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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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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38
추천수 :
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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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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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2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6

DUMMY

봉식은 슬럼가의 판자촌에서 살고 있었다. 우진이 근무하는 마법공방 렉싱턴의 급료는 상당했기 때문에 설마 이런 곳에서 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우진은 입을 쩍 벌렸다. 우진의 아파트도 허름하지만 그건 우진이 레노아를 오뎃사 아카데미로 유학 보내고 자신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돈을 무리하게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진은 마법공방의 마법기능사로서 근무하고 있고 봉식은 그저 평범한 사무원이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봉식이 우진 만큼의 급료를 받지 못한다는 건 우진도 안다. 그래도 이렇게 차이가 날수 있을까?

“으음. 뭔가 마실거라도 사갔으면 좋겠는데.”

봉식은 투덜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넣었다. 우진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제, 제가 살게요. 저기 가게서 사가면 되지요?”

우진은 가게에 들러서 소다수와 과자, 그리고 진저에일을 샀다. 그러자 봉식은 왜인지 모르게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

‘설마 저 인간 지금 나를 부하처럼 부려먹고 있다고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우진은 왠지 불쾌한 봉식의 표정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우진이 악인에게 잔혹하긴 하지만 그래도 선량하고 공명정대한 이였다. 그런데 별로 피해를 준 것도 없는 남에게 이렇게 까지 기분이 상하다니 왜일까?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호, 혹시 뭐 마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오래간만에 시원한 맥주나 좀 마실까?”

“아 예. 맥주 좀 주세요.”

가게 주인이 얼음물 속에 잠겨있던 맥주병들을 꺼내 우진에게 건네주었다. 우진은 값을 치루고 음료수들을 들고 판자로 만들어진 집에 들어갔다.

“오오.”

겉이 허름해보여도 안은 꽤 잘 꾸며져 있었다. 비 한방울 새지 못하게 잘 보수된 천장, 고급 목재를 썼음에 틀림없는 책장에는 책들과 잡지가 쫙 꽂혀있고 크리스탈 스탠드에는 각종 크리스탈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게다가 벽 한 면에는 프로젝터를 받기 위한 스크린이 설치되어있고 철골프레임에 프로젝터가 있는 게 아닌가? 가난한 사람은 극장에서나 볼 수 있는 프로젝터를 자기 방안에 두다니. 우진은 탄복했다.

“굉장하네요?”

“훗. 월급 대부분을 여기에 쏟아 부었지. 내 소장품들은 최고라고.”

“그런데 이건 렉싱턴 사 제품이 아니네요?”

우진은 프로젝터의 상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들이 근무하는 마법 공방 렉싱턴의 제품이라면 사원들은 최대한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런데 봉식의 방에 설치된 프로젝터는 렉싱턴사의 제품이 아니라 카노바 사의 것이었다.

“프로젝터라면 카노바지! 렉싱턴은 합성 렌즈를 써서 빛을 걸러내지만 카노바는 순수한 발트산 석영덩어리를 깎아서 렌즈를 만든다고. 그 빛의 자연스러움은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 할거야.”

“그래도 타사 제품을 쓰다니. 사원할인을 못 받으면 많이 비쌀텐데요.”

“그만한 가치는 있어.”

봉식은 거만하게 단언했다. 이거이거. 회사사람들은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겠군. 우진은 그리 생각하고 냉장고로 향했다.

우진이 냉장고를 여니 안은 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이 냉장고도 마나 배터리가 없었다.

“마나 배터리가 없네요?”

“아, 요새 늘 밖에서 사먹어서.”

“음.”

우진이 주방을 둘러보니 최근 뭔가 조리한 흔적이 없다. 하긴 혼자 사는데 뭔가 조리해 먹는건 시간낭비기도 했다. 요리는 여러 명 먹을 거 만드나 혼자 먹을 거 만드나 손이 크게 더 많이 들어가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간다르바인 우진이야 뭘 먹어도 잘 자라는 체질이라 괜찮지만 하플링인 봉식이 무작정 음식을 사먹으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해서 건강이 나빠질 것이다.

‘아니 건강 상태야 뭐 볼거 없군.’

우진은 마른 비만 체형인 봉식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더 말할 것도 없어서 우진은 사온 음료수들을 물에 담그고 냉동 주문을 걸어 차게 유지했다.

“그래 뭘 알고 싶지?”

“아 저, 이 여자 말이죠.”

