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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전쟁(惡魔 戰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최근연재일 :
2020.09.16 23:03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4,697
추천수 :
81
글자수 :
252,034

작성
20.09.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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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화 –동쪽으로 (1부 마지막 화)

DUMMY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 차가운 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여러 마리의 갈매기가 하얀 날개를 펼치고 미끄러지듯 하늘을 날았다.


갈매기를 처음 본 이든이 달뜬 목소리로 말했다.


“우와, 되게 커다란 새네요.”


“그리고 되게 시끄러운 새지.”


짐머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뭐야 뭐야, 저 하얀 새는 뭐예요? 엄청 예쁘다.”


메리안은 이든보다 더 흥분한 상태였다.


“저게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제님도 가끔 이상해.”


이번에는 앤드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메리안은 앤드류에게 눈을 흘겼다.


써던 제국 유일의 항구도시 리사반.


물건을 흥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 선원을 구인하는 항해사의 고함소리, 열 지어 지나가는 경비대원들의 발자국 소리.


오전의 활기와 설렘이 리사반 시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이든 일행이 있었다.


짐머가 말했다.


“이제 이 모퉁이를 돌면 항구야.”


짐머가 말한 모퉁이를 돌자 항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주한 사람들 너머로 거대한 범선들이 보였다. 육중한 선체와 높은 돛대들이 서로 경쟁하듯 줄지어 있었다.


그 뒤로 하늘만큼 푸른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넘실거렸다.


이든이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았다.


“우와...”


앤드류와 메리안도 함께 멈춰 섰다. 셋은 바다를 보는 것이 태어나 처음이었다.


몇 발자국 앞서가던 짐머가 뒤를 돌아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따라와! 일일이 감탄하지 말고!”




------------------------★-------------------------




1달 전. 에이럼 궁.


이든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앤드류인 것을 알고 반색했다.


“앤드류! 깨어났군요!”


“들어가도 될까?”


“그럼요! 들어와요.”


앤드류는 두리번거리며 방안에 들어섰다. 앤드류의 머리와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든이 의아해 물었다.


“앤드류, 괜찮아요? 어디 나갔다 왔어요?”


“어, 아냐 아냐. 그런데 짐머 공은?”


“아. 셀리나 장군이 도와달라고 해서 갔어요. 앉으세요.”


셀리나는 에이럼 궁 입성 후 실질적인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누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병사들은 어느새 셀리나를 지휘관으로 인정하고 따르고 있었다.


레골루스가 머리를 싸매고 도망간 사이 머독의 목을 베고 적의 항복을 받아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레골루스가 에이럼 성에 입성하자 마자 시종장의 방에 처박혀 버린 탓도 있었다. 그가 부어라 마셔라 하는 동안 셀리나는 메리안과 함께 부상병을 추슬렀다. 에이럼의 상인회장과 원로들을 궁으로 불러 백성들에게는 전혀 손대지 않을 테니 걱정 말라는 약속도 했다.


“앤드류··· 가슴은 괜찮아요?”


“메리안 사제님 덕분에, 정말 믿을 수가 없지만 괜찮아.”


어딘지 모르게 앤드류의 분위기가 어두웠다. 늘 사람 좋은 느낌으로 서글거리던 눈빛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이든.”


앤드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칼에 찔려 쓰러졌을 때, 네가 내 앞을 막아 섰다고 들었어.”


“아··· 네 맞아요.”


“놈의 검을 쳐내고, 내 목숨을 구했다고.”


이든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저는 그냥···”


“고맙다.”


앤드류는 이든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이든은 다소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앤드류, 저보다는 셀리나와 짐머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앤드류가 이든의 말을 잘랐다. 그는 평소 다른 사람의 말을 자르는 성격이 아니었다.


‘오늘 앤드류가 좀 이상하네···’


이든은 의아해하며 앤드류를 바라보았다.


“놈의 검은 정말로 묵직했거든. 짐머가 휘두르는 도끼만큼이나 강력했는데··· 어떻게 놈의 검을 쳐낸 거니?”


“아 그게···”


“사람들한테 들었어. 너의 검이 푸른색으로 빛났다고.”


“네...”


“검을 좀 볼 수 있을까?”


이든은 두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침대 옆에 놓아둔 검을 가져와 앤드류에게 건넸다.


앤드류는 검을 두 손으로 받아 살펴보았다.


이든의 검은 일반적인 한 손 검보다 한 뼘이 더 길었다. 적당히 묵직해서 휘두르는 맛이 있을 것 같았다.


“검을 뽑아 봐도 되겠니?”


“그럼요.”


앤드류가 검을 뽑자 맑은 쇳소리가 울렸다. 검 날은 날카롭게 벼려져 번쩍였다.


“좋은 검이구나. 마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아. 확실히 다른 검들과는 느낌이 다르네.”


앤드류는 한참이나 검을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다. 이든이 그런 앤드류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앤드류, 검 자체 만으로는 푸르게 빛나지 않아요.”


“그러게. 한 번 보여줄래?”


앤드류는 이든에게 검을 넘겼다.


“그게, 마음대로 안돼요. 어쩔 때는 됐다가, 또 어쩔 때는 안됐다가.”


이든은 검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는 머독의 검을 쳐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검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잘 안되네요.”


“그래···”


앤드류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실망한 눈치였다.


이든이 말했다.


