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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육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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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작품등록일 :
2024.02.12 01:14
최근연재일 :
2024.03.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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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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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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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집 마련(1)

DUMMY

아델라이데는 돈주머니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가는 길에 경비대에 사교도의 아지트가 있던 약도도 몰래 던져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델라이데가 급습했을 때 자리를 비웠던 잔당들도 있을 테니, 그들은 경비대가 마저 처리하길 바랐다.


이렇게 모든 일을 마치고 나니 해가 뜰 때가 가까워졌다. 잠깐 빌린 방에서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일찌감치 체크아웃했다.


‘일리엔하고 같이 집을 보러 가야지.’


도둑질을 마치고 귀환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어제 그녀가 도둑질을 위해 나왔을 때까지 잠들지 못했으니 아직 자고 있겠지만, 그래도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만나고 열흘 남짓 되었지만, 그 모든 날 일리엔을 안고 잠에 들었다. 일리엔이 그녀의 품을 얼마나 따뜻하게 여기는지 알았다.


이제 집을 마련하면 일리엔도 자기 방을 가지게 될 거다. 그때부터는 혼자 자는 데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만큼 가슴에 품어 줘도 되리라.


그렇게 훈훈한 마음으로 돌아온 아델라이데의 눈에,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자는 일리엔의 모습이 돌아왔다. 그녀가 예쁘게 개어 놓은 이불과 그 위의 베게는 그대로였다.


“우웅, 엄마······, 에츄! 돌아오셨어요?”


추워서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인기척에 바로 깼다.


“세상에! 왜 이불을 안 덮고 자고 있어? 감기걸렸잖아!”


아델라이데는 곧바로 소녀를 안고 체내의 마나를 순환시켰다. 일리엔의 몸 속에도 약간 마나를 밀어넣어 몸을 데워 줬다.


“헤헤, 따뜻하네요. 에취!”


아델라이데는 이불을 펼쳤다. 각을 잡은 이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서 덮어주는 것을 본 일리엔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마, 그거 펼쳐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뭐 의미가 있어서 이상하게 접어놓은 거 아닌가요?”


“이불에 무슨 의미가 있니? 여기서 집 구할 때까지 머물러야 하니, 기왕 오래 머무를 거 깨끗하게 접어놓은 거지.”


아델라이데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자, 일리엔은 살면서 가장 큰 허망함을 느꼈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친부모가 그녀를 버렸을 때도 감정을 읽는 것을 드러내면 버림받는구나, 그렇게 생각해서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엄마는 분명 자신을 사랑하는데, 이해 못할 구석이 적잖게 있었다.


“저것도 기사의 의무인가요? 쿨쩍.”


“맞아. 잠자리는 항상 깨끗이 정돈하라고 배웠지. 검은 항상 손 닿는 데 두고.”


일리엔은 허탈해서 물어보는데, 아델라이데는 자신의 절도있는 생활을 딸도 감탄한다고 생각해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녀도 고아로 컸기 때문에, 가사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반면 어렸을 때부터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기에, 그때 배운 부조리한 관습까지 잘못된 줄 모르고 집에서도 그렇게 하게 되었다.


“크응, 저거 저도 해야 해요?”


온갖 부조리가 판치는 고아원에서도 저런 것까지는 안 시켰다. 그리고 부드러운 이불을 저렇게 개어놓을 자신도 없었다.


“저거 어려울 거야, 천천히 가르쳐 줄게.”


아델라이데는 일리엔의 작은 코에 콧물이 방울방울 맺히자 자상하게 손수건을 갖다댔다. 거기까지만 보면 모범적인 엄마 그 자체였지만, 말하는 건 잘 봐줘도 군의 덕장(德將)이 부하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게 잘못된 것을 모르니 당연히 일리엔에게도 가르칠 예정이었다. 일리엔도, 기사 가문은 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로 했다.


‘이거나 매 끼니 일부러 맛없는 음식을 하는 거나 이해가 안 가긴 하는데······,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진 않아.’


둘 모두 깨닫지 못했지만, 이래서라도 일리엔은 학교에 가야만 했다. 친구를 사귀고, 친구들이 어찌 사는지 알아야만 지금 두 모녀가 쓸데없는 고생을 한단 사실을 깨닫게 되겠지.



@



한편 마계.


“으음?”


불면공 그리모어는 제단에서 잠깐 고개를 들었다.


“불면의 예언자시여, 보셨나이까.”


다시 한 번 그녀를 추종하는 마족들이 바닥에 엎드리며 그녀의 계시를 기다렸다.


“느껴지긴 했는데······, 말 그대로 아주 잠깐이라.”


