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베이비시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2.03.09 22:30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887
추천수 :
218
글자수 :
113,683

작성
22.03.23 12:34
조회
335
추천
10
글자
12쪽

#011 변화

DUMMY

그건 괴물들의 싸움이었다. 도저히 인간이라 보기 힘들 정도로 근육을 한계까지 부풀린 괴물과, 죽어도 되살아나는 괴물들의 싸움.


전 세계가 전율했다. 또한 첫 각성자 간의 대규모 전쟁이기도 했다.


다각도에서 촬영된 그들의 영상들이 여러 영상 플랫폼에서 시청 순위 최상단을 차지했다.


스트리밍 플랫폼도 예외는 아니었다. BJ, 스트리머들이 쉬지 않고 이 떡밥을 물고 늘어졌다.


뜨거운 이슈는 곧바로 시청자 수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오르는 시청자 수를 보면서, 스트리머 배만튀는 손짓과 함께 격양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거 대체 뭡니까? 이 정도면 국가에서 가둬놓고 철두철미하게 감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거의 뭐,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 급이잖아요. 이게 말이 돼? 안 그래요, 님들?”


-ㄹㅇ

-국가에서 감시해야 함.

-무조건임.

-이건 진짜 말도 안 됨.

-보면서 나도 계속 안 믿김. 이게 현실인가;

-각성자가 그냥 힘만 졸라 세고, 달리기나 빨리할 줄 아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다시 봤음;


“그것도 그건데, 살인을 저지른 건요? 영상 끝부분에 보니까 선량한 사람이 죽었잖아요. 중범죄를 저질렀으니 당장 잡아다 깜빵에 처넣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나라 지금 뭐 하는 거죠?”


-옳소!

-당장 깜빵에 처넣어야지;

-청원 드가자!

-드가자잇!

-무슨 긴급 대책 본부니 뭐니 해도 정치인들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 하던데. 우리 손으로 처넣어야 함.

-······.


대부분 스트리머 발언에 옹호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근데 얘들은 사람이 아님. 막말로 고양이가 같은 고양이를 죽였음. 그럼 고양이한테도 살인죄가 적용되나?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어. 고양이가 인간이냐?

-내 말은 각성자 외에 다른 민간인 피해가 없었으니 살인죄 같은 건······.


반대하던 시청자 말대로, 어떻게 된 일인지 각성자 외에 다른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


그 엄청난 소란이 있었음에도, 인명 피해가 일절 없다는 건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누군가 분석 글을 남겼다. 의도적으로 컨트롤했을 것이라고, 빌딩을 아예 통째로 삼킨 것도 아마 인명 피해를 의식한 게 분명하다고 했다.


댓글엔 역시 이안은 정말 대단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물론 그가 어디 사는 누구냐고, 얼굴은 어떤지 등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남기는 댓글도 많았다.


“각성자 외에 다른 민간인 피해가 없었으니, 살인죄를 적용할 필요 없다? 아니, 선량한 사람이 죽었잖아요. 저것들이 한 명을 다굴빵치는데······.”


-다른 영상 보셈. 선량한 사람은 절대 아님;

-그거 다른 영상 보면 됨. 걔가 사냥개라는 이름의 길드 마스터임. 근데 악행을 엄청 저질렀더라. 괜히 길드 이름이 사냥개가 아니었음.

-걔 밑에 애들도 진짜 장난 아님. 잘못이 없는 애들은 뺐다고 하던데, 그래도 사람새끼들인가 싶었음.

-사실 뭐 악마가 악마한테 죽은 거라..우리가 왈가왈부할 필요 있나 싶던데.


“아 그래요?”


스트리머는 곧바로 다른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안이 등장한 영상의 조회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상이 하나 더 있었다.


‘흠.’


그야말로 기묘한 타이밍이었다. 괴물들이 싸우는 영상만 나왔다면 이안은 갖은 욕이란 욕은 다 먹었을 것이다. 같은 각성자를 죽인 살인마라고.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영상으로 인해, 오히려 이안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냄새가 난다.’


냄새가 났다. 마치 치마폭을 둘러 의도적으로 감싸주는 듯한 수상한 냄새가.


‘어디 보자······.’


스트리머는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두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홀리 퍽. 왓 더······.”


머리를 틀어 올렸다가, 입을 틀어막았다가. 스트리머는 아주 그냥 지랄발광을 떨었다.


-ㅋㅋ 이분 뭐 함 ㅋㅋ

-왜 이럼?

-충격 제대로 받았나 본데?

-영상 봄?


“아니, 잠깐만.”


의자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스트리머는 잠깐 눈을 굴렸다. 그리고 한쪽 손을 허리에 짚고, 다른 손으로 카메라에 손가락질했다.


“야, 그 뭐지. 국가에서 감시해야 한다고 하던 새끼들 다 나와. 이안 깜빵에 넣으라고 청원하자는 새끼들 당장 튀어나와!”


