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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련하 님의 서재입니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연재수 :
290 회
조회수 :
378,282
추천수 :
7,321
글자수 :
2,467,752

작성
22.09.19 07:51
조회
1,051
추천
6
글자
18쪽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4각족 대장 비발루의 말에 보급과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카베이가 나섰다.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천인족에서 밀무역을 하는 암상이 다녀갔는데, 천인족이 전쟁 때 사용하는 폭뢰를 어떻게 빼 왔는지 자그마치 2만 개나 가지고 왔습니다.

소금과의 거래를 원했는데···, 그래서 다급한 마음에 바로 비축한 소금을 대부분 내주고 거래를 하였습니다. 이번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모두 다행이라고 좋아하는데, 울테르가 손짓을 하며 다시 나섰다.


“나도 그 보고는 이미 받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래였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어떻게 거래 금지 품목이 흘러들어 왔는지는 나중에라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내 생각에는 천인족이 이번 전쟁을 이용하여 거인족의 세력을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뒤로 흘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우리들의 코가 석 자이니 어쩔 수 없이 우선은 거래를 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리반에서처럼 완전히 승세를 굳히려면 우리도 동귀어진하는 자살 특공대를 조직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제로 시킬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難堪)합니다. 리반에서는 자원자가 많았다고 하던데······.”


그것이 아쉽다는 듯이 말끝을 흐린다. 그러자 또 다른 대장이 나서서 말했다.


“그건 염려하지 마십시오. 지금 우리 진지의 후방에서 부모 형제를 잃고 같이 싸우게 해 달라고 울부짖는 소년과 소녀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자원(自願)을 받으면 자살 특공대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입니다.”


그 말에 울테르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정말로 그렇게 자원자가 많다는 말이요? 그렇다고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애들에게 그런 일을 시키기가 좀 꺼림칙합니다.”


가만히 고개를 살래살래 젓자 앞서 나서서 말했던 대장이 다시 나섰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지금 종족이 사느냐 죽느냐 하는 판에 소년, 소녀가 무슨 상관입니까? 잘못하다가는 그들도 모두 죽고 말 텐데요.

대신에 전사들이 같이 반반씩 참여하여 지휘를 하면서, 함께 전투를 하게 하면 체면이 좀 서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대장이 나섰다.


“어차피 이판사판입니다. 제가 자원해서 특공대(特攻隊)를 모집하여 함께 뛰어들도록 하겠습니다.

참혹한 만행을 저지르는 저놈들에게 반드시 천벌을 내려야만 합니다. 제가 그 선두에 서겠습니다.”


그러자 총대장 울테르가 앞으로 나서더니 자원하는 대장의 두 손을 잡으며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 고맙소. 반인족 모두가 그대를 영원히 영웅(英雄)으로 받들 것이오. 그리고 함께 뛰어드는 모두를 영웅으로 기려서 반드시 역사(歷史)에 남게 하겠소. 그대가 있으니 이번에 우리는 필히 승리할 것이오”


이렇게 해서 샤반에서도 2만 명의 자살 특공대가 조직되었다.


1만 명은 부모 형제를 잃고 자원하는 소년과 소녀들로 채워졌고, 1만 명은 반인족 전사들 중에서 자원자(自願者)를 받았는데······.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가장 많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던가?


그 외에도 전투에 대한 여러 가지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회의가 끝났다.


#


마침내 맞이한 결전의 날.


가족들을 잃은 반인족의 아픔을 아는지 하늘은 우중충한 잿빛인데,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거인족이 불태운 수많은 민가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여기저기 피어오르고···.


죽여서 불 속에 던져 버린 수많은 시신이 타는 역겨운 냄새가 바람결에 밀려오니, 모두 코를 틀어막고 고개를 살래살래 내젓는다.


그러는 가운데 전투를 위한 준비를 하나둘 갖추면서, 아침을 먹은 전사들은 많은 민가를 사이에 두고 각 진지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때 동귀어진할 자살 특공대 2만 명도 지정된 장소에 집결하여 폭뢰에 대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전사와 2인1조로 폭뢰를 수령한 뒤, 마지막이 될 음식을 먹고 죽을 자리를 찾아서 조용히 떠나갔다.


아무리 대범한 척 가장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앳된 소년과 소녀들의 눈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니! 하늘마저 슬픈 잿빛이다.