“아 미스티 말인가? 후후. 그런 여자가 취향인가?”

봉식은 눈을 껌뻑이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어린 놈이 응큼하기는’ 이라고 눈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살인자들, 그저 살겠다고 아우성치며 자신을 해치려 했던 난민들을 맞이하더라도 흔들림 없던 우진이 그 눈빛에 흔들렸다. 느끼하고 응큼한 눈빛이 몸을 핥고 능멸하는 기분이다. 이러면 안 되지만 우진은 지금 당장 봉식을 후려치고 싶은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예. 혹시 알고 있나요?”

“물론 알고 있지. 그 여자 프로필 정도는 꿰고 있다고!”

“그래요? 아 좀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우진은 공손하게 물었다. 그러자 봉식이 하하하 하고 웃었다.

“우선 좀 뭔가 틀어놓으면서 이야기 하자고. 마실 것도 마시고 먹을 것도 먹고.”

“아 예.”

우진은 맥주와 소다수를 꺼내고 안주로 산 과자를 쟁반위에 놓았다. 그 사이 봉식은 프로젝터에 크리스탈을 꽂았다.

“음 이런, 마나배터리가 다 했네.”

봉식은 투덜거리더니만 마나배터리를 꺼냈다. 그런데 이상하다. 봉식이 꺼낸 마나배터리는 렉싱턴 사에서 마나배터리 충전서비스를 했을 때 붙이는 완충이란 스티커가 붙은 채였다. 우진은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먹었다.

“아니 잠깐. 그건 렉싱턴에서 산거잖아요?”

이런저런 마도 물품을 쓰기 위해선 마법사가 충전한 마나 배터리가 필요하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쓰기 위해, 혹은 마법사라 하더라도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마력 공급을 하기위해 사용하는 게 마나 배터리로 충전시키는 방법 그 자체는 백색급의 마법사라도 충전시킬 수 있을 만큼 쉬웠다. 마력양이 문제지 충전시키는 기술 자체는 쉽다.

그런데 봉식은 마법사들이 득시글거리는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자신의 돈으로 배터리를 충전해서 가져온 것이다.

“이런 건 앞으로 그냥 저에게 충전시켜달라고 하세요. 다른 거 있어요?”

우진은 봉식의 벽장에서 텅 빈 마나배터리들을 몇 개 찾았다. 마나배터리는 충전시키는 데는 돈이 얼마 들지 않고 대신 배터리 자체의 가격이 비싸다. 집에 잔뜩 쌓여있는 책과 잡지, 크리스탈에 비싼 프로젝터, 이렇게나 많은 마나배터리를 보니 그가 급료 전부를 이런데 탕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 친구 없는 거야? 그런 거야?’

마법사들이 득시글거리는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돈 주고 이걸 충전하다니, 올곧은 심성이라서 모든지 제값을 치뤄야 직성을 풀리는 사람...일 리는 없고. 친구가 없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우진은 왠지 안쓰러워서 마나 배터리를 전부 잡고 일시에 충전시켰다. 우진의 몸에서 마력이 급격히 빠져나가 마나배터리를 전부 완전 충전시켰다.

“오오. 정말? 정말 앞으로 충전을 부탁해도 되나?

“휴우. 좀 어지럽네요. 아 뭐 물론이죠. 이런 거 얼마나 어렵다고.”

“그래도 이 많은걸 충전시키려면 상당히 많은 마력이 필요할텐데.”

“마력이라면 강한 편이에요. 괜찮아요.”

우진이 마나배터리를 건네자 봉식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처음으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의 음흉한 웃음과는 달라서 이건 우진이 보기에도 좋아보였다.

‘뭐 이건 나쁜 일은 아니구나.’

우진이 약간 뿌듯해 하는 사이 그는 프로젝터를 켰다.

“그럼 볼까?”

그러자 벽면 가득히 남녀가 교합하는 장면이 나왔다. 귀족풍의 옷을 입은 남자가 하녀 옷을 입은 엘프, 아니 엘프 분장을 한 여성과 교합하는 장면이 벽면 가득히 뿌려지는 것이다.

“그럼 건배하자구 건배.”

봉식은 잔에 맥주를 따르고 우진에게 건배하자고 외쳤다. 친구들끼리 포르노를 틀어놓고 술을 마시며 논다는 건 우진도 이해할만한 것이지만 우진과 봉식은 별로 친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나오다니, 대단히 당혹스럽다.

“저는 소다수를 마시죠.”

