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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육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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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작품등록일 :
2024.02.12 01:14
최근연재일 :
2024.03.26 12:19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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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
추천수 :
30
글자수 :
198,092

작성
24.03.0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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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마족의 추종자들(2)

DUMMY

“이 하룻강아지가!”


사교도들은 노호성을 토하며 아델라이데에게 달려들었다. 아델라이데는 상대가 내려치는 검을 흘리며 단검으로 관절 안쪽을 그었다.


온몸이 각질로 덮였다고는 해도 관절은 취약하기 마련이다. 갑옷을 추가로 입었다면 막을 수 있었겠지만, 이런 산 속에 숨어 사는 이들이 비싼 갑옷을 마련할 여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미스릴의 영향으로 내부의 마기가 흩어지며 피부를 덮은 각질이 부서진다. 그 사이로 아델라이데의 장검이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심장을 정확히 찔렀다.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터지만, 사교도들은 심장이 2개였다. 하나는 인간의 심장, 하나는 마기를 공급하는 두 번째 심장, 그렇기에 인간의 심장이 파괴되어도 죽지 않는다.


그럼에도 힘없이 쓰러진다. 죽은 척 아델라이데를 방심시키는 것이리라. 사교도들을 상대해본 적 없는 어수룩한 기사들을 상대로는 꽤 잘 통하는 수였다.


아델라이데는 일단 속아 넘어간 척 다른 적이 휘두르는 창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쓰러진 상대를, 두 번째 심장이 있는 곳을 정확히 밟고 마나를 방출했다.


“끄아악!”


불의 마나가 두 번째 심장을 완전히 태워 버린다.


정교하게 발바닥으로만 마나를 방출했기에, 적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몰랐다. 그저 아델라이데가 밟았을 때 반격하는 것이 아니라 절명해 버린 것만을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죽은 시체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발을 뗀 뒤 그 가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다른 자들도 똑같은 요령으로, 마기를 흩뜨리고 베어버렸다. 마지막 남은,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흉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마스터를 코앞에 둔 기사였군.”


대놓고 마나를 방출하진 않았기에, 마스터란 것은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준 몸놀림이나 마기에 저항하는 모습만으로도 높은 경지에 오른 상대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델라이데는 대답하지 않고 상대에게 짓쳐들어갔다. 그 순간, 둘 사이에 폭음이 울렸다.


거대화된 상대의 팔이 아델라이데의 칼을 가로막는다. 분명 미스릴 단검을 찔러넣었건만,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상대는 나머지 한 손으로는 장검을 움켜쥐었다.


그 팔은 인간이 아닌 고릴라의 것 같았다. 아델라이데가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의 몸을 둘러싸고 보랏빛의 불길한 문장이 둘러싸였다. 다른 마족과 계약한 것이 분명했다. 녀석을 둘러싼 문장이 맹수의 이빨 같은 문양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마수 계열의 마족인 것 같았다.


“크르르르.”


상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아델라이데의 검을 부숴트리려 했다.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상대의 팔이 더 길어지고, 손이 입처럼 변한다.


그 안쪽에는 끔찍한 이빨이 늘어서 있었다. 아델라이데가 장검을 내려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의기양양한 상대가 세 개의 입으로 울부짖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의 시신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제물을 얻는군.’


마족이 사교도들에게 권능을 대가 없이 내려주진 않는다.


마족들은 사교도들에게 제물을 바치도록 요구한다. 사교도들이 다른 이들을 고문하고 죽이며 유발하는 감정을 취하고, 종국에는 그 사교도들의 영혼까지 가져간다.


다른 인간들의 영혼들이 빛의 신에게 돌아가고, 그 죄를 따져 윤회하거나 그분의 곁에 서지만, 사교도들은 영원히 마족들에게 고문당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제공하는 노예가 된다.


지금도 시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시신에 매어 승천하지 못하는 영혼들을 흡수하는 것이었다.


아델라이데는 그걸 알면서도 사교도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았다. 멀찍이 서서 그 행동을 지켜보았다.


남은 시신을 다 먹어치운 녀석의 등이 부풀어오르고 입도 찢어졌다. 제멋대로 난 입술 사이로 긴 혀가 낼름거리는데, 그 혀도 톱날 같은 가시가 가득 나 있었다.


완전히 다 변태가 끝나자, 상대는 혀를 휘둘렀다. 그걸 단검으로 쳐내자, 이번에는 팔이 길게 늘어지며 철퇴처럼 휘둘러왔다. 아델라이데가 피하자 뱀처럼 구불거리며 머리를 틀어 쫓아왔다. 단검을 내던지고, 장검을 양손으로 들고 막았다.


