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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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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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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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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1
조회
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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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8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DUMMY

<4>

팔부중의 일원이자 천족인 간다르바는 천계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으므로 이슬과 향기만 먹고도 천년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천계와 연결되어있는 이들, 천사로서 신의 영역에 살고 있는 이들만 그렇고 속인(俗人) 간다르바는 다른 생물과 다를 게 없이 활동을 위해선 반드시 식사를 해야 했다. 같은 간다르바족이라 해도 그가 천인인지, 속인인지에 따라 그들이 에너지를 얻는 근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허나 속인 간다르바라 해도 보통 사람들은 생각할 수 없는 식생활을 할 수가 있었는데 간다르바는 인간과 달리 모든 아미노산을 다 체내에서 합성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비타민과 아미노산을 전부 체내에서 합성 가능한 간다르바는 풀만 먹어도 근육질의 몸을 만들 수 있었고 질병에 걸리는 법이 없다. 즉 간다르바는 열량만 충분하다면 식사의 질을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신경쓰지 마.”

우진은 검은 빵을 잘라서 야채와 함께 씹어먹고 있었다. 우진의 여동생 레노아는 자신의 앞자리에 놓인 사슴의 안심에 허브를 얹어 구운 요리와 허니라임 샐러드를 마주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무리 식사의 질을 따질 필요가 없다지만 간다르바라고 맛없는 게 맛있게 느껴질 리는 없었다.

“효율의 문제야. 난 질 나쁜 음식을 먹어도 괜찮고 레노아는 안 그렇다면 이렇게 먹는 게 당연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거 아냐? 그리고 이거 별로 나쁘지 않아. 오래 씹으면 단 맛이 난다고.”

우진은 그렇게 주장하고 딱딱한 빵을 물에 적셔서 씹었다. 허름한 낡은 아파트 안에서 우진이 메마른 빵을 씹는 소리만 들렸다.

“집 안이 너무 어둡다.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우진은 빵을 씹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요정의 불꽃이 허공을 맴돌며 집 안을 밝혔다. 벽지대신 신문지를 바른 벽에는 곰팡이가 잔뜩 피어있었다. 불을 밝혀도 집안 분위기가 별로 밝아지지 않는다.

“오빠. 나도 일자리를 구할게.”

레노아는 샐러드를 포크로 찌르며 말했다. 그러자 우진이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 벌이로도 충분해. 레노아는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해. 알겠지? 아직 레노아는 어리니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을 거야.”

우진도 그리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우진에게는 클락웍스 메이지의 퍼플 체인이 있었다. 레노아의 아버지이자 우진의 스승, 천검의 레메나삭은 클락웍스 메이지의 3단, 블랙 체인의 고수였다. 그에게 사사받은 우진은 단시간에 퍼플체인을 딸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이 남매가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니까 그러네.”

우진은 마법으로 자물쇠를 채워둔 상자를 꺼내 그 안에 금화와 지폐를 넣었다.

“너무 허름하게 살아서 맘에 안 들어서 그래?”

“으응, 아니야. 이정도도 충분한 걸.”

레노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확실히 우진의 수입은 꽤 괜찮은 편이다. 우진은 낮에는 마법공방에 나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수입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만 했다. 지금 이 남매가 이렇게 허름하게 사는 것은 우진이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진은 다시 상자에 마법을 걸고 이를 닦은 뒤 소파에 몸을 던졌다.

“좀 잘께 여덟시 되면 깨워줘.”

“응.”

레노아는 식탁을 정리하고 책을 들고 소파에 다가갔다. 공방의 일이 피곤해서인지 우진은 금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버렸다. 레노아는 우진의 머리맡에 앉아서 책을 펼쳤다.

“후우. 오빠도 참.”

우진은 낮에 공방에서 일하는 것도 부족해서 밤에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우진은 레노아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이 부서진다 하더라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런 우진을 보며 레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람이 붕괴하면서 많은 난민들이 솔람 인근의 세븐즈리그, 다페날로 몰려왔다. 다페날의 주지사는 즉시 난민수용소를 세우고 난민들을 수용했는데 이 안에서 숙식을 제공하면서 난민들을 분류해 숨어든 첩자를 가려내고 사회화 교육을 시켜 다페날의 시민으로 받아들인다는 게 난민수용소의 목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난민 수용소의 시설은 지금 레노아와 우진이 살고 있는 아파트보다도 오히려 좋았다. 하지만 레노아는 난민 수용소가 끔찍하게 혐오스러웠다. 아니 정확히는 난민들이 혐오스러웠다.

