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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님의 서재입니다.

악마 전쟁(惡魔 戰爭)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최근연재일 :
2020.09.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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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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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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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수 :
25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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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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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DUMMY

써던 제국. 수도 챠드.


흙으로 빚은 토기 같은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선 중앙 시장.


챠드의 중앙 시장은 메리디안 강을 통해 들어온 온갖 물품이 거래되는 곳이었다. 식료품이나 옷감 같은 생활 용품부터 보석 같은 사치품, 검이나 투구 같은 무기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것이 없었다.


시장 거리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며 흥정하는 소리로 왁자했다. 그 왁자함을 뚫고 망토를 뒤집어쓴 두 명의 사내가 걸어가고 있었다.


너덜너덜한 망토에 남루한 복색이었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중 한 명의 덩치가 곰처럼 커다랬기 때문이었다. 상인들은 물건을 흥정하다가도 그 남자가 지나가면 잠시 말을 잊고 쳐다보았다.


둘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고개도 돌리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시장을 가로질렀다.


다다른 곳은 시장 중심부에 위치한 성 오레나 대교회.


성 오레나 대교회는 석재를 사용해 지은 거대한 건물이었다. 아름다운 돔 지붕을 가지고 있었으며 건물 네 모서리에는 높은 첨탑이 세워져 있었다.


두 사내는 교회 앞에서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교회 측면의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교회 안은 생각보다 밝았다. 천장과 벽의 많은 창문으로 들어온 햇살들이 서로 교차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예배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내는 사람들을 지나쳐 예배당 안쪽의 사제실로 향했다.


덩치가 큰 사내가 사제실 문을 두드렸다. 곧 문이 빼꼼히 열리며 사제 한 명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내가 사제에게 귓속말을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 사제실 문이 열리고 백발이 성성한 사제 한 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짐머?”


“사제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사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짐머를 끌어안았다. 짐머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마치 아이가 어른을 안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정말 짐머 맞나? 아이구야. 이게 얼마 만인가.”


“20년이 넘었습니다.”


“20년이라··· 시간이 정말 빠르군. 정말 반갑네, 반가워.”


둘은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짐머를 바라보는 사제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자네도 나이가 들긴 했구먼···”


“사제님은 그대로이십니다.”


“허허허. 그게 말이 되는가. 보다시피 머리도 하얗게 변해버렸다네.”


짐머가 사제의 흰머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지난번에 편지도 보내줬지 않은가. 그때도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고 편지가 아니더라도 자네 소식은 계속 들리긴 했네. 사람들이 자네를 ‘더 빅’이라고 부르던데.”


짐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최근 소식도 들으셨겠군요.”


사제는 짐머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렸다.


“웨스트랜에서 추방됐다는 얘기는 들었네만... 무슨 누명이라도 쓴 겐가?”


짐머는 멋적은 웃음을 지을 뿐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제는 짐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화제를 바꾸기 위해 옆에서 자신과 짐머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 청년은 누구지?”


“아. 지금 저와 함께 다니고 있는 아이입니다. 이든, 인사드려라. 도미니코 사제님이시다.”


이든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이든은 짐머가 누군가에게 이토록 깍듯이 구는 것을 처음 본 터라 조금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도미니코는 이든에게서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평범한 모습 뒤로 어딘지 모르게 아우라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제님.”


도미니코는 이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짐머가 자신을 부르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사실은 여쭈어 볼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래 무엇인가?”


“일전에 편지로 말씀드렸던 일과 연관이 있습니다.”


짐머를 보는 도미니코의 표정이 굳어졌다.


“세튼교에 관한 것인가?”


짐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 오레나 대교회의 지하.


동굴과 같은 통로를 횃불을 든 세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도미니코가 앞장서고 그 뒤를 짐머와 이든이 따랐다.


지하시설은 상당히 거대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어떤 곧은 상당히 좁았지만 또 어떤 곳은 상당히 넓게 트여 있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계속 새로운 공간이 나타났다.


짐머가 말했다.


“교회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몰랐을 수밖에, 이곳에 들어오는 건 꽤 오랫동안 금지돼 있었다네.”


“사람이 일부러 만든 동굴인 것 같은데, 무엇을 하던 곳입니까?”


“써던교가 국교로 인정받기 전에, 신자들이 탄압을 피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네. 이곳에서 모여 살면서 자바 신에게 예배를 드리고 신앙을 지켜온 것이지.”


“그럼 지금의 교회는···”


“일부러 이 위에다 지었지. 이 지하시설 곳곳에는 위대한 성인들의 묘지가 있다네. 성 오레나의 묘지도 이 곳에 있지.”


“그래서 교회의 이름이 성 오레나 대교회가 된 것이군요.”


“그렇지··· 자 여기다.”


