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ello

쉼표


[쉼표] 쓴 웃음 잔뜩 머금고

문피아에 들어와 연재한담을 물끄러미 들어다 보고 있으면


맞춤법이 틀려서 그 글은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기본적인 맞춤법도 틀리는 사람이 작가인가?


하는 댓글들이 꽤 보인다.

자주 틀리기 쉬운 단어나 문장의 여러 어간 사용법에 대해 써놓은 글들이다.

좋은 목적의 글이다.

글 쓰면서 이 정도는 지켜줘야 하지 않니? 하고 다음에는 신경 좀 써줘요.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는

아 나랑 꽤 시야가 다른 사람들이 많군 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나는 글을 쓴다는 건 도자기를 빚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문체, 시점 혹은 맞춤법은 도자기를 빚는 과정에 있어서는 뭐로 대입해서 생각하고 있냐하면

형태와 문양으로 보고 있다.

근데 기본적으로 도자기가 뭐냐 하고 물으면

그릇이다.


아무 것도 담아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이라도 담아 낼 수 있는 그릇.


글이란 게 그렇다

쓰는 사람의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형태와 문양은 그 도자기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지만 

그릇의 본질은

담았을 때 그것을 흘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예쁘고 아름다운 도자기는 좋다.

그러나 물레에 질퍽한 흙을 올려 슬금슬금 만들고 있는 아직 그 형태가 드러나지도 않은 흙덩이에 문양이 어쩌고 색이 어떻고 형태가 어떻고는 좀 이른 평가지 않은가?

연재를 하면 더 이상 내 글이 아니고

남이 본 이상 내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지만

그릇을 빚는 도공은 한명인데 물레 위에 손이 많아서

결국 흙덩이는 다시 질펀한 흙덩이가 된다.

난 이런 도자기가 좋아는

자기 취향이니까 취향 존중은 해 줄 수 있다.

허나 아직 자기가 정확하게 뭘 빚고 있는지 아직 형태조차 다 갖춰지지 않아 그 ‘만듬’의  여정에 몰두하고 있는 도공에게 달려와 난 자네의 흙덩이에 있는 그 선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네

난 더이상 자네가 그 흙으로 뭘 하든 상관하지 않을 테야.

는 좀 그렇다.

아직 구워지지도 않은 흙덩이로 뭘 하겠다는 건가.

그 흙덩이가 제대로 그릇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그 직설적인 충고가 도자기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허나 얼마만큼의 많은 도자기가 될 가능성이 높은 흙덩이를 뭉개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한번은 생각해 주면 좋겠다.


이왕이면 그릇을 먼저 봐주면 좋겠다.

그릇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 가 그 후에 형태와 색 문양을 논해도 늦지 않다.


어차피 가마에 들어간 흙덩이는 제대로 된 그릇이 아니면 그 안에서 그냥 부서진다.

그릇으로 자신의 기능을 못하게 된 순간 부터 그냥 그건 그릇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글이라면 결국 시장 혹은 독자라는 가마터에서 그냥 부서질 거다.

아니면 수정하다가도 끝나겠지.


흙은 뭉개봐야 흙밖에 안남는다.

그 뭉개지기 전의 흙에 훌룡한 선이 그어져 있든 아름다운 그림이 있든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뭉개진 흙인데.





댓글 1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5 쉼표 | 애매함과 긍정 사이 *1 14-04-21
14 쉼표 |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생각만 해야겠다. *1 14-04-19
13 쉼표 | 그래 그런가보다. (여객선 관련) *2 14-04-16
12 쉼표 | 서재 나들이 *6 14-04-15
» 쉼표 | 쓴 웃음 잔뜩 머금고 *1 14-04-11
10 쉼표 | 아직 춥네요. 14-04-10
9 쉼표 | 뇌를 말랑말랑 14-04-08
8 쉼표 | 연재 준비중 *2 14-04-06
7 쉼표 | 남의 글을 봐서는 안되는 때. 13-07-04
6 쉼표 | 작업용 노트북이 가지고 싶다. *1 13-07-01
5 쉼표 | 글쓰는데 변명하지 마라. *3 13-06-30
4 쉼표 | 백두산 다녀왔습니다. 13-06-26
3 쉼표 | 초고쓰는 중 *1 13-06-14
2 쉼표 | [추천도서]중국신화사 *1 13-06-13
1 쉼표 | 글쓰는 것은 발품과 손품 눈품을 파는 일이다. *1 13-06-1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