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민국을 싸게 팝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23,898
추천수 :
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7.12.24 10:36
조회
438
추천
4
글자
11쪽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DUMMY

다시 별기군이 반박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제입니다! 그런 이상적인 상황을 상정한다면 대비의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일단 기술만 확보하면 필요시 양산할 수 있지요. 상정한 백 발은 평시 위협용도를 상정한 것입니다.”


“기술이 확산되어 가상적국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시작하면 필요량이 마구 증가할 겁니다!”


“별기군의 정보방어능력을 믿습니다.”


믿지 마! 그게 실패했을 때를 가정해야 하는 거잖아! 라고 외치고 싶지만 별기군이라는 조직으로서 자신들이 무능하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 법인지라 말싸움을 이어가지 못한다. 게다가 이 상황을 가정하면 개문 능력이 들통나는 것이니 더더욱 개문 능력 이외의 수단이 필요해지는 자가당착.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두 번째 패를 내놓을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회의의 주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자재와 예산을 수급할 것인가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10년에 30조... 양산비용까지 35조 정도로 상정할까요? 꽤 빡빡한데요.”


“게다가 비밀리에 하려면 으음... 연 3조 5천억원을 빼돌리려면...”


“아무래도 우리나라 연구개발은 타국 연구소를 통째로 매수하는 방식이라 좀 그렇습니다. 연구진들로부터 정보기밀을 유지하려면 상당히 신경써야 합니다.”


“저쪽에서는 세계 최빈국도 만들었다지만, 그 세계 전체에 학술적 기반이 있었지요. 이쪽은 우리가 수식 하나 받아들고 굴러야 하는 건데...”


그런데 여기에서 발목이 걸려버렸다. 기술개발을 외면하다시피 하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해외에서 사들여 오는 게 (국가예산이 아니라 전주 이씨에서 그냥 뿌려준다) 너무 짭짤해서 국내에서 연구하는 의미가 없는 것이 조선제국 과학기술계의 현실이었다. 때문에 진지하게 학문에 임하고 싶은 뛰어난 두뇌들의 유출도 심한데, 유출돼 봤자 그럴만한 해외의 연구소나 대학도 전주 이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므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덕분에 내부에서 비밀리에 뭔가 해보려고 하니 기반이 밑바닥이었으니... 이진이 이것을 보았다면 연호 앞에 창피해서 고개조차 들지 못할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의 R&D 투자는 2014년 63조 7천억원에서 2016년에는 67조 8천억원으로 더 늘어 GDP 대비 4.23%에 35조원의 국방비를 압도적으로 깔아뭉개고, 세계 주요국(유로존 28개국 및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11개국) 중 2위인 일본의 3.29%를 거의 짓밟다시피 할 정도로 1위를 독주한다! 그나마 GDP 자체가 작으니까 투자액수를 절대값으로 따지면 순위가 내려가지만 그래도 세계 5위다. 과연 기술에 목숨 건 나라... 애초에 핵융합 연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게 한국이라고 들으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대신 연구대비 기술이전 수입 및 기술사업화 수준은 하위권이라는 게 절망. 돈을 열심히 쓰기만 하고 결과물을 못 낸다는 뜻이다. 고2병 흑화해서 이 자료 본 황연호는 울고 싶었다.


한편 이대로는 핵무기 도입을 저지할 수 없겠다고 결론내린 별기군 측은 마침내 두 번째 패를 꺼내들었다.


“참석하신 여러 어른께 한가지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록 기재를 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승인합니다. 서기관은 잠시 퇴실하세요.”


제대로 된 회의라면 서기를 퇴실시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임은 회의라고 치기에는 지나치게 비밀스럽고, 냉혹하고, 잔인한 악행이었다. 서기가 대기실로 물러나고 난 뒤 별기군 참석자는 함부로 입 밖에 낼 수 없으며 결코 기록에 남길 수 없는 사실을 입에 담았다.


“그가 곧 각성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길어도 3년 이상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맙소사.”


