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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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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47
추천수 :
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6
조회
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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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7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0

DUMMY

바리 공주의 갑주가 워낙 두텁고 그녀는 세븐즈리그의 시민들을 대할 때 항상 갑옷을 입고 나타났기에 자칫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평상복을 입은 바리 공주를 본 우진의 입장으론 바리공주가 살쪘다는 소리는 모기보고 거대하다는 거나 다를 바 없는 헛소리였다.

“그렇게 가슴이 크면 처지기만 한다는. 작아도 예쁜 게 낫다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리 봐도 어린 아이로 보이는 엘프의 인형을 품에 안았다. 우진이 너무 어이없고 왠지 화도 나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는 그때 샤라크가 말했다.

“가슴이 작다고 다 예쁜 게 아니오. 작아도 처진 사람은 더 흉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가슴이 큰 엘프도 작은 엘프도 모조리 사랑할 수 있는 아량을 갖춰야 하오.”

아니 이건 또 웬 병신같은 소리야? 우진은 기가 막혔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들 크나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오오오오.”

“역시 샤라크 님!”

미치겠다. 여긴 정상인은 견딜 수 없는 미치광이 세계같다. 우진은 현기증마저 느꼈다. 얼른 빨리 집회를 끝나게 하고 샤라크를 여동생 레노아가 추적하게 해서 위치를 좀 알아냈으면 좋겠다.

우진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기 직전에 또 화제가 바뀌었다.

“이제는 자랑이나 좀 해볼까요? 자신의 소장품이나, 최근에 있었던 즐거운 경험을 자랑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지요. 제 자랑을 들으면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후후후 나도 만만치 않은데.”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손을 비볐다. 소장품을 꺼내는 이들, 사진을 꺼내는 이들 등으로 분주했다.

“저는 보십시오. 이 앞쪽 삼거리에 있는 바에 엘프 바텐더가 있지요? 제가 글쎄 그 사람과... 입구에서 오가다가 그만 엉덩이가 스쳤지 뭡니까?”

“오오오오.”

“우와아아아아!”

다른 이들은 막 부럽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그, 그게 부럽냐? 우진은 희안해서 발표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몸을 돌려서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고 자랑했다.

“그래서 아직 일주일째 안 씻었습니다.”

“.......”

아까 전부터 지독한 냄새가 나던 게 그런 이유냐? 아니 뭐 보니까 원래 그런 일 없어도 일주일 정도는 안 씻게 생겼다.

이정도면 이제 어이가 없어서 화낼 기운도 없다. 우진은 힘이 빠져서 추욱 늘어졌다.

“전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엘프 아가씨가 흘린 머리칼을 주웠습니다. 보세요. 은발입니다. 은발!”

“오오!”

“헉헉! 그, 그거 저에게 파세요! 아직 안 썼죠?”

우진의 옆자리에 있던 나오타가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머리칼을 주워들고 의기양양해하던 남자가 히죽 웃었다.

“주운 자리에서 즉시 써버렸습니다.”

“아아!”

나오타라는 사람은 절망한 듯 머리를 양손으로 짓눌렀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은발 머리칼의 마력을 못 이겼는지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전에 대체, 머리카락을 어떻게 썼다는 거야? 제발 누가 설명 좀 해줘! 아, 아니 들어봐야 불쾌하기만 할 것 같다. 제발 설명하지 마! 알고 싶지 않아!’

우진이 내심 절규할 때 나오타가 비장한 결심을 한 듯 말했다.

“그, 그래도 저에게 파세요.”

“아, 안됩니다. 제 평생 가보로 할 겁니다.”

우진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에밀리 디아스는 괜히 범죄조직 움직이지 말고 그냥 머리칼이나 한줌씩 잘라서 팔면 부자가 되겠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결국 우진의 차례가 왔다. 우진은 미리 준비한 에밀리 디아스의 옛 옷을 꺼냈다. 에밀리 디아스가 오뎃사 아카데미를 다니던 시절 입던 옛 제복이었다.

“헉.”

