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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전쟁(惡魔 戰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최근연재일 :
2020.09.16 23:03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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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
추천수 :
81
글자수 :
252,034

작성
20.07.0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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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DUMMY

물체가 공기를 찢으며 가르는 소리가 한의 귓가를 때렸다. 한은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손을 뻗었다.


한의 손에 잡힌 것은 숲 속에서 날아온 화살이었다. 한이 잡지 않았다면 화살은 그대로 이든의 얼굴에 박혔을 것이었다.


“혀··· 형···”


고든이 이든을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이든은 놀랄 틈도 없이 고든을 내려다보았다. 고든의 가슴에 화살 한 대가 박혀 있었다.


“고든!”


이든의 비명 같은 절규.


한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백여 개의 화살이 공중을 날아 세 사람에게 덮쳐 들고 있었다. 한은 이든과 고든을 뒤쪽으로 밀쳐내며 검을 뽑았다.


한이 공중을 향해 한바탕 검무를 펼치자 날아들던 화살들은 모두 두 동강 나 바닥에 떨어졌다.


화살들을 쳐낸 한은 앞쪽의 숲을 살폈다. 은신처에서 50여 보 앞까지는 잔디와 낮은 수풀 뿐이었다. 그 두 배 거리 숲 속. 수 백 명의 군인들이 숨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심했다.’


달의 힘을 가진 사람을 찾아냈다는 생각에 긴장을 풀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 숲을 둘러쌓고 있는 정체 모를 강력한 기운 때문인가. 한은 방금 전까지 적의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고든!”


나무 둥치 뒤로 몸을 날려 화살을 피했던 짐머가 재빨리 이든과 고든 쪽으로 달려왔다. 그는 고든의 상태를 살폈다.


화살은 고든의 왼편 가슴 아래쪽에 박혀 있었다. 고든은 아직 살아 있었지만 화살이 박힌 위치가 좋지 않았다.


“고든 정신 차려!”


이든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든을 부르며 화살을 잡아 빼내려 했다. 짐머가 이든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지금 빼내면 안 돼! 피가 쏟아져 죽는다.”


고든이 말했다.


“형··· 나··· 너무 아파···”


이든은 고든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형이 금방 치료해줄게.”


『쒜에엑』


공중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번째 화살비가 날아들었다.


“이야압!”


한이 왼손에 힘을 모아 공중을 향해 크게 휘두르자 큰 바람이 일며 날아들던 화살들이 힘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다.


한이 말했다.


“포위당했어! 빠져나가야 해!”


“고든을 이리 줘”


짐머가 고든을 이든에게서 받아 안아 들었다.


“이든, 내 도끼와 검을 챙겨라.”


이든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은신처로 뛰어 들어갔다. 한이 짐머에게 물었다.


“어느 쪽으로 빠져나가야 하지?”


“바위 뒤쪽으로 10분만 가면 메리디안 강이야. 유속이 빠른 강이니 배만 타면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배가 있나?”


“작은 배가 하나 있지.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한은 짐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며 적의 기척을 살폈다. 앞쪽보다 숫자가 적었다. 다만 무엇인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방법이 없어. 앞쪽엔 수가 너무 많아.’


한은 적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사람의 목숨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지금은 이든 형제와 함께였다. 이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려면 적병의 기척이 적은 쪽으로 가는 것이 옳았다.


한이 말했다.


“배 쪽으로 가지. 내가 앞장서겠어”


이든이 도끼와 검을 챙겨 나오자 넷은 바위 뒤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 쪽으로 다가옵니다!”


병사들 중 한 명이 클럭에게 보고했다. 클럭은 자작나무 숲 사이에서 엄지 바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붉은 검사와 짐머, 소년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습격을 받으면 메리디안 강 쪽으로 도주하리라는 생각이 맞아떨어졌다.


“대장님! 활을 쏠까요?”


병사가 물었다. 클럭은 소름 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디 한번 실력을 볼까? 전 궁수, 시위를 당겨라!”


클럭의 명령과 함께 앞쪽에 포진해 있던 50명의 궁수들이 시위를 당겼다.


“쏴라!”


화살들이 동시에 한 일행을 노리고 공중을 날았다.


날아오는 화살비를 바라보며 한은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쥐었다.


그는 속도를 높여 두 세 발자국을 재빨리 앞서나가더니 공중으로 도약했다.


『반월참!』


한이 검을 좌에서 우로 크게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푸른빛이 반월 모양으로 쏘아져 나가며 공중을 갈랐다. 날아오던 화살들이 빛에 부딪히자 산산 조각나며 흩어졌다.