도미니코가 앞쪽으로 횃불을 비추자 커다란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키의 두 배는 될 것 같은 높이에 넓이도 상당했다. 양 문의 문고리가 쇠사슬로 단단히 묶여 있었고 주먹만한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이든이 중얼거렸다.


“갑자기··· 웬 철문이···”


도미니코가 주머니에서 절그럭거리며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그는 횃불을 짐머에게 넘기고 열쇠를 찾으며 말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었지. 5년 전에 만들어 달았다네.”


도미니코는 열쇠 꾸러미에서 열쇠 하나를 골라 들었다. 짐머가 물었다.


“굳이 뭣 때문에 이런 철문을 만들어 달았습니까?”


“그게 말일세···”


도미니코가 열쇠를 자물쇠에 넣고 돌리자 달칵 소리가 나며 자물쇠가 풀렸다.


“누군가가··· 이 곳에서 책을 하나 몰래 가져간 걸, 나중에 알게 됐거든.”


“책이요? 아니 이런 곳에 무슨 책이···”


“들어가서 보면 알게 될 걸세.”


도미니코는 쇠사슬까지 모두 벗겨 낸 후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육중한 철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짐머가 도미니코에게 횃불을 건네며 말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짐머가 문고리를 붙잡고 한번 힘을 쓰자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공기의 흐름이 빨라졌다. 마치 주변의 공기가 철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도미니코가 들고 있던 횃불이 꺼질 것처럼 펄럭거렸다. 이든은 섬뜩한 느낌이 들어 어깨를 움츠렸다.


“들어가세.”


도미니코가 먼저 철문 안쪽으로 들어섰다.






안쪽은 수 십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벽에는 띄엄띄엄 책장이 세워져 있었는데 책장마다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가운데는 커다랗고 길쭉한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짐머가 손으로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한번 쓰다듬더니 말했다.


“신기하군요··· 이런 지하인데도, 전혀 습하지가 않다니.”


도미니코가 대답했다.


“이곳은 처음부터 서고로 쓰였던 곳이야. 원리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공기가 통하고 건조하지.”


이든은 책장을 횃불로 비쳐가며 책들을 살펴보았다. 대부분이 모르는 글자로 쓰여 있어 어떤 책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든이 물었다.


“이것들 모두··· 무슨 책들인가요?”


도미니코가 대답했다.


“거의 모두 써던교와 자바신에 대한 책들이라네. 하지만 다른 책들도 있긴 있어.”


그는 문 옆쪽의 벽에 횃불을 비춰 작은 구멍 하나를 찾아냈다.


“이를테면, 세튼과 지옥에 대한 책들 말일세.”


도미니코는 허리춤에서 팔뚝만 한 병 하나를 꺼냈다. 병에는 등불을 켤 때 쓰는 고래기름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벽에 뚫려 있는 구멍에 부었다.


기름을 모두 부은 뒤 횃불을 구멍에 가져다 대자 횃불을 댄 지점에 『훅』하고 불이 붙었다. 잠시 후 다른 쪽 벽의 구멍에서도 불꽃이 솟더니 곧 사방의 벽마다 4개씩 16개의 불꽃이 켜졌다.


“이거 신기하구만···”


짐머가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불꽃들 덕분에 방은 꽤 밝아졌다. 도미니코가 말했다.


“지난번, 자네에게 보내줬던 책도 원래는 이곳에 있었던 거야.”


바이칼이 웨스트랜에서 세튼교를 주창한 뒤 전쟁을 준비하던 무렵, 짐머는 도미니코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편지에서 짐머는 바이칼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며 세튼교와 신의 병사에 대해 도미니코에게 물었었다.


편지를 받은 도미니코는 짐작 가는 부분이 있었다.


“짐머, 자네가 편지에서 말한 그 마법사··· 아마 그가 5년 전에 이곳에서 책을 훔쳐 달아난 그 자일 걸세.”


“바이칼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런 이름이었나··· 자네가 편지에 썼었지. 갈색 눈동자에 마르고 큰 키··· 그리고 검은색 머리칼을 가졌다고. 틀림없네. 이곳에 있을 때는 베인이라고 불렸었지.”


“그가 이곳에서 책을 훔쳐간 자입니까?”


“그래.”


“어떤 책입니까?”


도미니코는 손가락을 들어 철문의 맞은편, 가장 안쪽에 있는 책장을 가리켰다. 그 책장은 생김새가 다른 책장과 달랐다. 위아래 책꽂이가 없고 중앙에 하나의 선반이 걸려 있었다. 선반에는 책이 올려져 있었을 법한 나무 받침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도미니코가 말했다.


“벨디무스··· 고대의 대마법사 벨디무스가 쓴 파멸의 서. 지옥 악마들을 소환하는 방법이 적힌 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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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54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6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6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9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5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7 0 10쪽
»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50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39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9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7 1 10쪽
37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1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6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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