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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부장
작품등록일 :
2017.12.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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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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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세상을 멸망시키는 방법

DUMMY

같은 시간, 점심도 못 먹고 마라톤 회의하느라 신경이 삐죽해진 정체불명의 악당들과 달리, -밥도 못먹고 일만 한다니 이러려고 권력자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식후에 세계정세 홍보실을 거치는 바람에 비릿한 이야기를 들어버린 황연호는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거리를 바라보는 것으로 기분을 풀었다.


아무리 호젓한 휴양지같다고 해도 번화가로 들어오면 이야기가 다르다. 바다 건너 미합중국의 대도시(분단된 휴전 국가지만 경제력이 대영제국을 능가한다. 조선 세계 일반인들이 많이 혼동하는 점.)만은 못해도 제법 높은 건물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그 건물마다 상점과 식당들이 1~2층을 채우고 있다. 느낌과 달리 영어로 된 간판도 흔하게 보인다. 전주 이씨의 활동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세계는 서구 문명이 주도하고 조선이 후발주자로 참여하였으며 전주 이씨가 비선실세로 지배하는 세계일지니. 결국 세계공용어는 영어, 기축통화는 파운드화, 빅토리아 시대는 끝나지 않는다. 룰 브리태-니아!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상점 안에뿐만 아니라 길가에까지 나와 호객을 하는 젊은이, 묵직한 상자를 실은 대차를 밀고 있는 중년 남성, 카페 비슷한 가게 안에서 서류를 들여다보며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여성들, 그리고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까지.


“생각한 것보다는 일하는 사람이 많네요.”


“응? ...아, 하사금 때문에? 그걸로는 간신히 먹고 사는 정도라니까.”


차 창문 너머로 흘러가는 거리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소년이 흘린 말에, 이진은 잠시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잠시 생각하는 정도만으로 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면 얼마나 집중하고 있어야 할까.


“너희들처럼 절실하지도 못하고.”


“네?”


“아냐, 아냐. 다음은 극장에 갈 건데, 마음의 준비는 됐니?”


“준비 하고 봐야 하는 거에요?”


“하도 졸려서 나는 끝까지 본 적이 없어.”


“이봐요 공주님.”


이진은 입 밖으로 흘러나왔던 감상을 간신히 주워담았다. 절실하다 못해 절망 직전인 한국인들이 들었으면 엎어버리고 싶을 감상이었지만 조선의 식자들에게는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다. 백성들이 너무나 느긋하다! 그나마 지난 세대까지는 하사금을 뒷배경 삼아 “다 날려먹어도 굶을 걱정은 없다”는 자신감을 지니고 실패를 두려워함 없이 과감하게 도전하여 대기업을 일궈내는 이들과 성과를 축적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최근의 젊은이들은 결혼도 안하고 그냥 적게 쓰며 즐겁게 노는 것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다.(그래서 한류가 동남아시아와 남미를 석권하고 북미와 유럽에 진출중이지만 고루한 유학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태평성대를 이룩한 것이 잘못된 일이었을까, 하는 기묘한 의문일지니. 태평성대를 이룩한 순간부터, 붕괴로 향하는 것밖에 남지 않은 것 아닐까?

참고로 결혼율은 낮은데 출산율은 넉넉한 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지만 앞뒤를 생각해보면 미혼자의 교섭과 출산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다는 뜻인지라 유학자들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다.


잠깐 고개를 되돌린 소년은 문득 도로변에 높이 솟아 있는 온도계 모양의 조형물을 발견했다.


“저 온도계는 뭐에요?”


“어느 거... 기부금 표시계네. 사람들이 기부한 액수를 통계 내서 세워 둔 거야. 지역별로 경쟁하거든.”


그렇다. 봉사단체 인간들도 만만찮게 악당이었다. ‘옆 마을 놈들보다 기부한 돈이 적다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어!’ 정도는 양반이고, 지역에 따라 총액, 일인당 평균, 소득당 평균 등 짜증날만한 수치를 들이댄다는 게 포인트. 인구 최대인 한성의 기부금이 지역별 최대인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 출연을 빼고 일인당으로 나누면 하위권이라 깨어 있는 백성들은 화가 난다. ‘이런 창피할 데가!’


한달에 150만원씩이나 주는데 (황연호의 머릿속에는 컬처쇼크 수준으로 틀어박혀 있습니다) 저런 게 필요한가 생각했던 소년은, 뒤이어 주로 해외에 기부한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이쪽 세계도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쪽은 비참하단다. 동남아 쪽에서는 이 나라로도 많이 일하러 오고, 국가적으로도 그쪽에 자본을 투자해서 공장이나 농장을 지어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고 들었다.


