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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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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36
추천수 :
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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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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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9쪽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DUMMY

<1>


바리에스트라다는 청백색 갑주를 걸치고 망루 위에 섰다. 용비늘 전투망토와 청백색의 갑옷, 그리고 길게 늘어뜨린 백금색의 머리칼은 밤의 어둠속에서도 창성처럼 빛나서 백성들과 군인들 모두가 넋을 잃고 망루 위를 바라보았다. 일곱 도시연합, 세븐즈리그의 일곱 수호신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는 그녀는 그날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공주님. 밤바람이 찹니다. 안에 들어가셔도 되는데.”

그런 그녀의 옆에서 보좌관인 세롤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밤바람을 맞고 감기라도 걸릴까봐?”

바리에스트라다 공주는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웃으며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백옥같은 피부와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가 보좌관을 쏘아보자 이제 늙어가는 그녀의 보좌관은 여전히 수줍어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곁에서 싸워온 이 늙은 군인은 손주까지 보았으면서도 그녀 앞에서는 소년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너무나 아름답다. 백옥같은 피부와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 그 눈동자 안에서 결연히 타오르는 의지의 불꽃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홀리게 만든다. 그녀의 오른쪽 눈 위에는 길게 그어진 흉터가 하나 있었지만 그 흉터조차 그녀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 못했다. 아니 그 흉터는 바로 전사 바리 공주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손질이었다. 그 흉터가 그녀를 장식장 속의 인형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전사로 완성시켰다.

“아무리 용의 화신이라 하더라도 좀 쉬시는 게 좋지 않습니까?”

“쉴 상황이 아니잖아.”

북쪽의 소국 하나가 어둠의 여왕에게 함락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리난 강을 따라 난민들이 꾸역꾸역 흘러들어온다. 언제 적이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 상장군인 그녀가 마음 편히 잘 수는 없었다.

“세롤. 당신이야 말로 쉬는 게 어때? 인간으로서는 이제 늙은 게 아닌가?”

“아닙니다. 늙다니요. 아직 어린 것들에게 이 자리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아 자네 아들도 현재 계급이 대위였던가? 그랬지?”

“그 녀석은 안 됩니다. 그 녀석은 바리공주님을 보좌할 능력이 없어요. 이 자리는 누구에게도, 제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양보 못합니다.”

생애 전부를 전장에서 보낸 늙은 군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리공주님의 옆자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긴다는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모양이다. 설령 그 상대가 자신의 아들이라 하더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에 바리에스트라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난민들은 계속 꾸준히 들어오는 군. 검문하는 병사들도 힘들겠어.”

“예. 아 그 이야기는 들으셨습니까?”

세롤은 싱글싱글 웃으며 바리공주에게 말을 건넸다. 밤의 망루를 지켜보는 건 지루한 일이기 때문에 옆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을 걸어준다면 누구도 싫어할 리 없다. 과연 바리 공주도 귀를 쫑긋 세웠다.

“무슨 이야기?”

“오늘 낮에 무너진 솔람이란 나라가 난민들을 돌려보내라고 사절을 보냈다더군요.”

“솔람은 무너졌다며? 망한 나라가 무슨 사절을 보내지? 게다가 뻔뻔한 요청이군.”

지금 난민들을 돌려보내라는 건 그들을 죽이라는 거나 진배없는 이야기였다. 백성들을 지켜주진 못할망정 살겠다고 도망친 자들마저 죽이겠다니 이야기할 것도 없다.

“문제는 솔람의 국왕은 어둠의 여왕과 협정을 맺었다고 하고, 법률상으로 솔람은 아직 망한게 아니라 이거지요. 아마도 어둠의 여왕과 그 일파가 국왕을 꼭두각시로 세워두고 조종하고 있지 않을까?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요. 사절의 요구가 합법적이라 이겁니다.”

“마법으로 조종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런 게 아니라 원래 국왕이란 놈의 그릇이 그리 크지 못했답니다. 자기 손으로 나라를 바치고 제 한 몸 건사할 수 있다면 나라나 백성 따위는 바로 버려버릴 놈이라더군요.”

“그런 것 치고는 용케 한 달이나 버텼군. 어둠의 여왕에게서 한 달이나 버틸 수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바리 공주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물론 솔람에 어둠의 여왕이 총공세를 퍼부은 것은 아니다. 어둠의 여왕이 다스리고 있는 ‘퀸즈 랜드’와 솔람과는 거리도 멀고 북방 최대의 험지인 나스갈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솔람 같은 작은 나라가 한 달이나 막아설 수는 없다.

“그게 솔람의 장군이 아주 천재적인 군사였다고 하더군요.”

“천재군사?”