피상적으로나마 개문에 대해 알고 있는 극소수인 회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탄식했다. 너무 빠르다. 전주 이씨를 제외한 경우 국력이 조선제국의 세 배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한민국이 약소국 취급당하는 말도 안되는 세계와의 연결이 눈앞에 있었다.


...사실 대한민국은 경제순위 세계 11위에 무역규모 8위, 제조업이 세계 5위인 괴물 국가다. 중국이 사드 보복했지만 별 느낌이 없었을 정도로. 생각이 있건 없건 조회수를 벌어야 하는 언론이 떠들게 해서 국민을 압박하기 위해 눈에 뜨이는 여행이나 한류를 막았지만 샤오미 날아가는 꼴 보고 싶지 않은 한 한국이 ‘품질로 중국제를 찍어누르고 가격으로 일본제를 처바르는’, 이른바 역샌드위치로 쥐고 있는 중간재를 막을 수는 없었는지라 사드 보복 와중에 대중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그리고 중국인 없는 청정제주에 어서오세요. 관광업계 힘든 건 알지만 여행금지 계속해줬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감상도 있고, 박리다매식 대량 수주하는 중국 관광객이 별로 내실이 없다는 여우와 신포도같은 분석도 나오는 판국이다. 제주도 같은 경우는 이미 중국 자본이 왕창 진출해 있어서 중국 관광객 와봤자 중국계 식당에서 먹고 중국계 펜션에서 자고 중국계 마트에서 쇼핑해 자기들끼리 쓰고 돌아가 버린다던가.


그뿐인가, 평범한 지방 화물항만이 엔간한 중소국 핵심항만을 능가하고 남동임해공업단지의 중공업 설비는 어지간한 개발도상국으로는 흉내낼 엄두도 못 낼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개발도상국 공무원들을 한국 비용으로 초청해서 산업시설을 견학시키고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을 자주 하는데, 상당수가 포스코 철강생산과정이나 현대차 공장 등을 보면 자신감을 상실해버린다고 한다. 사실 그 동네는 한국인이 가도 압도당한다.


그런 주제에 국가도 국민도 약소국 코스프레를 하고 있기에 학생인 황연호의 눈으로 보기에는 혼란하고 뒤처진 약소국인 것인데, 그렇다보니 국제기구에서는 짜게 식은 눈으로 “너 같은 개도국이 어딨냐. 책임회피하려는 수작이군.” 이라는 요지의 비난을 던지고 있다. 서민 생활이 팍팍해서 빛이 바래지만.


그러나 조선제국의 정보원은 황연호와 교과서 뿐이었기에 그의 시각을 통해 전해들은 회의 참석자들에게도 역시, 대한민국은 약소국이고 상대적으로 한국 세계의 강대국은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엇’ 취급되고 있다. 이게 또 대충 맞는 판단이긴 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전후좌우에 들러붙어 있는 돌아버릴 것 같은 지정학이 문제랄까, 통일 중원에 통일 북미대륙이라니 이 무슨 괴물들인가.


“통제 가능합니까? 그 쪽에 개문까지 주어지면 절망입니다. 자칫하면...!”


황연호는 조선인이 아니다.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럭저럭 조선에 호감도 있는 것 같지만(월 150만원 하사금 만세) 이진과 같이 조선을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음을, 별기군을 비롯한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만약 황연호가 개문 능력을 각성해 돌아가서, 그 능력을 대한민국이나 혹은 아예 자신을 가장 값지게 사 줄 강대국을 위해 사용한다면... 삼십 년 뒤에는 조선 세계 전체가 잘 해봤자 무한정으로 자원과 자본을 빼앗기는 속국, 최악의 경우 반쯤 청소되고 나머지는 한국 세계에서 온 이주민들의 노예가 되겠지. 그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광산이나 공장 등 그들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괴롭고 위험한 일에 앞다투어 몸을 던져야 하는. 그나마 가능성은 머리가 좋거나 얼굴이 반반해 쓸모 있는 행운아일까...


