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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수 님의 서재입니다.

오로치마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팬픽·패러디

연화수
작품등록일 :
2012.11.30 22:05
최근연재일 :
2013.06.09 23:58
연재수 :
86 회
조회수 :
105,144
추천수 :
960
글자수 :
362,981

작성
12.11.30 22:14
조회
1,468
추천
12
글자
11쪽

오로치마루

DUMMY

...


끔찍하다.


그 말을 듣고 한쪽으로 수긍해버린 내 마음이.

필요를 위해선 그들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그 악마의 살의(殺意)가.

혼돈스러운 마음속에 극단적인 해결책이 내 안을 희롱한다.


마음 속 깊이 동요하는 내게 백사가 속삭인다.


-꽤나 놀랐나보군? 제거해버리라는 말이 꽤 충격적인가?-


무심한 사안(蛇眼)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백사.

그런 뱀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나.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백사를 바라보는 사이, 백사는 다시 한 번 내게 악마와 같은 제안을 말한다.


-그 둘을 제거해라. 그래서 네 녀석 안에 잠든 탐욕을 다시 깨우는 거다.-


멈칫.


‘...그분들을 죽이라고?’


항상 웃으며 날 바라보시던 아버지.

내 머리를 쓰담으며 안아주셨던 어머니.


네쿠모리 테비츠.

네쿠모리 츠바키.


그런 날 향해 웃어주는 그분들을...죽인다?


“...그분들을 죽여서까지 얻어내야 하는 '탐욕'이 과연 무엇인가.”

-이치와 불로불사가 아니었던가?-


쉬익-!


뱀의 울음소리.

마치 나를 향한 비웃음 같았다.


-그 둘만이 너의 모든 것이었지...그렇지 않나? ‘오로치마루’였던 자여.-


뱀은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


이치(理致). 불로불사(不老不死).

내 탐욕에서 시작된 가히 신앙에 가까운 간절함.


그래. 이것들이야말로 나의 모든 것이었다.

이 둘을 위해 살아왔고 그것들을 얻기 위해 움직였다.

수많은 시체 위를 무심하게 걸었고, 나아가 저승마저 탈출하였다.


그렇기에 난 알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난 내가 아니게 된다는 것을.

내가 나로서 있기 위해서는...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을.


“그런가? 그런 마인이 바로 나였나?”

-그래, 그게 바로 너였다. 오로치마루.-


후욱-


뱀의 말과 함께 의식이 흐려진다.

그로 인해 더욱 더 심상세계로 깊이 들어간다.


화아악!


환상이 보인다.


화염이 가득 차 불타오르는 하늘.

수많은 시체의 산.


그리고 그 위에서 광소(狂笑)하는 마인(魔人).


"이건...?"

“으하하하하!! 크하하하하!!”


그의 주변에는 시체가 가득 쌓였고 시체에서 흐르는 피는 강을 붉게 적실지경이었다.

자신을 향해 저항할 존재가 존재치 않았고 나아가 모두가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


너무나도 두렵기에.

목숨을 잃을까 겁이 나기에.


아직 살아 숨 쉬며 뜨겁게 맥박치는 심장을 한손에 들고

시체 위에서 흥에 겨워 소리쳐 웃는다.


“갖고 싶다! 진리를! 이치를! 그 모든 것을 말이다! 결코 이렇게 얌전히 기다릴 순 없어!”


온몸에 뱀들이 휘감겨있는 모습.

가히 악마(惡魔)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괴물.


독립(獨立). 독행(獨行). 독존(獨尊) 했던 마(魔).

거침없이 살았던 그 마인. ‘불사의 오로치마루.’였던 자의 모습이 내 눈앞에 있다.

그리고 나였던 ‘불사의 오로치마루’는 그들을 죽이기를 원한다.


-그들을 죽이는 거다. 오로치마루.-


화르르---!!


