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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전쟁(惡魔 戰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최근연재일 :
2020.09.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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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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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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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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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4화 – 에이럼 원정 6

DUMMY

써던 제국 병사들은 이번 원정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이번 원정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에우렉투스 집정관이 금광에 대해 철저히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이번 원정의 이유를 추측하며 수군거렸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은 병사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상대는 플레이튼 대륙 최강국인 센드랜이었고, 에이럼은 그 유명한 블라디가의 영지였다.


불안함은 점점 두려움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나 조금 전, 에이럼의 수비 병력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두려움은 사라졌다.


써던 제국 병사들은 승리를 확신했고, 승리에 대한 확신은 두려움을 메꾸고도 남았다.


『뿌우우우 뿌우우우』


돌격의 나팔이 올렸다.


써던 제국 기병들은 망설임 없이 적진으로 돌진했다.


에이럼 기병대도 마주쳐 돌진해왔다. 황량한 벌판이 700여 기병들의 말발굽 소리로 진동했다.


양측 기병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말들의 호흡이 거칠어질 때쯤, 두 기병대의 선봉이 부딪혔다.


긴 창이 서로의 머리와 몸통을 노리고 엇갈렸다. 둔탁한 소리들과 함께 갑옷과 투구가 날아가고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기병간 힘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숫자의 차이는 명확했다. 써던 제국 500기 대 에이럼200 기.


이변이 없다면 써던 제국 기병대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날 전투였다.




------------------------★-------------------------




이변은 전장의 중앙에서 일어났다.


써던 제국 기병들은 크게 당황했다.


에이럼 기병대의 선두에 선 기사를 도저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한 손에는 긴 창을, 다른 한 손에는 큰 검을 들고 에이럼 기병대의 선두에서 내달렸다.


처음 그와 마주친 써던 제국의 기병은 자기 말의 목을 뚫고 들어온 창 날에 가슴이 꿰뚫렸다.


다음 기병은 말과 함께 4조각으로 잘려나갔다.


순식간에 두기의 써던 제국 기병을 헤치운 에이럼의 기병은 창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포효했다.


창 끝에 써던 제국 기병이 꿰뚫린 채 매달려 대롱거렸다.


『크아아아!』


인간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포효가 전장을 쓸고 지나갔다. 그 소리를 들은 전장의 병사들은 진영과 상관없이 몸이 굳는 공포를 느꼈다.


그는 에이럼의 기사단장, 머독이었다.


머독이 한 번 창을 찌르면 두 기의 기병이 찔려 꼬치가 되었고, 검을 휘두르면 세 기의 기병이 베어져 고깃덩이가 되었다.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주겠다!”


머독은 무인지경으로 전장을 날뛰었다. 눈 깜짝할 새 50기 이상의 기병이 그에게 당해 목숨을 잃었다.




------------------------★-------------------------




레골루스는 전차에 앉아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아군 기병대는 이상 없이 적 기병대와 격돌했다. 숫자의 차이를 앞세워 곧 적 기병대를 격파할 것이다. 자신은 잠시 후 보병대에게 진격 명령만 내리면 된다. 손쉬운 승리다.


레골루스는 함정이 있을 것 같다던 짐머와 셀리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함정 따윈 없었다. 전장에는 어떤 이상한 낌새도 나타나지 않았다.


‘뭐가 플레이튼 최강의 사나이고, 뭐가 최고의 부관이란 말인가? 소문이란 부풀려지기 마련이다. 실체는 반역자에 겁쟁이 녀석들일 뿐이지.’


레골루스는 차갑게 냉소를 흘렸다. 이제 승리를 확정 지을 때다.


그가 오른손을 들어올려 보병대에게 진격 명령을 내리려 했을 때.


기병 한기가 전장을 이탈하더니 보병대 쪽으로 다가왔다. 레골루스는 아군인지 적군이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찡그리고 집중했다. 써던 제국의 상징인 모래 빛 황토색 갑주. 아군 기병이었다.


전장을 이탈한 기병은 곧장 레골루스의 전차 쪽으로 다가왔다. 전차를 둘러싼 보병대가 길을 열었다.


“장군!”


“어째서 전장을 이탈한 것이냐!”


“장군, 괴물이 있습니다!”


“뭐?”


“도망쳐야 합니다!”


기병은 반쯤 얼이 빠져 있었고 눈빛도 정상이 아니었다. 기병은 오른팔을 들어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 괴물이 있습니다.”


기병의 팔을 본 레골루스가 인상을 썼다.


기병의 오른팔은 어깨와 팔꿈치 사이 중간이 잘려 있었다. 기병은 자꾸만 잘린 팔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팔의 절단면에서 붉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기병은 자신의 팔이 잘린 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팔을 바라보며 새삼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레골루스가 기병에게 호통을 쳤다.


