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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님의 서재입니다.

아키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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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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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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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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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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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DUMMY

“당신이 멈추라고 내가 멈출 줄 알았나?”

절망의 군주는 빈정거렸다. 자신에게 치욕을 안겨준 아키블레이드 레메나삭, 그 제자와 딸을 바로 방금 전 죽여 버려서 그런지 목소리의 스산함이 좀 많이 걷혔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소년과 소녀를, 그리고 무수한 난민들을 살해하고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비열한 검은 쓰레기가!”

바리 공주는 전투 망치를 들고 뛰어들었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망치가 총탄처럼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절망의 군주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잡고 빙글 빙글 돌리며 간격을 벌렸다. 용의 화신들이 즐겨 쓰는 마법, ‘용의 용맹’이 발동하는 동안 용의 화신과 육탄전을 벌이는 건 자살행위였다.

“바리에스트라다! 당신은 지금 솔람을 무단으로 침략한 것이다! 세븐즈 리그의 군인이란 자각이 있는 것이냐?”

“뭐? 지금 나보고 이 상황에서 복무신조라도 읊으라는 거냐?”

적에게 군인의 마음가짐을 들어야 하다니. 바리 공주는 기가 막혔다.

“나는 솔람의 국왕친서를 가지고 솔람의 반역도들을 처단하고 있는 중이다! 세븐즈 리그의 장군인 그대가 무슨 권한으로 나서는 거지!? 퀸즈 랜드의 동맹국인 솔람을 침해하는 행위는 휴전협정의 파기라고 봐도 되겠지?”

절망의 군주는 바리 공주를 도발했다. 성격이 대쪽같은 바리 공주를 도발할 경우 사태는 더욱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나 바리 공주는 방금이라도 화를 낼 것처럼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가 갑자기 맥이 탁 풀린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소년과 소녀는 아직 살아있었다. 소년은 부서진 배의 잔해를 붙잡고 한 팔로 소녀를 끌어안은 채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위력의 마법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니! 이 소년의 마법실력이 정말 녹록치 않음을 알려주었다.

바리 공주는 그나마 살아남은 이가 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시더라? 절망의 군주는 다들 캐릭터가 약해서.”

“.......”

“양철깡통 2호라고 불러줄까?”

바리 공주가 빈정거리자 오히려 절망의 군주가 격분했다.

“엘레이스! 엘레이스 나자루스다! 이미 몇 번이나 대면하지 않았나!”

“아니 그게, 갑옷을 입고 검은 영기를 풀풀 풍기고 있으면 다 그놈이 그놈 같아 보여서. 너희들 갑옷 그거 군 지급품이냐? 왜 다 똑같은 걸 입고 다녀?”

아무래도 바리 공주는 의도적으로 도발하려고 모른 체 한 게 아니라 정말 잊어버린 것 같았다. 절망의 군주 엘레이스는 그게 더 화가 났다.

“그런데 당신 여자였나!?”

바리 공주는 아예 쐐기를 박았다. 분노한 엘레이스가 전투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이 멍청한 도마뱀이! 네 바보 같은 개입으로 일곱 도시 연합은 다시 전화에 휩싸일 것이다! 휴전협정을 깬 건 바로 너희들이야!”

“아니 그렇겐 안돼!”

바리 공주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오늘 부로 관직을 버린다! 그럼 되겠지?”

“뭐?”

이번엔 절망의 군주, 엘레이스가 깜짝 놀랐다. 이건 예상 밖이다. 어둠의 여왕의 세례를 받아 절망의 군주가 된 그녀는 세븐즈 리그의 무장은 필요할 경우 자신의 직위를 버릴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리 공주의 말 대로 그녀가 자신의 계급을 버릴 경우, 그녀는 휴전 협정에 상관없이 싸울 수 있었다.

“큭.”

게다가 이렇게 몇 번 싸우지도 않고 말다툼 하는 사이 배의 잔해는 세븐즈리그 소속의 도시국가 다페날의 국경 다리에 닿아있었다. 세븐즈리그의 영토를 넘게 되면 이제는 오히려 엘레이스가 침공한 게 된다. 엘레이스는 으르렁거리더니만 뒤로 뛰어올랐다. 하늘을 배회하던 비룡이 그녀에게 날아들어 안장으로 그녀를 받았다.

바리 공주는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전투 망치를 잡았다. 하지만 그때 다리를 따라 그녀의 부관 세롤과 국경수비대원들이 몰려왔다.

“안됩니다! 공주님!”

다 늙은 부관이 목청 찢어지는 듯한 절규를 하며 달려왔다. 바리 공주는 이를 악물고 망치를 거뒀다. 그녀는 망치를 거두고 대신 물위를 걸어 배의 파편에 매달려있는 소년 소녀에게 다가갔다.

이들이 바로 솔람의 군대를 지휘해 어둠의 여왕을 물 먹인 천재 군사의 제자와 딸인가? 그녀는 손을 내밀어 물에 잠긴 채 거의 실신한 소년 소녀를 끌어올렸다.

“다, 당신은?”

소년은 혼미한 와중에도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바리 공주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소년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소개는 나중에. 어이! 난민 중 생존자를 건져라! 모두들 빨리!”

바리 공주는 소년과 소녀를 품에 안고 강물을 박차고 도약해 다리 위에 올라섰다.





<4>

절망의 군주 엘레이스 나자루스의 습격으로 대부분의 난민은 죽음을 맞이했다. 소년이 타고 있던 배에서 살아남은 이는 오직 소년과 소녀 둘 뿐이었다.

