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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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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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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2.1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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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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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2화

DUMMY

당혹스러운 것은 엘레니아 만이 아니었다. 백무진 또한 적잖게 놀라 당황스러운 표정이었으나 상념에 잠시 잠긴 백무진이 어느새 고개를 끄덕였다.


요렌츠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세계라면 인간들을 위협하는 몬스터들도 있을 것이고 또한 여행을 하다 보면 산적들과 다른 부랑아들을 만날 것이었다. 그때 마다 누군가 나서서 구해준 다는 보장이 없으니 스스로 지킬 힘은 구비해놔야 했다.


“무진의 표정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수긍한 것 같고. 엘레니아 할 수 있겠어?”

“영주님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그녀의 올곧은 표정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짓는 요렌츠는 그대로 손을 저어 두 사람을 내보냈다.


둘이 그곳을 나가자 요렌츠의 입가에 가느다란 호선이 그어졌다.


* * *


백무진과 엘레니아는 그날 이후 기본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훈련을 진행했다. 일단 백무진은 나무로 된 검으로 엘레니아가 시키는 대로 검을 휘둘렀다.


“좋아요. 검은 곧 마음입니다. 마음이 흔들리게 되면 검 또한 올바르게 휘두를 수 없습니다.”


엘레니아는 백무진을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말을 높이며 그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그때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랬다며 그녀가 미안하다는 사과와 함께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이따금 그녀의 충고가 백무진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요.”


엘레니아가 마무리를 짓는 말을 하고 백무진은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여 보였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엘카사디아 성에서의 그녀의 입지는 최강자의 반열에 들 정도로 엄청난 무력을 갖고 있었다.


처음 그녀가 보여주었던 마나를 담은 검술은 그야말로 백무진의 닫혀있던 눈을 개안해줬다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늘 패자의 마음으로 살아왔던 백무진에게 있어 검술은 패자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걸음이 되었다.


“지내기에는 불편함은 없어요?”


엘레니아가 백무진의 거처에 관해 물어보았다. 성에서 먹고 마시는 것이 당연히 불편할 리 없었다. 불편한 게 있었다면, 핸드폰이 없다는 점과 또한 복장의 불편함이었다. 그래도 며칠 지내다 보니 또 적응되기도 했다.


“괜찮습니다··· 엘레니아님과 요렌츠님과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두 손을 흔들어 감사받을 일이 아니라며 부정하였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도 무진 이 정도면 많이 성장한 거라 볼 수 있어요.”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 할 수 있었죠···”


백무진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목덜미를 긁었다. 처음엔 꼴사납게 검을 휘두르다 넘어지기도 하고 검을 놓치기도 했다. 엘레니아는 백무진의 그런 점이 보일 때마다 나무라기도 했지만 따듯한 미소를 지어주기도 했다.


“그랬었죠 처음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답도 없을 정도였는데, 무서울 정도로 훈련에 잘 따라와 주고 있어요. 제 단원들도 이런 고강도 훈련을 이정도까지 따라오는 자가 없었거든요.”


엘레니아는 밤하늘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은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었다. 그가 가진 검에 대한 재능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요 뭘···”


백무진은 그날 훈련이 힘들거나 어려워도 괜찮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와 신비스러운 검을 잡으면 온몸에 누적된 피곤함이 단번에 사라졌고, 상쾌한 몸 상태를 늘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고강도 훈련도 버텨낼 수 있었고 또한 백무진의 성장세도 가파르게 쭉 올라설 수 있었다. 그는 모두 이 검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에요 무진은 반드시 저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그런가요?”

“네, 무진에게는 가능성이 존재해요.”


백무진은 엘레니아의 웃음에 쑥스러워 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곧 그녀는 어리숙한 그의 모습을 보며 손을 탁탁- 털었다.


“이만 돌아가보도록 할까요? 내일은 드디어 실전이네요.”

“네? 실전이요? 저는 처음듣는 소린데요?”


백무진이 입을 떡 벌리고 엘레니아에게 작게 소리쳤다.


“당연하죠. 처음하는 이야기니까요. 그렇게 정해졌어요. 무진이라면 충분히 실전 테스트를 통과하고도 남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은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에 뵙도록 하죠.”


백무진은 경쾌한 엘레니아의 발걸음을 허탈한 눈으로 지켜보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신비스러운 검에 손을 올렸다. 백무진의 밤은 그렇게 깊어져만 갔고 드디어 아침이 찾아왔다.


“일어나셨습니까?”


엘레니아의 목소리였다. 백무진은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고 곧 문을 열고 엘레니아를 맞아주었다. 그녀의 복장은 평소처럼 갑옷이 아니라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이에요. 무진을 위해 여러 장구류를 좀 챙겨왔어요.”


백무진은 엘레니아에게 받은 편한 복장을 하고 검을 허리춤에 고정했다. 창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은근히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잘 어울리네요. 멋져요 무진.”

“그래요? 안 어울릴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네요.”

“충분한걸요? 나쁘지 않아요. 그래도 아직 숙맥 같은 느낌을 다 버리기에는 부족한 것 같지만요.”


그녀의 농담에 백무진은 부끄러워했다. 그는 목덜미를 긁적이다가 엘레니아가 먼저 출발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얼렁뚱땅 그녀를 뒤따랐다.

