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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님의 서재입니다.

망겜의 베이비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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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작품등록일 :
2022.03.09 22:30
최근연재일 :
2022.05.02 23:53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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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1
추천수 :
218
글자수 :
113,683

작성
22.04.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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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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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016 김인호

DUMMY

상황이 더 나빠질 기미가 안 보이니까, 사준환은 오다가 다시 도로 돌아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가 돌아간다.


팔짱을 낀 채 시큰둥하게 듣는 박수진과 그녀에게 뭐라 말하는 김인호가 보인다.


그들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질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처음에는 겁주듯 소리를 지르더니, 박수진이 아예 입을 꾹 다물고 대답도 안 하니까 오히려 역으로 쩔쩔매고 있다.


일부는 키득키득 웃었다. 내 근처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살을 살풋 구기곤, 나를 바라본다.


“괜찮으세요?”


괜찮냐니. 무슨 의미인가 싶어, 눈을 데륵 굴린다. 그러다 김인호의 발언에 황당해하던 사람들이라는 걸 눈치챈다.


“네, 뭐······.”


딱히 신경 안 쓴다며 어깨를 으쓱인다.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죠?”


얼굴이 동글동글하며 귀여운 여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등에 달린 뭉툭한 메이스를 보니 뭉크인 듯했다. 갑옷은 전체적으로 황금색과 붉은색이 감돌고 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저런 애들이 요즘 한둘인가. 안 그래요?”


다른 쪽은 흑발을 허리 뒤로 길게 늘어뜨린 미인이다. 허리춤에 찬 검을 보니 검만 쓰는 검사다. 갑옷은 묵빛이 흐른다. 그녀가 나를 보며 말했는데.


“그렇죠. 저런 애들이 진짜 한둘이 아니에요. 에휴, 여미새 새끼들.”


나 대신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남성 마법사가 대답했다.


그는 흑발 미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지, 대담하게 언성을 높이더라.


애 다 듣겠다.


아, 목소리가 컸으니 들었겠네.


“······.”


나는 말없이 느릿하게 눈알을 굴렸다. 어쩐지 얼굴이 따갑더라니.


김인호가 또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살기를 잔뜩 머금은 눈으로.


내가 어지간히도 미운 모양이다. 신기해서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쳐다본다.


그가 대놓고 저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의 어깨를 짚었을 때 느껴지던 마나량. 그건 도저히 E급이라 보기 힘들었다.


그도 나처럼 등급을 속인 각성자였다. D, C, B······. 아마 A급은 될 거다.


단순 마나량이나 무력으로 봤을 때, 이곳에 있는 각성자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상대가 안 된다. 그만큼 강하다. A급 각성자라는 건.


그걸 어떻게 속인 건가 싶었는데, 몸 여기저기서 드문드문 보이던 암기나 빛을 받아 번뜩이던 단검들을 보고 알았다.


직업은 암살자고, A급 각성자니까 최소 다음 단계인 시프로 전직했으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암살자 계통에서 잘 발현되는 특성, 눈속임을 보유 중임이 분명했다.


그래서 속일 수 있었다. 협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몇 번 재미도 보고, 누구도 자신을 건드리질 못하니 세상이 다 우습게 보이겠지.


박수진은 더 이상 못 버티고 파티 리더인 사준환에게 간 것 같은데.


그녀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애가 안 따라가고 뭐 하나 싶었다.


김인호는 끝까지 나만 진득하게 노려보다가, 박수진이 점점 멀어지자 그제야 슬금슬금 몸을 움직인다.


이윽고 그가 몸을 완전히 돌려 달아난다.


주변이 웅성거렸다.


김인호는 어느새 파티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었다.


“허, 방금 그 눈빛 보셨어요?”


첫 말의 포문은 뭉크가 열었다.


“거의 죽일 것 같던데······.”


흑발의 미인 검사가 말꼬를 흐린다. 욕은 했지만 내심 김인호가 두려운 모양이다.


“···뭐, 설마 같은 각성자인데 죽이기까지 할까요. 더군다나 이렇게 사람도 많은데.”


뿔테 안경의 마법사는 애써 의연한 척을 한다.


“그리고 저 사람은 A급이나 B급처럼 등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고작 E급이에요. 해코지당하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척, 뿔테 안경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안심하라는 듯 미소를 짓는다.


“만약 공격하는 것 같으면 제가 이 손으로 박살 내 주겠습니다.”


덤으로 손바닥 위에 불꽃을 피우기까지 한다.


“······.”


내 망막에 작은 불꽃이 맺힌다. 걱정한 적은 없는데, 의도나 목적이 너무 투명하게 보여서 자연히 침묵하게 된다.


아니, 이미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 흑발 미인에게 환심을 사려는 목적 말이다.


“우와, 멋진 분이시네요.”