우진은 술 대신 소다수를 따르고 과자를 집어먹었다. 확실히 그동안 식비를 너무 아낀 탓일까? 이런 군것질을 하니까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아무리 간다르바라 해도 맛있는 건 맛있는 거고 맛없는 건 맛없는 거다. 우진은 단맛에 홀려서 소다수를 홀짝거리다 봉식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 여자는 어때요?”

“아. 미스티 말인가? 미스티는 본명이야. 본명 미스티 디아스. 나이는 올해로 65세던가? 한번 결혼했었지만 돌아오고 그 후로는 쭉 솔로로 지내면서 잡지사나 광고등지에서 모델을 하다가 결국 이쪽 업계로 들어왔어. 세간에는 빚을 져서라는 소리도 있고 하지만 뭐로 들어왔건 간에 엘프 마니아들에게는 신의 축복이지.”

“왜죠?”

우진이 물어보자 봉식이 벌떡 일어나더니 책장에서 서류철 하나를 꺼내 카탈로그를 펼쳤다.

“이게 이전의 엘프들이고 이게 이번에 나오는 미스티지. 어때 보여?”

“음.”

엘프들은 인간 눈에는 다 미인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확실히 한눈에 봐도 미스티는 엘프들 중에서도 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친여동생인 에밀리처럼 미스티도 긴 금발에 녹색 눈동자를 가진 미녀였다. 에밀리가 별로 꾸미고 다니지 않는 것에 비해 미스티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옷도 야하게 입고 화장도 해서 좀 더 관능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이 엘프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만드는 곳은 샤락 스튜디오로 이들 뒤에 있는게 바로 오크족 폭력배로 유명한 샤라크둠인데... 이놈들 수법이 그렇거든. 우진 자네가 아직 이쪽들 스튜디오 취향을 모르는데 음...샤락 스튜디오의 녀석들에게는 엘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깃들어 있다고. 봐.”

봉식은 우진에게 성인물도 제작사 별로 제작 철학(?)이 있다는 걸 피로하며 화면을 보여주었다. 요약하자면 오크족 폭력배 샤라크둠의 두목 샤라크는 정말 열렬한 엘프 마니아로 오크전사와 엘프 성직자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성인소설 ‘금단의 열락’의 저자이기도 하다는 소문이었다.

“그의 엘프 사랑은 진짜야.”

“........”

우진은 화면 가득히 펼쳐지는 살색의 장면들을 보며 넋을 잃었다. 그의 엘프 사랑은 진짜? 이런 사랑 방식이라면 당사자인 엘프들은 상당히 싫어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샤라크를 평화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요?”

“아 간단해.”

봉식은 후후 웃으면서 지도를 펼쳤다.

“랜덤하우스란 카페에서 이틀 뒤 엘프 마니아들의 동호회 모임이 있거든? 거기 나가 봐.”

“예? 도, 동호회요?”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거지.”

“봉식씨도 나가나요?”

“아 그게 나는.... 엘프도 좋지만 전방위적으로 다 좋아한다고나 할까. 난 모든 여인들을 공평하게 사랑하지.”

“하아.”

할 말이 많지만 하면 뭔가 큰일 날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들어서 우진은 그냥 소다수나 마시고 과자나 들었다. 그렇게 우진은 성인물 영상을 틀어놓고 봉식에게 성인물의 도(?)를 강연 받다가 자리를 빠져나왔다.

“확실히, 엄청난 정보를 얻어버렸군.”

판매루트부터 역추적해서 올라갔었다면 무수한 폭력배들과 싸워야 하는 끔찍한 일이었을텐데, 이렇게 쉽게 핵심정보를 얻은 건 바라지 않던 큰 수확이다. 그건 좋은데... 왠지 우진은 자신이 더럽혀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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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5 +3 12.09.09 3,356 18 9쪽
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 +2 12.09.09 3,326 20 12쪽
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 +2 12.09.09 3,628 17 8쪽
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 +2 12.09.09 4,022 17 13쪽
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 +4 12.09.09 4,643 20 10쪽
5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4 +2 12.09.09 4,579 15 5쪽
4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3 +4 12.09.09 4,796 14 11쪽
3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2 +2 12.09.09 5,513 16 11쪽
2 제 1 화 - 바리 공주와 재앙의 남매 1 +3 12.09.09 8,003 19 9쪽
1 프롤로그 - 어둠의 여왕과 세븐즈리그 +4 12.09.09 11,351 3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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