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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hareth 님의 서재입니다.

도플갱어의 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Tiphereth
작품등록일 :
2024.03.26 19:19
최근연재일 :
2024.05.09 12:15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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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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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695

작성
24.03.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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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3)

DUMMY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3)



익숙한 목소리에 지현의 움직임이 멎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듣자마자 몸이 굳어 버린 탓이다.


“담지현 경위, 안녕하세요."


신지환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 기억하시죠?”


그녀의 표정에 어린 공포심이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주쳐도 놀라지 말자고 며칠간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왔지만 막상 그와 마주하자 소용이 없었다.


“곽진관 씨 신상 정보 무단 열람 건으로 나왔습니다. 불법인 거 알고 계시죠?”


지현은 어디서부터 그들이 눈치를 챘는지 깨달았다. 그런 것들까지 일일이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실책이었다.


그의 검색에 대한 로그 기록을 열람했거나 혹은 특정 내용을 검색하면 신호가 가도록 되어 있을 수도 있다. 방식이 어찌 되었든,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건 상대의 세력이 생각보다 더 크고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현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그는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라는 듯 말을 이어 나갔다. 그의 목소리가 차츰차츰 커졌다.


“그토록 약한 주제에, 왜 호기심 따위에 목숨을 거는 건가요, 담 경위? 전 분명히 경고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억이 났으면 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될 것을, 뭘 그리 들쑤시고 다니는 겁니까. 대체 왜요?”


추궁하는 듯 묻는 그의 말투엔 짜증이 배어있었다.


하지만 지현은 그의 말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몸이 굳어간 탓이다.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마치 그날 아침처럼.


“당신이 비밀을 캐고 다니는 것을 상부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곤란해졌어요. 대체 어떻게 암시를 푼 겁니까?”


그가 궁금하다는 듯 묻자 지현은 자신을 얽매고 있는 기운이 살짝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옥상. 그날 옥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어요.”


“아. 그래서 현자의 돌이라는 걸 알고 있었군요. 제가 부주의했네요. 그래서 그 알약, 지금 가지고 있나요?”


움찔.


그의 말에 지현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에게 답을 해준 꼴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옥죄는 느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담 경위가 가지고 간 게 맞나보네요. 아, 내가 그거 못 찾았다고 욕먹은 거 생각하면, 후. 어찌 되었든 가지고 있으면 줘요. 그거 보기보다 위험한 겁니다.”


지현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없어요.”


“수사 중 거짓 증언은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경위.”


거짓말.


지현은 안다. 수사 따위는 하지 않을 것임을.


현자의 돌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시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


잡혀도 시안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하겠지만 저들을 상대로 과연 가능할까?


회의적이다. 조금이라도 생각할 여유를 벌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하다 못해 시안에게 경고라고 할 수 있도록.


하지만 달아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상태에서도 확신할 수 없는데, 지금의 상태에선 더욱 어려울 거라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해야한다.


지현은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버렸어요.”


뜸을 들이고 나온 지현의 대답에 지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흠. 곤란한데요. 집에 없기에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당연하죠. 뭔지도 모르는 약을 왜 가지고 있겠어요. 기억이 돌아오고 나서 괜히 가지고 있으면 문제를 일으킬 것 같아서 길가에 놓인 쓰레기 봉지 안에 버렸어요. 오늘 저녁에서야 그 약이 뭔지 대충 깨닫고 후회했지만.”


지현이 자신의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자 지환이 눈매를 좁혔다.


“거짓말하지 말아요. 난 당신을 조금이라도 도우려는 겁니다. 그러려면 진실을 알아야 해요."


“정말이에요.”


지현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 여파로 몸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이 느껴졌다. 다행히 신지환은 여전히 그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속여도 소용없어요. 담 경위가 애초에 그걸 그대로 버릴 사람이었다면 곽진관 씨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겠지요.”


“정말로 버렸다니까요!”


“담 경위, 본부에 가면 당신의 기억을 읽을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접근을 거부하는 상태에서 기억을 강제로 읽히게 되면 자칫 뇌에 손상이 갈 수 있어요. 그러면 당신의 존재는 세상에서 지워질 겁니다. 영혼만 남겨지겠죠.”


‘기억을... 읽는다고?’


지환의 말에 지현의 눈이 흔들렸다.


저들이라면 정말 그런 걸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믿어야 하고, 어디부터 믿지 말아야 할지 알 수는 없지만, 최악을 상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다.


“정말로 버렸다니까요. 그리고 설령 알약을 가지고 있었다 한들 당신이 어떻게 절 도와준다는 거죠?”


