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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님의 서재입니다.

아키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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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71,455
추천수 :
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4
조회
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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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1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8

DUMMY

<8>


이번엔 여동생 레노아에게 부탁해 협력을 요청해야 할 차례다. 우진의 여동생, 아키블레이드 레메나삭의 딸 레노아 칼린즈는 아주 뛰어난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그녀는 공간을 인지하고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공간지각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착시를 일으키는 법 없이 정확하게 거리와 간격을 잴 수 있었고 멀리보기 등의 광학계 마법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다.

단 그런 능력 때문에 그녀의 정서는 기형 발달했다. 그녀는 사람의 용모를 보아도 미추를 알지 못한다. 귀여운 동물을 봐도 그게 귀여운지 모른다. 그녀에게 있어서 외형은 오직 데이터에 불과했다. 보통 인간이 어느 정도 뭉뚱그려진 수채화와 유화의 세계 속에서 산다면 그녀는 어디까지나 날카로운 기하학 도형의 세계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뛰어난 천재성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폭탄이기도 했다.


천리를 깨달은 천재 군사, 레메나삭이 결국 자신의 파멸이 올 것을 알면서도 솔람을 택하고, 그 후에도 솔람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솔람에 정착하게 된 것은 그의 아내가 만삭의 몸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전에는 전국을 떠돌며 훌륭한 군주를 찾아 돌아다녔던 그였지만 만삭의 몸이 된 아내를 데리고 여행을 다닐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하룻밤 묵어간 곳이 바로 솔람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은 딸이 천부적인 재능과 함께, 그 재능으로 인한 정서적 장애를 얻게 됨을 알고 딸을 항상 신경쓰고 그녀에게서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솔람의 파멸까지 함께 하고 만 것이다.

레메나삭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때까지도 딸의 장래를 걱정했다.

결과적으로 레메나삭을 파멸에까지 이르게 했던 천부적인 재능, 그 재능을 이용해서 자신의 돈벌이에 써먹는다니. 왠지 내키지 않는다. 허나 이번 일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레노아의 도움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돈벌이라고 해도 결코 우진을 위해서 쓰는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진과 레노아, 이 둘의 장래를 위해서였다.

우진은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레노아를 설득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어?”

언제나처럼 허름한 아파트에 돌아온 우진은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레노아는 식탁에 앉아서 책을 펼쳐보다가 우진이 들어오자 고개를 돌렸다.

“이제 왔어?”

“레노아. 식사 안했어?”

우진은 레노아가 식탁에 음식들을 차려놓고 가만히 앉아서 책을 보고 있던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레노아는 식사를 차려두고 우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 미안. 오늘 좀 늦었지. 일이 있어서.”

“집에 들렀다 갈 줄 알았어.”

“레노아는 아직 안 먹었어?”

“응. 오빠가 오면 같이 먹으려고.”

조용히 말하는 레노아의 목소리에 우진은 기가 죽었다. 여태 굶었단 말인가? 솔람에서 탈출할 때 영양실조 증세로 한때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레노아였다. 비록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그렇게 굶으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레노아. 내가 없더라도 식사는 했어야지.”

“오빠가 없으면 뭐를 먹어도 맛이 없거든.”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온통 기하학 도형에 불과한 세계, 그 속에서 그녀가 인간으로 인지하던 이는 원래 그녀의 아버지 레메나삭 칼린즈 뿐이었다. 하지만 레메나삭이 죽은 지금, 그녀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유일한 인간은 의붓오빠인 우진 뿐이다. 우진이 그녀와 함께 있지 않으면 그녀는 언제나 이 세계에 홀로 있을 뿐이었다.

‘맙소사.’

그런 건 상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끔찍한 외로움, 공포, 우진은 자신의 여동생이 살고 있을 세계를 상상하며 전율했다. 보통이라면 그냥 여동생을 집에 놔두고 다닌게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녀의 경우는 이게 매우 심각한 정서적 학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도 처음에는 그저 외부인이었다. 아니 외부인이면 차라리 낫지. 우진은 레노아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인간인 아버지, 레메나삭의 관심을 빼앗은 용서하지 못할 적이었다.

그래서 레노아가 처음에는 우진을 지독하게 괴롭혔었다.

그러나 어느새엔가 우진은 레노아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레노아가 우진을 소중히 여기니까, 외로워하니까 우진이 영원히 함께 있어준다면 레노아는 평생 이 세상을 모른 채로 살다 죽을 것이다. 오로지 우진 밖에 없는 세상에서 여동생을 죽게 할 수는 없었다.

“미안. 일을 하느라.”

“나 오뎃사에 안가도 돼. 오빠처럼 클락웍스 메이지에서 공부하면 되잖아? 나도 백색급은 되고 공간광학마법에 있어서는 유단자 급이야. 미성년자라고 해도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야. 그러니까 오빠. 제발 몸 상하게 무리하지마. 오뎃사 유학에 돈이 얼마나 드는 지 알아?”

“그래도 안돼. 넌 오뎃사에 가야 해. 오뎃사 아카데미에서....”

가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우진 말고 달리,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녀의 세계는 더 넓어질 것이다.

“그리고 돈을 버는 건 꼭 레노아 때문만은 아니야. 알다시피 내 예전 가족들은 다말이라는 악당에게 모함당해서 비참하게 살해당했어. 다말은 세븐즈리그 최대의 상인, 그는 세븐즈리그 통령의 최대 정치자금줄이기도 해. 통령은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다말은 영원히 세븐즈리그를 지배한다. 불멸의 통령이라 불리우는 자라고. 그런 어마어마한 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나도 돈이 필요해.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말인데 레노아.”