그래도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의연하려고 노력했다. 같이 조를 이룬 전사들도 마음이 아픈지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먼 산을 바라볼 뿐이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 든 전사들에게는 그들은 자식뻘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집에서 부모에게 투정을 부릴 나이의 애들 말이다.


이렇게 또 다른 잔인한 전쟁의 막이 올랐다. 원통하게 죽은 자들의 복수를 위하여 그들의 어린 자식들과 부모들까지 목숨을 내놓고 나서는······.


그동안의 전투에서 3만 명 중 500여 명이 죽은 거인족 전사들은 전력에 별로 큰 손실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의 전력을 거의 유지한 채 반인족의 진영을 향해서 전진하기 시작했다.


“거차를 앞세워 적진으로 전진하라!”


쿠앙쿠앙~ 쿠앙쿠앙~


“거차부터 전진! 앞으로 진군하라!”


징소리가 크게 울리며 거인족이 진군을 시작했으나···, 반인족은 그 자리에 진을 친 채 움직이지 않고 적군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적과 아군 사이에 있는 부족민들의 집을 자신들의 손으로 무너뜨리고 싶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거인족이 거차를 앞세워서 집을 모두 짓뭉개며 오고 있으니 구태여 힘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신에 골목길을 통해서 2만의 전사들이 소천궁을 하나씩 소지한 채 빠르고 조용하게 빠져나갔다.


“준비된 사수부터 소천궁을 쏘아라!”


거인족이 거차를 밀며 소천궁의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소천궁 부대의 지휘자가 나직한 명령과 함께 빨간색 깃발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러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수만 명의 궁수 부대가 다가오는 거인족을 향해서 곡사(曲射)로 독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피잉~ 핑! 핑피빙! 핑!


갑자기 진군하는 거인족들의 상공에서 독화살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전사들을 덮쳤다.


“으아악! 독화살이다!”


“방패로 막아라! 끄윽~”


“멈추지 말고 계속 전진하라! 전진!”


진군하던 거인족 전사들이 방패로 막기도 하고 거차나 큰 전투 장비의 뒤로 숨어서 피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했다.


그러다가 독화살 공격이 조금 뜸해지자 이번에는 역으로 공세를 취한다.


“파천뢰와 대력궁을 쏘아라!”


쿠앙~ 쿠쿠앙~ 쿠앙~


“발사! 대력궁과 파천뢰를 쏴라!”


그러자 수많은 대형 화살이 반인족 진지를 향해 날아올랐다.


쉬쉭! 쉬쉬쉭! 쉬쉭!


피우우우웅~ 휘류류류류류~


큰 화살이 날아가는 소리가 수없이 울리면서 반인족 진영에서는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으악! 살려 줘!”


“아아악! 커흑······.”


전장에는 비명 소리와 무기 조작하는 소리, 명령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2만의 궁수 부대가 거인족 전사들의 양 측면으로 소리 없이 나타났다.


그들은 은폐물에 몸을 숨기고 소천궁에 독화살을 걸어 직사하기 시작했다.


핑! 피비비빙! 피빙!


직사(直射)로 날아오는 화살들은 대부분 표적을 정확히 조준하여 쏘기 때문에, 방패가 가려 주지 못한 부위를 독화살에 맞은 거인들이 많았다.


독화살에서 독이 전신으로 퍼지기 시작하자 거인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러 댄다.


“끄아아아악! 화살에 독이 묻었다!”


“끄억! 아구 나 죽네. 나 좀 살려 줘!”


“도와줘! 에구~ 나 죽겠다!”


지근거리에서 직사한 독화살에 1천여 명의 거인들이 쓰러졌으나 곧 반격이 시작되자 반인족 궁수 부대는 조용히 물러가 버렸다.


이에 독이 오른 거인들은 더욱 거세게 집들을 부수며, 덩치가 작은 반인족을 백병전으로 깔아뭉개는 상상으로 희희낙락하면서 전진하는데······.


리반에서처럼 좌우와 후방에서 사신들이 섶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들었다.


그중에 반은 덩치가 작은 소년과 소녀들인데, 덩치가 작으니 좁은 틈새로 더 잘 빠져나갔고 비호처럼 내달렸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마치 수만의 말이 달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장애물의 사이사이를 번개처럼 빠져나온 자살 특공대!


그들이 공중으로 번쩍 뛰어오르더니··· 네 개의 발과 두 개의 손으로 거인족 전사들을 힘껏 끌어안았다.