소년은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그 외에도 부상당한 많은 난민들이 있지만 모두들 소년과 소녀를 꺼려하여 근처에 오지 않았다. 소년은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녕. 몸은 좀 어때?”

소년은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거기에는 밤의 강물 위에서 보았던 백금발의 여성 군인이 있었다. 오른쪽 눈가에 긴 상처가 하나 있긴 하지만 빼어난 미인이다. 갑주를 입었을 때는 엄청 거대한 체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것은 대부분 갑주의 부피 때문이었다.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체격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건 뭐랄까, 키가 크고 늘씬한 거라고 보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둬. 환자가 일어나기는.”

“아니. 아닙니다.”

소년은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어지러울 텐데도 소년은 아랫입술을 깨물고 생명의 은인에게 정중히 예를 다 했다.

“우진 칼린즈라고 합니다. 오늘은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포권으로 인사하는 금발 소년은 정중한 인사를 하면서도 전혀 비굴함 없이 똑바로 바리 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리 공주는 그 검은 눈동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은혜랄 것까지야. 난민들이 떼로 죽도록 속수무책이었는데 뭘. 그나저나 이 아이는....”

“레노아 칼린즈. 제 여동생입니다.”

“여동생?”

듣던 거랑 이야기가 다른데? 바리 공주는 그리 생각하며 침상에 누워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랜 도피생활동안 영양실조와 피로로 지쳐있어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모를까 이런 피난길에서라면 죽음으로 이어졌을 상태였지만 그녀는 아직 살아있다. 이 소녀를 살리기 위해 우진이란 소년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예 그녀는 스승님의 딸이지요. 허나 스승님께서 저를 양자로 받아주셨기 때문에 제 동생이기도 합니다.”

“난 바리에스트라다 공주. 어제까지만 해도 다페날의 하이 제네럴이었지만 이제는 무직자 신세지.”

바리 공주가 웃으며 말할 때 우진은 힐끔 그녀의 옆에 서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 군인 한 명이 우진을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노려보고 있었다. 바로 그가 바리 공주의 부관이던 세롤이었다. 그로서는 자신의 주인이 이런 소년 하나 살리겠다고 명예로운 직위를 발로 걷어찬 것이 불만이었으리라.

소년은 그의 눈빛을 보고 바리 공주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하이제네럴이 직분을 버린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세븐즈리그에서 하이제네럴이란 단 일곱명 뿐, 그 상징적인 존재가 고작 소년 소녀 두 명을 구하기 위해 직분을 버리다니. 소년은 그게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잘 알고 있는지 당혹스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했다.

“저, 정말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군요. 저희는... 스승님이 솔람을 지켜낸 이래 줄곧 배은망덕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지켜야 했습니다. 당신처럼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저희를 도와주신 분은 처음이에요. 솔직히 구원자가 안올거라고 기대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실망했답니다.”

“........”

이 녀석 너무 놀라서 언어중추가 어떻게 된거 아닐까? 도와주니까 실망했다니 그건 뭔 소리야? 그러나 표정은 꽤 진지하고 진심으로 바리 공주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별로 돕질 못했다니까.”

엘레이스에게 한 대라도 먹였다면 바리 공주도 소년의 견해에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리 공주는 엘레이스에게 손도 대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 소년, 우진은 매우 감격하고 있었다. 그동안 배은망덕한 사람들 속에서 고생하다가 처음으로 자신들을 위해 희생한 사람을 보았으니 당연한 반응일까? 한마디로 이야기 하자면 콩깍지가 확 씌였다는 건데 거기에다가 바리 공주가 겸양을 하고 있으니 우진은 바리 공주가 정말 겸손하고 예의바른 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우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몸도 안 좋은데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런가? 그리 생각한 바리 공주는 우진을 일으켜 세웠다.

“자자. 이제 그만. 이 누나가 그런 거 좀 많이 불편하거든? 몸도 안 좋은데 까불지 말고 쉬어라. 응?”

“예... 예. 감사합니다.”

우진은 아예 홍당무가 되어서 바리 공주를 올려다보았다. 홍조를 띈 소년이 바리 공주를 바라보자 바리 공주도 풋 하고 웃어버렸다.

“정말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아, 아니, 저희 때문에 직위를 버리셨다면 혹시 곤란한 상황에 처하시지 않았을까 해서요.”

하이 제네럴 직을 걸고 나온 그녀를 이제 와서 다시 군문에 받아들이진 못할 것이다. 퀸즈 랜드 쪽에서 이번 일을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그녀가 정말 관직을 버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다시 은근슬쩍 하이 제네럴이란 자리에 도로 올려놓는다면 그때는 휴전협정이고 뭐고 전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걱정 마. 앞으로 2년 뒤 보안관 선거가 있거든? 거기 출마할 예정이란다. 뭐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긴 그렇지만 내가 출마하면 당선은 확정이지.”

결코 허언이 아니다. 바리 공주가 보안관 선거에 출마한다면 그 구의 예비 후보들은 죄 사퇴하거나 다른 구로 옮길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한 그녀를 보며 소년 우진은 눈이 부시는 듯 했다.

강하고 아름답고 자신만만하면서도 자상하다. 바리 공주의 그런 면모 하나하나가 소년 우진에게는 눈에 쏙쏙 와 닿았다. 소년 우진은 어처구니없게도 용공주 바리에스트라다에게 그만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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