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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話者) 님의 서재입니다.

무사, 기사 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대체역사

완결

화자(話者)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1
최근연재일 :
2018.10.11 15:1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1,085,162
추천수 :
23,051
글자수 :
904,559

작성
18.08.20 22:34
조회
2,833
추천
70
글자
8쪽

< #15. 아크레 1-1 >

DUMMY

다음날부터 류의 생각대로 흘러갔다.


주로 지키는 싸움 위주였던 십자군이 지금은 공성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바보들은 싸우는 법을 잊었다.


"우선 공격은 사다리차를 위주로 해서 저주받은 문 쪽부터 공격을 시작합시다."


"혹시 가지고 있는 분 계신가요? 우리가 목재는 넉넉히 준비했는데 말입니다."


"너무 시간이 걸립니다. 그냥 방패를 들고 낮은 성벽 쪽으로 가 사다리로 넘읍시다."


류는 서로 의견이 분분한 지휘 막사를 나와 자신의 진으로 돌아왔다. 기사 오십과 보병 삼백 명의 단출한 진. 바로 곁의 템플 기사단은 기사만 백 명에 보병이 오백 명이다. 그동안 템플 기사단은 서약만 하면 모두 받아들이는 형태로 수를 엄청나게 늘려버렸다.


하틴 전투 전에는 수와 질을 모두 유지했지만, 지금은 수도 어정쩡하고 질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때만 되면 주교의 앞에 모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신앙심만은 예전보다 나아 보였다.


‘결국 믿을게 신한테 기대는 게 다인가 보군’


혀를 차던 류는 오자마자 병사들을 닦달해서 나무 방책과 해자를 두 겹으로 진을 둘러싸게 치라고 했다. 다른 진보다 서너 배의 일이 늘어버리자 투덜대는 병사들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이봐, 불만 있으면 나와서 나에게 도전해봐. 나중이 되면 고맙다고 내 앞에 머리를 조아릴 것이다.”


해자를 파낸 흙은 진의 가운데에 작은 토산을 쌓아버렸다. 토산에는 굴을 파고 주변에서 구해온 돌로 마무리해서 작은 공간을 만들었다. 부상자들을 쉴 수 있게 하고 식량을 비축할 공간이었다.


다만 류의 뜻대로 되지 않은 건 우물이었다. 분명 바닷가에 멀지 않은 곳이라 잘만 뚫어내면 물이 터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배가 가져온 물을 적당량 보관해서 계속 순차적으로 쓰게 했다.


“병사들만이 아니라, 기사들마저 입이 튀어나왔어.”


“부단장님, 그럴 때는 같이 힐난하면서 맞장구나 쳐줘.”


“웬일이래?”


“물론 때가 되면 조용히 손가락을 가리키라고. 일이나 더 시키게.”


알폰소는 히죽거리며 류에게 알았다고 말했다. 다음날부터 알폰소의 손가락은 바삐 움직였다.



***



성과없는 공격이 며칠 동안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은 두 개의 성문을 교대로 연달아 공격하다가 지칠 때쯤 역습까지 받았다. 시체가 성문 앞에 즐비한 상태에서 대열도 유지 못 하고 달리던 부대는 진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부대였다. 결국 뒤에서 보고 있던 류가 손을 들어 병사를 전진시켜 막아냈다.


적들은 별로 무리하지 않고 바로 도망쳐 들어갔고 곧 깃발이 올랐다. 서로 시체를 나르며 욕설을 퍼붓는 그런 전쟁이 이어졌다. 바로 몇 걸음 옆에서 말이다.


“내일은 우리가 만든 사다리차 세 대를 이용할 거야.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


“어디로 갑니까?”


“성문 세 개를 동시에 칠 거네. 단조롭게 공격 루트는 정해지겠지만 적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겠지.”


발리앙의 말대로 다음날 공격은 그나마 성공적이었다. 잠시나마 성벽의 망루를 점거하고 깃발을 꽂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주 찰나의 일이었고 올라갔던 병사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그렇게 소득 없이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지쳐들 가고 있을 때 천오백에 달하는 군대가 합류했다. 부대는 기의 진영 옆에 자리를 잡더니 이내 공사를 시작했다.


코라도였다.


소득 없는 싸움이라 치부했던 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코라도도 결국 이곳에서 고생하는 십자군들에 대한 동정이 퍼져나가고 인기가 조금씩 생기자 그걸 외면만 할 수는 없었다.


그날 십자군 진영에서는 이겼다는 듯이 함성과 함께 잔치가 벌어졌다. 매번 트리폴리에서 보내오던 보급선만이 아니라, 티레에서 온 보급선마저 수평선에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말이다.


보급선은 충차와 사다리차뿐이 아니라, 장인이 만든 투석기까지 실어왔다. 제대로 된 공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티레의 함선들까지 와 기독교도 해군의 수가 압도하기 시작하자 적들의 항구는 기능을 잃어갔다.


몇 번의 해전으로 적의 함선은 불탔고 피사의 용맹한 해병들이 항구로 진입을 시도하다 퇴각하는 일이 있자 적들은 항구에 기다란 쇠사슬을 치고 항구를 막아버렸다. 공격이 쉽지는 않아졌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적의 함선들이 들어가려 해도 쇠사슬을 치워야 했고 그건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그동안 피사, 제네바, 베네치아의 함대가 돌아가며 사냥을 시작했고 이집트의 배들은 속절없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이제는 적들을 말려 죽일 방도가 생긴 것이다.