그녀의 칭찬을 듣자 남자는 쑥쓰러운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하하, 제가 좀 멋지긴 합니다. 혹시 성함이?”


“저는······.”


여기에 질세라 뭉크가 끼어들고. 남자는 기다렸다는 듯 격하게 반응하고.


나는 도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묵묵히 그들을 바라본다. 내가 봤을 때 이 남자나, 저 망나니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어떻게든 한번 하고 싶어서 노골적으로 구속도 하고, 내게 묻는 말을 가로채고.


무슨 동물의 왕국인 줄 알았다.



* * *



보통 돈쩔은 버스 기사에게 먼저 선입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뢰도가 높은 버스 기사인 경우 100%의 선입금을 받고, 경력이 그저 그런 버스 기사는 선입금으로 50% 후불로 50%를 받았다.


처음에는 그 방식이 괜찮았다. 버스 기사는 버스 기사대로 돈을 벌고, 승객은 승객대로 레벨업이나 갖가지 이득을 봤으니까.


한마디로 서로 윈윈이 가능했다. 동시에 쩔이라는 것이 하나의 유저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금액의 규모가 커지고,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사건 사고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개중 대부분이 먹튀였다.


악질 버스 기사들은 게이트에 진입하기도 전에, 선입금으로 받은 돈만 날름 먹고 잠적했다.


높은 신뢰도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그동안 무사고로 운영했다 해도, 한순간의 변심으로 인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행법상 고소도 불가능했다. 실제 현금이 아닌 단순 게임 재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먹튀가 선입금 먹튀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계약대로 게이트에 진입 후에 바로 탈주한 경우도 있고. 파티원이 아이템을 루팅하고 있을 때 살해하는 등······. 여러모로 엽기적인 행각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현대로 넘어와서는 진짜 얼굴도 보고, 법도 있고 하니까 먹튀가 없을 줄 알았는데.


“와, 미치겠네.”


“이걸 먹튀한다고?”


“당장 고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전혀 아니더라.


이 파티도 먹튀를 당했다. 온다던 버스 기사가 돈만 받고 잠적해버렸다. 1,500만. 큰돈이었다.


파티 리더, 사준환은 눈을 우묵히 내리깔고 계속 전화를 걸고 있다. 그가 켜둔 스피커폰 너머로, 짧고 간헐적인 통화연결음이 울린다.


달칵, 받는 소리가 났다.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하지만 이후로 흘러나온 여성의 기계적인 음성에, 그를 에워싼 파티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을 더 했다.


그들 중에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 김인호.


고개가 돌아간다.


찾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김인호는 딱딱하게 웃더니, 슬그머니 인파를 가로질렀다. 동시에 여럿의 눈빛이 그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이번에는 또 뭔 지랄을 할까, 싶어서 나도 뒤통수를 쳐다본다.


마침내 파티 리더 사준환의 옆에 다다른 김인호. 동요하는 박수진을 흘깃 보고, 사준환을 응시한다.


사준환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무슨 일로······.”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아, 예. 하시죠.”


사준환이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이자, 김인호가 거만하게 대답한다.


“그냥 저희끼리 갑시다. 제가 캐리해드릴게요.”


“······.”


갑작스럽게 깔리는 무거운 정적. 눈 굴리는 소리만 났다.


누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


“당신이 무슨 수로······.”


“저는 사실 A급 각성자입니다. 등급은 재미로 한 번 속여봤던 거고. 증명이 필요하시면 예, 뭐 한 분 뼈까지 싹 발라 드릴게요. 혹시 저랑 한 번 겨뤄보실 분?”


말은 그리 해도 처음부터 팰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김인호의 시선 끝에 있는 나를 쳐다봤다.


“······.”


이게 뭐지. 어이가 없어 소리 없는 웃음이 흘러나온다.


“야, 쫄았냐?”


김인호의 사나운 일갈에 그 사람 좋던 사준환이 눈살을 구겼다.


“말씀이 좀 심하신데······. 더군다나 저분은 F급입니다.”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A급이면 똑같은 A급이랑 겨뤄야 하는 거 아닌가.”


“괜히 울분을 풀려고 생사람 잡으려는 거 같은데.”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나가지 마시죠.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랑······.”


“쓰레기? 너 이 새끼, 말 다 했어? 지금 나보고 쓰레기라고?”


김인호가 손가락질하며 주변 사람을 거칠게 밀었다. 얼굴은 와락 일그러지고, 두 눈은 살기가 번들거렸다.


거듭된 모욕으로 인해 마치 누구 하나 죽여야 성에 찰 듯한 기세였다. 저 놈이 뭔 짓을 저지르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괜찮습니다.”


나는 얼른 내 팔을 붙잡은 손을 떼고,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하겠습니다, 김인호씨.”


팔꿈치로 김인호의 가슴팍을 찍었다. 동시에 내 팔을 붙잡았던 사람을 뒤로 밀었다.