바리 공주의 눈썹이 올라갔다. 군인인 이상 누군가가 천재적인 군사란 소리를 꺼내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예. 놀랍게도 홀몸으로 일주일이나 총공세를 막아내었다고 하던데요. 믿을 수 있는 이야긴지 어떤지 모르지만 난민들은 모두들 입을 맞춰서 그를 칭송합니다.”

바리 공주의 부관 세롤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다. 바리 공주가 자신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감격스러운가 보다.

“흐음. 괜찮은 사람 같군. 아직 죽지 않았다면 내 쪽에서 쓰고 싶은데.”

“물론 죽었지요. 괜찮은 사람은 다 일찍 죽습니다.”

“흠. 그런가. 하긴 그가 죽었으니까 난민들이 지금 이렇게 밀려오는 거겠지.”

바리 공주는 리난 강 위로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그때 뭔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맙소사.”

바리 공주는 눈을 비볐다. 눈을 비비고 봐도 그녀가 본 것은 변하지 않았다.

“뭡니까?”

“비룡이야.”

“와이번(wyvern:비룡)? 와이번입니까?”

“그래. 그것도 흑색.”

바리 공주는 옆에 내려놓고 있던 전투망치와 방패를 들었다. 놀랍게도 지금, 솔람의 북쪽에서부터 어둠의 여왕이 총애하는 퀸즈 랜드의 장군, ‘절망의 군주’ 중 한 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2>


폭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강을 내려오던 배 한척이 불타오르고 그 위에 타고 있던 난민들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으아아아악!”

“맙소사! 절망의 군주다!”

난민들은 기겁했다. 솔람의 난민들은 절망의 군주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는지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는 와이번을 타고 하늘 위에서 그들을 굽어보고 있는 것이다.

“귀를 씻고 잘 들어라. 벌레같은 놈들.”

절망의 군주는 와이번 위에서 난민들의 배를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 유령처럼 스산한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배가 불타고 타닥거리며 돛대가 부러지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다.

“레메나삭의 제자와 딸이 너희들 안에 숨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바치면 놓아주마. 그렇지 않으면 네놈들 모두 그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이건 결코 허언이 아니다.”

절망의 군주는 그리 말하고 머리위로 손을 치켜들었다. 그의 손 위로 다시 마법의 불꽃이 모여들었다. 이미 처음의 직격으로 거덜난 배 위로 화염이 다시금 작렬했다.

퍼엉!

폭발음과 함께 배가 두 동강나고 난민들이 모두들 차가운 강물 속으로 떨어졌다. 절망의 군주는 그 모습을 보고 코웃음치며 다음 배를 향해 와이번을 몰았다. 배위에 서있는 선원들이 화살과 총을 꺼내 응사했지만 갑주를 두껍게 두른 와이번은 화살과 총탄을 무시하고 다음 배 위로 날아들었다.

“어리석은 놈들.”

수면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나더니 물기둥이 치솟아 배를 양 옆에서 강타했다. 파랑에 약하게 설계된 내해와 강 운행용 배는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배에 타고 있던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응전했지만 어둠의 여왕의 세례를 받은 이 남자는 그들의 마법을 가볍게 막아내었다. 간단한 보호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 어중간한 마법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방어진이 형성되었다.

“으아아악!”

“살려줘요!”

“젠장! 레메나삭의 딸과 제자를 찾아!”

다급해진 난민들은 그들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그들을 살해한 자의 말에 굴복했다.

레메나삭은 어둠의 여왕을 맞이해 솔람에서 맞서 싸운 장수로 그의 활약 덕분에 이렇게나 많은 난민들이 목숨을 부지하고 탈출 할 수 있었다. 즉 절망의 군주는 지금 그런 난민들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람된 도리로 어떻게 그런 요구를 쉽게 들어줄까마는 지금 절망의 군주는 무서운 기세로 난민들을 몰아치고 있었다. 배보다 훨씬 빠른 와이번을 타고 종횡무진하면서 무서운 마법을 퍼부어 배를 불덩이로 만들고 난민들을 학살하는데 이정도가 되면 레메나삭의 제자와 딸은 커녕 레메나삭 장본인이라 해도 바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절망의 군주는 애초에 난민들 모두를 다 죽일 셈인지 난민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이 강의 남쪽, 약 1킬로미터만 더 들어가면 세븐즈리그의 영토이기에 여기서 끝장을 봐야 했다. 난민들에게 그들을 찾아 바치라는 건 사실 그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말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살고자 하는 이들의 집념을 과소평가한 것이었다.

“레메나삭의 자식이 여기 있다!”

앞서 나가던 배 한척에서 난민들이 일제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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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79 15 5쪽
4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4 12.09.09 4,796 14 11쪽
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3 16 11쪽
»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3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1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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