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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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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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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4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3.01.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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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6화

DUMMY

로안이 쓰러지고 마족이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지고 난 뒤 불타올랐던 아르바토스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몬스터 대군은 엘레니아와 발레이안의 모험단이 정리를 도와주었고, 아르바프 장군의 전략과 지혜로 일단락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디움의 기계장치는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으나,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로안과 다른 이들은 몰랐겠지만, 마족이 물러선 이유가 바로 그 장치에 있었다.

완전한 힘을 되찾지 못한 마족은 반만 되돌아온 힘으로 인해 로안과 더 싸우지 못했다. 그래서 완전히 힘을 되찾을 때까지는 얌전히 있을 생각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장치는 빼앗긴 생명력을 자연으로 일부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한 이유로 조금씩 생명력을 빼앗아 가는 것 또한 사라졌다.


생명력이 돌아온 아르바토스의 일부 지형이 빠르게 수복되기 시작하면서, 풀잎들이 자라나기 시작되었다.

완전한 사막인 줄만 알았던, 지형 또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 가기 시작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제발···”


그렇게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주역이 일어나질 않았다.

엘레니아는 그의 옆자리를 고수하며, 로안이 일어날 때까지 옆을 떠나지 않았다.

벌써 며칠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로안의 평소 회복력이라면, 일어나고도 남는 시간이었지만, 하지만 어떠한 연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계속 잠들어 있었다.


“아직도 못 일어나는 중이십니까?”

“네···”


레디움이 찾아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로안을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외적인 변화가 생긴 만큼 공국 내부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공석이었던 그랜드 마스터의 자리가 레디움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그는 그랜드 마스터 대행이었지만, 현시간부로 그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가 그 자리에 앉는데, 반대하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대행의 역할을 하는 중에도 굉장히 뛰어난 두뇌와 지혜를 고루 갖춘 인물이었다.


“벌써 일주일이 흘렀어요. 지금쯤이면 깨고도 남을 시간인데···”


엘레니아가 중얼거렸다. 때마침 문이 열리며 조금 시끌벅적한 발소리가 들렸다.


“고생이 많네 엘레니아···”


문을 열고 들어온 발레이안과 레인 그리고 블레이크가 뭔가를 손에 들고 찾아왔다.


“아, 발레이안님과 레인님··· 블레이크님도 찾아주셨군요.”


엘레니아는 처음 그들을 보고 어떻게 국경을 넘었는지 의아해 하였지만, 블레이크의 모험 등급이 백금이라는 소리를 듣고 단번에 일축할 수 있었다.


“로안은 좀 어때?”


발레이안이 로안의 앞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계속 이 상태에요.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발레이안도 로안의 상태를 계속 지켜보았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신체 상태는 최고로 유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그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


로안이 빙 둘러본다. 텅 빈 공간 안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엘레니아? ···발레이안? ···레인?”


마지막으로 보았던 얼굴들을 불러보지만,아무런 대답도 심지어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로안은 그 텅 빈 공간을 정처 없이 떠돌았다.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탈출구라도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로안의 기대와 다르게 ‘탈출구의 탈’ 자도 못 찾는 중이었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도대체 이곳은 어디야!”


로안이 아무도 없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소리 질렀다. 그러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고, 답변이 있을 거란 기대도 하지 않은 로안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흐른 지도 모르는 로안은 문득 이상함이 들었다. 제법 많이 걷기도 하고 목이 마를 법도 한데, 일말의 갈증조차 없었고, 배고픔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안은 이곳이 어떠한 심상(心象)세계라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심상인지, 누구의 심상인지 모를 이곳에서 얼마나 더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도대체 이곳은···”


정처 없이 떠도는 것도 이제 지쳤다. 몸이 지친 것은 아니다. 마음이 지쳐버린 탓이 컸다. 바닥에 주저앉은 로안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지평선이 쭉 이어지는 거대한 평야같이 길쭉하게 이어지는 선을 방해하는 물체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반듯한 일직선이 빙 둘러보면서 거대한 원이 되었다.


로안은 한 가지 뒤늦게 자신에게 없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레스테인...!”


로안의 분신과 같은 검이 로안의 몸에서 떨어져 있었다.

로안은 레스테인이 사라졌다는 걸 깨닫자마자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레스테인 너의 심상 공간인가?”


현실의 검이 떨 듯 정답이라는 듯 이곳의 공간 자체가 떨려왔다.


“왜 날 이곳에 가둔 거야? 설마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공허한 공간이 아주 짧게 떨었다. 마치 꿰뚫렸다는 듯이···


“장난 그만하고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뭐야?”


시무룩한 감정이 로안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나 로안은 단호했다. 레스테인의 장난에 어울려 줄 만큼 여유롭지 않았다.

레스테인은 마치 한숨이라도 쉬는 듯 짧게 떨었고, 공허한 공간 안에 무언가 작은 문이 생성되었다.

사람이 작은 문이었지만, 로안이 알맞게 들어갈 정도의 문은 되었다. 로안은 그 문을 거리낌 없이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은 마치 영화관처럼 의자와 영상이 흘러가는 중이었다. 로안은 그곳에 앉아 영상이 흘러가는 걸 보았다.


“이건···”


레스테인의 기억들이었다. 역대 레스테인이 주인이 이 검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너 설마··· 내가 약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걸 보여주는 건 아니겠지?”


