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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전쟁(惡魔 戰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최근연재일 :
2020.09.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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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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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수 :
2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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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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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DUMMY

해가 사라졌다. 어느새 몰려든 짙은 먹구름이 사방을 어둑하게 만들었다.


강가에 괴물이 서 있었다.


오거보다 두 배는 큰 덩치. 온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붉은 털로 덮여있었다.


빙글빙글 꼬인 모양으로 솟아난 두 개의 뿔. 영양처럼 생긴 길쭉한 얼굴. 근육질의 거대한 몸과 사자의 앞발 같은 두 팔. 그리고 황소의 뒷다리 같은 다리.


지옥의 수문장이자 세튼의 돌격 대장. 다르곤이었다.


“저게··· 뭐야···”


다르곤을 발견한 한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아득한 탄식이 베어 나왔다. 한의 탄식을 들은 짐머가 고개를 들고 다르곤을 보았다. 그의 머리털이 쭈뼛하고 일어섰다.


강가에 서 있던 수 백 명의 병사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다르곤의 주변이 흥건한 피바다로 변해 있을 뿐이었다.


다르곤은 왕방울처럼 튀어나온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는 이내 이든 일행이 타고 있는 배 쪽을 바라보았다.


짐머가 중얼거리듯 한에게 말했다.


“괜찮겠지? 여기까지 올 수 없겠지?”


배는 이미 다르곤이 서있는 강가에서 오십 여 보 이상 멀어져 흘러가고 있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한이 중얼거렸을 때, 다르곤이 불길처럼 뜨거운 숨을 코로 내뿜었다.


『아아아』


다르곤이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엄청난 소리에 온 강변이 겁에 질린 것처럼 부들부들 떠는듯했다.


곧이어 다르곤의 등이 움찔거리더니, 등을 찢고 날개가 튀어나왔다. 거대한 검은색 날개는 마치 박쥐의 그것처럼 깃털이 없이 얇은 피부막으로 덮여 있었다.


다르곤이 날개를 펼치자 그 바람의 위력에 주변의 가벼운 돌들이 사방으로 튕겨지며 날아갔다.


“제길···”


짐머는 이든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도끼를 집어 들었다. 이든은 눈물범벅인 얼굴을 들어 짐머를 바라보았다. 이든은 고든을 잃은 충격으로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새가 처음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다르곤은 몇 번 날개를 펄럭이며 커다란 바람을 일으키더니 조금씩 하늘로 떠올랐다. 이든 일행이 타고 있는 배에까지 그 바람이 느껴졌다.


“온다.”


한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검이 다시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든은 그제야 다르곤을 보았다. 이든의 입에서 절망을 담은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다르곤이 오른손을 뻗자 아무것도 없던 손에 거대한 도끼 형상의 불꽃이 맺혔다. 불꽃 도끼를 휘두르자 불덩이 하나가 대포알처럼 배를 향해 쏘아졌다.


“이얍!”


한은 한마디 일갈과 함께 왼손에 공력을 모아 날아오는 불덩이를 쳐냈다. 불덩이는 한의 주먹에 맞아 방향이 꺾인 뒤 반대편 절벽에 맞고 폭발했다. 폭발의 위력으로 절벽의 바위가 부서져 내렸다.


다르곤은 곧장 배를 향해 날아왔다. 불과 세네 번의 날갯짓으로 배와의 거리를 좁힌 다르곤이 불꽃 도끼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한도 뱃고물을 밟고 뛰어올라 자신의 검을 마주 휘둘렀다.


붉은색 도끼와 푸른색 검이 공중에서 부딪혔다.


섬광과 함께 폭풍 같은 바람이 일었다. 배가 바람에 휘말려 거세게 흔들렸다.


“이든! 꽉 잡아라!”


짐머가 소리쳤다.


이든은 고든의 시신이 배 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한 팔로 꽉 껴안고 다른 손으로 배의 난간을 쥐었다.


필사적으로 고든을 껴안고 배에 매달리며 이든은 생각했다.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지?’


양친의 시신을 부여안고 통곡했던 게 고작 몇 개월 전이다.


이제 고든도 죽었다. 고든은 자신과는 달리 총명하고 배려가 깊은 아이였다.


굶어도 배고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도 슬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건 형인 자신을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걸, 이든은 잘 알고 있었다.


배가 흔들리자 고든의 가슴에서 흘린 피 냄새가 이든의 코 속을 훅하고 찔러 들어왔다. 머리가 아득해졌다. 이든은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때와 달랐다.


고든의 피 비린내는 이든의 가슴속에 작은 불씨를 지폈다. 이든의 눈동자에서 푸른색 불꽃이 일었다.






『월하난무』


한이 공중에서 몸을 회전하며 다르곤에게로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의 몸이 하얗게 빛나며 수십 개의 날카로운 검기가 뿜어져 다르곤을 덮쳤다.