검을 깨문 이빨이 까드득거린다. 남은 두 입이 광소한다.


“넌 이제 이길 방법이 없다.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익숙했다면 내가 영혼을 흡수하게 놔두질 않았겠지.”


“입이 세 개라 그런지 시끄럽네.”


누가 봐도 아델라이데가 이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상황, 그렇지만 아델라이데의 표정은 여전히 침착했다.


“입으로만 싸우나? 아, 맞다. 손이 없지?”


“크아아악!”


아델라이데의 조롱에 상대가 크게 울부짖었다. 검을 문 입을 있는 힘껏 흔들고, 아델라이데는 검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검을 멀리 날려버린 괴물이 광소한다.


아델라이데는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괴물도 그 뒤를 쫓은다. 어떻게 그녀를 괴롭히며 죽일지 떠들면서.




“아이고, 불쌍해서 어떡해.”


집 안으로 숨은 마을 사람들은 무기를 잃고 도망치는 아델라이데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누가 봐도 그녀의 목숨이 경각에 달아 있었다.


“괜찮을 거예요.”


그때, 역시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일리엔이 어른들에게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기사가 데리고 온 소녀 또한 데리고 피했다.


아델라이데야 끔찍한 모습이 이어질 테니 눈 감고 있으라고 했지만, 일리엔은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다. 공포보다 엄마가 어찌 싸우는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척 봐도 엄마와 싸우는 자들은 나쁜 놈으로 보였고, 그래서 엄마를 열심히 응원했다.


엄마는 일리엔의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일리엔이 가장 강한 존재라 믿고 있던 베르사의 폭력배들은 ‘따위’로 만들 정도로 말이다. 마음도 동시에 보는 일리엔이었기에, 아델라이데의 마음이 강철처럼 굳건히 흔들리지 않고, 그 어떠한 공포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금 엄마는 오히려 저 상대를 불쌍히 생각하고 있어요.”


“얘야, 칼도 떨어뜨리지 않았니.”


“엄마라면 이길 거예요.”


마을 주민들은 일리엔이 엄마를 참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딱하게 생각했다. 저 사교도가 엄마를 해치우고 돌아오면, 그들로서는 소녀까지 그들이 달란 아이들을 전부 내줄 수밖에 없었다.


“우와, 네 엄마는 기사야?”


조금 전 아델라이데가 구해 준 아이가 눈을 반짝였다.


“맞아, 매 끼니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는 위대한 기사!”


일리엔도 가슴을 쭉 펴며 자랑했다.


“끼니? 밥 먹는 거 말이야?”


아이는 일리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밥 먹는 거랑 강한 게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이해는 안 갔지만 아무튼 대단해 보였다.


“고마워. 네 엄마 덕분에 살았어.”


일리엔의 콧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신나서 엄마에 대해 물어오자 곧 표정이 굳어졌다.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 엄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까.


“아무튼 엄마는 강해! 착해!”


이렇게 착하고 강하단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게 일리엔이 아는 엄마에 대한 전부였다.




한편, 아델라이데는 마을을 벗어났다. 흘끗 뒤를 보니 기가 살아서 쫓아오고 있었다.


‘예상대로네.’


회귀 전에 지겹도록 싸워 본 마족이다. 변형하는 것만 봐도 특성을 알 수 있다.


변형하는 것을 보고 마수와 계약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치들의 특징은······.


‘수화(獸化)하면 신체적으로는 강해지지만 지능이 떨어진다.’


깊게 생각하질 못하니 도발하면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든다. 마수와 계약하더라도 상대가 고위급이면 지능저하 문제가 없지만, 그건 외모가 구분이 간다. 고위급과 계약했을수록 변신한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일부러 조롱하며 분노하게 만들었다.


영혼들을 제물로 바치게 놔둔 것도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막아 봐야 사교도들의 영혼은 마계로 끌려가고, 그만큼 마족들의 힘은 강해진다.


그렇지만 흡수해서 제물로 쓰이면서, 일시적으로 저 적에게 영혼들도 종속되었다. 그 상태로 해치우면 영혼들까지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었다.


아델라이데는 그걸 계산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마을과 떨어지자, 아델라이데는 멈췄다. 몸을 돌리자 상대의 팔이 채찍처럼 그녀의 몸을 후려친다. 그걸 뛰어넘었다.


“용서해도······, 안 봐······준다.”