사뿐히 착지한 한은 튕겨지듯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궁수대가 화살을 더 쏘기 전에 덮칠 생각이었다. 풀잎 위를 날듯이 달려가는 모습이 낮게 날아가는 한 마리 제비와 같았다.






20년 전. 짐머가 아직 써던 제국의 평범한 병사였던 시절.


바다를 건너온 메르시안 제국 상단의 호위 무사단과 술자리를 가진 일이 있었다.


호위 무사단의 대장 무하리브는 유쾌하고 걸걸한 덩치 큰 남자였다. 그가 늘어놓는 무용담은 실로 흥미 진진한 것이어서 함께 술자리를 하던 병사들은 모두 그의 얘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만났던 무사 중 가장 강한 자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무하리브는 문득 심각한 얼굴이 되어 얘기를 꺼냈다.


“메르시안 제국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얼굴이 붉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그곳의 검사들은 검으로 바위를 가르고 풀 잎을 밟고 공중을 날아 다니지.”


몇몇 사람들은 눈을 크게 뜨며 침을 삼켰고 몇몇은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짐머는 웃음을 터뜨린 쪽이었다. 그때까지 웃고 떠들며 안 믿으면 말고 식으로 얘기하던 무하리브가 다소간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라니까? 얼굴이 붉은 사람들을 적으로 만나면 바로 도망가도록 해. 그렇다고 해도, 진짜 도망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짐머는 쏜살같이 쏘아져 나가는 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게 진짜였어!’


짐머가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린 잠깐 사이, 한은 50여 보 거리를 순식간에 달려 자작나무 숲에 다다랐다.


숲 안에 들어선 한은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궁수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궁수들은 한을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었다. 한의 움직임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궁수들이 쓰러졌다.


짐머와 이든도 자작나무 숲에 다다랐다.


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머지 병사들은 멀찍이 물러서고 있었다. 그는 짐머에게 다가가 물었다.


“강은 어느 쪽이지?”


“지금 뛰어온 방향으로 이백여 보만 더 가면 숲이 끝나. 거기서 금방이야.”


한은 고든을 보았다. 화살을 맞은 가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흥건했고 안색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퍼렇게 변한 입술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해. 벗어나서 화살을 뽑고 빨리 치료를···’


한은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단전에 공력을 모아 큰 소리로 외쳤다.


“웨스트랜 병사들은 들어라!”


공력이 담긴 목소리가 숲 속에 쩌렁쩌렁 울렸다. 자작나무에 반사된 소리들은 서로 엉키며 더 크게 증폭됐다. 마치 사방에서 수백 명의 한이 소리를 치는 듯했다.


“지금부터는 앞길을 막아서는 자가 있다면 가차 없이 벨 것이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나서라!”


외침을 마친 한이 짐머와 이든을 돌아보고 말했다.


“가자.”


짐머와 이든은 한의 듣도 보도 못한 능력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특히 짐머는 한이 지금 무슨 기술을 쓴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물어볼 때가 아니었다.


한은 앞장서서 나무 사이를 헤치고 달려 나갔다. 그 뒤를 짐머와 이든이 바짝 쫓았다. 한은 둘이 따라올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했다. 한의 엄포가 통한 것인지 다행히 더 이상 앞을 막아서는 병사는 없었다.


숲을 빠져나오자 주먹만 한 돌과 자갈들이 뒤섞인 돌밭이 나왔다. 그 수십 보 뒤에 메리디안 강이 흐르고 있었다. 폭이 사람 키의 서른 배는 되는 큰 강이었다. 최근 비가 많이 온 탓에 물이 풍부하고 유속이 빨라져 있었다.


“배는 어디 있지?”


“저쪽 바위 뒤에.”


한의 물음에 짐머가 아래쪽 강변의 커다란 바위를 턱으로 가리켰다. 한은 바위 쪽으로 몇 걸음 내려가며 강의 상태를 살폈다.


“그래, 강물의 흐름이 정말 빨라. 배만 타면 추격을 피할 수 있겠어”


한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섰다.


“저것이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한의 말에 짐머와 이든도 뒤를 돌아보았다.


한 명의 병사가 자작나무 숲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웃는 얼굴이었는데 입이 귀에서 귀까지 이상하게 길게 찢어져 있었다. 그의 낮은 웃음 소리가 강변을 흘러 지나갔다.


남자의 웃음 소리를 들은 이든은 등에 소름이 돋았다.


‘저게··· 사람이 내는 소리인가?’


마치 개나 고양이가 목을 긁어서 내는 듯한, 짐승 같은 소리였다.


토벌대장 클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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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54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6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6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9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5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7 0 10쪽
44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49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39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9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7 1 10쪽
»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1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6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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