그에게 말을 걸며 바닥을 둘러보던 지현의 눈에 바로 앞에 놓여 있는 자그마한 돌멩이가 들어왔다.


“찾아보면 방법이 있......”


지환이 입을 여는 순간 먼지와 함께 돌멩이가 날아갔다.


대답을 한다고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을 노린 지현은 돌을 참과 동시에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지환은 날아드는 돌멩이를 쉬이 쳐냈지만 쫓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거 참, 먼저 이야기 해 보겠다고, 시간 좀 달라고 겨우 양해를 구하고 왔는데. 정말 너무 하네.”


그저 그 자리에서 난처한 듯 뒷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반대편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지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도망가도 왜 하필이면 그쪽으로 간 거야, 쯧.”




풀썩.


지현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흐음. 뭔가 묘한 게 느껴졌는데, 뭐지?”


3월 저녁의 추운 날씨임에도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연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이 자신에게 잡혀있는 지현의 손목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잡힌 손 때문에 지현의 상체가 바닥에서 살짝 떠 있었음에도 그녀의 표정에서 힘에 겨워하는 기색은 없었다.잠시 생각을 하던 여성은 지현의 품을 뒤져 그녀가 가지고 있던 소지품을 모두 챙겼다. 휴대폰, 가방은 물론 목걸이까지도.


일이 마무리될 즈음, 지현의 뒤쪽에서 지환이 나타났다.


“자영님.”


그를 힐끔 쳐다보며 자영이 웃는 얼굴로 사근사근하게 물었다.


“지환 씨, 실패했네?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더니?”


“죄송합니다.”


“사과는 됐고. 일단 데리고 가세요.”


“네. 끝나고 뵙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지환씨야말로 조심해서 가요. 그 아이 오빠가 초월인 것 같던데, 지원을 요청하는 게 낫지 않겠어?"


"오빠 정도의 나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여차하면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지환은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진 지현을 조심스레 품에 안아 들고 어둠 속으로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


“그래도 조심해서 가요. 그리고 약속 기억하죠? 성공하지 못했으니 제가 돌아갈 때까지 끝내세요."


그의 뒤에 대고 자영이 말했다. 이내 그가 사라진 반대편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며 말했다.


“지환이가 왜 유독 저 아이에게 관대한지 모르겠네요.”


그날 옥상에서 지환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 재환이었다.


“아직 인간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게지. 드물지만 그런 초월자들, 종종 있잖아. 아니면 뭐 동생이나 어머니와 닮았다거나?”


재환이 그럴 리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에이, 지환이가 담지현이랑요? 외모를 보세요. 유전이란 게 있는데 설마요.”


“어머, 재환 씨. 그건 모르는 거예요. 그분의 의중을 우리 따위가 어찌 재단할 수 있을까. 안 그래?”


“자영님, 제가 그런 의도로 말씀드린 게 아닌 거 아시잖아요.”


“알지. 이래서 초월자들은 같이 일하기가 어려워. 깔끔하지 못하다니까, 쯧. 그보다, 어땠어? 이 아이.”


“아. 그게 좀 의외입니다. 흔들림과의 경계에서 살짝 벗어난 정도? 생각보다 비틀림이 심하진 않았어요.”


자영이 그의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현자의 돌을 접하고 그거 알아보려 며칠 동안 돌아다녔는데 그 정도밖에 안 돼? 의외인 걸. 지환 씨가 한 말이 사실이었나?”


“지환이가 뭐라고 했습니까?”


“아, 아까 보고하길 ‘길가에 버렸다’라고 했다더라고. 이리저리 조사하고 다니는 걸로 봐서 그럴 리 없다고 판단했다던데, 비틀림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그녀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네. 아이, 참. 현자의 돌이 끼어 있다고 해서 괜히 과민반응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자영의 말에 재환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 번 암시를 푼 아이입니다. 확실히 처리하는 게 낫습니다. 그게 또 자영님의 완벽주의와 어울리고요.”


“됐어, 아첨은. 그보다 이 아이의 지난 6일간의 행적을 알아보랬던 건 어떻게 되었어?”


“여기 정리해 두었습니다.”


“고마워.”


재환이 들고 있던 가방에서 A4지 몇 장을 건네자 자영이 그 자리에서 그 서류를 쭉 훑었다. 빠른 속도로 마지막 장까지 검토한 그녀는 그대로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1분여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눈이 다시 뜨였다. 그와 동시에 붉은 안광이 잠시 감돌다 사라졌다.


