 세상임에도 생계와 거의 같아 보인다. 그 느낌마저도.

들에는 사자와 호랑이 사슴 등이 서로 섞여서 사이좋게 놀고 있었고······.

선계답게 선선하면서도 따스한 기온이다. 사방에 나무와 풀이 아름답게 자라고 이름 모를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수도 없이 널려 있다.

두 사람이 땅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어느 생명체도 놀라서 도망가지 않고 한가롭게 놀고 있다가, 옆으로 다가와서 다리에 머리를 비벼 댄다.

정말로 평화(平和)로운 세상을 보니 ‘여기가 바로 선계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돈문 신선의 거처는 푸른 초원을 가로질러 나지막한 산 위에 하얀 옥으로 지어져 있었다.

혼자서 사는데도 마치 대궐처럼 넓다.

“자! 여기가 내 거처일세. 여기 말고도 거처가 여러 군데에 있다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기거하면 되거든. 우선은 여기서 나랑 함께 하루를 보내고, 내일부터 적당한 곳을 찾아 보세.”

“이 별에는 형님 말고 다른 신선은 없는 모양이지요?”

이제는 형님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니 돈문 신선도 좋은 모양이다.

“자네 이제는 형님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군. 그래, 이제 어차피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니 형님 아우 하면서 사이좋게 편히 지내세.

그동안 혼자 지내는 5년도 심심했는데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은 얼마나 더 그렇겠나? 선계는 수행을 하는 신선들이라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신선 한 사람 앞에 별을 하나씩 준다네.

그래서 혼자는 너무 심심하니 여럿이 어울려 지내는 신선들이 많아. 그러다 보니 주인 없이 비어 있는 별도 많고.”

“여기에 오셔서 술을 담아 두신 것은 없어요? 담을 수는 있지요?”

“아직 담아 둔 것은 없는데 담을 수는 있는 모양이야.”

“아이구~ 정말 다행이네요. 저는 자리를 잡으면 술부터 담아야겠습니다.”

“술은 술이고, 우선 차나 한잔 하세. 이곳에서 나는 차도 제법 괜찮거든.”

“예, 그러지요.”

돈문 신선은 찻잎 같은 것을 꺼내 놓더니 다기(茶器)에 두 손을 대고 법력으로 물을 끓였다. 그러자 물이 금방 끓어올라 잠시 식힌 뒤 찻잎을 넣는데, 그 향이 제법 향그럽다.

“자! 한 잔 마셔보게. 여기 들풀을 따서 내가 직접 만든 것이야. 필요한 것은 자기가 직접 만들어도 되고, 또 필요한 일상품(日常品)을 거래하는 곳에 가서 사거나 교환을 해도 된다네.”

“예? 여기도 생계처럼 사고 파는 곳이 있다고요? 선계에요?”

“그야 당연하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어차피 신선도 대부분 사람이 도를 닦아서 이리된 것이 아닌가? 모두 영기로 이루어져 있지만 오래 지내다 보면 너무 심심하거든.

생각해 보게. 수억 년을 가만히 앉아서 도만 닦고 있으면 무슨 낙으로 인생을 살겠는가? 아니, 이제는 신선생(神仙生)이라고 해야 하나? 허허허!

우리가 그러려고 신선이 된 건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 모두 생계 시절이 그리워서 그 흉내를 내며 사는 것이지.

물론 이미 신선이 되었으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영기만 흡입하며 살아갈 수도 있네. 아우도 술을 좋아하니 알겠구먼. 술 안 먹고 살면 재미없지?”

“그야 당연하지요. 술이 없는 세상은 차라리 생계만도 못 하죠.”

“바로 그거야. 여기 신선들이 하는 일이라고 해 봐야 일 년에 한 번씩 팔계 순찰을 돌고, 유계(幽界)나 마계(魔界) 같은 데 가서 문제가 생긴 것을 해결해 주고, 뭐 그 정도 하는 거거든.

그런데 모두 심심하니까 그런 일은 구태여 위에서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신선들이 제법 많아.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말일세.”

“그래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인가 보죠?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선계를 빌려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밥값은 해야지. 1년에 겨우 한 번 하는 것이니까 별일은 아니야. 심심해서 자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거든. 자네도 살아 보면 알아. 신선청에서 통보하는 내용들은 모두 신선패를 통해서 연락이 된다네. 그러니 신선패를 항상 몸에 지녀야 하지.”

“여기도 설마 계급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모두가 우리 같은 신선이지요?”

