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발부장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민국을 싸게 팝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최근연재일 :
2020.07.12 23:27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23,894
추천수 :
283
글자수 :
408,729

작성
17.12.21 09:58
조회
521
추천
6
글자
14쪽

황연호가 모르는 사실

DUMMY

...그리고 조선의 백성 대부분이 모르는 사실.

피유유유- 퍼엉!


하늘에 낙하산 달린 조명탄이 피어오르면서, 밤의 어둠을 틈타 접근하던 배 한 척이 희끄무레한 빛에 노출되었다.

찌잉-!


뒤이어 조선제국 서해방면 해양경찰 소속 경비정의 대형 스피커가 고막을 찢는 작동음을 발생시킨다. 대상은 중화민국에서 탈출한 것으로 예상되는 난민선. 한밤중이었기에 조명탄 빛에도 불구하고 - 다행스럽게도 - 잘 보이지 않지만, 십여 톤도 안 되는 어선에 뱃전에 파도가 찰랑거릴만큼 빼곡히 추레한 난민들이 올라타고 있다.


공산중국이 인민의 탈출을 막기 위해 해금령을 내리고 있는 데 반해, 중화민국은 작은 배로나마 어업을 하기 때문에 간혹 난민이 탈출할 때면 이렇게 다수가 한꺼번에 도망쳐나오곤 한다. 파도가 낮은 밤을 틈타서.


<< 경고한다! 방향을 돌려라! 귀선은 조선제국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 >>


그러나 살기 위해 공산중국 치하나 파시스트 국가인 중화민국, 또는 일본왕국에서 탈출하는 무수히 많은 난민들을, 조선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절대로.


“제발 살려 주십쇼! 돌아가면 우리는 다 죽습니다요!”


“살려줍쇼, 살려줍쇼!”


사람의 목소리는 바닷바람을 이겨내기에는 너무나 미약하다. 공산중국과 끝없는 내전을 치르고 있는 파시스트 국가 중화민국은 이러한 난민을 탈주자로 간주하고 처분한다. 운이 좋으면 가족째로 노동교화소에 내던져지거나, 아니면 최전선의 형벌부대로 보내진다. 즉결처형당하는 것과 어느 쪽이 더 불운한 것일지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찍어눌러도 막을 수 없는 입소문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난민들이 울부짖지만 해양경찰 대원들은 그것을 무시했다. 들어봤자 밥맛이 없어질 뿐이다. 야식으로 소고기 덮밥 도시락이 준비되어 있는데 입맛 망치기는 싫었다.


<< 재차 경고한다! 방향을 돌려라! >>


두 번째 경고였다. 그러나 난민선은 방향을 바꾸지 않고, 오히려 있는 힘껏 조선 영해로 접근하고 있다. 조선 해경에게 체포되면 그 뒤에 어떻게 되건 중화민국 무경에게 붙잡히는 것보다는 나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가 아닌 한국 세계라면 난민 관련하여 송환 금지 규정이 있으니 그렇겠지만...


세 번째 경고와 무시 - 혹은 애원이 겹치고 난 뒤, 정장은 명시된 규정에 따라 무기 사용을 명령했다.


<< 경고사격 실시! >>


따다당!


육군에서 퇴역시킨 구형 기관총이었지만 어업관리 정도에는 이 정도가 딱 맞는다. 당연히 비무장한 난민에게는 과잉대응이라고 욕먹기 딱 좋았다.


“총을 쏜다!”


“도망쳐! 도망쳐!”


잔뜩 겁을 먹은 난민들이 작은 조각배 위에서 우당탕거리다가... 거리다가...


“아아아악!” “살려줍쇼!”


배가 기우뚱한 끝에 옆으로 쓰러졌다가... 뒤집혔다.


그 날, 십여톤 작은 어선을 이용한 난민선이 침몰함에 따른 사망자는 불명이다.


“인양해서 조사해 볼까요?”