소년과 소녀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생애의 마지막 한마디를 내뱉았다.


“우리 엄마의 원수! 나랑 같이 죽자!”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원수를 죽이고 갈게요.”


“내 어린 동생을 죽인 벌을 받아라!”


그리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바로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아버지들의 슬픈 목소리다.


“자식을 죽인 원수! 나와 같이 죽자!”


모두 유언처럼 외치며 거인들에게 힘껏 들러붙었다. 전원 동귀어진으로···.


꽈앙! 꽈과광! 꽝!


큰 폭발 소리가 수없이 울렸고······.


특공대는 전장의 불꽃으로 산화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2만 개의 폭뢰가 잿빛 하늘에 섬뜩한 섬광을 일으키며 거인족 전사들 속에서 터져 나간 것!!


생명을 바치는 그 의식은 슬프고도 장엄했다. 그리고 너무도 가슴 아픈 죽음들이었으니! 그 슬픈 축제가 끝나고 난 뒤에는 참혹한 전장이 적나라하게 그 모습을 드러났다.


“으아아악~ 살려 줘!”


“아이고~ 내 다리! 내 다리가 날아갔다! 엉엉엉!”


“끄아아악! 커흑~”


슬픔은 슬픔을 낳고 고통은 고통을 낳았다. 그나마 단숨에 숨이 끊어져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부상을 당한 사람들만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른다. 제발 나 좀 살려 달라고······.


이 한바탕 난리에 거인족은 전진을 멈추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버렸다. 눈앞에 펼쳐진 악몽 같은 현실. 눈을 뜨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들인데···, 업보인 것을 어찌하랴!


죄 없는 부족민들을 재미 삼아 학살할 때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항상 그 인과(因果)가 따르는 법 아니던가? 주는 만큼 받고, 뿌린 대로 거두는.


아니 차라리 인과응보(因果應報)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해야 할까? 꼭 서로 간에 무언가 이익이나 물건이 오가는 거래가 아니어도 말이다.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이에는 이, 칼에는 칼, 그리고 덕에는 덕이 따르는 것이거늘, 인간답지 않은 일들을 저질렀는데 어찌 자신들에게 승리의 축배가 있기를 바랄손가?


혼자서도 반인족 전사들 20~30명은 거뜬히 해치운다고 자랑하고 위대한 거인이라고 거들먹거리면서도, 힘없는 노약자들이나 수없이 학살하던 그들이!


그들은 반인족의 소년, 소녀들 한 명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바꿔야 했다. 최소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존엄을 지키지 못하니, 같이 죽자고 나서서 이런 꼴을 당하게 된 것일 터.


이 한 번의 태풍이 전장을 휩쓸고 지나자 3만 명에 이르던 거인족 전사는 독화살 공격으로 1천여 명이 죽은 나머지에서, 또 자살 특공대의 폭뢰에 1만5천여 명이 그 자리에서 죽었다. 그리고 죽지는 않았으나 5천여 명이 부상을 당해서 전투력을 상실했고.


전투가 가능한 인력이 갑자기 8천5백여 명 수준으로 줄어들자 당황한 거인족이 서서히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인족 전사들은 그들이 쉽게 후퇴하게 두지 않았다. 이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른 것인가? 처참하게 같이 찢겨 나가며 죽은 소년, 소녀 그리고 아버지 특공대원들에게 미안하지 않게 그들도 몸을 던져서 용감하게 싸웠다.


부서진 집들을 은폐물 삼아 숨어 있다가 독화살로 쏘고 긴 무기로 발 뒤꿈치나 무릎 관절을 공격하였고, 쓰러지면 바로 벌떼처럼 들러붙었다.


거인들은 한눈을 팔면 바로 화살이 눈으로 날아드니 큰 장비들을 모두 버리고 도망가기에 급급했다. 우선은 제 목숨부터 살자고 말이다.


그 뒤를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는 반인족의 전사들이 우르르 따라붙었다.


이렇게 후퇴하는 과정에서 또 1천5백여 명이 죽고 겨우 7천여 명만 살아서 아구산 입구로 후퇴하였다.


이런 일들이 몇 군데서 더 벌어지자 처음에는 일반 부족민을 학살하며 의기양양하던 거인들은, 어느 날 그 수가 반 이하로 줄어 버렸는데······.