조선이 그렇게 하고 있으므로 확실했다.


“생각보다 빨리 선을 잡았다고 합니다. 일단 외출이라도 시켜서 시간을 끌면서, 조선의 도덕적인 면을 보이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가 인간이라면, 어느 쪽이 우월한지는 이해할 수 있겠지요.”


“좋습니다. 그 부분은 별기군에게 맡깁니다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지요. 이 점을 감안하여, 3년 안에 유사시에 사용할 수량의 핵무기를 도입할 수 있을까요? 저들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좁은 회의실에 침묵이 감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예산도, 기술력도, 자원도. 어느 것 하나 처절하게 부족한 현실에, 회의실에 모인 조선제국의 관료들은 관료로서의 반생 내내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약소국의 설움을 절감했다. 그들은 수치상으로는 중위권 국가지만 전주 이씨가 있는 이상 어디의 외교 무대에서도 호랑이 업은 여우로 취급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약소국인 세계가 기준이라면 조선제국은 도대체 뭔가?


그렇다고 과거처럼 강국에게 무릎꿇고 사대를 할 만한 처지도 아니었다. 정보원을 통해 습득한 한국 세계의 강대국들은 그야말로 승냥이떼나 다름없었다. 공맹의 도를 아는 나라가 하나라도 있다면 기쁘게 발이라도 핥겠거늘.


대한민국? 백성의 나라가 아니라 금수의 나라다. 저런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니 어쩔 수 없겠거니 하는 이해는 되지만, 절대로 방심할 수 없었다. 반대로 약소국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조선 세계를 뜯어먹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절망 속에서 논의한 그들의 결론은...


“우선 그가 완전히 각성하기 전에 어떻게든 이 조선의 도에 귀의하도록 설득하고... 필요하면 그쪽 세계를 통째로 멸망시켜 버린 뒤 잔해에서 핵무기를 입수합시다. 멸망 방법은 확립되어 있지요?”


환히 불을 밝히고 있던 회의실이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세 가지 방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만...” 상세한 방법은 여기서는 생략한다. “우선은 최대한 미루기를 권고합니다. 실행요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겁니다. 멸망시키지 않고 핵무기 일부를 탈취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리석게도 양심을 지니고 있는 누군가가 제안했다.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일부 탈취로는 완전히 적대하게 될 터,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는 일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반박했다.


“핵무기를 외부에서 도입한다면, 비용 절감 외에도 아측에 기술적 기반이 없으므로, 유출되어 타국이 독자적으로 핵을 개발할 위험성도 낮아집니다. 이 또한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만?”


게다가 그 괴물같은 강대국들이나, 약소국인 주제에 조선제국 정도는 간단하게 짓밟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침공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진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회의 주제가 바뀔 것 같은 분위기였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1. 육조와 육부에 관하여.

굉장한 건 황실이지 조선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만, 이미 서양과 장사하면서 개화되어 버린 백성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입니다.(비겁한 변명) 나, 나중에 개고하게 되면 감안할게요... 


2. 이 작품은 국뽕물입니다

국력이 조선의 세 배나 되는 대한민국 국뽕물입니다. 앞으로 기대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민국을 싸게 팝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수증기 없는 온천씬 17.12.26 509 3 15쪽
11 세상을 멸망시키는 방법 +2 17.12.25 444 5 17쪽
»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1 17.12.24 439 4 11쪽
9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2 17.12.23 607 4 15쪽
8 세계의 모습 17.12.22 426 5 17쪽
7 황연호가 모르는 사실 17.12.21 522 6 14쪽
6 유혹2 +2 17.12.20 493 8 16쪽
5 유혹 17.12.19 583 7 13쪽
4 빙결지옥 17.12.18 691 9 12쪽
3 조선제국과 대한민국 17.12.17 1,056 9 14쪽
2 시작 +3 17.12.16 1,383 8 12쪽
1 시작 +1 17.12.16 2,886 1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