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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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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09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3.01.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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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9화

DUMMY

로안은 자동차를 운전하여 에스티제오르에 도착했다.

말과 달리 이 자동차란 녀석은 휴식도 필요 없었고, 음식도 잠도 필요 없었다.

그저 마력을 충당해주기만 하면 되니 참 편리한 녀석이었다.

만약 이런 놈이 로안이 무진으로 살던 시대에 갖고 나타난다면, 전기차, 수소차 모두 압살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자동차였다.

물론 외관을 손봐야 하겠지만, 이것만 들고 가도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을 정도다.


“···벌써 도착했네요.”


엘레니아도 체감상 이게 훨씬 빠르다는 걸 인정했다.

승차감 또한 마차와 달리 흔들거려도 탑승자가 멀미 나지 않게 흔들림은 보조하는 장치도 있었다.


“로안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고마워요.”

“고맙긴요.”


왕도를 달리던 자동차가 드디어 성의 입구까지 도착했다.


“머, 멈추십시오!”


처음 보는 경악스러운 물건에 입구를 지키던 병사가 경계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루이나가 얼굴을 비추자마자 그가 어깨를 떨면서 길을 내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공주님! 지금 당장 문을 열도록 하겠습니다! 공주님이 돌아오셨다! 문을 열어라!”


병사가 성벽 위를 향해 소리쳤다. 곧 분주해진 움직임이 눈에 띄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마차는 어디 가고 가레스 기사님은···”

“그것에 대해 설명하러 가는 중입니다.”


로안이 자동차에 탑승한 채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딱히 즐거운 이야기도 아닌지라 조금 냉소적으로 대답이 들렸을지도 몰랐다.


“···그, 그렇습니까?”


문이 완전히 열리고 로안은 앞으로 나아갔다. 왕성까지 도로가 아주 잘 뚫려있어 목적지까지 가는데 로안이 자동차에서 내리는 일은 없었다.


“다 도착했네요. 긴 시간이었어요. 다들 고생 많았어요.”


로안이 뒤에 앉아있는 일행들을 쳐다보면 이야기를 꺼냈다.


“고생은 로안이 다 했는데요. 저희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편안했어요.”


로안이 허리를 돌려 뒤돌아본 자세를 유지한 채로 씩-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로안이 아무 말 없이 멍 때리고 있는 루이나를 바라보았다.

아직까지 그때의 일이 생각나는 듯 그녀를 괴롭혔다. 그렇지만 로안이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녀가 이겨내기를 속으로 응원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공주님”


로안이 그녀를 여러 번 부르고 나서야 어깨를 떤 루이나가 로안을 쳐다봤다.


“도착했습니다. 내리세요.”

“······아, 벌써? 알겠어···”


루이나가 내리고 로안은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한 뒤에 뒤쫓아 올라왔다.

안내하는 시종이 휴식 후 알현할 것인지 지금 당장 알현할 것인지 물어왔다.


“지금 당장 가능한가요?”

“아쉽지만 조금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미 폐하를 찾아온 손님이 있어서요.”


그럴 거면 왜 지금 당장 알현할 거냐고 물어본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로안은 시종이 안내해준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자동차가 편하다고 한들 이런 가죽으로 만들어진 푹신푹신한 침대를 이길 수 없었다.


“···편하네요.”


로안이 침대에 몸을 맡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래요?”

“엘레니아도 누워 볼래요?”


로안이 그녀에게 누워볼 것은 권했다.


“그럴까요?”


그녀는 한 번 미소 지으며 로안의 옆으로 가 침대에 몸을 맡겼다.

그녀 역시 여독에 쩔었던 것이다. 푹신한 침대에 몸을 맡기자 몸이 쫙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공주님은 괜찮을까요?”


감았던 눈을 뜬 엘레니아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글세요, 공주님은 가레스를 많이 의지하셨던 거 같은데, 그 녀석은 애초에 의도적인 접근이었으니까요. 자신에 대한 미소와 친절 그리고 배려가 모두 연기라는 것에 대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었겠죠.”


엘레니아는 로안이 하는 이야기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루이나의 아픔과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도 루이나와 가레스와 같은 친구도 존재했었고, 그런 믿는 존재한테 배신당한다는 건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다.


“어쨌든 저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어요. 섣불리 위로해주는 것도 옆에 있어주는 것도 아마 모든 게 위안이 되지 않을 거예요. 그럴 땐 그냥 혼자 두는 편이 나아요.”


매정한 듯보였지만, 사실 이게 정답이었다. 어쭙잖게 위로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어주는 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계속 셋이 같이 다녀 혼자 생각할 시간도 없었으니, 이젠 자유롭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맞았다.


“그렇군요······.”


로안이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던 중에 시종이 문을 똑똑 두들겼다.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렸고, 이 방을 안내해준 시종이었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며 이야기를 전달해 주었다.


“폐하께서 보고를 받고 싶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내를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좋습니다.”


로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엘레니아를 보며 뒤이어 말했다.


“같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좋아요.”


엘레니아가 로안의 옆에 따라붙어 국광을 알현하러 알현실로 향했다.

금빛으로 이루어진 찬란한 공간에 왕의 심기가 사뭇 불편해 보였다.

로안은 그대로 국왕의 앞에 도착하여 무릎을 꿇었다.


“괜한 겉치레 인사는 되었다.”


계약의 신이 주관하는 계약의 완료가 이루어진다.

황금색의 빛무리가 로안과 레오브란트 국왕의 계약이 완료되었다.


