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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베이비시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2.03.09 22:30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880
추천수 :
218
글자수 :
113,683

작성
22.04.22 23:55
조회
202
추천
7
글자
9쪽

#017 게이트

DUMMY

“······.”


“······.”


모두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본다. 박수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김인호의 움직임. 도저히 같은 E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직업군이 힐러라지만, 움직임조차 따라갈 수 없다니.


‘진짜 A등급인가······.’


입이 자연히 벌어질 만큼 놀랐다. 아마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 건 따로 있었다.


F급 각성자 김유현.


-깡!


그는 검조차 뽑지 않고, 오로지 검집만으로 괴물 같은 김인호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뿌연 돌풍이 불 정도로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음에도, 그의 자세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이윽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커헉!”


김인호가 돌연성을 냄과 동시에, 그의 목덜미 위로 검집이 힘차게 내리꽂혔다.


-퍽!


김인호의 몸이 바닥에 거꾸로 처박힌다. 작게 만들어진 크레이터 위로, 희뿌연 돌먼지가 뭉클하게 피어오른다.


뒤이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김유현은 가볍게 툭툭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는, 검집을 허리춤에 쑤셔넣었다. 그가 천천히 눈을 굴리며 사방을 훑는다.


마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지친 기색도, 피곤한 기색도 없이 평온해 보였다.


“···끝났습니다. 죽은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마 곧 깨어날 겁니다.”


“와······.”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누군가의 한마디가 불쑥 튀어나왔다.


“대박!”


“F급 맞아요?”


동시에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한 명은 붉은색과 황금색이 아우러진 갑옷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흑발의 미인 검사였다.


박수진은 천천히 손을 거둔다. 아직도 멍하니 김유현을 보고 있다. 여차하면 힐을 하기 위해 내뻗었던 손이 무안해질 만큼.


‘대단해······.’


대단했다. 박수진의 시선이 김유현에게서 떨어지질 않는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행들과 동떨어져 있길래, 같은 파티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걸었다.


잠깐 대화를 나눴지만 말투도 부드럽고, 분위기도 흐르는 물처럼 굉장히 유했다. 그만큼 여유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친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팀을 하자는 말을 해버렸다.


도중에 갑자기 김인호가 끼어드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지만······.


아직 기회는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멀찍이 쳐다보고만 있다.



* * *



버스 기사가 없어도 게이트 공략은 가능했다. 그러기 위해 모집한 파티였으니까.


직업군도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이대로 가도 아무 문제 없을 거다.


다만 버스 기사가 있으면 손 안 대고 편히 갈 수 있는 데다가, 이미 지급한 선입금이 아쉬운 거지.


길게 고심하다가, 몸을 일으킨 사준환을 쳐다본다. 결국 결정을 내렸나보다.


“일단 멀리서 온 분도 계시고 하니까,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들어가기로.


“공략 숙지하신 분들은 다시 한 번 더 숙지하시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최대한 대열에서 이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김인호씨는······.”


김인호. 뒤통수를 맞고 기절했던 그는 반쯤 상반신을 일으킨 채, 멍하니 바닥을 응시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김유현씨?”


“······.”


갑작스러운 부름에 김인호를 보던 눈이 다시 사준환에게로 간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니.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김인호는 분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파티의 규칙을 위반했으니까.


김인호에게서 눈을 거두지 않고.


“파티 규칙을 위반했으니, 내보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답했다.


내 말을 듣자마자 김인호가 벌떡 몸을 일으킨다. 또 싸움이 나는 줄 알고 주변에서 헛숨을 들이켰다.


리더인 사준환은 미간은 와락 찡그렸고. 일부는 무기를 움켜쥐었다.


긴장의 끈이 다시 팽팽하게 당겨진다.


“······.”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김인호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누군가 고개를 꺾으며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 사람 참.”


“좀만 붙임성이 좋았어도.”


나는 멀어지는 김인호의 등을 끝까지 응시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자는 사준환의 말에 파티원들이 게이트로 걸어가고 있다.


먹튀범 버스 기사와 김인호를 제외하고, 이제 남은 파티원은 즉석에서 충원된 인원까지 해서 총 열 두 명.


게이트를 나왔을 땐 아마 지금보다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게이트란 그런 곳이다. 비교적 루트가 짧은 던전과 다르게 루트가 다양하고 위험한 곳.


한 명이 시퍼렇게 옴죽대는 게이트의 입 안에 빨려들어간 순간, 나도 걸음을 뗐다.



* * *



게이트 안에 손을 넣는다. 시원하고 청량한 기운이 내 손을 감싼다. 마치 새파란 구름 안에 손을 넣는 것 같다. 천천히 몸을 들이밀고 감겼던 눈을 뜨면.


[Tip! 필드 보스를 처치하면 막대한 양의 금은보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짤막한 팁과 함께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눈을 천천히 슴벅인다.


싱그러운 녹빛으로 가득 물든 대지. 거인처럼 우뚝 솟아 제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나무들. 머리 위에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널따란 창공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지구와 다른 점들을 꼽자면, 대낮인데도 거대하고 붉은 달이 가까이 보인다는 거.