다르곤이 불 도끼를 휘두르자 대부분의 검기는 깨어져 흩어졌다. 그러나 몇 개는 그대로 다르곤에게 박혀 들어갔다.


다르곤은 짐승의 울부짖음 소리를 내며 날갯짓을 해 뒤로 물러섰다. 한도 배로 착지했다.


다르곤은 몸 곳곳에 상처를 입었다. 검은색 피가 흘러 강으로 떨어졌다.


다르곤이 말했다.


“놀랍고 놀랍구나. 내가 비록 하찮은 인간들의 육신으로 현생 했다고 하나 나와 이 정도로 싸울 수 있다니.”


한이 말했다.


“놀란 건 이쪽이다.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괴물일 줄이야.”


“인간이여. 나는 괴물이 아니다. 나의 주인은 지옥의 왕이자 파멸의 신 세튼. 나는 그분의 왕국을 지키는 수문장 다르곤이다.”


“그래 그러니까... 괴물이라는 말이지.”


한은 다시 공력을 끌어올리며 힘을 모았다.


한은 방금 전 일합에서 자신의 검기가 괴물에게 통하는 것을 확인했다. 더 이상 쓸데없이 시간을 끌 필요는 없었다.


공력을 끌어올리는 한을 보며, 다르곤이 말했다.


“인간이여. 정말로 나를 이겨볼 생각인가? 건방지구나. 신과 인간의 힘의 차이를 느껴 보거라!”


다르곤이 불 도끼를 양손으로 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리자 크기가 세배로 커지며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다.


한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초승!』


한은 마치 하나의 빛줄기처럼 날카로운 모양새로 다르곤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다르곤이 불 도끼를 내리치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한의 검이 다르곤의 명치를 꽤 뚫었다.


다르곤의 커다란 방울 같은 검은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더욱 커지며 회색빛으로 변했다. 양손의 불 도끼가 사라지고 산양 같은 주둥이에서 괴로움에 찬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이 외쳤다.


“죽어라! 마물아!”


잠시 회색으로 변해가던 다르곤의 눈동자는, 그러나 곧 다시 검은색으로 차올랐다.


“어리석은 인간.”


사자 같은 커다란 두 손이 한의 몸을 움켜 잡았다.


“이 몸은 그저 인간 세상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낸 그릇일 뿐. 이것을 베어낸다고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르곤이 양손에 힘을 주어 쥐어짜자 한은 온몸이 찢어지는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순식간에 수십 군데의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파열됐다.


“결국 한낱 인간일 뿐.”


한의 몸이 힘을 잃고 늘어졌다. 다르곤은 왼손으로 한을 쥔 채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오른손에서 붉은색 불길이 일었다.


“자 나와 함께 지옥으로 가자!”


한은 꼼짝없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력을 끌어올려 최후의 한 수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다르곤의 아귀힘이 너무 강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다.


다르곤은 손 날로 한의 얼굴을 내리쳤다.


“아니?”


다르곤은 깜짝 놀랐다. 분명 사라졌어야 할 한의 얼굴이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없어진 건 다르곤의 오른팔.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가 날아갔다.


짐머가 냅다 집어던진 도끼가 다르곤의 오른팔을 잘라낸 것이었다.


“이 비천한 오딘의 종놈이!”


다르곤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다르곤은 지옥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평소에도 자신의 강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때문에 인간들을 색욕이나 허영에 빠뜨려 파멸시키는 다른 악마들을 치사한 수를 쓴다며 경멸하기까지 했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경멸했다. 약한 주제에 의지마저 박약해 악마들의 치사한 수에 손쉽게 걸려드는 나약한 존재들.


그런데 오늘. 수 백 년 만에 현생한 인간 세상에서 그는 평소 나약하다며 경멸해왔던 인간들에게 고전하고 있었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분노했다.


“몽땅 다 죽어라!”


처음엔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다르곤은 단번에 이 상황을 끝내기로 했다.


다르곤이 입을 크게 벌리자 그의 입 안에서 지옥의 업화가 끓어올랐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불꽃이었다.


다르곤이 막 지옥불을 내뱉으려 했을 때.


그의 눈 앞에 이든이 뛰어올랐다. 이든의 눈과 검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이든이 다르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작작 좀 해!”


이든은 검을 거꾸로 쥐고 다르곤의 두 뿔 사이에 박아 넣었다. 그 바람에 다르곤의 입이 다물어지고 업화의 불꽃이 다르곤의 몸 안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불꽃을 삼킨 다르곤이 비명을 지르며 이든의 몸통을 물었다.


그 틈에 한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져 느슨해졌다.


한은 자신의 모든 기운을 끌어올렸다.


부서진 몸 때문에 온 몸의 기혈들이 뒤틀려왔다. 그러나 지금이 마지막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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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54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5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5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8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4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6 0 10쪽
44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48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9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6 1 10쪽
37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0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5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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