“모험가와 계약이 완료되는 순간은 정말 오랜만이로군··· 왕가의 체통이 서질 않아···”


그 빛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레오브란트가 로안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대들이 해준 일에 대한 성과를 직접 들어보도록 하겠다. 그대가 나와 한 번 말해보도록.”


레오브란트가 로안을 지목하였다.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로안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 아르바토스에서 벌어진 일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턱을 괴고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보고를 듣고 있던 레오브란트가 손을 들어 로안의 이야기를 제지했다.


“우리나라의 기사가 내 딸을 배신하고 목숨을 위협하려 했다고?”

“그렇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던 왕도 습격사건과 관련된 인물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의 움직임을 모두 읽고 보이지 않는 다른 방법으로 그 자리에 남긴 것이겠죠.”

“······.”


레오브란트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는 연신 팔걸이를 일정한 박자로 툭툭 치면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계속 이어말해보게나.”


그의 말이 떨어지고 나서 로안은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폐하께서는 교단이라는 집단을 알고 계십니까?”

“···교단?”

“그렇습니다. 마신을 숭배하고 그를 이 땅에 직접 강림하기 위한 교단입니다.”

“정확한 이름을 들은 건 없으나, 이 대륙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선대 국왕에게 들어본 적이 있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하는 것인가?”


그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로안을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번 사건은 교단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번에 일어난 아르바토스의 문제 또한 교단의 장치한 온 나라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마신의 부활을 야기하려던 속셈이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명명백백한 사실이옵니다. 그들은 마신을 소환하는 데, 실패하였지만, 상위 마족을 소환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자가 왕의 마부꾼 가레스의 육신을 지배하는 중입니다.”


레오브란트 국왕은 로안이 전달해준 충격적인 사실에 침음을 삼켰다.


“대륙에 큰 환란이 닥쳐오겠군···”


어두운 이야기에 분위기가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충실한 기사의 배반도 그렇지만, 마족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레오브란트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었다.


“마족이라···”


그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아무래도 고민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저 손가락이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손가락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속도 역시 줄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레오브란트의 손가락이 딱 소리와 함께 멈추었다.


“고생하였네, 보상은 섭섭하게 보내지 않도록 하겠네. 일단 우리를 배신한 기사와 마족은 우리 왕국 신성 기사단이 추적하도록 하겠네, 자네는 이번 일에서 손을 떼도록.”


로안은 이제 이 일에 대하여 더는 개입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애초에 로안은 이 일을 이후로 개입할 생각도 할 마음도 없었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잖은가. 왕국이 거두어드린 기사다. 그가 말썽을 부렸으니, 왕국이 처리하는 게 맞았다.

로안은 이번 일까지 자신에게 보고를 명했으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그런 기쁜 마음과는 달리 로안의 표정은 무겁고 진중했다.


“알겠습니다. 이번 일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로안의 확고한 생각을 들은 레오브란트가 더없이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특별한 보고가 더 없으면 이만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지.”

“저는 다 말씀드렸습니다.”


레오브란트의 말에 반색하는 기색 없이 로안이 무표정으로 대답하였다. 하지만 마음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만 물러가보게. 아, 자네들은 이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인가?”

“저희는 엘카사디아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곳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야지요.”

“그렇군···”


레오브란트가 손을 저으며 로안에게 나가보라 명했고, 로안은 그 말을 착실하게 따르며 밖으로 나갔다.

큰 한숨과 함께 왕을 알현하는 것을 마친 로안은 다시 시종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돌아왔다.

일단 하룻밤은 이곳에 머물고 내일 아침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가는 길에 넬리를 보고 오는 게 어때요?”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동생이랑 어머니랑 잘 있으려나?”

“모르죠. 그러니 확인하러 가야죠.”


엘레니아가 맑은 웃음으로 대답해 주었다. 로안이 여행을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시작된 만남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부자리를 로안에게 양보할 정도로 친절하고 셋이 먹을 것도 부족한데도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오랜만이겠네요. 잘 지내고 있을는지···”


오랜만에 옛날의 일이 떠오른 로안이 미소 지었다.

얼마만에 웃는지 잘 모르겠다. 엘프와 드워프를 거치며 로안은 조금씩 웃음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따듯한 일을 생각하면 곧 잘 웃곤 했다.


“이왕 수도에도 왔는데, 선물을 사가지고 돌아가는 게 어때요?”


로안이 칼날을 닦고 있던 엘레니아에게 물었다.

번뜩이는 칼을 한 번 비틀어 본 후에 엘레니아가 로안을 쳐다보았다.


“좋은 생각인데요? 내일은 그럼 선물을 좀 사고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아요!”


자신의 고향도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엘카사디아로 돌아가는 길이 설렘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이만 푹 쉬도록 하죠, 다시 엘카사디아로 돌아가려면 체력을 충분히 회복해야 하니까요.”

“알겠어요. 로안 그럼 이만 저희도 자보도록 할까요?”


깊은 밤이었다.

레오브란트와의 만남이 생각보다 더 지체되었다.

원래 계획은 알현이 끝나자마자 출발할 생각이었지만, 밤이 깊은 관계로 하룻밤 더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오히려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넬리에게 전달해줄 선물을 살 시간도 있었다.

계획이 틀어져도 돌려 생각해 보면, 다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그게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생각을 이어가던 로안이 순간 잠에 빠져드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이었다.


“으음······.”


작가의말

푹 쉬다 왔습니다.

열심히 연재 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되도록 즐거운 글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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