레노아의 아버지, 천검의 레메나삭은 원래 천위류 군학의 종사였다. 천위류 군학을 계승 받은 레메나삭은 자신이 섬길 주군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솔람에 정착하고 말았다. 솔람의 국왕의 그릇이 작고 사람이 비천하여 큰 뜻을 품을 수 없었으나 당시 레메나삭의 아내가 만삭에 달해 안정이 필요했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솔람의 대장군이 된 레메나삭은 몇 차례나 국왕에게 간언했다. 세븐즈리그라는 두터운 방패를 뚫지 못하고 북방에 고립된 어둠의 여왕이 그 군세를 펴기 위해서는 나스갈 산맥을 넘어서 세븐즈리그를 우회, 솔람을 치는 수밖에 없다는 걸 몇 차례나 환기 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국정지지도가 바닥을 달리고 있던 솔람의 국왕 고반은 레메나삭의 간언을 되려 세븐즈리그에게 자신의 왕권을 팔아넘기려는 획책이라 여기고 그를 감옥에 가두고 만다. 그리고 정작 레메나삭의 간언대로 어둠의 여왕이 쳐들어오자 그는 제일 먼저 성을 버리고 도망친 것이다.

하지만 레메나삭은 자신의 간언을 무시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백의종군, 남아있는 잡병들 만으로도 강대한 적의 진군을 막는 한편 민간인들을 탈출시키고 세븐즈리그에 원군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때 절망의 군주들은 성을 버리고 탈출한 고반을 붙잡고 그를 꼭두각시로 내세우니 고반은 자기 한 몸을 구하기 위해 어둠의 여왕의 요구를 무조건 적으로 수용하고 오히려 레메나삭을 반역자로 지목했다.

그리고 마침내 레메나삭이 살해당하고 솔람은 어둠의 여왕의 꼭두각시로 그 명맥을 유지하였다. 지금 난민수용소에 있는 솔람의 난민들은 모두들 레메나삭의 희생으로 연명하는 자들이었다. 그렇지만 그러한 난민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레메나삭을 희생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제자인 우진과 딸인 레노아마저 바치려고 했다.

이들은 쓰레기다.

레노아의 아버지 레메나삭은 그녀에게 일러두었다.

‘바람이 불어 갈대가 굽혀졌다 해서 탓하지 말라.’

사람들의 마음은 약하고 환경에 의해 그 심지가 좌우되니 사람들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분명히 레메나삭의 말 대로 레노아는 그들을 증오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혐오감만은 어쩔 수 없었다. 물이끼나 곰팡이, 오물들을 증오하는 자는 없다. 그저 혐오할 뿐, 그녀에게 있어서 이 세상의 인간들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오물과 매한가지였다.

오직 한 명, 우진을 제외하고는.

그러다 보니 레노아에게 있어서 난민수용소는 쓰레기장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지금 아파트가 훨씬 낫다. 정말 곰팡이가 끼고 버섯이 자라고 퀴퀴한 냄새가 가득차고 바퀴벌레가 돌아다녀도 이곳이 그녀에게는 난민수용소보다 훨씬 깨끗한 곳이었다.

“으음.”

우진이 소파에서 몸을 뒤척인다. 레노아는 우진이 밤에도 일을 나가기 위해 깨워달라고 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우진은 그녀와 피도 섞이지 않았지만 그는 진정 레노아를 가족처럼 여기고 아껴주었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녀의 가족, 그리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가치있는 인간.

레노아는 우진의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미소지었다. 우진이 그녀를 지켜주었듯, 이번에는 그녀가 우진을 지켜낼 것이다. 이 추잡한 인간 형상의 쓰레기들이 가득한 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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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1 +2 12.09.09 3,153 14 8쪽
1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0 +4 12.09.09 3,225 19 7쪽
1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9 +1 12.09.09 3,334 24 12쪽
1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8 +2 12.09.09 3,209 18 11쪽
1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7 +3 12.09.09 3,133 20 11쪽
1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6 +2 12.09.09 3,431 20 12쪽
1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5 +3 12.09.09 3,356 18 9쪽
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 +2 12.09.09 3,326 20 12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2 12.09.09 3,628 17 8쪽
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 +2 12.09.09 4,022 17 13쪽
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 +4 12.09.09 4,643 20 10쪽
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79 15 5쪽
4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4 12.09.09 4,795 14 11쪽
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3 16 11쪽
2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2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1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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