상대의 말이 조각조각 끊긴다. 수화가 진행되면서 의식이 혼탁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델라이데는 거기서 조용히 읆조렸다.


“아스카리온”


그녀의 손에 장검이 나타난다. 투명한 칼날 속에 붉은빛이 너울거리고, 빛이 이내 바깥으로 흘러넘친다. 검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사교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상인이라면 그것이 수정검이란 것을 알아봤겠지만, 이미 지능이 저하된 녀석은 그게 뭔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다. 뭔가 알아볼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적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수정검을 크게 내리그었다.


칼로 내리쳐도 잡아내던 상대의 입이 그대로 찢어지고 마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수정검에서 뻗어나온 불길이 마기를 태워버리고, 잘린 상처를 타고 흘러들어가서 신체를 태운다.

그건 일반적인 불길이 아니었다. 아델라이데의 마나가 형상화된 불길이었고, 그렇기에 마기를 골라 태우는 특성이 있었다. 즉, 수정검은 마족, 혹은 사교도와 상극의 존재였다.


“크아악!”


아델라이데는 무표정하게 상대의 혀를 잡아당겼다. 역시 손을 타고 흘러나오는 불길이 그녀의 손을 보호한다. 오히려 잡힌 쪽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불타오르는 수정검으로 그 혀를 자르자 버터처럼 잘려나가고, 잘려나간 쪽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부서졌다.


수정검은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쓰면 강철검보다 못한 존재였다. 하지만 마스터가 마나를 담아 다루면 그 어떤 것보다 날카롭고 튼튼한 검이 된다. 거기다 그녀의 마나가 띤 속성은 화염, 손꼽히는 파괴력을 지닌 속성이었다.


“수정······검, 어떻게······.”


체내의 마기가 타버리면서 역설적으로 이지가 되돌아오고 있었다. 적은 비로소 그녀가 든 검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고, 공포에 질렸다. 전의를 잃었다.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지만, 아델라이데는 그걸 그대로 두고 보지 않았다.


칼날이 번쩍이고 양팔이 바닥에 떨어져 불타오른다. 그리고 상대의 두 번째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상대의 몸이 폭발했다.


마기에 물든 육편이 순식간에 불타올랐고, 그것이 떨어진 숲 여기저기 불이 붙었다. 불은 적의 시체와 마기, 그리고 제물로 삼았던 타락한 영혼들까지 모조리 불살랐다.


그녀가 수정검을 휘두르자 사방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한순간에 수정검으로 모여들었다. 수정검이 사라지자, 불길은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처절한 전투의 흔적은 남았지만, 패자의 시신도, 승자의 무기도 남아 있지 않은 기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델라이데는 별 감흥이 없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에게는 미래에 무수히 겪었던 일상이었고, 이런 잔챙이를 상대로 한 승리는 자랑할만한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빨리 일리엔에게 돌아가야 한단 생각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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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딸을 지켜라(2) 24.03.26 17 0 12쪽
29 딸을 지켜라(1) 24.03.26 18 0 13쪽
28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3) 24.03.25 25 0 16쪽
27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2) 24.03.24 25 0 13쪽
26 일리엔, 정체를 의심받다(1) 24.03.23 33 2 13쪽
25 꽃의 왕의 축복 +1 24.03.22 32 1 15쪽
24 일리엔의 입학 시험(3) +2 24.03.21 29 0 14쪽
23 일리엔의 입학 시험(2) 24.03.20 30 0 12쪽
22 일리엔의 입학 시험(1) 24.03.19 34 0 12쪽
21 어긋난 현실(2) 24.03.18 32 0 14쪽
20 어긋난 현실(1) 24.03.17 35 0 12쪽
19 내집 마련(2) +1 24.03.16 33 1 12쪽
18 내집 마련(1) 24.03.15 38 0 12쪽
17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3) +1 24.03.14 46 2 12쪽
16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2) 24.03.13 43 0 13쪽
15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1) 24.03.12 47 1 14쪽
14 엄마와 딸 사이의 거리 24.03.11 58 0 22쪽
13 마족의 추종자들(3) 24.03.10 53 1 13쪽
» 마족의 추종자들(2) 24.03.09 52 0 11쪽
11 마족의 추종자들(1) 24.03.08 53 0 12쪽
10 운명의 아이, 절망하다(2) 24.03.07 59 0 13쪽
9 운명의 아이, 절망하다(1) 24.03.06 69 1 13쪽
8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4) +2 24.03.05 73 1 15쪽
7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3) +1 24.03.04 73 1 15쪽
6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2) +1 24.03.03 8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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