“그러고보니까 우리나라도 해외원조 좀 하는 것 같네요. 원조 받다가 원조 주게 된 유일한 나라라고 들은 적 있어요.”


황연호의 교과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처절하기까지 한 역사를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는 이진으로서도 감동할 수밖에 없는 대사였으니... 물론 황연호는 대한민국이 그 해외원조를 지렛대삼아 얼마나 피식민국가들을 착취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대한민국은 피식민 국가에서 21세기 식민열강의 말석으로 기어오른 유일한 국가이며, 말석은 말석이라고 해도 결국 식민열강인 것이다. 그 국력도, 행태도. 이런 사실과 관계없이, 호위들이 입다물고 있는 차 안에 도란도란 이야기가 감돌았다.


“있는 집 자식들은 직접 해외로 나가서 봉사활동 하는 게 큰 자랑거리란다. 나가서 사고치는 녀석들도 적지 않지만 말야.”


“사고요?”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말고, 가보를 훔쳐다 팔아서 봉사단체에 쏟아붓는 경우가 있거든.” “엑?” “벌써 기부해 버렸으면 환수도 못하니 난리가 나. 돈은 됐다쳐도 가보라도 되찾아야 하는데... 대부분 잘 찾아내는 거 보면 해외에 전문 장물 조직이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니까.”


“처음부터 돈을 훔쳐가면 서로 편하겠네요.”


심각한 듯했던 이야기가 웃음거리가 되자 분위기가 더욱 느슨해졌다. 그래서 이진은 황연호가 생각하는 그런 사고 치는 녀석들도 있고, ‘더 심각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개도국 무장단체에 끼어서 테러활동을 하는 놈들까지 있다는 사실을.


***


궁에 머무르는 전주 이씨의 여자 중 최연장자인데다 비공식이지만 개문사로서 주인이라 해야 할 이진이 자리를 비운 경복궁은 약간 분위기가 풀어져 있었다. 경복궁의 궁녀들 모두는 어린 시절부터 궁녀로서 살아와 가정과 본인의 충성심에 문제가 없는 소녀들이며,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었다. 장래마저도 전주 이씨 남정네들의 안주인으로 정해져 있기에 너무나 안정되고 풍요로운 인생이 준비되어 있는, 배신할 이유가 없기에 믿을 수 있는 소녀들이기도 했다. 이렇게 빈 시간이면 옹기종기 모여 과자를 폭풍흡입하면서 까르르 웃는 모습은 그야말로 평범한 소녀들. 최근의 흥미는 얼마 전 옹주 저하의 반려로서(이미 확정) 저하와 같은 별채를 쓰고 있는 남자분이다. 굴러온 돌이자 옹주 저하의 측근인 한시영 궁녀가 전담이라 근처에 가기는 어렵지만.


이 한시영이라는 여자는 조금 다르다.


이진과 비슷한 시기에 입궐하게 된 그녀는, 원래 미합중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재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돌고 돌아서 전주 이씨의 피를 꽤 진하게 이었다는, 본인도 몰랐던 사실이 밝혀져- ‘자의적으로’ 납치당하다시피 한 신세인 것이다. 함부로 경복궁에서 나갈 수도 없다. 별기군이 다른 궁녀들을 호위한다면, 그녀에게는 ‘감시’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


수백 권의 책이 가득한 방. 한시영에게 여기 끌려와서 그나마 좋은 점 하나는 공간이 넉넉하다는 것이었다. 책들 틈바구니에 끼여서 잠자야 했던 하숙 시절에 비하면 이진은 방을 여러 개 내 주어 입궐 조건으로 가져온 한시영의 책과 자료를 보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누운 채 손 뻗어 책을 가져올 수 없다는 게 의외로 불편하다.


한시영은 주인이 없는 틈을 타 문서 하나를 완성했다. 비전공자가 보기엔 암호나 다름없는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그것은, 별기군의 검열관 정도로는 내용을 이해하기조차 어렵다. 불행히도 발목에 묶어 보낼 비둘기가 없었으므로, 한시영은 큰 서류봉투에 넣은 그것을 자신의 ‘호위’인 별기군 장교에게 맡겨 내보냈다.


형광등이 비쳐 희게 빛나는 얇은 무테 안경 아래에서, 벌꿀과 향료를 섞은 입술연지를 가느다랗게 칠한 입술이 누군가를 비웃는 듯이 얇게 웃었다.


***

외전 - 세상을 멸망시키는 방법


SF는 조선에서 별로 인기가 없는 장르다. 그러니 과학기술이 바닥이지.


그래도 극소수의 마니아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라, 개중에서도 독특한 SF 창작집단 하나가 사실은 별기군에 의해 관리되는 싱크탱크였다. 그들은 주로 초능력이나 인간에게는 마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과학기술을 지닌 외계인의 침략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들면서, 그 일환으로 특정 지역을 연결한다는 이능을 어떻게 응용할까를 연구한다. 따라서 공식 보고서에 개문이라는 단어와 그것으로 어떻게 세계를 멸망시킬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올라가는 일은 없다.