“굳이 알 필요 있나? 서쪽으로 흘려보내.”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 십수 명은 그들의 바램과는 달리 한 달 뒤 중화민국으로 송환되었고, 살인이나 다름없는 송환을 금지해야 한다는 극소수 인권단체의 성명은 무시되었다. 신문에 몇 줄 올랐던 기사는 애초에 해경 발표의 복사본이었던데다 뒤이어진 아이돌 가수의 스캔들로 뒤덮였다. 난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 일반인의 감성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 이 업무인 국제연합 산하 난민기구에서는 세계은행 및 IMF와 함께 중화민국에 대한 지원을 제의했고, 이미 IMF의 지원 없이는 공산중국과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중화민국은 굴복했다. 일본에서 생산되어 만들어진 인간사료를 먹으며 대륙 단위로 땅 파는 광산이 되어가고 있는 중화민국의 이권 일부를 또 빼앗기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당시 현장을 지휘한 경비정의 정장과 대원들에게는 적법한 공권력 행사였음을 확인하기 위한 포상이 주어졌다. 사람 죽는 모습을 보기는 커녕 자동차에 치인 고양이 사체로부터도 멀찍이 돌아서 가는 평범한 청년들인 대원들을 위해 정신전문의의 진단이 시행되었다. 물론, 난민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같은 날, 조정에서는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중화민국의 불법 어업에 대하여 보다 엄정한 법집행을 결의하였으며, 현장의 판단에 따른 충파 및 분멸을 허용하였다.


할당량을 달성하지 못한 중화민국 어부들이 무경에게 구타당하고 마지막 남은 재산인 배와 아내와 딸과 자기 자신의 몸뚱이까지 빼앗기는 것도,


농경지 대다수가 소금기 섞인 지하수 때문에 황무지가 되어버린 중화민국 백성들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 칼로리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조선국 백성의 식탁에 맛있는 생선이 오르는 것에 비하면 깃털처럼 가벼운 일이다.


***


“안에만 있으면 지루하지? 한번 나가 보지 않을래?”


“정말요?”


외출을 권하는 지아 누나의 말에 연호는 반색했다. 스마트폰과 교과서, 참고서를 뺏기고 아직 인터넷도 제대로 없는 세계에서 전주 이씨의 비술인 개문을 익히기 위한 명상으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망향과 육욕 사이에서 방황하는 소년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자, 이거 챙겨두렴.”


연호가 평소 입고 있는 것은 조선에 올 때 입고 있던 교복이 아니라 개량한복 비슷한 조선의 평상복이다. 서구 합리주의가 지나치게 들어왔던 시절 생겨났다가 그럭저럭 자리잡은 남녀 공용이라 많이들 평상복으로 입지만 사실 조선 세계에서도 이걸 입고 시내 백화점에 쇼핑가라고 하면 여학생들은 자살을 고려할 레벨.

그래서 오래간만에 궁녀들이 우르르 몰려와 황연호를 홀딱 벗겨놓고 좀 더 양복스러운 정장을 입혀놨는데, 이진은 같은 디자이너가 제작해 남성용과 여성용이라는 게 다를 뿐 분위기가 똑같은 숙녀용 정장을 입고 방에 들어왔다. 짝맞춤이라고 연호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에 얼굴은 침착한 채 마음 속에서만 흥분중인 어느나라 옹주님은 글렀다고 할까. 평상복이 군복인데 어쩌겠어.


그리고 옷 안 조끼에 묵직한 상자들이 넣어진다. 개문 능력자는 의무적으로 휴대해야 하는 비상용 장비들이다. 위치추적기, 신호탄, 신호용 거울, 발연탄 등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장비를 중심으로 한 이것은, 개문사가 우연히 어딘가로 날아갔을 때 그녀를 -이제는 ‘그를’도 포함되게 생겼다- 구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위치추적기는 아직 IT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조선 세계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혁신적으로 작고 가볍다. 전주 이씨가 마음 먹고 돈을 쏟아부었으니 그럴 만 하다.


황연호가 보기에는... 벽돌?


“...이걸 갖고 다녀야 돼요?”