-?

-난데

-나도 그랬는데;

-청원 드가자잇!

-근데 님이 먼저 말 해놓


[‘hasml184’님이 영구 추방당했습니다.]


“죽어 이씨! 너희들 오늘부로 영구 밴이다, 이 새끼들아! 앞으로 내 채널에 발도 들이지 마. 알았어? 이안님이 오늘부로 우리나라의 희망이여!”


[‘askskskgg’님이 영구 추방당했습니다.]


[‘wnsi1256’님이 영구 추방당했습니다.]


[‘hasasin’님이 영구 추방당했습니다.]


-억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ㅋ

-태세 전환 우디르급 ㅋㅋㅋㅋ

-뭐임 ㅋㅋㅋㅋ

-개웃겨 ㅋㅋ


비슷한 일들이 여러 채널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안 덕분에 각성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 * *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4인조 초대형 걸그룹 로즈샤벳.


그녀들은 여러모로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제,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종로구 일대 사건 때문에 모든 스케줄이 전면 취소됐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있었다. 생중계가 중단되고, 강제로 보디가드들에게 붙잡혀 종로구를 벗어나야만 했다.


매니저 오빠는 당분간은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고 했다. 정신적인 충격도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이 스케줄도 전부 미루자고 했고.


‘괜찮은데.’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로즈샤벳의 리더 아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축축한 머리를 말렸다.


그녀는 지금 헐렁한 하얀 나시티, 검은 반바지. 딱 여느 집 여자들처럼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하, 그래도 간만의 휴가라니. 달달하다.’


비록 당분간 팬들은 못 보게 됐지만, 잠을 못 자서 초췌한 모습으로 만나는 것보단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인사드리면 된다고, 아영은 생각했다.


‘그나저나 누가 TV를 안 끄고 잤나?’


밤에 몰래 음향도 줄이고 본 건지, 소리가 개미처럼 작게 들렸다. 긴박한 음성으로 보아 뉴스인 것 같은데.


머리를 다 말린 아영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거실로 갔다.


벽에 걸린 TV에는 어제 있었던 종로구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었다.


‘진짜 난리구나, 난리.’


지금은 실시간 검색어가 사라졌지만, 예전이었으면 분명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을 거다.


그만큼 엄청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하얀색 고양이 마스크를 쓴 이안이라는 남자가.


‘누굴까?’


아영도 내심 엄청 궁금했다. 그가 누구인지. 하지만 어제 밤을 지새워가며 온갖 커뮤니티를 돌아다녀도, 그가 누군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소문만 무성했다. 자신처럼 궁금한 사람이 많았는지, 기존에 올려진 그의 영상들도 덩달아 조회수가 급증했다.


‘그래도 재밌었어. 신기했고.’


그의 유별난 과거 행적들을 계속 읽고, 영상도 계속 봤다. 재밌고, 신기해서.


사실 아영은 처음 각성자가 나타났을 때만 해도 그들이 두렵고, 무서웠다.


하지만 이후로 별다른 일도 없었고, 아무리 각성자가 됐어도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에 안심했다.


‘심지어 이분은 랭킹 1위잖아.’


그의 유별난 행적 중,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행적이 하나 존재했다. 악명이 높은 랭킹 2위 길드 더티워리어스를 그가 직접 주도해서 무너뜨렸다더라.


대단했다.


이번에 엮인 사냥개 길드도 더티워리어스가 전신이라던데. 솔직히 통쾌했다. 인간이 아닌 자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악행이었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아영은 그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소파에 앉아 지그시 창문 너머를 바라본다. 해가 점점 떠오르고 있다.


햇살이 구렁이 담 넘듯 창틀 너머로 기어들어 와, 사방을 따스하게 물들였다.


문득 연습생 시절 생각이 난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어울렸다. 성공할 때까지 수많은 땀을 흘리고, 노력했다.


때로는 부상을 당해 억울해서 엉엉 운 적도 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한 결과,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근데 랭킹 1위니까, 내가 상상도 못할 노력을 했겠지?’


슬며시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동경 혹은 선망에 가까운 감정. 괜스레 더 궁금해진다. 어떤 사람인지.


그때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아영은 빼꼼 고개를 옆으로 뺐다.


“어, 레이첼. 잘 잤어?”


레이첼. 로즈샤벳의 막내이자,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룹 내 인기도 원탑이었다. 귀엽고 섹시한 분위기가 공존해서, 좋아하는 팬들이 많았다.


“우응······.”


핑크색 잠옷 차림의 그녀가 눈을 비비며 나타났다. 아영은 귀여운 그녀의 행동에 배시시 웃었다.


잠을 못 잔 모양이다. 평소라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네, 하고 대답했을 텐데.


“못 잤어?”


“네······. 아, 티비.”


반쯤 부은 눈으로 레이첼이 뒷머리를 긁적인다. 일련의 사소한 행동마저도 귀엽다.