백무진은 전에 보았던 풍경을 또다시 보게 되었다. 그때 그는 직접 걷지 못했던 대지를, 그리고 바람의 냄새를 맡으며 두 팔을 벌렸다.


“그건 무슨 행위인가요?”

“특별한 뜻은 없어요. 그냥 바람을 맞고 자연을 느끼는 그런 거죠. 자연을 품에 안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백무진은 몇 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엘레니아는 호기심 짙은 눈으로 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여기쯤이 좋겠군요.”

“여기서 실전 훈련을 하는 건가요?”

“맞아요. 이곳은 가끔 고블린이 출몰하는 지역이에요 숲 안쪽 깊은 곳으로 가면 고블린 군락지가 있기도 하죠. 무진은 이곳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고블린을 해치우면 돼요.”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백무진은 고블린이야 익히 많이 들어보아서 게임 속의 그런 것을 생각했다. 게임 초반부 튜토리얼에 등장할 법한 그런 몬스터쯤으로 생각했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저는 무진을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힘을 내봐요.”


무진은 그녀의 미소를 뒤로 하고 이곳과 함께 떨어진 검을 뽑아 들었다. 날선 검신이 태양 빛을 받아 번쩍거렸다. 차분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춰 백무진은 사방을 경계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엘레니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밟았다. 혹시라도 위험해질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엘레니아는 그가 잘 해낼 것이라 믿었다. 이제껏 보여준 능력은 평범한 사람은 소화하지 못할 그런 훈련량이었다.

그가 흡수하는 배움의 깊이는 엘레니아가 지금까지 보아온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


* * *


백무진이 숲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수풀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며 숲은 밤이라도 된 듯 꽤 어두웠다.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엘레니아에게 배운 것을 활용하며 발자국을 추격하거나 몬스터들이 남긴 흔적 따위를 따라가면서 조금씩 몬스터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백무진은 한참 무성한 수풀들을 헤치고 다니며 드디어 숲을 지나다니는 고블린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검 자루를 잡으니 가라앉힐 수 있었다.


백무진은 고블린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살생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반응이었다. 그는 지구에서 살면서 한 번도 살생해본 적이 없었다. 하필이면 고블린은 똑같이 머리가 있고 두 팔과 다리가 있는 이족보행 몬스터였다.


지구에서 모기나 때려잡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검자루를 잡은 백무진이 천천히 검을 당겼다. 스릉- 멋들어진 소리를 내며 순간 수풀을 박차고 나가 그대로 고블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고블린이 그대로 숨통이 끊어졌다. 백무진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대로 힘을 주어 검을 당겼다. 순식간에 뽑힌 검이 옆에 있던 고블린의 목을 갈랐다.


다른 한 명이 뒤에서 백무진을 공격했다. 그는 고블린의 공격 또한 몸을 회전시키면서 보았다. 검을 비틀어 넓은 면 쪽으로 막아내자 고블린이 깜짝 놀랐다. 그뿐이었다. 깜짝 놀란 고블린의 운명도 저 둘과 다를 바가 없었다.


백무진의 검에 의해 쓰러진 고블린들은 빨간 피가 아닌 초록색의 피를 흘리며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백무진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조금 전 전투로 자신감을 얻은 그의 발걸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가벼웠다. 몬스터를 죽여 죄책감이 들 줄 알았던 것과 다르게 멀쩡한 자신을 보고 인간성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상념 끝에 백무진은 고블린 군락지에 다다랐다. 풀숲에 조용히 숨어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각자 역할 분담이 있는 듯 자유롭게 움직이며 저마다 할 일들을 했다. 주변을 정찰하는 고블린이 백무진의 곁으로 다가오자 그는 단검을 빼 들었다.


조금씩 고블린이 가까워지는 순간 목을 당겨 순간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폐를 쑤셨다. 힘을 주어 반항하던 고블린의 몸이 축 늘어져 공기를 뱉는 듯한 숨을 쉬었다.


“좋아···”


백무진은 천천히 고블린들의 개체를 줄여나가며 전투를 위한 발판을 준비했다.


어느 정도 숫자가 줄어들고 검을 빼든 백무진이 두 마리 고블린의 목을 동시에 베면서 등장했다.


그가 주변을 훑어보니 감옥으로 추정되는 곳에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백무진의 표정이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몬스터는 몬스터라는 건가···”


백무진이 고블린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던 것이 미안할 정도로 고블린들에게 강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고블린들이 키에엑- 괴성을 지르며 백무진에게 달려들었다. 도약해서 내리찍는 고블린을 그대로 반으로 가르고 검을 털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구해드리겠습니다.”


백무진이 검을 바닥으로 내리고 현대에서 어림잡아 보았던 검도를 흉내 내보았다. 백무진이 멀뚱하게 서 있는 것을 본 고블린은 킥킥거리며 그를 향해 달려들자 날붙이가 섬광처럼 고블린의 옆구리를 갈랐다.

백무진의 검이 자신감 있게 휘둘러졌고, 반응조차 할 수 없는 고블린이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그 순간이었다. 지면이 뒤집어질 듯한 충격과 함께 백무진의 두 발이 바닥을 두둥실 떠올랐다. 그는 넘어질 뻔한 것을 버티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무언가 살벌한 것이 절벽 틈 사이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백무진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지며 천천히 입을 뗐다.


“너는 고블린이 아니잖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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