“자네도 참 순진하구먼. 어디나 모여 사는 곳에는 계급이 있는 것이야. 물론 누가 계급장(階級章) 달고서 이 일 저 일을 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일세.

능력에 따라 신선에도 등급이 있다네. 자네나 나는 맨 밑의 그냥 신선이야. 말 그대로 진짜 초짜인 말단 신선이지.

우리 위로는 영선(英仙), 태선(太仙), 만선(萬仙), 시선(始仙), 이렇게 줄줄이 있다네. 자네는 신선패가 금색이지? 여기서는 금색이 가장 낮은 걸세.

영선은 녹색, 태선은 청색, 만선은 붉은색, 시선은 자주색이야. 혹시 자주색 신선패를 보면 공손히 대해야 하네.

최소한 수십억 년을 묵은 노괴들이야. 우리 정도는 손짓 한 번에 날아갈 수도 있어. 들은 소문에 시선은 백 명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 하더군.”

그 말에 태을 신선은 김이 새는 모양이다. 힘들게 왔더니 신선도 계급이 있단다. 생계의 범부들처럼 말이다.

“에이~ 싫어! 죽을둥살둥 도를 닦아서 겨우 신선이 되어 선계에 왔더니, 여기도 계급이 있단 말이에요?”

“걱정 말게. 부딪칠 일도 거의 없고 간섭도 안 하니까. 다만 전쟁이라도 나면 그들이 지휘를 한다고 하더군.”

“전쟁이요? 아니 선계에도 전쟁이 있어요? 도대체 누구하고 싸우는데요?”

“선계 자체에는 없는데, 마기가 강해지거나 요기가 강해져서 마수, 요수가 들끓으면 선계가 나서서 한바탕 진압을 하는 모양이야. 그때는 만선이나 시선이 나서서 지휘를 한다고 하더군.”

“전쟁은 우리 쥬맥이 잘하는데 말입니다. 그 녀석이 빨리 이곳에 와야 하는데······. 소우주(小宇宙)를 만들면 선계 밖에서 살지도 모르겠네요.”

“여기에 사는 신선들 중에도 팔계의 계면에 별장처럼 소우주를 만들어 놓고, 왔다갔다하는 사람들도 있다네.

그러고 보니 자네, 쥬맥이 알려 준 비법을 빨리 알려 줘야지. 이 늙은이 모습의 우형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걱정 마십시오 형님. 금방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 녀석이 알려 준 내용들을 모두 모아서 한 번에 전해 드리겠습니다. 놀라지나 마세요.”

“아니, 그 녀석이 나에게는 안 알려 주고 자네에게만 알려 줬단 말인가? 오면 혼쭐을 내줘야겠구먼.”

“아이고, 질투가 하늘을 찌르십니다. 아니 형님이 비승을 하시고 난 뒤에 알아낸 내용들을 어떻게 알려 드리겠습니까? 저도 오기 전에야 겨우 빼앗다시피 하여 받아 온 것인데요.”

“그려? 그럼 빨리 좀 알려 줘 봐. 이 우형이 궁금해서 죽겠네그려.”

“우선 손을 이리 좀 줘 보시죠.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뭐? 손을 잡아? 남자끼리 손잡고 징그럽게 뭐하게? 자네 좀 이상하네.”

“에이~ 속고만 사셨수? 걱정 말고 안 잡아먹으니 손 좀 이리 주시구랴.”

태을 신선이 돈문 신선의 손을 낚아채더니 손에 법력을 주입해서 잡는다.

그러자 태을 신선으로부터 쥬맥에게서 받은 내용들이 빠르게 전달되어 돈문 신선의 뇌 속에 각인되었다.

“아니, 이거 뭐시여? 이렇게 좋은 비술이 있었어? 진작에 알려 줬어야지? 정말 고생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쏙 들어오네. 이 비술도 좀 알려 줘야 쓰겠네. 내가 술을 담아서 한 병 줌세.”

“아이고~ 술을 받고 줄 것을 괜히 미리 줬습니다. 이미 머릿속에 들여보냈으니 한번 살펴보시지요.”

“오! 이거로구먼. 좋아 좋아, 내가 나중에 그냥 술 한 병 줌세. 여기에 온갖 내용이 다 들어 있네. 그 녀석이 복덩이여. 우선은 내 외양부터 좀 젊게 고치자고. 어디 보자. 응, 이거네. 자네가 한번 봐 줘.”

