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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을 구하는 육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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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voc
작품등록일 :
2024.02.12 01:14
최근연재일 :
2024.03.2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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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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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198,092

작성
24.03.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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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3)

DUMMY

파스스.


그와 동시에 유적 곳곳에 옮겨붙었던 불길도 사그라들었다. 불꽃은 아델라이데에게 해를 미치지 못하지만, 물건을 태우며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분진은 그녀에게도 해로웠다. 전투 중에야 적의 움직임을 옭아매기 위해 불타는 것을 놔뒀지만, 이곳이 밀폐된 공간인 만큼 계속 놔둘 수는 없었다.




아델라이데는 다시 손끝에 불을 피우고 칼을 놓았다. 바닥에 떨어진 칼이 유리처럼 산산조각났다.


수정검이 아닌 일반적인 장검으로 마나를 계속 운용하면 이처럼 검이 오랫동안 못 버텼다. 그녀가 속전속결로 나온 것도 검이 오래가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을 흘끗 보았다. 안대를 하고 있던, 예언을 의뢰한 자들. 그들은 불길에 휘감겼음에도 그을린 자국 하나 없는 그녀를 괴물처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들은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전 사교도가 아니고 그저 용한 점쟁이가 있단 소문을 듣고······.”


사교도를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궁색한 변명을 한다.


“손 내밀어.”


아델라이데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말했다. 일리엔을 속인다고 목소리를 깔아 봐서 이번에는 훨씬 자연스러웠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릴 정도의 톤은 나온다.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우연인지, 진짜 일리엔이 신의 사랑을 받는 아이라 그런지, 실수, 혹은 불운이라 생각했던 것이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고 있었다.


체력 문제 때문에 여기사는, 그것도 뛰어난 실력의 기사는 몇 안 되었다. 그래서 성별이 여자란 것을 알면 수색 범위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목소리를 그럴싸하게 목소리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말이 짧았다.


주저하며 손을 내밀고, 그녀는 손을 잡고 조금씩 마나를 흘려봤다. 사교도라면 마기가 타들어가며 극심한 고통을 겪을 터였다.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불의 마나 때문에 몸이 훈훈해졌을 테니까, 기분 좋게 느껴졌으리라.


같은 방법으로 다른 이들도 사교도가 아닌 것을 확인했다.


“저는 단지 장사가 안 풀려서······. 헤헤.”


“헛소리 말고 조용히 해. 불면공 그리모어의 신도들이 예언의 대가로 얼마나 비싸게 받는지 잘 아는데.”


아델라이데는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고 사교도와 접촉한 자다.


아델라이데가 교단 소속이 아니기 망정이지, 교단에 걸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종교재판에 회부된다. 죽지는 않더라도 최소 파문일 텐데, 그건 이 세상에서 사회적으로 없는 사람 취급당하는 것이었다.


“꺼져.”


사교도가 아닌 건 확인했으니 그냥 내쫓았다. 하지만 그들은 떠나지 않고 아델라이데의 주변을 얼쩡거렸다.


“저기······, 기사님?”


“난 기사 아니야. 도둑이다.”


아델라이데는 구석의 방으로 들어가서 액자를 떼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 금고를 확인하고 그대로 단검을 쑤셔박았다. 두꺼운 금고의 잠금장치가 굉음을 내며 뜯겨나가고, 그 안에에 상자가 보였다. 열어보니 큰 상자에는 금화가 가득했고, 작은 상자에는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그걸 가방에 담았다.


‘이정도면 충분히 집을 구할 수 있겠는데.’


돈과 보석을 합치면 충분히 원하는 집을 사고 일리엔의 학비를 댈 수 있을 돈이었다. 일리엔은 차기 마왕이기도 하니-물론 아델라이데는 성녀로 키울 생각이지만- 사교도들도 그들의 돈이 일리엔을 위해 쓰인다고 하면 기뻐하리라.


지금은 그들이 말을 못하는 처지라 직접 물어보진 못하지만, 분명 그러리라 생각했다.


쫓아와서 그걸 지켜보던 상인이 끼어들었다.


“그 보석 어찌 하실 겁니까?”


“팔아야지? 그런데 꺼지라는 말 우습게 들려?”


“어흠, 눈을 가리고 따라와서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모릅니다.”


