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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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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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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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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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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1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7

DUMMY

<7>


“왜 이제 와서 마음이 변했지?”

엘프 마피아, 디아스 패밀리의 중간보스 중 한 명인 기르스 디아스는 디아스 패밀리의 아지트로 쓰고 있는 중앙사무구의 사무실에서 에밀리에게 물어보았다. 그와는 배다른 여동생이지만 현재 이 조직의 중추를 맡고 있는 건 그녀다. 양조사업, 주점 및 유흥업소 경영, 여관업, 경마 중계소를 열어서 막대한 이득을 올리며 조직을 정상궤도에 올린 그녀는 냉혹하고 현명한 패밀리의 수호여신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우진 칼린즈란 소년을 감싸고도는 것이다.

“그는 말하지 않을 거야.”

“그런 확신을 하다니. 대체 근거가 어딨어? 나도 좀 믿게 해줘봐!”

“내 사람 보는 눈을 못 믿는 거야?”

에밀리는 답답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이전까진 믿었지. 하지만 이번엔 좀 이상해.”

“옛날에 약혼했던 자라서 그래?”

신문의 경마란을 뒤척이던 로베르트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대화에 참가했다. 에밀리는 손톱을 손질하다 쓱 미끄러져 손톱 옆을 베어버리고 말았다.

“아얏. 뭐라고?”

“그 꼬마랑 에밀리는 원래 약혼했던 사이잖아? 그때 받은 게 바로 크롬펜서고.”

로베르트가 그리 말하자 기르스가 엄한 표정을 지었다.

“에밀리. 이번 사건에선 넌 빠져. 우리끼리 해결할 게. 아무래도 너, 좀 이상한 것 같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상하다니 뭐가?”

에밀리는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는 친척이고 뭐고 간에 뽑아서 피를 볼 태세였다.

“에밀리.”

기르스는 쓴 웃음을 지었다.

“우리 아버지가 원래 정신이 좀 나가서, 여기저기 우리를 많이 팔긴 했지만, 그건 아버지의 추태일 뿐이야. 우리가 거기에 진지해질 필요는 없어. 그때 그건 일종의 사업이었어. 에밀리. 네가 그런 걸로 신경쓸 필요가 없어.”

“뭐?”

“우린 알고 있다고. 에밀리. 네가 이전의 우리 패밀리를 별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는 걸. 그래서 네가 필사적으로 우리들을 바꿔놓았지? 그런데 과거의 그 일들이 아직도 살아서 꿈틀거리며 귀찮게 구니까 민망한 거 아냐. 그래서 그 인간 소년에게 무디게 구는 거고.”

로베르트와 기르스는 번갈아서 에밀리를 다독였다. 뭔가 포인트를 좀 잘못 잡은 것 같은데 해명하기도 귀찮아서 에밀리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뭐 제거하니 입막음 하니 하는 건 그래 어디까지나 그 소년이 이 일처리를 빨리 끝낼 수 있을 때지. 우리가 지금 그 친구 처분을 가지고 벌써 왈가왈부하면서 다툴 필요는 없다니까.”

“그래그래. 이거 일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한 젊은 엘프 청년이 걸어 들어왔다.

“저 손님이 왔습니다.”

“손님? 누군데?”

“그 우진 칼린즈란 사람인데요.”

“엉?”

“뭐야? 왜 그놈이 직접 여길 찾아와?”

기르스와 로베르트는 당황스러워 했다. 그를 제거하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었는데 당사자가 직접 찾아왔으니 놀랄 만도 했다.

“들어오라고 해.”

에밀리가 말하자 조직원은 즉시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온 거지? 에밀리? 넌 뭘 아냐?”

“아마 어제 한 이야기 때문일걸?”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뭔가 진전이 있으면 이야기해주겠다고 했어. 그것 때문일거야.”

“뭐? 설마 하루사이에 벌써?”

모두들 깜짝 놀랐다. 그들도 사실 이번 일이 터졌을때 자기들 나름대로는 조사했었다. 그러나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성인물 유통업체는 워낙 많은 데다가 그들은 디아스 패밀리의 일원이니 그쪽에 접근하는 건 자칫하면 남의 영역을 넘보는 걸로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걸 이놈은 단 하루만에 조사했단 말인가?