하지만 그리모어의 말은 다른 어느 때와는 달리 자신감이 없었다. 말 그대로 운명의 아이가 잠깐, 무척이나 허망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그리모어마저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의 허탈함은 금방 끊겼다. 그래서 어디인지 위치를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가시옥좌의 주인께서 각성하도록 돕는 우리의 조력자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요즘 들어 감정의 기복이 격해진 것을 보면 인간 중 그들을 돕는 자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불면공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빛의 신의 하수인이 우리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교단이나 제국이 몰래 육성한 사냥개일 것입니다.”


지난 번 감지된 마하루텐 근방을 수색했지만, 아직도 못 찾았다. 그 과정에서 정체모를 강자에게 발각당한 사도들이 몰살당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사도들을 잃은 미혼공 아드리아가 그리모어에게 찾아와 한소리를 하기도 했다.


정확한 위치를 예지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리모어도 기분이 저조했는데, 지금은 오베르네에서 그녀의 사도까지 몰살당한 게 느껴졌다.


마족이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산다고 주어진 상황에 느끼는 감정이 반대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자신들의 일이 안 풀리면 인간과 같이 기분이 나빠졌고, 자신들이 느끼는 짜증과 분노는 달갑지 않아했다.


그리모어는 누군지 몰라도 자신을 이토록 엿먹이는 자에게 최상의 고통을 안겨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운명의 아이를 절망시키는 존재와 사교도들을 몰살시키는 존재가 동일인물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아델라이데와 일리엔도 오해 속에서 일을 꼬이게 만들고 있으니, 둘을 지켜보는 그리모어 또한 그 오해와 착각에 휘말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회귀한 기사 엄마와 운명의 아이인 딸의 일상이란 나비의 날갯짓은 마족과 사교도들의 준동이란 폭풍으로 변했다. 과연 마족들만 움직이고 있을까? 그건 아델라이데도, 그리모어도 모를 일이었다.



@



모녀는 점심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룸서비스로 아침 겸 점심을 객실로 배달시켜 먹었다.


그리고 집을 보기 위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아델라이데가 챙겨온 돈을 세 보니 1000골드 남짓, 보석이 얼마나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중히 보관된 것을 보면 돈주머니의 금화 이상의 가치는 하지 않을까.


“어서 오세요.”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갔다. 고급스런 매물을 주로 중개한다는 중개업자는 정장을 차려 입은, 귀족가의 집사같은 인상을 풍기는 사내였다.


‘옷차림이 평범하군. 거기다 칼까지 차고.’


일리엔은 깨끗하고 예쁘게 입었지만, 아델라이데는 여전히 실용적인 여행복 차림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승마용 장화 대신 걷기 편한 단화를 신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 때문에 마차와 도보로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보인다.


거기다 허리에 찬 미스릴 검은 겉보기에 어디서 싸구려 검을 주워서 찬 것처럼 보였다.


이 도시에서 꽤 잘 나가는 중개업자, 제임스는 상대가 자신이 취급하는 매물과 격이 안 맞는 손님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친절을 가장하며 어떻게 쫓아낼지 고민했다.


“뭘 원하시나요? 고객님의 눈높이에 맞는 물건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걱정되는군요.”


여긴 네가 살 만큼 싼 물건이 없단다.


“타운하우스를 하나 보고 싶은데요. 온전히 한 채를 다 쓰는 물건으로.”


“월세를 원하시나요?”


업자는 상대가 그럴싸한 상류층의 집을 원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선입견이 맞다고 생각했다. 애를 학교에 보낼 때, 그럴싸한 주소를 써야 하니 허세를 부리는 부모. 그런 사람이 아예 집을 살 것은 아닐 테니, 맞춰 줬다.


“아뇨. 매매요. 이천 골드 이내 가격으로, 바로 입주할 수 있는 것으로.”


아델라이데는 상대가 자신을 돌려 비하하고 있단 것을 모르고 순진하게 원하는 조건을 말했다.


반면, 일리엔은 엄마의 손을 잡고 눈을 가늘게 떴다. 상대의 감정을 보는 소녀는 상대의 마음이 경멸과 비웃음을 가득 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엄마, 이 아저씨 우리가 빨리 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일리엔이 끼어든 타이밍은 참 적절했다.


아델라이데가 매매를, 그리고 정확히 액수를 말하는 것을 보고 제임스는 상대가 진짜 집을 살 돈과 마음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 태도를 바꿔 비싸게 팔 궁리를 하고 있었다. 집 주인이 제안한 가격보다 비싸게 팔면 그 차액에서 일정 부분을 리베이트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때 일리엔이 그의 마음을 그대로 까발렸다.


제임스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꼬마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나,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사실이란 게 더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그러고 보니······.”