아델라이데는 지금까지 무시로 일관했던 상인을 찬찬히 뜯어봤다. 배가 살짝 나오고, 얼굴도 둥근 편이었다. 탁한 갈색 머리칼 아래로 넉살좋은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보석 함부로 팔면 추적당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는 보석 하나하나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판매할 때 신분을 기록하는 게 되어 있지요.”


강도질은 처음이니 그건 몰랐다. 모르고 나중에 팔았다가는 사교도에게 추적당하거나, 출처불명의 보석을 팔아서 당국에 의심받을 수도 있었다. 큰일 날 뻔했다.


“그게 사실이야?”


아델라이데는 그게 사실인지 확인했다. 짧게짧게 질문을 던지는 그녀에게 답해 주며, 상인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사교도나 그 금고 위치를 알았는지 몰라도,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거 보면 강도가 아니라 기사가 맞았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기사님.”


“도둑이라니까.”


오늘은 정의로운 도둑이다. 일리엔이 기도해 줬고 신이 달빛으로 응답했으니 아델라이데는 당당히 자신을 도둑이라 말했다.


“아무튼 도둑님, 전 베냐민 루텔이라 합니다.”


“베냐민 루텔?”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크게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회귀 전, 인간이 마족들의 노예로 떨어지기 직전 모든 재산을 써서 사람들을 무장시킨 대상인이었다.


전쟁에 돈을 다 쓰다 보니, 본인과 그 가족이 살 집도, 식량을 구할 돈도 없어서 굶어죽은 것으로 유명했다.


그때는 단순히 세상이 멸망하면 돈이 소용없으니 그랬겠거니 했지만, 대부호가 굶어죽을 정도로 안 남기고 다 쏟아부은 건 단순히 위기감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교도들의 신탁으로 재산을 쌓았으니 마왕이 강림했을 때 아차 싶었을 터였다. 그 죄책감을 씻어내기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털어넣었으리라.


“도둑님, 절 밖으로 데려가 주신다면 그 보석을 돈으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아델라이데가 얼마나 강하고 무자비한지 똑똑히 봤다. 여느 사람이라면 목숨을 건진 시점에서 앞뒤 생각 안하고 도망칠 텐데, 그는 여기서 나가 봐야 나갈 수 없단 것을 계산했다. 아델라이데에게 필요한 것을 간파하고 거래를 시도했다.


꽤나 대담한데다 붙임성도 좋았다.


‘괜히 대상인이 된 것이 아니란 말인가.’


“받아들인다.”


아델라이데도 상대의 정체를 알고 선선히 그 제안에 동의했다. 그의 말대로 보석을 팔다 추적당할 수 있다면, 이 사람에게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잠깐 더 확인할 것이 있으니 기다려 줘. 너랑 같이 온 사람들도 전부 가장자리로 피하라고 하고.


아델라이데는 다시 다른 맞은편의 작은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쪽에서 벽돌을 하나하나 두드려보기 시작했다. 소리를 유심히 듣던 그녀는 벽돌 하나를 빼냈다. 말이 빼내는 거지 아예 모르타르를 발라서 봉인해 놓은 것이라 단검에 마나를 두르고 부숴야 했다.


벽돌을 빼내자 레버가 보였다. 그걸 내리자 굉음과 함께 유적이 흔들렸다.


다시 중앙의 넓은 공간으로 나가자, 기둥 사이로 바닥이 내려가며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이 공간을 쓰던 사교도들도 모르던 것이었다.


루텔과 그의 수행원들이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델라이데는 본체만체 하고 그 아래로 내려갔다. 루텔과 그의 부하들도 망설이다가 따라왔다. 아델라이데가 설명을 안 하니, 그게 출구겠거니 하는 모양이었다.


아델라이데는 굳이 제지하지 않았다. 고대 유적 하면 보물을 지키기 위해 온갖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유적도 꽤 있었다. 함정을 만드는 것도 다 돈이니까 말이다.


계단을 끝까지 내려가자 일직선으로 뚫린 통로가 나왔다. 아델라이데는 거침없이 걸어갔다.