“그러니 거기까지 하시죠.”


어느새 김인호의 두 손에 쥐어진 암기.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저게 애꿎은 사람 한 명 죽였을 거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돌아가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이렇게 왔으니 되돌아가긴 좀 그렇고. 적당히 어울려 주기로 했다.



* * *


‘뒤졌어, 개새끼.’


김인호는 자신만만했다. 상대는 약하디 약한 F급이기 때문이다.


대충 해도 팔, 다리 하나쯤은 손쉽게 분지를 수 있다.


‘아니, 반쯤 죽여놓자.’


그러나 반쯤 죽여놓기로 한다. 어차피 치명적인 부상을 입으면 치료해줄 힐러도 있다.


박수진 말이다.


궁금했다. 고장난 장난감처럼 망가진 놈을 치료할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두 손의 단검을 서서히 움켜쥔다. 몸을 낮추고 시선은 놈에게 고정한다.


놈은 검을 빼지 않고 손잡이 끝에 손만 얹고 있다. 표정은 고요하다.


여유로웠다. 그의 태도에 김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건가.’


순간 쌔한 기분이 들었다.


불현 듯 고개를 치켜든, 그때 자신이 느낀 건 착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설마.


‘아니겠지.’


두려움이 마음 속에서 슬며시 똬리를 틀었다. 그러나 얼른 휙휙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직업군이 암살자도 아닌데, 어떻게 등급을 속일 수 있다는 말인가.


눈을 부릅뜨며 커다랗게 심호흡을 한다.


두려움을 불식시키려 냅다 뛰었다. 곧바로 전심전력을 다한다.


온 몸이 터질 듯이 두근거린다. 시각, 청각, 후각 모든 감각들이 비정상적으로 민감해진다.


혈관의 피들이 거꾸로 알알이 솟구치는 듯했다. 뜨거운 혈류가 온 몸을 거칠게 휘젓고 다녔다.


김인호의 신형이 허공에 희끄무레하게 녹아들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전력을 다한 적은.


그야말로 포탄처럼 쏘아진 김인호가 이를 악물며 단검을 휘둘렀다.


-쌔액!


그 힘이 어찌나 강한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하지만.


-깡!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


놀랐다. 그 짧은 새에 자신의 움직임을 읽은 것으로도 모자라, 검집만으로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얼른 뒤로 크게 빠진다.


혹여나 공격이 들어올까 놈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그러나 놈은 아무 움직임도 없다.


믿기지 않는다. 커다랗게 확장된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이 한 쌍의 단검은 금속마저도 벨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유니크 무기다.


그런데 그의 검집엔 작은 흠조차 보이질 않는다.


유니크 무기조차 흠집을 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검집이라니.


‘어떻게······.’


다시 박차를 가한다. 근육이 한계까지 부풀었다. 이번에는 빼지 않고 맹렬한 공격을 펼친다.


-깡!


노릇한 불똥이 연쇄를 일으켰다. 작은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쉴 새 없이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빈틈이 없다. 암살자 특유의 재빠른 공격을, 놈이 전부 막아낸다.


‘이게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순간 당황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집중력을 잃었다. 갑자기 명치로 파고든 강렬한 충격에 입이 튀어나왔다.


“···커헉!”


시야가 아득해진다. 뒤통수에 둔탁한 타격음이 울리는 순간, 김인호는 정신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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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23 마을 부흥 22.04.30 88 6 8쪽
22 #022 정착민 마을 +2 22.04.29 95 4 11쪽
21 #021 팀 플레이 22.04.27 116 4 12쪽
20 #020 박수진-2 22.04.25 134 4 8쪽
19 #019 박수진 22.04.24 166 4 10쪽
18 #018 회색 늑대 22.04.23 188 5 9쪽
17 #017 게이트 +1 22.04.22 203 7 9쪽
» #016 김인호 +1 22.04.21 218 5 13쪽
15 #015 금토끼 파티 22.04.13 246 6 11쪽
14 #014 게이트 22.04.10 283 8 10쪽
13 #013 일상, 차수연 22.04.04 305 9 14쪽
12 #012 변화-2 +1 22.03.31 312 9 14쪽
11 #011 변화 +2 22.03.23 335 10 12쪽
10 #010 백귀야행 22.03.21 354 11 13쪽
9 #009 황혼 22.03.19 384 11 10쪽
8 #008 던전의 주인 22.03.17 415 10 11쪽
7 #007 구원은 없다. +1 22.03.16 407 11 9쪽
6 #006 파티 맞나요 22.03.15 425 9 10쪽
5 #005 가오가 있지 22.03.14 481 12 9쪽
4 #004 플렉스 22.03.12 520 14 12쪽
3 #003 각성자 협회 22.03.11 612 15 11쪽
2 #002 목소리가 작다! +1 22.03.10 688 17 12쪽
1 #001 프롤로그 22.03.09 837 2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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