무반응이었다. 로안은 그 반응이 긍정이라는 걸 깨닫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이왕 보여주는 거 제대로 알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로안은 소리도 없는 영상을 질려 미쳐버릴 때까지 봤다. 하염없이 눈에 실핏줄이 터질 때까지 말이다.


*


“로안!”


그에게 시선을 떼지 않던 엘레니아가 로아나의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보고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어렵게 눈을 뜬 로안이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며, 어깨를 흠칫 떨었다.


“까, 깜짝이야···”


로안이 무슨 그리 호들갑을 떠느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 로안의 반응이 미지근할 수밖에 없었지만, 곧 글썽거리는 그녀의 눈을 보고 로안은 상황이 기류가 조금 이상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에, 엘레니아 왜 울고 그래요··· 제가 잘못한 거라고 있어요?”

“몰라요···”


로안은 여자의 눈물에 약했다. 실제로 자신의 앞에서 우는 여자가 없었기도 했고, 이전의 삶에서도 별로 없었다.

친구는 있었어도, 자기 때문에 우는 사람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조금 씁쓸한 감정이 올라왔지만, 눈앞에 엘레니아를 보니 그런 감정도 어느새 가라앉았다.

로안은 엘레니아에게 자신이 일주일 넘게 잠들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그 시간을 잠들었다니, 레스테인이 만들어낸 세계에서 몇 시간 안 지나간 것 같이 체감되었는데, 아무래도 그곳의 시간이 훨씬 빠른 것 같았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엘레니아가 결국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걱정 끼쳐서 미안해요. 결국, 어찌저찌 막아냈나 보네요···”


로안이 고개를 돌려 반가운 얼굴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로안이 시선이 머문 곳에 발레이안과 레인 그리고 블레이크가 한쪽 구석에서 로안이 깨어나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약골같은 놈··· 로안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냐구, 여자를 울리기나 하고 말이야. 그리고 엘레니아. 너도 말이야··· 고작 쓰러진 거 갖고 울면 안 된다고 체통이 안 서잖아 체동이!”


레인이 조목조목 짚어가며 큰소리쳤다.

무거워질 거라 생각했던 분위기와 다르게 그녀의 호통에 모두 웃음꽃이 피었다.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애둘러 말하는 것이 느껴진 탓일까. 레인은 자신을 비웃는 자들을 향해 손가락을 펴 웃는 얼굴 하나하나 다 지목했다.


“웃어? 어? 너도 웃어? 뭐야. 왜 웃긴 건데 웃지 말라고!”


발레이안의 동료와 짧게 지낸 탓에 본래의 성격을 잘 몰랐지만, 저렇게 사람이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다. 엘레니아가 엄청 걱정했으니까. 그것만 알아둬.”


얼굴을 붉힌 그녀가 부끄러운 듯 조용조용하게 말하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무튼··· 할 이야기는 많은 것 같은데, 내 차례는 아닌 것 같아서. 로안 조금 이따가 보자고.”


뒤이어 발레이안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나갔고, 블레이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발레이안을 뒤따라갔다.

루이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방 안에는 로안과 엘레니아 둘만 남았다.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원래라면 어색하진 않을 테지만, 그녀의 눈물을 본 로안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수천, 수만 번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결심 끝에 말하려던 순간···


“저···”

“저···”


로안과 엘레니아가 동시에 말을 꺼냈다. 기가 막힌 순간에 엘레니아는 로안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로안부터 이야기해요···”


로안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멍석을 깔아주니 또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로안은 어색한 공기를 환기시키고자 마음을 먼저 열고 이야기를 꺼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너무 급작스러운 상황이어서, 엘레니아한테 이야기도 꺼내지 못한 건 죄송해요.”

“아니에요··· 저한테 허락받고 할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거 이해해요··· 쓰러져서 발레이안님에게 업혀들어오던 로안을 보고 잘못 돼면 어쩌지 그런 생각에 더 자책했던 거 같아요.”


엘레니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엘레니아의 잘못이 아닌 거 알잖아요. 자책할 필요 없어요. 엘레니아···”


하지만 로안은 그녀와 정반대의 상황에 놓였다면 아마 그녀와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 뻔했다.

로안에게 엘레니아라는 사람은 가족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에 처음 눈을 뜨고 처음 마주한 사람이 바로 엘레니아였다.

로안이 오늘 눈을 뜨고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다친 곳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만큼 로안에게 있어 그녀의 존재는 남달랐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로안···”

“고맙긴요.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엘레니아. 그보다 공주님은 어디로 사라졌죠?”

“아,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고 해요. 로안이 눈을 뜨면 불러달라고 말했어요.”

“음, 제가 직접 가야 겠네요.”


로안이 몸을 일으켰다. 잔 통증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원래 이럴수록 움직여 몸을 풀어줘야 했다.


“일어나도 되겠어요?”

“끄떡없어요. 그러면 공주님이랑 잠시 이야기를 좀 하고 와야겠네요. 같이 가실래요?”

“아니요, 아마 루이나 공주님은 로안과 독대하기를 원할 거예요. 그러니 잘 다녀와요. 저는 바깥 공기를 좀 마셔야겠어요. 생각 전환도 좀 할 겸.”


그녀의 맑은 웃음에 로안이 고개를 끄덕이고 루이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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