아구산 입구에서 본진을 지키며 뒤를 후원하던 본군(本軍) 5만 명도, 그동안 반인족 전사들과의 전투로 2만 명이 죽고 3만 명만 남은 상태였다.


15만 명의 전사가 반인족과의 전쟁(戰爭)에 투입되었으나 이제는 7만 명도 남지 않은 것!


거기에 태풍으로 식량 공급이 끊어지자 이제는 아구산 입구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서둘러 일반 거인들부터 철수시켰다.


거인족이 후퇴할 기미를 보이자 반인족은 미리서 20여만 명의 전사를 빼돌려 한대(寒帶) 밀림에 잠복시켰고, 그들은 거기에서 거인족이 후퇴할 길목을 찾아 숲에 기름을 뿌려 두었다.


그리고 불에 잘 타는 마른 나무와 매운 연기를 많이 내뿜는 풀을 사방에 잔뜩 숨겨 둔 채, 거인족 패잔병들이 그쪽으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모두 철수한다!”


식량 때문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거인족 부대가 서서히 철군 준비를 하더니···, 밤 삼경이 되자 달이 밝은 시간을 틈타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힘들게 차지했던 아구산 입구까지의 영토를 모두 포기한 채 한대 밀림을 향해서 조용히 달아났다.


위대한 거인이라는 체면도 버리고···.


그러자 반인족은 바로 전서응을 띄워서 매복한 아군에게 알리는 한편, 기마대와 4각족(四脚族)의 전차 부대를 모두 동원하여 그 뒤를 쫓았다.


그들은 무리하게 전투를 벌이지 않고 계속 뒤를 따라가면서 뒤로 처지는 전사들을 야금야금 잡아먹었다.


그러자 더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앞을 살펴볼 시간도 없이 더욱 빠르게 후퇴하는 거인족 전사들!


이런 쫓고 쫓기는 전투로 거인족은 또다시 5천여 명을 잃었고, 6만5천여 명만 허겁지겁 밀림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마침내···, 반인족의 전사들이 덫을 놓고 기다리는 숲속에 이르렀다.


모두 허겁지겁 달아나고 있는데 한 거인족 전사가 샤반 전투에서 총대장을 맡았던 울테르에게 다가왔다.


“대장님!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숲속에서 이상한 생선 비린내가 나는데 아무래도 어유를 뿌려 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큰일이구나! 이것은 틀림없이 반인족이 화공을 펼치려고 미리 함정을 판 것이야. 불을 붙이기 전에 빨리 피해야 한다.

지금 바람이 어느 쪽에서 부느냐?”


“지금 동서풍이 불고 있습니다. 분명히 뒤에서 불을 놓을 겁니다.”


“그래? 그럼 모두에게 전달해서 남쪽으로 뛰게 하라! 급하다. 어서!”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때가 늦었는지 뒤쪽에서 반인족 전사들이 수없이 나타나며 솜뭉치가 달리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모두 공격하라! 불화살을 날려라!”


뿌우우우우우~ 뿌우~


“불화살을 쏴라!”


뿔고동 소리와 발사 명령이 울려 퍼지자 시위를 당기고 있던 화살 끝에 불을 붙여서 숲속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수천 발 수만 발을

우수수······.


피잉~ 핑! 피비비빙!


후다닥~ 타다다닥~


순식간에 불타는 소리와 도망가는 소리, 그리고 연기와 불로 가득 차는 숲속! 밀림이 불바다가 되니 매운 연기가 가득 차서 눈물이 흐르고, 그리고 그 연기가 또 시야를 가리자 사방을 분간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울테르의 지시를 받은 전사가 목청껏 외친다.


“모두 남쪽으로 달려라! 남쪽으로! 모두 도망쳐라! 남쪽이다! 남쪽!”


그 소리에 모두 우르르 남쪽으로 뛰는데···,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남쪽에서 10여만 명의 반인족 전사들이 나타나 길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놈들! 오늘이 네놈들 제삿날이다. 어디로 도망가느냐?”


숨어 있던 곳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소천궁으로 독화살을 무수히 쏘아 댄다. 너희도 한번 당해 보라는 듯이.


“이것이 양민을 학살한 천벌이다. 모두 태워 죽여라!”


“와아! 공격하라! 모두 지옥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라!”