백사의 말과 함께 내 손에 불타오르는 염화(炎火)의 검이 생긴다. 그리고 '불사의 오로치마루'는 사라지고 그 앞에는 내약하기만 한 내 부모님의 모습이 투영된다.


-옛 어느 유명한 장군이 말했지. ‘울지 않는 두견새여. 죽어라.’ 라고 말이다...그리고 이 들이 있음으로 해서 넌 울지 않은 두견새가 되었다.-


철컥.


내 오른손에 쥐어진 검은 저절로 움직이며

그 검극을 눈앞의 부모님의 심장을 향하게 만든다.


-널 방해하는 작자들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을 죽임으로써...다시 한 번 마인(魔人)의 업을 걷는 거다.-


우우웅--!


심장을 겨눈 염화의 검이 가공할 기세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부모님의 심장에 꿰뚫릴 듯이 날아갔다.


쐐액-!


-죽여라. 오로치마루.-


잠들어버린 탐욕을 다시 찾아내기 위해

잠들어버린 마인을 다시 깨우기 위해


백사의 말에 현혹되어 내 손에 쥔 염화의 검이 저절로 움직이며 부모님들을 죽이려 날아간다.


“오로치마루...”


멈칫.


목소리가 들린다.


“오로치마루.”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건 웃고 있는 내 부모님.


내 눈앞에 있는 부모님의 눈과 내 눈이 서로 마주쳤고.

이윽고...그 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로치마루...부디 행복하렴.”

“!”


까앙!


...


-무슨 짓인가?-

“...이건. 이건 아니라고 본다.”


순간. 불타는 검날을 남은 왼손으로 꽉 쥐어 강제로 부서뜨린다.

날아가는 검날을 옆으로 내치고 고요히 날 쳐다보는 백사를 바라본다.


“탐욕을 위해. 이상을 위해...그들을 죽일 필요는 없다.”

-뭐라? 필요 없다고?-

“그래. 필요 없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가 변하기 시작한다.


지옥과도 같이 불타는 하늘(炎天)이 날 중심으로.

점점 푸른 하늘(蒼天)로 변하기 시작한다.


겹겹이 쌓여 산이 된 시체(屍山)들의 모습이.

평범한 대나무 숲(竹林)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 안에서 여유롭게 서 있는 군자(君子)의 모습으로.

모든 것을 죽이고 다시 얻으려고 하는 ‘불사(不死)의 오로치마루’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백사>를 제지한다.


“내가 삼킨 것 때문에 내 탐욕이 잠들었다면...난 기다리겠다. 다시 한 번 탐욕이 살아날 때까진 그저 편안히 때를 기다리겠다.”


내 마음에서 또 다른 ‘내’가 말한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고 하는 탐욕도, 분노도, 광기도 잊은 채.

청명(淸明)한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나.


“아직 그들을 죽일 만한 업은 필요 없다. 뱀아.”

-헛소리! 네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아는가?-

“어느 옛 장군이 그런 말을 했지만 이어서 또 다른 말이 하나가 더 있지. ‘울지 않은 두견새여.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 라고 그 장군을 이긴 왕이 한 말이...뱀이여. 탐욕이 오지 않으면 기다리면 되지 않겠는가.”


지금까지 잘못 생각했다.

이러한 번뇌는 불필요하다.


난 어떤 고뇌와 고민도 없는 표정으로 백사를 제지한다.


“불로불사는. 진리는. 이미 손에 넣었지 않았는가? 뱀아.”


나의 모습을 하였지만 그의 모습은 결코 내가 아닌 것 같은 분위기.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청렴한 군자(君子)?

세상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포부를 가졌다는 굳센 선비(士)?

이런 나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생각해보지 않았고 알지도 못했던 나.


탐욕의 눈이 멀어 제대로 보지 않은 백사에게 내가 천천히 지나친 것을 짚어준다.


“내가 원하는 건 이제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상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돼있는데, 이런 힘을 너는 이미 갖고 있는데. 어째서 그들을 죽여서까지 더한 '탐욕'이 내게 필요하단 말인가?”