“부상을 입어서 후퇴한 거라면 뒤에서 치료나 할 일이지, 감히 누구 앞에 나서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냐?”


그때였다. 앞쪽의 보병대에서 환호성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왔다.


레골루스는 시선을 돌려 소리가 터져 나온 쪽을 바라보았다.


한 무리의 적 기병이 아군 기병 사이를 뚫고 뛰쳐나와 보병대를 덮쳐 들고 있었다.


그 선두에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머독이 있었다. 자신뿐 아니라 타고 있는 말까지도 온통 붉은 피로 젖어 있었다.


지옥에서 온 피의 화신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그가 보병대 사이로 뛰어들어 검과 창을 휘두르자 병사들은 마치 거대한 돌풍에 휘말린 것처럼 사지가 찢어져 날아다녔다.


레골루스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잠시 멍해져 있는 사이, 적은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보병들을 살육해 들어왔다.


“저게 무어냐! 어서 막아라! 막아!”


레골루스는 기겁을 하며 비명과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보병대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려져 있던 두려움이, 어느새 고개를 들고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었다.




------------------------★-------------------------




써던의 보병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와중에 자기들끼리 엉키고 넘어지며대열이 무너졌다. 머독과 에이럼의 기병들은 그런 보병들을 손쉽게 학살했다.


“적들은 몇 기 안된다! 포위해서 대응해라!”


몇몇 냉철한 분대장들이 병사들을 통제하려 했지만 공포에 질린 병사들이 제대로 따르지 못했다.


레골루스는 막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대장! 저 갑니까?”


앤드류가 셀리나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셀리나 일행은 살육의 현장에서 몇십 보 떨어진 곳에 있었다.


앤드류는 날뛰는 머독을 지켜보며 아까부터 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셀리나는 선뜻 앤드류에게 가라고 명령하지 못했다.


앤드류가 재차 채근했다.


“대장답지 않게 왜 그래요?”


“너무 위험해. 나도 간다.”


셀리나가 결심을 굳힌 듯 결연하게 말했다. 그 말에 앤드류가 뭐라고 대꾸를 하려 할 때였다.


“아니, 내가 같이 가지.”


짐머가 나섰다. 그는 셀리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비밀 병기라며? 그러니까 내가 가야지.”


셀리나가 거듭 얘기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아니야. 자네는 이 곳 영주가 되기로 했잖아? 만에 하나 자네가 죽으면 이게 다 무슨 헛수고야?자네를 따라온 나머지 사람들은 뭐가 되나?”


앤드류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더 빅과 한 편이라니 설레는데!”


셀리나는 짐머의 실력도 앤드류의 실력도 잘 알고 있었다. 둘은 분명 이 순간 최강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저쪽에 나타난 에이럼의 기병은 그 흉흉한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셀리나는 그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진짜 사람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셀리나의 말에 짐머가 대답했다.


“나도 그래.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게.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


“대장 다녀올게요.”


앤드류와 짐머는 머독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셀리나는 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둘만 보내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




머독은 마음껏 날뛰고 있었다. 그러다가 앞 쪽의 전차가 눈에 들어왔다. 머독은 말의 배를 걷어차 전차 쪽으로 내달렸다.


써던 제국 보병들은 머독이 가까이 오면 몸을 돌려 도망쳤다. 머독의 앞길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머독은 말을 달리며 레골루스에게 창을 겨눴다.


“네 녀석이 대장이구나!”


레골루스는 공포에 질려 얼굴도 머릿속도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는 전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


머독은 레골루스의 등을 정확히 겨냥하고 창을 꽂아 넣었다.


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머독의 창은 레골루스의 머리 위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치고 지나쳤다.


앤드류가 제비처럼 날아들어 머독의 창을 쳐낸 것이었다. 레골루스는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이십여 미터를 내달린 머독이 말을 멈추고 말머리를 돌렸다.


앤드류는 쓴웃음을 지었다.


‘단순히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 오른팔이 통째로 저리구나··· 대단한 힘이다.’


머독이 섬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호라, 이 도적 새끼, 여기 숨어있었구나.”


앤드류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난 숨은 적이 없는데?”


머독이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앤드류를 향해 말을 달렸다.


“이번엔 확실하게 목을 따주마!”


머독의 큰 검이 앤드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맞받아 칠 수 없어!’


앤드류는 마지막 순간에 뒤로 넘어지듯 누우며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해냈다. 그의 앞 머리칼 몇 가닥이 검 날에 끊어졌다.


그 순간 짐머가 반대편에서 말의 목을 노리고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는 말의 목을 동강 내고 그대로 머독의 배를 향해 날았다. 머독은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며 말에서 뛰어내렸다.


“하? 이걸 피했다고?”


짐머는 실소했다.


완전히 베었다고 생각한 일격이 빗나간 것은 그의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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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6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5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9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5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7 0 10쪽
44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49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39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9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6 1 10쪽
37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0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6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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