“응?”

“날 조금만 도와주겠어?”

“그야 물론이지. 오빠가 원한다면 지옥의 끝이라도 보고 말겠어.”

레노아의 호박색 눈동자가 광채를 발했다. 우진은 레노아의 표정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 아이는 미인이 될 거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하긴 레노아의 어머니이자 레메나삭의 아내 ‘칼라가 칼린즈’은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어울리는 미녀였다. 솔람의 국왕 고람이 그녀를 넘보느라 레메나삭에게 대장군 자리를 주고 그를 붙잡아두고 있었다는 건 솔람의 백성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그 딸인 레노아 역시 미녀가 될 거다. 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귀여운 여동생의 볼을 꼬집었다.

“그럼 얼른 식사하고 높은 곳으로 가자.”



<9>


레노아는 마법의 천재다. 물론 아직은 퍼플 체인인 우진의 격이 훨씬 높다. 게다가 우진은 간다르바, 엄청난 잠재 마력을 지니고 있는 우진은 승급을 위한 클락웍스 메이지들의 대회에 출전할 때 항상 앱솔루트급에 출전해야 했다. 앱솔루트 급이란 드래곤, 천족, 마족 등의 비정상적으로 마력이 강한 존재들만이 출장하는 무제한 급! 그 안에서 차곡차곡 승급해온 우진은 선천적으로 강력한 마법사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법의 수련 햇수도 우진이 월등히 앞선다.

그렇지만 빛과 공간을 다룰 때 레노아의 마법은 우진을 월등히 초월한다. 그녀는 공간을 이해하고 느끼고 읽는다.

마법의 총체적 완성도는 마력의 강함과 기술의 효율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레노아가 공간에서 만들어내는 마법의 기술은 우진의 선천적인 마력이 주는 이점을 초월한다. 공간과 광학 마법에 있어서 레노아의 마법은 유단자 이상의 것! 퍼플 체인의 우진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천재의 영역이다.

“그런데 주위에 건물들이 높은 게 많네.”

우진이 살고 있는 낡은 아파트 옥상에서 주위를 감시하려했는데 이 아파트보다 더 높은 건물들이 너무 많다. 이래서야 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레노아가 미소를 지으며 오빠의 어깨를 잡았다.

“괜찮아. 하늘만 뚫려있으면 돼.”

레노아는 아파트의 옥상에 서서 주문을 외워 허공에 거대한 빛의 굴절기를 만들어냈다. 하늘 높은 곳에 갈 필요도 없다. 그녀는 하늘 높은 곳에 또 하나의 굴절기를 띄우고 그 굴절기를 통해서 주위를 에워싼 건물을 뛰어넘어 다페날의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거대한 광학장치를 만들어냈다. 보통의 마법사들도 이런 걸 할 수 있겠지만 너무나 정밀한 마력 운용, 마법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정신이 쏠려 피로감이 엄청날 것이다. 레노아와 다른이들의 차이가 바로 이런 것이다.

“완성. 저게 오빠가 말한 랜덤하우스란 카페구나.”

“어 보여?”

“응 또렷하게. 사람이 말하는 것도 보여.”

초공간지각을 가지고 있는 레노아가 재미삼아서 터득한 기술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독순술이다. 사람의 입놀림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읽어내는 그 기술은 레노아의 장기였다. 그녀의 초공간 지각은 사람의 입 놀림간의 미세한 차이조차 확실하게 읽어낼 수 있었기에, 그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 그녀가 여기서 이렇게 협력해준다면 우진의 운신 폭이 더더욱 넓어진다.

“그런데 꽤나 능숙하네. 설마 많이 해본 건 아니겠지?”

우진이 농담삼아 그리 말하자 레노아가 뜨끔하고 놀란다.

“에이 설마. 아무리 남매지간이래도 서로 간에 프라이버시는 있는거야. 내가 설마 오빠를 감시하거나 그러겠어? 마력이 약해서 난 그렇게 오래 이걸 지속하진 못해. 아직 백색급인걸.”

과하게 변명하는 걸 보니 나중에 마력에 여유가 생기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우진은 피식 웃으며 흑백사진을 꺼냈다. 디아스 패밀리에게서 넘겨받은 샤라크의 사진이었다. 녹색피부에 툭 불거져 나온 멧돼지 같은 어금니, 선천적으로 몸은 근육질이지만 지능은 떨어진다는 ‘타이세라’의 종족, 오크. 그러나 사진속의 오크는 오크임에도 불구하고 지성의 빛이 눈에 감돌고 있었다.

“이 오크를 감시해야 해. 내일 저녁 8시에 저 카페에 나올테니까 감시해서 어디로 가는지 알려줘. 알겠지?”

“응. 맡겨둬.”

레노아는 정말 기쁜 듯이 우진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힘이 우진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그렇게 기쁜가보다. 우진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러나 웃고 즐기기만 할 좋은 상황은 아니다. 내일, 결전의 날이 온다. 지금까지 들어본 바로는 샤라크는 오크이면서 엘프 마니아이고 엽색소설도 쓰고 음란물을 찍는 매우 어처구니 없는 놈이지만 놈은 다페날에서 가장 위험한 범죄조직의 보스다. 이런저런 상황이 우습다고 그를 우습게 보았다간 큰코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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