현재의 전주 이씨 두뇌집단은 적절한 시기에 아주 작은 개문으로 세계 곳곳의 농지에 남극의 냉기를 흩뿌려 파종된 작물을 죽여버리는 응용법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은밀하게 잔혹하게 조선 자본의 지배는 보다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가고, 먹지 못하면 사람은 죽는다. 비루한 배급 식사를 받기 위해 스스로의 목에 개줄을 거는 인간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해외에 팔 게 농작물밖에 없는 농업국가인데도 서구 열강의 식민지 시기부터 상품작물 대량생산에 특화되어 있어 조선이 ‘팔아’주는 식량이 아니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없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둘째치고, 농사 다 망한 유럽이나 여전히 면화 농사에 집착하는 남부연합, 공업력이 전 유럽 합한 것과 맞먹는데도 남부연합과 대치하느라 해외에 개입할 수가 없는 미합중국 같은 선진국들마저도 (조선계 대농장을 빼면) 식량자급율이 10% 수준이기 때문에 처지는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8대 식량 대기업 카르텔이 유럽과 미합중국에 세금 내는 자국 기업인지라 힘으로 농장 압류하고 식량 보급하기도 글러먹었다. 정말로 식량 공급이 끊어져 폭동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반대로 그런 폭동 상황이라면 이미 현 정권이 붕괴했을 것이 뻔하므로 지배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이 식량 카르텔과 그것에 연동되어 동남아-아프리카 원자재를 사실상 쥐고 있는 것이 유럽과 합중국으로서는 불쾌하지만서도 전주 이씨도 바보가 아니므로 겉보기에는 백인이 지배하는 것 같은 세계경제에 슬쩍 발을 얹은 것 뿐이고, 게다가 각국의 정치후원금은 물론 식량 조절로 지지율 개입까지 해 주므로 그럭저럭 참을 만 하다. 이 미묘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오늘도 전주 이씨는 주전자가 끓을 만큼 고민한다.


그리고 소설집단 사이파이는 최근 제안된 창작 아이디어에 따라 어떻게 세계를 멸망시킬까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추가로 가능한 한 문명과 환경은 유지해 달라는 조건이 있어 더욱 어렵다. 그래야 나중에 가서 주워오지. 이것은 살인강도인가, 혹은 도굴인가.


“이 조건을 맞추려면 태양 플레어를 폭발시켜 감마선 샤워로 모든 생물을 소독해 버리는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엔 그럴 능력은 없네... 개문 능력 한정이야.”


“뭐, 간단하게 브레인스토밍 해볼까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냉해법으로도 인류 멸망은 가능하다. 조선 세계에서 하는 것처럼 주의깊게 찔끔찔끔, 한 방울씩 화학용액을 섞듯이 주의하는 것이 아니라 막무가내로 열어서 몽땅 얼려버리면 된다. 굶겨 죽이는 게 아니다. 지구 전체의 한 해 농사가 망하면 굶어죽기 전에 경제가 붕괴해버리는데, 한국 세계는 조선 세계 이상으로, 실물의 수십 배의 금융자금이 홍수 수준으로 범람하고 있는 고도금융사회이기에 그것을 지탱하는 실물이 일순간에 증발해버리면 상상 이상의 충격이 발생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네덜란드 튤립 버블, ‘튤립 구근을 살 권리를 살 권리를 살 권리’를 사고팔고 반복하다가 부풀어오른 거품이 펑 터지면서 참사가 벌어진 것과 비슷한 사건이 ‘한 해 농사 전부’로 터지는 것이다. 일단 매년 봄에 농업 카르텔로부터 종자와 비료를 빚내어 구입해 수확한 뒤 갚는다는 전제로 일하는 소규모 농민들이 파산하고 ‘언제까지 이만큼의 작물을 주겠다’라는 농업기업과 거래하는 선물시장이 몽땅 붕괴하고 그 여파로 농업 카르텔 자체가 휘청거리며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파장이 이어지고, 금융기관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방에서 자금을 끌어모은다. 대한민국과 조선제국은 1998년에 비슷한 사례를 아주 소규모로 목격한 바 있다. 대한민국 스스로에서, 남부연합에 의도적으로.


“...이거 거의 확실하게 대전쟁인데...” “문명... 붕괴하겠죠...”


통칭 IMF 사태를 전 지구적으로 확대한 충격 한 방에 ‘내년도 식량이 없다’가 겹치면 거의 확실하게 대전쟁이 일어난다. 이들이 모르는 정보를 추가하자면 핵전쟁이다.