이미 흩어져 허둥지둥하는 거인족 전사들은 전투 체계를 잃어버렸고, 어디로 갈지 몰라 길을 잃고 갈팡질팡했다.


서로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으나···, 지옥의 업화(業火) 같은 시뻘건 불길 속에서 악귀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하나둘 쓰러져 갔다.


그러자 오징어 타는 냄새처럼 역겨운 살 타는 냄새가 연기와 함께 사방으로 자욱하게 퍼져 나간다. 우리가 한눈을 팔다가 잘못하여 벌겋게 단 쇠 부지깽이를 손으로 잡았을 때처럼 말이다.


다행히 선두에 섰던 3만여 명은 미친 듯이 앞으로 내달리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불길에서 벗어났으나···, 나머지 3만5천여 명은 대부분 불에 타서 죽거나 반인족 전사들의 독화살과 무기에 맞아서 죽었다.


샤반에서는 반인족의 부족민들이 거인족 전사가 지른 불길 속에 타면서 역겨운 냄새를 풍기더니, 한대 밀림에서는 거인족 전사들 수만 명이 반인족이 놓은 불길에 타면서 보름이 넘게 살 타는 냄새를 풍겼다.


그동안 한대 밀림과 아구산 근처까지 내려와 살던 일반 거인족들도 모두 허겁지겁 도망을 갔다. 미처 철수하지 못한 거인족은 반인족이 닥치는 대로 모두 죽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거인족 전사 3만5천여 명이 불에 타 죽은 이곳은 거인들이 불탄 숲이라는 뜻으로 거연림(巨燃林)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으나, 두 종족의 터전이 황폐화되어 모두 새로 일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거인족 영역은 태풍에 휩쓸려 모두 날아가고 반인족 영역은 전쟁으로 많은 집들이 불에 타서.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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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262화. 무예 법술 마법의 조화 22.09.27 1,047 8 17쪽
261 261화. 선계도 계급과 돈이 있다? 22.09.27 1,046 7 19쪽
260 260화. 선계(仙界)의 형님과 아우 22.09.26 1,053 8 19쪽
259 259화. 태을 선인 신선이 되다 22.09.26 1,044 7 19쪽
258 258화. 삶 속에서 도를 구하다 22.09.23 1,043 7 19쪽
257 257화. 전화위복(轉禍爲福) 22.09.23 1,046 6 19쪽
256 256화. 납치를 당하다 22.09.22 1,050 7 20쪽
255 255화. 또 다른 경지 22.09.22 1,047 6 19쪽
254 254화. 결의형제(結義兄弟) 기맥 22.09.21 1,051 7 19쪽
253 253화. 가는 정 오는 정 22.09.21 1,052 7 19쪽
252 252화. 영의 수행으로 얻은 비술 22.09.20 1,046 7 19쪽
251 251화. 시공간(時空間) 이동 +1 22.09.20 1,048 6 19쪽
250 250화. 유체 이탈(遺體離脫) 22.09.19 1,058 7 19쪽
» 249화. 복수(復讐)의 시간 22.09.19 1,052 6 18쪽
248 248화. 동귀어진(同歸於盡) 22.09.12 1,064 4 18쪽
247 247화. 거인족과 반인족의 전쟁 22.09.12 1,057 5 19쪽
246 246화. 토정을 구하다 22.09.12 1,054 6 19쪽
245 245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물 22.09.12 1,048 6 19쪽
244 244화. 법력과 의식 배양 22.09.12 1,047 6 19쪽
243 243화. 천붕(天鵬)과의 결투 22.09.12 1,061 5 19쪽
242 242화. 천응(天鷹)과의 결투 22.09.12 1,048 5 18쪽
241 241화. 위기와 함께 오는 기회 22.09.12 1,062 6 18쪽
240 240화. 산신령을 죽이다 22.09.12 1,046 6 18쪽
239 239화. 청성과 천지교룡(天地蛟龍) 22.09.12 1,045 6 18쪽
238 238화. 생계의 첫 유체 수행 22.09.09 1,060 6 18쪽
237 237화. 영혼을 완성해 가는 여정 22.09.09 1,050 6 19쪽
236 236화. 세가 조직체계 재정비 22.09.08 1,053 6 18쪽
235 235화. 진정한 무림의 시대 개막 22.09.08 1,047 6 19쪽
234 234화. 천망과의 혈투(血鬪) 22.09.07 1,066 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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