전생의식을 통한 불로불사는 이미 완성형이라고 볼 수가 있다.

이런 불로불사의 긴 시간을 활용한다면 진리를 손에 넣는 것도 이제 머지않아 가능하다.


시간의 문제일 뿐 그들은 이미 내 손안에 있다.


“그때까진 잠깐 마(魔)의 삶은...철회할 수 있지 않은가? 그때까진 사람(人)의 삶을 살 수 있지 않는가?”


내 마음 속 온정(溫情)이 만들어낸 마지막 환영.

그 마지막 말의 의미가 다시 한 번 떠오른다.


‘행복하렴.’


“...난 ‘네쿠모리 오로치마루’로써 인생을 한번 제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뱀이여.”


가족이란 것을 삼켰으면 기다리면 되지 않은가.

가족이라는 것에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면 자연스레 탐욕을 다시 살아날 것이다.


자신이 구제할 수 없는 마인이라면 언젠가 시간이 다시 한 번 마인을 부활시킬 거다.


탐욕이 다시 되살아나고 마인이 부활한다면 앞서 말한 모든 것을 시행해서 세상을 부셔버려도 상관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러한 생활에선 내가 원하는 또 다른 가치를 찾아 나설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마인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인성(人性)이 일부러 악마가 되기를 거부한다.

아직까지 내려놓지 않은 혈육의 정을 붙들고 마지막까지 항변한다.


‘네쿠모리 오로치마루’라는 인간으로써의 나는 이러한 결정을 거부한다.


-헛소리! 오직 진리만이! 이치만이! 그것이 너를 위한 원동력이 아니더냐? 그 외엔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그래서 그들을 죽여야 하는 것이냐? 이미 원하는 이상을 손에 넣었건만 내 부모를 죽여서까지 이리 탐욕을 원한다는 것이냐?”


마인은 마인답게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나.

마인에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나.


죽.여.야.하.는.가?

살.려.야.하.는.가?


희극(喜劇)이 따로 없다.

심상세계에 환상이 나오더니,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다.


‘백사’라니?

‘네쿠모리’라니?


내 머릿속에서 마치 ‘두 명의 인격’이 있는 것처럼.

오직 자신의 의미를 내세우며 끝까지 그 의지를 이어나간다.


백사의 외침도, 네쿠모리의 설명도 모두 내 영혼의 목소리.

그들의 모습 또한 나의 모습. 그들이 말하는 의미도 나의 의미.


영원토록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채.

끝없이 이어진 평행선처럼 나와 백사는 서로를 바라본다.


...


“...”

-...-

-...그래. 그렇다면 네 마음대로 해라.-


쉬이익-!


백사가 먼저 고개를 돌린다.


-나로서는 네 녀석이 지금 당장 마인의 업을 쌓아, 서둘려 합일(合一)이 되는 방편이 더 마음에 들지만...반대로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분명 인생사에 오직 업만이 있을 리는 없으니까.-

“...”


스스스--


천천히 허공을 유영하는 백사의 모습이 점점 공허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내 의식이 심상세계를 벗어나 점점 수면 위로 부상하는 느낌이 감돈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라. 오로치마루. 언젠가 분명 네 녀석은 탐욕을 간절하게 원하는 날이 올 것이다...그들을 죽여서라도 말이지.-

“...”

-그 때가 올 때까지 난 그저 지켜보고만 있겠다.-


쉬이익-!


-진리도. 불사도. 업도. 온기도. 다 그대의 의지 속에 있으니.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 바란다...‘네쿠모리 오로치마루’!-


휘이익!

쨍그랑!


바람에 꺼진 촛불처럼 순식간에 백사가 사라지자

곧바로 난 심상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


시간은 고작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흐름.

그 짧은 시간 만에 다시 내 방으로 돌아온다.


“내 의지라...”


꾸욱.


저절로 내 두 주먹이 꽉 쥐어진다.


“내 의지...반드시 보여 주겠다. 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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