이래서는 남은 잔해에서 뭔가 건져오기 비효율적다. 특히 제일 중요한 핵무기가 대량으로 소진되니까 일단 이 방법은 미뤄두고, 그 다음은 이상기후법이 있다. 냉해법과 유사하지만 농사 망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과감하게 지구의 열교환을 교란시켜 전 지구적인 대폭풍, 홍수, 가뭄, 폭우를 일으키는 것. 사실 이것은 개문이 외부에 노출되고 정치적 대응에 실패해 전 세계가 조선을 죽이려고 들 때 쓸 자폭기였다. 국책으로 7년치 식량을 비축하는 조선은 이런 상황에서도 타국들에 비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물론 조선이 존재하지 않는 다른 세계에 사용한다면 아무 문제도 없다. 한때는 이를 이용해 기후를 조종하는 연구도 시도되었지만 도저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위험을 감수하고 실험을 할 수도 없었기에 포기 상태인데, 토론하던 누군가가 그 사실을 떠올렸다.


“가만, 그럼 저쪽에서 기상조절 실전실험이 가능한 거네?”


...뭐랄까 인류멸망은 덤이고 과학실험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현재의 냉해법은 흉작을 만들 수는 있지만 풍작은 만들 수 없는걸.


그건 넘어가더라도, 상부에서 바라는 것 보다는 문명이 파괴되지만 잘 방호되고 있을 핵심 문명지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이후 비축된 식량을 들고 진입하여 구세주 놀이를 하면 인류를 완전히 말살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학문과 기술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니면 각지의 지각 열점, 즉 화산에 구멍을 뚫어 터지기 직전의 풍선을 바늘로 쿡 하는 것처럼 대폭발을 일으킨다. 일본열도에서 워낙 지진이 잦았던지라 이 방법으로 김을 빼서 화산 활동이나 지진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법을 연구했었는데, 오히려 ‘풍선에 쿡’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와 포기했던 건이다. 그리하여 이번 목적에 관련하여 단순히 화산재를 왕창 뽑아내 소빙하기를 유도하는 선부터 주요 지역을 확실하게 파괴하는 것까지 다양한 타격지점이 정리되었다. 다만 역시나 문명이 파괴된다. 아깝다.


인정되지 않은 방법으로는 대기권외에 개문하여 지구의 공기를 몽땅 우주로 배출해버리는 건이 있긴 한데, 이러면 완전 밀폐 및 산소 재활용하는 쉘터 안의 생물 이외에는 최단시간에 (기근으로는 몇 년, 이상기후로도 몇 달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 확실하게 전멸하지만 날려버린 공기를 회수할 수 없으므로 남은 땅을 재활용할 수가 없고 산소통 들고 자원채굴하는 것도 못할 짓이다. 따라서 이 방안은 최악의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한다.


“저기요, 방법이 있습니다! 세계 하나만 갖고 고민하지 말고, A 지구에서 공기를 빼 멸종시킨 다음 B, C, D, E 등 여러 개 지구에서 공기를 나눠서 산소 분압을 맞춰주면 됩니다! 물론 우리 세계는 빼고요!”


“...이곳과 그곳 말고도 다른 데가 있을 거라는 예측인거냐?”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 하지만 둘이 있는데 셋이 없으란 법은 없습니다.”


“만약 있다고 치면, 중간에 산소 농도가 높은 시기인 지구가 있으면 비교적 편하겠네요.”


“물론 그 산소 농도가 높은 원시지구는 대멸종이 일어나는 거네?”


“이제와서 뭘 새삼스럽게.”


세상은 실로 연약하다. 세상의 틀을 찢는 능력을 지닌 존재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자신들의 계획이 실행되면 60억 명이 죽는다는 사실에 조금도 의문을 느끼지 않는 것은 숫자가 너무 크기 때문일까, 혹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일까. 인간은 모두 깨우치고 배워 군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인간이 아닌 오랑캐에게는 딱히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국가를 비롯한 조직 또는 인명, 사건 등은 모두 상상에 기반한 것이며, 현실에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두 우연에 의한 것입니다.

* 댓글과 감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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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의는 춤춘다. 핵폭탄을 들고. +2 17.12.23 607 4 15쪽
8 세계의 모습 17.12.22 427 5 17쪽
7 황연호가 모르는 사실 17.12.21 522 6 14쪽
6 유혹2 +2 17.12.20 493 8 16쪽
5 유혹 17.12.19 583 7 13쪽
4 빙결지옥 17.12.18 691 9 12쪽
3 조선제국과 대한민국 17.12.17 1,056 9 14쪽
2 시작 +3 17.12.16 1,384 8 12쪽
1 시작 +1 17.12.16 2,886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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