이진 역시 연호의 ‘스마트폰’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 부끄러워졌다. 조선의 휴대전화도 어느 정도 작고 가벼워지긴 했지만 오직 통화만 가능한 물건이고, 가까운 거리에 중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인지라 위험에 처하면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날아가는 개문 능력자의 위치를 추적하기에는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위성을 이용한 위치추적기의 크기가 이렇게 커진 거지만, 그 스마트폰 안에 백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GPS 모듈이 들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자신의 위성통신기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던 이진이었으니... 공자님 앞에서 문자 쓴다는 이야기가 이런 것이었을까.


“불편하겠지만 꼭 가지고 있으렴. 알았지?”


조끼를 입혀주고 뒤에서 몸 앞으로 손을 뻗어 길이를 맞춰주고 있는지라 귓가에서 속삭이듯 들려오는 이진의 목소리에 소년은 굴복했다. 며칠 전의 그 밤 이후 뭔가 시선들이 달라진 궁녀 누님들이 문가에 다소곳이 서서 지켜보고 있는 시선조차 신경쓰이지 않는다. 대신 등에 닿을 듯 말듯한 느낌에 전 감각이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진은 자신의 옛 경험이 떠올라서 살짝 웃었다.


“비상식량은 간식이 아니니까 먹지는 말고.”


“알아요, 애도 아니고.”


장비 중에는 군용 양갱이 들어 있다. 비상식량이긴 한데 단 맛에 굶주린 병사들이 비상사태가 오기 전에 먹어버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물건이다. 이미 연습해서 익숙한 신호탄이나 발연탄 사이에 검은 비닐로 포장한 양갱이 있는 것을 문득 보면서 황연호는 자신의 이해력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조금 불쾌해졌다. 아직 능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개문 능력자는 상황에 따라 어딘가로 이동해버릴 수 있으므로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 정도를 이해하지 못할 리가...


“먹고 싶으면 내 걸 나눠줄게?”


조끼 안의 장비에 신경이 쏠린 틈에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에, 황연호는 그 밤, 지아 누나가 주었던 그것을 떠올렸다. 무심하니 만지고 있던 양갱 포장이 부끄러워져서, 소년은 얼른 주머니 뚜껑을 덮었다. 누나 뒤를 졸졸 따라서 나가보니 큰빅한 차 여러 대와 몇 명이나 되는 어른들이 대기중이었으니, 가장 앞에 사격장에서 익숙한 유민지 중위 누나가 있는 것에 황연호는 눈인사를 했다.


별기군 호위대는 일제히 경례를 붙였다.


***


“저쪽이 신문고야. 억울한 백성은 누구라도 두들길 수 있지.”


“헤에...”


이동은 차량이었다. 황족의 정식 외유라면 별기군 호위대 뿐 아니라 기마경찰까지 동원됐겠지만 지금은 적당한 중형 세단에 앞뒤로 호위차가 붙어 있을 뿐이다. 다들 일반 등록된 차량이지만 출근 시간을 피했기에 한성 시내의 물동량은 그다지 많지 않아 제법 속도가 난다.


라기보다, 황연호가 보기에는 왠지 지방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좁은 도로, 그다지 많지 않은 차량,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의 연속. 무엇보다 대한민국 스카이라인을 지배하는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눈에 밟힌다.


“아파트? 수천 가구가 한데 모여사는 거대 집합주택? ...그런 것까지 필요해?”


옆자리에 바싹 붙어앉은 이진이 맞은편 자리의 유민지 중위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그녀 역시 고개를 저어 조선에는 그런 건축물이 별로 없다고 밝혔다. 대신 여의도에는 황연호에게도 익숙한 황금색 마천루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63빌딩...!”