“이건 설마 오뎃사 아카데미의 구형 제복? 하지만 설마, 설마 엘프가 입었던 거는 아니겠지?”

다들 한눈에 알아본다. 이놈들 대단하군. 우진은 사진을 꺼냈다. 에밀리 디아스가 학생이던 시절에 찍었던 사진이다.

“에밀리 디아스의 옛 제복입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맙소사. 진품인가?”

“정말 에밀리 디아스?”

“진짜란 말이요?”

“말도 안돼! 그걸 어디서 어떻게 구해?”

“사기 아냐?!”

반응이 예상을 초월해서 격렬하다. 그들은 우진을 에워싸고 탐욕의 눈길로 에밀리 디아스의 제복을 바라보았다.

“지, 진품인지 어떤지 감정을....”

샤라크가 나서서 제복을 들어보았다. 제복이 다 똑같지만 그는 사진을 보며 면밀히 검토했다. 마치 골동품이나 미술품을 감정하는 전문가 같았다.

“일단 사이즈는 같군요. 그리고 냄새는... 흠흠.... 젠장. 오래 되어서 냄새가 거의 남아있질 않군. 옷장 냄새가 납니다.”

많은 이들이 실망의 한숨을 내쉬었다.

“입수경위는 어떻게 된 겁니까?”

“아 그게... 그 친구가 그쪽 집안에서 일을 해서요.”

우진이 대충 둘러대자 다들 수긍하는 눈치였다.

“으음. 이거 나에게 팔면 안 되겠소? 돈이라면 섭섭치않게 드리겠소”

샤라크가 우진에게 물어보았다. 물론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우진은 엘프 마니아를 연기 중이기에 마니아답게 행동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입수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를 귀중한 소장품(?)을 돈에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없지요. 잘 아시면서. 샤라크 님이라면 팔겠습니까?”

“으음. 그렇지요.”

샤라크는 정말 탐이 난다는 듯 에밀리의 제복을 바라보다가 우진에게 돌려주었다. 폭력조직 두목치곤 정말 매너가 좋다. 일반적인 깡패두목이라면 갖고 싶은 건 생떼를 써가며 챙길텐데.

결국 그 날의 모임은 겨우겨우 끝났다. 우진은 어마어마한 심적 타격을 입고 초췌한 모습으로 카페 랜덤하우스를 나왔다.

“헉헉... 힘들었다.”

우진은 숨을 몰아쉬고 벽에 기댔다. 무슨 전투를 벌인 것 같이 피곤하다. 아니 그건 말 그대로 전투였다. 정상적 감각과 비정상적 감각이 교차하는 잔혹한 정서적 전투. 거기서 살아남은 것만 하더라도 대단한 성과다. 우진은 한숨을 내쉬고 마차에 오르는 샤라크를 바라보았다. 샤라크는 하프엘프 비서와 함께 마차에 올라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부유층이 있는 북서구가 아니라 슬럼가인 남동구 쪽으로 가고 있다.

조사한 바로는 샤라크의 집은 북서구의 저택, 그런데 슬럼가로 가고 있다면 뭔가 괜찮은 일이 있을 것이다.

여기선 어설프게 미행하는 것 보다 레노아의 능력으로 멀리서 감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진은 그리 생각하고 즉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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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1 +2 12.09.09 3,153 14 8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0 +4 12.09.09 3,226 19 7쪽
1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9 +1 12.09.09 3,334 24 12쪽
1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8 +2 12.09.09 3,209 18 11쪽
1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7 +3 12.09.09 3,133 20 11쪽
1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6 +2 12.09.09 3,432 20 12쪽
1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5 +3 12.09.09 3,356 18 9쪽
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 +2 12.09.09 3,326 20 12쪽
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2 12.09.09 3,628 17 8쪽
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 +2 12.09.09 4,022 17 13쪽
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 +4 12.09.09 4,644 20 10쪽
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79 15 5쪽
4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4 12.09.09 4,796 14 11쪽
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3 16 11쪽
2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3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1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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