“어디 들어보자고. 정말 쓸 만한 정보인지.”

기르스는 창문에 기대어 섰다.




우진 칼린즈는 남루한 평상복 차림으로 왔다. 에밀리는 그게 왠지 마음에 걸렸다. 차라리 그날 밤 보았던 전투복을 입고 오면 훨씬 더 좋을텐데. 우진은 나이에 비해서 키도 큰 편이고 간다르바의 일족답게 몸도 매우 잘 발달해 있었다. 풀만 먹어도 몸이 좋아진다는 팔부(八部)의 일원이니 조금만 꾸미면 남들이 감히 깔보지 못할 위엄을 찾을 수 있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던 에밀리는 깜짝 놀랐다. 왜 이런 잡생각을 하고 있는 거람?

“그, 그래서 알아낸 정보는 뭐지?”

“아, 그러니까 그게.”

우진은 팜플렛을 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엘프 마니아이자 오크 폭력조직 샤라크둠의 두목 샤라크가 이번사건의 배후일 것이며 곧 그와 접촉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 모두들 놀랐다. 단 하루 만에 얻어낸 정보치고는 너무나 많은 것이다.

“어떻게 그게 샤라크둠의 소행이라고 확신하지? 이 영상 크리스탈은 상표도, 회사 이름도 없어. 그저 추측만 할 뿐이지.”

성인물 영상 크리스탈의 제작은 불법인지라 그 판매는 음성적이다. 광고용 카탈로그나 그런것도 제작사의 정보를 알리지 않고 제품에도 제작사의 로고나 설명이 들어가있지 않아서 문외한은 이걸 보고 어떤 제작사가 만든것인지, 알 턱이 없었다.

“전문가가 감정한 거니 확실해요. 저는 잘 모르지만 화면의 미장센이니 뭐니 촬영자의 철학이니 뭐니 복잡한 게 있어서 지문이나 성문처럼 확실한 증명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쪽의 미장센은 신경 쓰고 싶지도 않지만 뭐 그게 증거가 된다니 우진으로서는 열심히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걸 알려주려고 온거야?”

“아니 그런 것도 있고. 샤라크에게 접촉하기 위해 부탁할 것도 있어서요.”

우진은 자신을 바라보는 마피아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이야기를 술술 풀어나갔다. 확실히 어린 나이의 인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배짱과 실력이다. 게다가 마피아들은 그가 조사한 내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이런 수확을 하루만에 올리다니 한 방 먹은 셈이다.

“샤라크둠이라. 실력행사하기엔 껄끄러운 상대네.”

샤라크둠은 오크폭력조직들로 주로 마약과 매춘, 성인용품 사업과 사채, 인신매매등을 통해 성장한 질 나쁜 폭력조직이었다. 이들의 조직원은 정식으로 배지를 받은 조직원들만 해도 디아스 패밀리의 네 배가 넘는다. 폭력배가 되겠다고 따라다니는 철부지들까지 동원한다면 샤라크 둠만큼 거대한 폭력조직은 이 다페날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가급적 평화롭게 해결보고 싶어요.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요 에밀리.”

“응.”

“저 다른 사람들은 좀 비켜주면 안될까요? 중요한 이야기인데.”

우진이 그리 말하자 기르스와 로베르트가 표정을 팍 구겼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친인척인 우리는 괜찮잖아?”

“아니 그게.”

우진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친인척이라고 해도 썩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닐텐데, 하지만 상대는 마피아다. 에밀리야 그렇다 쳐도 기르스와 로베르트란 남자는 우진에 대해서 별로 좋은 표정을 짓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이들은 우진에 대해서 뭔가 마음에 안드는 게 있는 듯 했다.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나를 대하는 에밀리의 태도 때문인가?’