“조선의 자랑인 정식명칭 선화 63 천공도시, 통칭 63 빌딩입니다. 높이 249미터, 63층, 건원 588년 착공하여 593년 완공하였으며, 607년 현재까지도 동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참고로 한국 세계에서는 단 2년 뒤인 1987년에 싱가포르에게 밀렸고, 황연호가 온 2018년 기준으로 한국 최고층 빌딩은 556미터짜리, 63빌딩의 두배도 넘는 롯데월드타워다. 심지어는 같은 여의도 안에도 더 높은 서울금융센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마천루의 상징은 63빌딩이었기에, 왠지 서울같지 않은 호젓한 모습(이래봬도 조선 세계에서는 세계 유수의 대도시건만)을 관광하던 소년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서울! 이라는 감각이었다. 주변 건물들이 훨씬 낮았지만, 원래 63빌딩의 이미지 자체가 옥수수밭의 느티나무처럼 독보적으로 크다는 느낌이라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나 여기 와본 적 없네.”


...서울 사람이 많이들 그렇지. 이와 비슷하게 알고 좋아하며 익숙하지만 가본 적은 없는 데가 남산타워.


“그 쪽에도 이런 데가 있니?”


“겉보기엔 똑같은 것 같아요.”


서울을 위해 기도하며 두 손을 모은 형상이라고 하는, 아래쪽으로 넓게 퍼진 독특한 디자인과 금코팅한 유리 색이 기억 속에 뿌리박힌 그대로다. 황연호는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처럼 사방을 둘러보며 지아 누나를 따라 후문으로 들어섰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이 놀러왔는지 정문 쪽에는 하염없이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며 - 조금 눈치도 찔리면서 - 우선적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에 약간의 죄책감과 우월감을 느낀다. 차별적인 특권의식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위쪽에 전망대하고 수족관이 있어. 점심 예약해 뒀으니까 한바퀴 돌고 점심 먹자.”


“맛있어요?”


“...”


“...누나?”


“...맛은 경치가 반이라는 걸로.”


물론 이진도 마중 나온 관리장 앞에서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성격은 아니다. 튀어나와 굽신거리는 어른을 다독여 돌려보내고는 고속 엘리베이터에 탄 뒤, 듣는 사람은 같은 들어온 남녀 호위들 뿐인 자리였다. 문이 열리자 호위들이 먼저 걸어나가 안전을 확인한다. 얼굴이 좀 딱딱하니 굳어 있기는 하지만 평범한 개량한복이나 양장인 무릎 길이의 짧은 스커트를 입었고 머리 길이와 모양도 가지각색이라 척 보고 요인호위라고 깨닫기는 어렵다. 아래쪽에서 전망대 출입 인원을 제한하였기에 잠시 비어 있는 전망대는 사방으로 활짝 열려 있었다 - 유리 자체가 벽으로 가리워진 한 폭 정도만 빼고.


“저쪽은 창덕궁이야. 아무리 그래도 황상께서 계시는 창덕궁을 내려다보는 게 말이 되냐고 한바탕 논란이 됐었거든.”


이진의 설명에 황연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의 모습과 같은 큰 것부터 이렇게 느끼지 못할 만큼 사소한 것까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장면 역시-


“후와아-!!”


거대하고 맑은 강과 숲과 낮은 건물들이 뒤섞인, 607년의 역사를 지닌 수도 한성의 것이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보다 좁고, 낮고, 대신 자연이 풍부한, 그의 부모에게 물으면 지방의 어느 휴양지처럼 호젓하고 편안해보이는, 살아가기에 행복한 도시.


전 세계에서 부와 자원을 빨아들이는 것 치고는 아주 독특한 도시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한민국을 싸게 팝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수증기 없는 온천씬 17.12.26 509 3 15쪽
11 세상을 멸망시키는 방법 +2 17.12.25 444 5 17쪽
10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1 17.12.24 438 4 11쪽
9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2 17.12.23 607 4 15쪽
8 세계의 모습 17.12.22 426 5 17쪽
» 황연호가 모르는 사실 17.12.21 522 6 14쪽
6 유혹2 +2 17.12.20 493 8 16쪽
5 유혹 17.12.19 583 7 13쪽
4 빙결지옥 17.12.18 691 9 12쪽
3 조선제국과 대한민국 17.12.17 1,056 9 14쪽
2 시작 +3 17.12.16 1,383 8 12쪽
1 시작 +1 17.12.16 2,885 16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