연이어 주르륵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게이트 탈출 조건. 특정 시간동안 생존하거나, 메인 퀘스트 혹은 돌발 퀘스트를 모두 완료했을 때 게이트 탈출이 가능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1 몰려오는 회색 늑대들을 사냥하세요.]


메인 퀘스트는 가장 안전한 길이다. 나머지 둘은 난이도가 높고.


그래서 대부분의 파티들은 메인 퀘스트를 미는 편이다. 잘 아는 버스 기사는 아예 다른 길로 가겠지만.


저 멀리 회색 늑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뒤이어 딛고 선 대지가 미세히 요동친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대열을 갖추세요!”


사준환이 목청껏 소리를 내질렀다.


그의 말에 근접 각성자들은 앞으로, 원거리 각성자들은 뒤로 빠졌다.


눈을 데륵 굴린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파티라, 대열이 영 밍밍하다. 그래도 나름의 구실은 하고 있다.


파티의 유일한 힐러인 박수진은······. 나와 눈이 마주쳤다가, 바로 시선을 돌린다.


많이 긴장한 모양이다. 곱고 새하얀 손을 자꾸만 쥐락펴락하고 있다.


그렇겠지. 아무리 보조 직업군인 뭉크가 있다곤 해도, 혼자서 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신경써야 하니까.


그나저나 어째 흔들림이 심상찮은데.


“근데 이거, 원래 몇 마리가 뜬다고 했죠?”


누가 내 의문을 대신했다.


“보통 스무 마리인가 그럴 걸요.”


“···이게?”


당혹스러운 눈빛들이 스친다. 그순간에도 땅울림은 지속되고 있다.


사준환은 말없이 대형 방패를 내민 채 전방을 주시하고 있고.


이윽고 회색 늑대 한 마리가 주둥이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덩치는 우리가 흔히 아는 늑대보다 조금 더 크다. 잔뜩 굶주렸는지 두 눈빛은 흉흉하게 빛났다.


“원거리 격수, 준비!”


이윽고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회색 늑대들. 처음 열 마리를 봤을 때는 괜찮다 생각했다. 아직 그들과의 거리도 머니까.


“···뭐, 뭐야?”


하지만 뒤이어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노도처럼 달려오는 것들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


막 지시를 내리려던 사준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무 마리?


아니다.


족히 백은 넘는다. 백이 넘는 회색 늑대들이 싱그러운 대지를 모조리 갈아버리며, 성난 황소처럼 돌진하고 있었다.


“어, 허허······.”


“미친, 씨발.”


게이트란 이런 거다. 언제든 예기치 못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던전보다 더 악랄하고, 더 잔인한 위협 말이다. 마치 신이 장난질을 하는 것 같았다.


가볍게 심호흡을 한다.


이런 느낌은 무척 오랜만이다.


잊었던 옛날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더군다나 그때도 지금처럼 검을 찼었다.


물론 내용물은 엄청 다르지만.


회색 늑대들을 향해 저벅저벅 나아간다. 파티원들과는 여기서 헤어지려고 한다.


“기, 김유현씨?”


“어?”


“어디 가세요?”


“지금 무슨 짓을······.”


내 목적은 이들과 게이트를 탈출하는 게 아니고, 어디 구석진 곳에 숨었을 특별한 NPC들을 찾는 거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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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산적 +1 22.05.02 70 6 10쪽
23 #023 마을 부흥 22.04.30 88 6 8쪽
22 #022 정착민 마을 +2 22.04.29 95 4 11쪽
21 #021 팀 플레이 22.04.27 116 4 12쪽
20 #020 박수진-2 22.04.25 134 4 8쪽
19 #019 박수진 22.04.24 166 4 10쪽
18 #018 회색 늑대 22.04.23 188 5 9쪽
» #017 게이트 +1 22.04.22 203 7 9쪽
16 #016 김인호 +1 22.04.21 217 5 13쪽
15 #015 금토끼 파티 22.04.13 246 6 11쪽
14 #014 게이트 22.04.10 283 8 10쪽
13 #013 일상, 차수연 22.04.04 305 9 14쪽
12 #012 변화-2 +1 22.03.31 312 9 14쪽
11 #011 변화 +2 22.03.23 335 10 12쪽
10 #010 백귀야행 22.03.21 354 11 13쪽
9 #009 황혼 22.03.19 384 11 10쪽
8 #008 던전의 주인 22.03.17 415 10 11쪽
7 #007 구원은 없다. +1 22.03.16 407 11 9쪽
6 #006 파티 맞나요 22.03.15 425 9 10쪽
5 #005 가오가 있지 22.03.14 481 12 9쪽
4 #004 플렉스 22.03.12 520 14 12쪽
3 #003 각성자 협회 22.03.11 612 15 11쪽
2 #002 목소리가 작다! +1 22.03.10 688 17 12쪽
1 #001 프롤로그 22.03.09 837 2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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