자영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주말까지 딱히 문제 될 건 없네. 목요일이야 어느 ‘두 분’의 수다 덕분에 조퇴할 수밖에 없었을 거고 그거 말고는 주말까진 딱히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진 않았어.”


‘어느 두 분’이라는 말에서 움찔한 재환이 헤실헤실 웃었다. 자칫 이번 일의 불똥이 자신에게도 튈까 걱정이 되어서다. 둘이서 구석에 있는 여자애 하나 파악 못 하고 주절주절 떠벌여 이 사달이 난 건 사실이니까.


“월요일부터 완전히 틀어진 거야 개인적인 부분만 해당이 되니 청의 업무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애매한 게 주말에 만난 이 시안이란 아이인데. 일단 만나서 저녁을 같이 먹은 건 원래 하려던 일이었으니 일정상 문제없음.”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약에 대해 공부한다네? 어떻게 생각해? 내가 보기엔 현자의 돌에 대해 물어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현자의 돌은 일반인들이 보면 그저 그런 알약처럼 보이니까. ”


“그치? 아이, 참. 궁금한데. 대체 만나서 무슨 말을 했을까? 그쪽도 한 번 확인을 해 봐야겠네. 그런데, 만약 현자의 돌을 안다면 그 아이는 누구한테 부탁하지?”


“다른 팀으로 보내야죠. 자영 님이 마지막이잖아요.”


“아깝잖아. 현자의 돌이면 다 실적인데. 카사 언니가 있기는 한데. 흐음. 애매하네.”


“복수자도 아닌데 카사님께서 나서실 필요가 있을까요. 이 아이를 보니 상황이 그다지 심각한 것 같지도 않은데요.”


“그렇긴 한데, 현자의 돌이 껴있어서 몰라. 그런데, 재환?”


“네, 자영님.”


“아깐 확실히 처리하는 게 내 스타일이라면서?”


“쥐 잡는데 소 잡는 칼 쓰는 격이라서 말입니다. 닭 잡는 칼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시안에게 문자 보내기를 잠시 중지하고 샐쭉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자영.


“그 말은 나는 닭 잡는 칼이다?”


“그럴 리가요. 송아지 잡는 칼 정도는 되십니다.”


오늘따라 자영의 기분 맞추기가 영 쉽지가 않다.


재환의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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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7. 초월 한국본부 (3) 24.05.09 1 0 15쪽
33 7. 초월 한국본부 (2) 24.04.29 2 0 14쪽
32 7. 초월 한국본부(1) 24.04.25 3 0 12쪽
31 Interlude 03. 존재의 이유 24.04.24 5 0 9쪽
30 6. 또 다른 길, 초월(4) 24.04.22 5 0 12쪽
29 6. 또 다른 길, 초월(3) 24.04.19 5 0 12쪽
28 6. 또 다른 길, 초월(2) 24.04.18 5 0 17쪽
27 6. 또 다른 길, 초월(1) 24.04.17 5 0 11쪽
26 5. 진실된 세상에서 (4) 24.04.15 6 0 14쪽
25 5. 진실된 세상에서(3) 24.04.12 6 0 12쪽
24 5. 진실된 세상에서 (2) 24.04.11 6 0 14쪽
23 5. 진실된 세상에서 (1) 24.04.09 7 0 16쪽
22 5. 진실된 세상에서 (0) 24.04.08 6 0 15쪽
21 Interlude 02. 추적 24.04.06 6 0 14쪽
20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5) 24.04.04 7 0 14쪽
19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4) 24.04.03 6 0 13쪽
18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3) 24.04.02 6 0 12쪽
17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2) 24.04.01 6 0 14쪽
16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1) 24.04.01 6 0 15쪽
15 4. 자유를 꿈꾸는 이들 (0) 24.03.31 7 0 11쪽
14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5) 24.03.29 7 0 12쪽
13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4) 24.03.29 4 0 11쪽
»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3) 24.03.29 6 0 12쪽
11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2) 24.03.29 3 0 11쪽
10 3.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 (1) 24.03.28 4 0 12쪽
9 Interlude 01. 붉은 알약 24.03.28 5 0 11쪽
8 2. 그 날 있었던 일은(4) 24.03.28 4 0 11쪽
7 2. 그 날 있었던 일은(3) 24.03.27 8 0 11쪽
6 2. 그 날 있었던 일은(2) 24.03.27 5 0 12쪽
5 2. 그 날 있었던 일은(1) 24.03.27 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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