“앤드류, 그때 검을 처낸 건 우연이었어요. 검이 푸르게 빛난 것도 제가 한 것이라기보다 전에 얘기했던 한이라는 검사의 힘이에요. 이 검도 원래 그의 것이구요.”


앤드류는 이미 이든에게서 한의 얘기를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챠드에서 재회한 이후부터 둘은 쭉 붙어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터였다.


앤드류는 한동안 어깨를 늘어뜨리고 앉아 있었다. 이든은 앤드류를 위로하고 싶었다.


‘아 근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말이지. 검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어.”


갑자기 앤드류가 입을 열었다.


“대결에서 진다는 건 상상도 안 해봤어. 웨스트우드에서 짐머와 마주쳤을 때 처음으로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 그래도 그건 괜찮았어. 그는 더 빅이니까. 그리고 좀 뭐랄까··· 인간 같지 않은 느낌이잖아.”


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처음 짐머를 봤을 때 곰으로 착각할 뻔 했었다.


“그런데, 같은 상대에게 두 번이나 진 거야.”


“두 번이요?”


“어. 일전에도··· 오늘 낮의 그자와 싸운 적이 있어. 그때는 셀리나가 날 구해줬어.”


“아···”


“그때는 셀리나가, 이번에는 짐머가··· 그리고 너에게까지 도움을 받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어. 아니지. 메리안 사제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겠지.”


“하지만 앤드류가 아니었으면 더 많은 병사들이 죽었을 거예요. 짐머도 혼자서는 상대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했거든요. 앤드류는 정말 대단하다고.”


앤드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평생 검만 바라보고 살아온 남자였다. 10살이 조금 넘었을 때부터 매일같이 검을 휘둘렀다. 검이 좋았고, 검을 휘두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주변에 더 이상 대적할 자가 없어진 이후에도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전장에서는 언제나 승리했고 보병대 내에서도 나름 유명세를 얻었다.


그런 그에게, 같은 자에게 당한 두 번의 패배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은 이든이었다. 이든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검도 못 휘두르던 꼬맹이였다.


앤드류의 생각에 이든은 놀랄 만큼 강해졌고, 그동안 자신은 약해졌다.


“이든. 너 동쪽으로 떠난다고 했지. 찾아가는 곳이···”


“려라는 곳이에요.”


“그래. 그곳에 너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지?”


“네. 그렇게 들었어요.”


앤드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든은 말없이 앤드류의 눈치를 살폈다. 이윽고 앤드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이든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나도 가자.”


앤드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든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반문했다.


“네?”


“나도 같이 가자. 오늘은 네가 내 목숨을 구해줬지만, 다음에는 내가 분명 도움이 될 거야.”


“아니, 저는 좋지만··· 굳이 왜···”


“이든, 나는 더 강해지고 싶어. 네가 가는 곳에 그 길이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나드 사람들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너와 함께 가야만 해.”


그의 말속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이든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괜찮을까요? 셀리나 장군에게는 뭐라고 얘기하려구요.”


“대장에게는 여러 가지 신세를 졌지.”


앤드류의 눈빛이 단단해졌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지금부터 대장이 가려는 길은 내가 가려는 길과는 달라.”


“그러면··· 짐머와 의논을 해보고···”


이든이 말하는 와중에 문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병사들이 바쁘게 복도를 뛰어다녔다.


“무슨 일이지?”


이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병사 한 명이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병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메리안 사제님은 어디 계십니까?”


“어? 잘 모르는데, 무슨 일이에요?”


“장군님이, 레골루스 장군님이 5층에서 떨어지셨습니다!”




------------------------★-------------------------




이든 일행이 탄 범선은 항구에서 가장 큰 놈이었다. 배의 선수에서 선미까지 길이가 100보에 넓이는 30보나 되었다.


배의 중앙을 따라 3개의 돛대가 세워져 있고 7개의 돛이 달려 있었다.


짐머를 제외한 이든 일행은 갑판 위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닻을 올려라!”


항해사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선원들이 기합을 넣으며 닻을 감아올리기 시작했다.


“돛을 펼쳐라!”


이번에는 여러 선원들이 돛대로 달려들어 돛을 묶어 올린 밧줄을 풀어냈다. 일곱 개의 돛이 한꺼번에 아래로 펼쳐졌다. 바람을 받은 돛은 펄럭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끼이이익』


육중한 나무 소리를 내며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움직인다. 움직인다.”


메리안이 흥분해 큰소리로 떠들었다. 짐머도 콧잔등을 찡그릴 뿐 이번에는 별다른 핀잔을 주지 않았다.


“이 큰 게··· 정말 움직이는구나.”


앤드류도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이든은 아무 말이 없었다.


부두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부두 끝에 나와있던 사람들 몇몇이 배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이든, 계속 갑판 위에 있을 거니? 짐머가 선실로 내려오라는데.”


앤드류가 이든을 향해 말을 걸었지만 이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앤드류는 잠시 이든의 대답을 기다리며 서 있다가 이든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고는 먼저 선실로 내려갔다.


이든은 그저 고요히, 멀어지는 플레이튼 대륙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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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1부 후기 - 등장인물 소개 20.09.20 24 0 -
공지 54화 휴재공지 20.08.29 49 0 -
» 58화 –동쪽으로 (1부 마지막 화) 20.09.16 22 0 11쪽
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54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6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5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9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5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7 0 10쪽
44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49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39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9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6 1 10쪽
37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0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6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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