아델라이데도 이제야 친절해 보이던 말들 속에 뼈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여긴 네가 살 만큼 싼 매물 없어, 살 돈은 없을 테니 월세지? 그런 의미.


“그래, 나가자.”


아델라이데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제임스는 정말 큰일났음을 깨달았다.


천 골드 단위를 재깍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었다.


거기다 그럴 돈이 있는 사람이면 분명 그에 걸맞은 인맥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주변 사람들에게 제임스에 대한 악평을 늘어놓는다면? 그는 손님이 뚝 끊기게 된다. 그는 비상하게 눈치빠른 소녀를 속으로 욕했다.


“허허, 오해입니다. 아이의 말을 믿으십니까.”


그는 자신이 그런 적은 없고, 아델라이데가 예민한 것으로 몰아가려고 했다. 그때 감정을 다시 들여다본 일리엔이 고사리손을 들어 제임스를 가리켰다.


“아저씨, 엄마가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 그래. 훌륭한 어머니구나.”


이상할 정도로 감이 좋은 소녀, 어린아이고, 쓰는 언어도 많이 배운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이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의 속내를 사정없이 까발리고 있었다.


“진짜 내가 오해한 것 같나요?”


그리고 아델라이데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을 하는데 아델라이데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제임스는 대답하지 못했다. 영업용의 미소를 띠면서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만인 일이다. 그런데 상대의 눈을 보자 입이 안 떨어졌다. 동물처럼 민감하진 않지만, 사람도 마스터가 내뿜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상대가 기분이 언짢을 때.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이죠. 그럼 내가 말한 조건에 맞는 매물을 보여 줘요.”


아델라이데는 상대의 기선을 제압했으니, 더 이상 사기치려 들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중계하는 매물을 한 번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집은 2층짜리 집이었다.


“우와.”


일리엔은 집에 들어선 이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겉으로 볼 때는 옆집과 벽을 공유하고 다닥다닥 붙은, 길가의 작은 집 같았는데 안에 들어가니 앞뒤로 길쭉한 구조였다. 폭은 5m 가량인데 길이는 20m 가까이 되었다.


1층에는 주방과 거실이 있었고, 2층으로 가자 앞뒤로 침실이 2개 있었다.


“지하엔 창고도 있습니다. 상하수도 시설도 되어 있고 뒤쪽으로는 마구간도 있죠.”


“엄마, 이 집 전부 우리가 쓰는 거야?”


일리엔은 집안에 용도별로 방이 여러 개가 있는 것을 보며 믿어지지 않았다.


“만약 사면 그렇겠지. 이 방은 네가 쓰게 될 거고. 그런데 이 집 얼마지요?”


“이천······.”


제임스는 둘이 첫 집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상대가 가진 돈 액수에 맞춰 불렀다.


“아저씨.”


일리엔이 또다시 뚱한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진짜 마음 읽는 거 아니야?’


아니면 애가 집값을 줄줄 꿰고 다니는 부동산 투자 신동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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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딸을 지켜라(3) 24.03.26 18 0 12쪽
30 딸을 지켜라(2) 24.03.26 17 0 12쪽
29 딸을 지켜라(1) 24.03.26 18 0 13쪽
28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3) 24.03.25 25 0 16쪽
27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2) 24.03.24 25 0 13쪽
26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1) 24.03.23 34 2 13쪽
25 꽃의 왕의 축복 +1 24.03.22 32 1 15쪽
24 일리엔의 입학 시험(3) +2 24.03.21 30 0 14쪽
23 일리엔의 입학 시험(2) 24.03.20 30 0 12쪽
22 일리엔의 입학 시험(1) 24.03.19 34 0 12쪽
21 어긋난 현실(2) 24.03.18 32 0 14쪽
20 어긋난 현실(1) 24.03.17 35 0 12쪽
19 내집 마련(2) +1 24.03.16 35 1 12쪽
» 내집 마련(1) 24.03.15 39 0 12쪽
17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3) +1 24.03.14 46 2 12쪽
16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2) 24.03.13 43 0 13쪽
15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1) 24.03.12 47 1 14쪽
14 엄마와 딸 사이의 거리 24.03.11 59 0 22쪽
13 마족의 추종자들(3) 24.03.10 53 1 13쪽
12 마족의 추종자들(2) 24.03.09 52 0 11쪽
11 마족의 추종자들(1) 24.03.08 53 0 12쪽
10 운명의 아이, 절망하다(2) 24.03.07 59 0 13쪽
9 운명의 아이, 절망하다(1) 24.03.06 69 1 13쪽
8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4) +2 24.03.05 73 1 15쪽
7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3) +1 24.03.04 73 1 15쪽
6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2) +1 24.03.03 8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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