조직 입장에서는 크롬펜서를 돌려주려 했던 에밀리의 행동을 용납할 리 없다. 아마도 그건 에밀리 디아스의 독단이었을 터. 에밀리 디아스는 분명히 우진에게 특별취급을 하고 있었고 이들 둘은 그걸 눈치채고 우진을 싫어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들의 보스인 에밀리를 망가뜨리는 독소 쯤으로 여길테지. 우진은 여기까지 헤아리고 쓴 웃음을 지었다. 에밀리는 그런 우진의 속도 모르고 우진을 재촉했다.

“저들은 믿어도 돼. 무슨 이야기인데?”

“실은 샤라크가 나가는 모임에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게 있는데요.”

“응. 뭐?”

“에밀리가 입던 옷하고, 그걸 증명할 사진이 필요해요.”

우진이 말하자 처음엔 아무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이들은 마니아들의 심리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건전했다.

“음. 잠깐. 그러니까 그게 뭔데?”

“에 그러니까. 이 자들은 엘프 마니아에요. 무슨 소린지 알겠죠?”

“엘프 마니아니까 어쨌다는 거야?”

“그들은 엘프의 이성을 좋아해요.”

“그,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마피아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종족을 다른 종족이 무슨 성적인 대상으로 삼는 걸 좋아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법률상으로나 이치상으로나 만약 쌍방이 서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뭐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들, 디아스 패밀리는 그런 면에서 남 탓할 처지가 못 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그들이 엘프 여자를 제대로 사귈 확률은 거의 무한히 0에 수렴해요.”

“물론 그것도 그렇지.”

“그러니까 하다못해 그 소지품도 그들에겐 가치있는 거라 이겁니다.”

“그럼 내 옷을 주면 어디다 쓰는 건데?”

에밀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아마도, 본인이 입거나... 냄새를 맡거나 뭐 그.....”

우진이 거기까지 말하자 에밀리가 폭소를 터뜨렸다.

“아하하하하하하. 그, 그럴리가. 내 사이즈는 작아. 나는 날씬하다고. 진짜야. 뭐...뭐야? 그 눈은? 이건 살찐게 아니야. 어머머. 나 좀 쪘나 설마?”

에밀리 디아스가 살찐 거라면 세상의 여성 약 95%정도는 자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그런건 신경쓰이는지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며 연신 호들갑을 떨었다. 반응이 이러니 이거 뭐 건드려선 안될 여자의 성지를 건드린 기분이 들었다.

“아니 뭐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은 아닌데.”

이해를 잘 못하는 군. 우진은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교섭재료로서 필요하다 이거에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

“응 그래. 알겠어. 그거라면 내 어릴 때 입던 헌옷들이 있으니까 가져가. 사진도 몇 장 뽑아주지.”

에밀리는 혼쾌히 응했다. 아무래도 사태를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그게 차라리 나았다. 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기르스와 로베르트를 바라보았다. 이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있는 게 이 작자들은 ‘마니아’ 들의 심리를 꿰뚫었음에 틀림없다.

“그, 그게 말이지.”

“잠깐! 에밀리!”

“응? 왜?”

에밀리가 사촌오빠와 이복오빠들을 돌아보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 왠지 옷을 주면... 옷을 가지고 저주를 한다거나 뭐 그런....”

“으응. 저주. 그렇지. 무서운 저주지. 새하얀 액체를 뿌리며 하는 저주라던가.”

로베르트와 기르스는 에밀리 디아스의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말하는 게 상당히 구체적인 걸 보니까 이놈들 뭔가 알고 있다. 하지만 에밀리는 못 알아들었다.

“뭐 그런 저주 따윈 하나도 안 무서워. 올 테면 와보라지.”

“아냐 에밀리. 무서워해야해. 그건.”

“그래. 그걸 안 무서워하면 여자로서 끝장이라고.”

에밀리 디아스의 오빠들은 당황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만 애꿎은 우진만 흘겨보는 게 아닌가? 하지만 우진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잊어버린 가족을 되찾아주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닌가? 그걸 위해서 옷 정도야 뭐 가벼운 희생 아닌가?

물론 에밀리 디아스가 정말 이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그 희생에 동의했는가는 미심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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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 +2 12.09.09 3,326 20 12쪽
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2 12.09.09 3,627 17 8쪽
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 +2 12.09.09 4,022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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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79 15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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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3 16 11쪽
2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2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1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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