그러면서 주안술 비법을 찾아 익히더니 잠시 뒤에 점점 세월을 거꾸로 돌리며 영체의 얼굴을 바꾸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15세 정도로 어려져 버렸다. 아주 앳띤 소년 얼굴처럼.

“아이고, 아주 애가 됐네요 애가 됐어. 한 20년은 더 뒤로 후진!”

“20년은 너무하고, 자 이제 어떤감? 지금은 내가 정말 20대로 보이나?”

25세쯤으로 보이는데 형님이니 자신보다는 늙어 보이게 하고 싶다. 그러니 또 거짓을 살짝 섞는 태을 신선.

“아직도 애입니다. 7~8년 더 뒤로 후진하세요. 남들이 보면 웃어요.”

“그래? 어쩔 수 없지. 자 이 정도면 되었지?”

이제 30살쯤 먹어 보이니 제법 마음에 든다. 남이 봐도 자기가 조금 젊어 보일 테니까. 절로 나오는 웃음이다.

“하하하하! 딱 좋아요. 이제 스물대여섯 살쯤 먹어 보이니까 누가 보면 제 동생인 줄 알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약속은 지킨 겁니다.”

“허허허허! 좋았어! 정말 좋았어! 여기에도 여자 신선들이 있겠지?”

“그야 먼저 온 형님이 더 잘 알겠지요. 바늘이 가는 데는 실이 따라가는데 여기라고 여자가 없겠습니까? 왜요? 이제라도 자식을 보시려우?”

“예끼, 이 사람아. 그냥 심심해서 농을 한번 해 본 소릴세.”

농이라는 소리에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던 태을 선인. 그런데 이제야 생각이 난다는 듯이 무릎을 쳤다.

“참! 그러고 보니까 쥬맥이 소우주에서 젊은 아가씨들한테 걸려서 죽을 뻔했다고 하던데요. 아주 젊다고 해요.”

“뭐? 소우주에 젊은 아가씨들이 있다는 말인가? 도대체 몇 살이나 먹었기에 그 젊은 나이에 소우주를 만들었단 말인가? 그럼 날때부터 신인가?”

“한 아가씨는 1억 살이고, 다른 아가씨는 3억 살이라고 하던데요. 나이만 그렇지 아주 젊고 예쁘대요.”

“뭐 1억 살, 3억 살? 그게 나이인가? 고목나무처럼 쭈그렁바가지가 된 마귀할멈 같을 텐데······. 아유, 징그러워.”

“에이, 지금 형님과 저를 보세요. 전에는 늙었지만 지금은 젊은이 모습이니 그들도 그렇게 했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네. 시조할머니뻘 아가씨네그려. 으후후후! 우습네 우스워.”

“으하하하하하!”

둘은 마주 보며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데 선계를 중계나 마계 등과는 달리, 어떻게 생계처럼 이렇게 거대하게 만든 것입니까? 도대체 별이 몇 억 개나 되는지 셀 수가 없으니, 다 가 보지도 못할 것 아닙니까?”

“할 일도 없는데 쉬엄쉬엄 다니지 뭐. 그런데 팔천계 각각의 크기는 천계를 빼고는 대부분 비슷하다네.

생계는 끝없는 하늘에 많은 은하계와 유성 등 여러 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은 여기의 선계도 비슷하지.

그리고 선계는 은하계(銀河系)별로 보통 같은 종족 출신의 신선들이 산다네. 그래야 서로 불편하지 않겠지.

신수들이 도통(道通)하여 선계로 진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은 또 신수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은하계를 찾아간다네. 유유상종이라고 말이지.

그렇다고 우리가 가 본 중계나 마계 등이 결코 작은 세계가 아닐세.

우선 입구로 들어가면 우리가 드넓은 대륙 같은 곳으로 들어가니까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실제로 우리가 가 본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네.

단지 그쪽은 하나의 대륙이 우리 별보다 수만 배는 크고, 또 우리가 발을 디딘 대륙을 바탕으로 하늘에 그런 별이 수십만 개가 있으니 전체적인 크기는 비슷하다고 하더군.”

“우와~ 정말입니까? 팔계(八界)를 다 돌아다녀 보려면 수억 년이 걸려도 힘들겠군요. 기를 결집하여 그와 같은 진체(眞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로 상상이 가지 않아요.

천신께서는 정말 위대하십니다. 그런데 형님은 혹시 천신(天神)의 모습을 멀리서라도 보신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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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