그리고 끝으로 가자 온갖 귀해 보이는 물품들이 있는 방이 나왔다. 황금으로 만든 잔,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 귀금속으로 만든 조각상 등이 가득했다. 그걸 본 루텔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여기 출구가 아니라 숨겨진 고대유적인 것 같은데, 도둑님은 이게 존재한단 걸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러면서 귀금속으로 만든 신상에 손을 대려 했다. 아델라이데는 그 손을 잡았다.


“잡지 마, 죽는다.”


아델라이데는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곳은 오랜 옛날, 지금은 사라진 어떤 종교의 성기사들이 통과의례를 치르던 곳이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함정은 없지만, 마지막에 한 가지 시험을 거친다.


모든 세속의 욕망을 지우고 신의 검이 될지 묻는 시험을.


아델라이데는 그러면서 진열장을 훑어보았다. 한구석에 그녀가 찾던 물건이 보였다. 검집의 가죽끈이 낡아서 부스러진, 아주 낡고 허름한 검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집었다. 그리고 칼날을 살짝 빼보았다.


‘미스릴 검.’


겉모습은 줘도 안 가질 것처럼 생겼지만 칼날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아델라이데가 미스릴이 1할 정도 섞인 단검도 좋다고 쓰는데 이건 순수한 미스릴로 만든 검이었다. 이 정도면 마스터가 쓰는 마나를 받고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본래 이 검을 팔아서 집값을 마련하려 했다. 하지만 사교도들이 생각보다 많은 돈을 모아 놔서 그걸로 충분히 비용을 벌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뼛속까지 기사인 이상 좋은 검에 욕심이 없으면 거짓말이었다. 수정검의 계약자라고 해도 그건 함부로 꺼내 쓸 수 없으니 평소 쓸 좋은 검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건 자신이 쓰기로 하고 잃어버린 검 대신 그걸 허리에 찼다. 그리고 돌아나가려고 했다.


“저기, 다른 건 가지고 나가시려는 거 아닙니까?”


죽는다는 말을, 루텔은 내 거니까 건들면 죽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놓고 나가자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안 돼. 저주받았어.”


아델라이데는 여전히 성별을 들킬까봐 말이 짧았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뒤로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끄아아악! 살ㄹ······.”


아델라이데는 휙 소리가 날 정도로 몸을 돌렸다. 루텔은 그녀의 말을 따랐지만 수행원 중 하나가 경고를 무시하고 목걸이를 잡았다. 그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살려 달라는 말조차 끝내지 못하고 먼지처럼 온 몸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걸 본 루텔과 수행원들도 기겁하며 아델라이데의 곁에 붙었다. 이 미지의 공간에서, 그들이 의지할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아델라이데가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 죽는다고 분명 경고했는데, 그걸 거짓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대부분의 평민 입장에서 저런 장신구는 하나만 가져가도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보물이었다. 욕심이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경고했지?”


아델라이데는 마구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짧게 말했다. 말이 길어지면 여자란 것을 들킨다. 그렇지만 그녀에게서 풍기는 살기가 그녀의 의도를 충분히 전해 주었다.


“제가 시킨 거 아닙니다.”


루텔은 간신히 말했다. 그녀는 살기를 거두었다. 어쨌든 왜 만지면 안 되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나머지 사람들은 허튼짓을 하지 않을 터였다.


아델라이데는 그들을 이끌고 다시 유적을 나왔다. 하수구를 익숙하게 이동해, 들어왔던 맨홀로 빠져나왔다.


“솜브레로 거리.”


아델라이데는 이곳이 어딘지 말했다. 정확히는 그 뒷골목이지만 말을 짧게 했다. 대신 대로로 나가는 길을 가리켰다.


“내일 새벽에 네 가게에 방문한다.”


그대로 좁은 골목의 양쪽 벽을 번갈아 박차며 지붕 너머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루텔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가 지금 밤하늘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대의 관용 덕분임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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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리엔의 입학 시험(1) 24.03.19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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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어긋난 현실(1) 24.03.17 35 0 12쪽
19 내집 마련(2) +1 24.03.16 33 1 12쪽
18 내집 마련(1) 24.03.15 3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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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회귀한 기사의 돈 버는 법(1) 24.03.12 4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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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족의 추종자들(2) 24.03.09 51 0 11쪽
11 마족의 추종자들(1) 24.03.08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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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운명의 아이, 절망하다(1) 24.03.06 6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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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운명의 아이, 그 이름은(3) +1 24.03.04 73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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