“켜져 있던데. 왜?”


“못 끄고 잤어요. 죄송해요.”


“에이, 죄송할 것까지야······. 그럼 밤새 이거 본 거야?”


“······.”


레이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 순간 아영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쟤가 몰입할 정도면 위험한데.’


레이첼은 한 번 몰입하면 무섭게 몰입하는 타입이었다. 춤에서도, 평상시도 그랬다. 갖고 싶은 건 무조건 가져야만 성에 차는 아이 같은 성향도 있다.


‘그래도 뭔 일이 있겠어.’


그래도 뭔 일이 있겠나 싶었다.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리더인 자신이 따끔히 말해주면 된다.


* * *


“궈, 권오성 의원님! 계십니까!”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요란스레 날아든다.


‘음?’


권오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 나 있다. 왜?”


“실례하겠습니다!”


-쾅!


문이 뜯겨 나갈 기세로 열린다.


자신의 비서, 허봉준이었다. 그를 보고 살풋 눈살을 구긴다. 평소에는 말끔하게 입고, 품행도 단정하더니.


오늘은 급하게 온 건지 머리도 거의 까치집에, 옷 상태도 말이 아니다.


“의, 의원님!”


“봉준아. 길거리에서 자다 왔느냐?”


“그게 아니라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나, 나타났습니다!”


“뭐가?”


“이안이, 이안이 나타났다고요! 미친 대박. 어떻게 이런 일이.”


권오성은 지그시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꾹꾹 주무른다. 이미 다 알고 있던 소식이었다.


“봉준아, 행색이 아주 남루하구나.”


“헉······! 죄송합니다.”


허봉준은 슬며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아무리 늙다리인 나라도 그건 다 안다. 인터넷, 티비만 켜면 전부 다 그 소리만 하거든.”


“그래도 보셨죠? 저희가 주시하던 사냥개 길드를 아주 그냥, 한방에 폭삭 무너뜨린 거. 아유, 의원님 보던 제가 다 속이 시원했습니다. 몇 년 쌓인 체증이 한꺼번에 다 소화되던 기분이었다니까요.”


권오성 의원실은 세상이 관심 없던 각성자들의 부정부패에 집중했다. 몇 차례 법률안 발의를 요청한 적도 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은 탓인지, 주변의 협력을 끌어낼 수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의원들은 왜 그딴 시시한 일에 집중하냐며 비웃기까지 했다.


그러나 권오성은 끝까지 태도를 고수했다. 세간에 알리기 부끄럽지만 그 자신도 각성자였고, 연합군에 참전한 적도 있었다. 비서인 허봉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악행을 누구보다 잘 알았으며, 이안이 나타나 주길 절실히 바랬던 사람이기도 했다.


중후한 중년인의 입가에 미미한 웃음이 피어난다.


“나도 그래. 세상이 우릴 버린 건 아니었구나.”


“의원님 그럼, 저희가 여태 모은 자료들 전부 넘길까요? 이참에 아예 일망타진하게······.”


권오성은 눈살을 좁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 그는 우리의 개가 아니야. 그는 이런 시기에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우리는 계속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휴대폰이 계속 울리고 있다. 슬며시 주머니에서 꺼내 본다. 자신을 무시했던 의원이었다.


“세상이 발맞춰 변하려는 것 같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겜의 베이비시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 #024 산적 +1 22.05.02 70 6 10쪽
23 #023 마을 부흥 22.04.30 88 6 8쪽
22 #022 정착민 마을 +2 22.04.29 95 4 11쪽
21 #021 팀 플레이 22.04.27 116 4 12쪽
20 #020 박수진-2 22.04.25 134 4 8쪽
19 #019 박수진 22.04.24 166 4 10쪽
18 #018 회색 늑대 22.04.23 188 5 9쪽
17 #017 게이트 +1 22.04.22 203 7 9쪽
16 #016 김인호 +1 22.04.21 219 5 13쪽
15 #015 금토끼 파티 22.04.13 246 6 11쪽
14 #014 게이트 22.04.10 283 8 10쪽
13 #013 일상, 차수연 22.04.04 305 9 14쪽
12 #012 변화-2 +1 22.03.31 312 9 14쪽
» #011 변화 +2 22.03.23 336 10 12쪽
10 #010 백귀야행 22.03.21 355 11 13쪽
9 #009 황혼 22.03.19 384 11 10쪽
8 #008 던전의 주인 22.03.17 415 10 11쪽
7 #007 구원은 없다. +1 22.03.16 407 11 9쪽
6 #006 파티 맞나요 22.03.15 425 9 10쪽
5 #005 가오가 있지 22.03.14 481 12 9쪽
4 #004 플렉스 22.03.12 521 14 12쪽
3 #003 각성자 협회 22.03.11 612 15 11쪽
2 #002 목소리가 작다! +1 22.03.10 688 17 12쪽
1 #001 프롤로그 22.03.09 839 2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