***


‘잘하면 이길 수도 있겠는데······. 얼마나 비축해놨을까? 도시가 크니 반년?’


류가 그렇게 생각할 때 알폰소도 알아챘는지 웃으며 손가락으로 저 너머의 산등성이를 가리켰다.


“알잖아. 여기는 적지인걸. 언제라도 저 너머에서 적이 몰려올지 모른다고.”


그때 류의 눈에 산등성이 너머 지평선에 경기병 몇이 보였다. 그들은 허리춤에 매단 깃발을 휘날리며 포위하고 있는 십자군 진영을 향해 달려왔다.


“적이야?”


“아니, 바깥으로 내보낸 순찰병인데, 왜 저렇게 난리지?”


류는 계속 눈으로 순찰병이 달려오는 산등성이를 지켜봤다. 순찰병들의 한참 뒤로 몇 명의 무슬림 기병이 보였다. 검은색 옷을 위아래로 갖춰 입은 쿠르드 경기병. 그들은 날듯이 달리다가 화살을 날려 순찰병 몇을 땅에 떨구고는 다시 돌아섰다.


저물어가는 해 때문에 눈이 부셨다. 지평선 너머로 이글거리는 땅 어스름 사이로 하나둘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점점 많아지며 또렷해지는 형상들. 수많은 병사. 지옥에서 올라온 괴물들처럼 이글거렸다.


깃발의 대열이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졌다.


진을 지나쳐 달려 들어온 순찰병들은 당황한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살라흐앗딘이다! 살라흐앗딘이 왔다!”


고함을 지르던 순찰병은 지휘관들이 모이는 막사 쪽으로 말을 몰아 달려갔고 류도 말을 타고 달렸다.



***



“어떻게 된 일이냐?”


“모르겠습니다. 평소처럼 서로 엇갈려 순찰하는데 검은 옷을 입은 기병들이 나타나 저희를 공격했습니다. 맞서 싸우다가 밀려 도망쳤습니다만 거의 다 죽고 저희 몇만······.”


“그게 아니라, 적의 규모는? 어찌해서 살라흐앗딘이라 외쳤냐? 그는 지금 소아시아로 가지 않았더냐?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아······. 아니, 그들의 깃발 가운데 살라흐앗딘의 깃발이 있었습니다. 녹색 깃발에 이슬람 문자로 알라라고 세 번 쓰인 그 깃발 말입니다.”


모두 웅성거리는 와중에 갑자기 침묵이 주변을 감쌌다. 멀리서 다가오는 적의 발걸음이 바로 귀 곁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대략 적의 수는 알겠던가?”


“만 오천에서 이만 정도 될 거 같습니다. 특히 중무장한 기병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알 아딜의 이집트군도 있습니다.”


발리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휘하들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그건 부하들에게 내리는 명령이라기보다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다른 영주들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한 것이었다.


“남은 목책을 우선 진의 뒤에다가 치고 땅을 파도록 해라. 해자를 팔 시간이 없으면 군데군데 삽질을 하는 식으로 해서 땅에 요철을 만들어라. 말 발목이 접질리게 말이다.”


다른 영주들도 발리앙과 비슷한 명령을 내렸다. 이제 아크레를 공격하던 십자군은 오히려 앞뒤로 포위를 당하게 되었다.


“그···. 그런데? 살라흐앗딘은 어째서 여기로? 프리드리히의 군대를 맞이하러 떠났다고 하지 않았나요?”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모두 궁금했다. 어쨌든 의기양양했던 원정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은 9분씩이나 늦었습니다. 

송구합니다. 내일부터는 시간엄수토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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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 #15. 아크레 10-1 > +14 18.09.09 2,427 76 11쪽
182 < #15. 아크레 9 > +22 18.09.07 2,337 71 11쪽
181 < #15. 아크레 8-2 > +14 18.09.06 2,365 72 10쪽
180 < #15. 아크레 8-1 > +21 18.09.04 2,501 76 8쪽
179 < #15. 아크레 7-2 > +8 18.09.03 2,394 79 9쪽
178 < #15. 아크레 7-1 > +8 18.09.02 2,466 73 10쪽
177 < #15. 아크레 6-2 > +6 18.09.01 2,487 71 10쪽
176 < #15. 아크레 6-1 > +10 18.09.01 2,484 64 9쪽
175 < #15. 아크레 5-2 > +9 18.08.31 2,513 67 9쪽
174 < #15. 아크레 5-1 > +16 18.08.30 2,669 74 9쪽
173 < #15. 아크레 4-2 > +14 18.08.28 2,674 77 10쪽
172 < #15. 아크레 4-1 > +13 18.08.27 2,576 73 9쪽
171 < #15. 아크레 3-2 > +22 18.08.26 2,745 75 9쪽
170 < #15. 아크레 3-1 > +12 18.08.25 2,692 70 8쪽
169 < #15. 아크레 2-2 > +21 18.08.24 2,657 74 10쪽
168 < #15. 아크레 2-1 > +14 18.08.23 2,697 72 10쪽
167 < #15. 아크레 1-2 > +10 18.08.21 2,740 77 9쪽
» < #15. 아크레 1-1 > +11 18.08.20 2,834 70 8쪽
165 < #14. 티레 4-2 > +9 18.08.19 2,851 69 9쪽
164 < #14. 티레 4-1 > +18 18.08.19 2,709 82 9쪽
163 < #14. 티레 3-2 > +10 18.08.18 2,787 77 9쪽
162 < #14. 티레 3-1 > +16 18.08.17 2,787 8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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