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2.10.26 13:12
최근연재일 :
2023.01.17 08:30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5,093
추천수 :
717
글자수 :
402,771

작성
23.01.11 08:30
조회
67
추천
5
글자
12쪽

71화

DUMMY

페늘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 푸른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밤이 찾아온 것이다. 몸을 움직여보려 했으나 뭔가에 꽁꽁 묶여 움직일 수도 소리조차 낼 수도 없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가 페늘에게 다가와 입에 걸린 재갈을 풀어주었다. 그는 맑은 공기를 토해내며 성깔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들··· 이거 안 풀어...?”


하지만 뒤늦게 잘 못 되었다는 걸 느끼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너, 너는....!”


그 그림자들은 페늘을 날려버린 엘레니아였고 그리고 그 옆에 냉랭한 눈빛으로 페늘을 쏘아보는 로안이었다.


“감히 우리 아이언하트 기사단을 건들고도 정말 무사할 것 같으냐! 어서 이거 풀란 말이다!”

“아직··· 사태파악이 덜 됐나 본데, 너의 신변 우리 손안에 있는 거야. 저 녀석처럼 되고 싶지 않다면 협조하는 게 좋을 거야.”


로안의 ‘저 녀석’이라는 소리에 그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눈앞에 자신의 종자 헤스티앙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고개가 기형적으로 뒤틀린 채로.


“너, 너 이 새끼가···”


그가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숨을 길게 토했다.


“왜, 너희들이 좋아하는 거 아닌가? 누군가를 죽이고 겁박하고 강탈하는 삶을 누구보다 좋아하는데 왜 너희들이 당하면 싫어하는 지 모르겠군.”


로안이 무릎을 굽혀 앉아서 묶여있는 그와 눈높이를 동등하게 맞췄다.


“이곳을 기억하고 있나?”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겠지. 왜냐? 너희들에게는 그저 눈에 밟혔던 약탈의 장소니까 말이야. 아닌가?”


페늘은 입을 꾹 다문 채 눈을 부릅뜬 채로 로안을 노려봤다.


“너는 약했고 나는 강했다. 네가 지금 이곳에 있는 이유지. 네가 강했더라면 아마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겠지. 약한 너를 탓해라 네가 소중하게 생각한 저 녀석만큼 우리도 이곳에 있던 아이가 꽤 소중하거든.”


죽은 헤스티앙을 걸고넘어지자 그가 밧줄로 묶인 몸으로 거칠게 저항했다.


“이 개새끼가··· 절대로 네놈을 곱게 죽여주지 않겠다!”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 되어 있으니···”


로안은 그의 뺨에 손바닥을 날렸다. 짝-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의 고개가 꺾였다. 어찌나 충격이 큰지 한 동안 꺾인 고개가 원래대로 돌아올 생각을 안 했다. 기절한 것이다.

로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 문을 열고 언덕 풀밭에 앉았다. 엘레니아도 뒤따라나와 로안의 옆에 앉았다.


“넬리가 그렇게 된 건 로안의 탓이 아니에요.”


로안이 크게 분노하고 있는 이유 그건 넬리가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로안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은 엘레니아는 그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 탓이죠. 어물쩡하게 일을 처리했으니··· 저에게 쌓였던 복수의 칼날을 넬리에게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죠··· 이 정도면 될 거라는 안일한 제 생각 때문에 그 피해는 넬리가 본 거예요.”


로안의 자기 비난적 모습에 엘레니아는 차마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위로한다고 해서 위로가 될 거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엘레니아는 묵묵히 로안의 옆에 있어 주었다.


로안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하늘이었다. 달은 자신이 알던 세상과는 달랐다. 밤의 하늘을 보고 있자면 정말 다른 곳에 있구나 이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구나 상기시키며 마음을 고무시켰다.

하지만 이곳은 잔인한 세상이었다. 강자존의 법칙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법이다. 어쩌면 이곳이 더한 강자존의 세상이 아닐까.

로안은 고개를 뒤로 돌려 넬리의 집이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마음이 착하다고 해서 모두 보답받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안은 스스로 매듭지은 것을 풀기를 원했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팔려갔을지 혹여 자신을 원망하는 것은 아닐지 그런 걱정에 로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들어가서 깨우죠. 알아내야 할 게 많네요.”


로안의 서늘한 눈빛이 어둠이 깊게 내리깔린 집으로 향했다.


페늘은 추위에 몸을 으스스 떨며 일어났다. 상황은 전보다 나아지지 않고 똑같은 상황이었다. 아니 악화 됐다고 말하는 포현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 속에는 아직 희망이라는 작을 씨앗을 품고 있었다. 반드시 자신을 구하러 와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아이언하트 기사단 내에 꽤나 높은 서열인 그는 꽤 중요한 중책을 맡고 있었다. 사람 하나하나가 아쉬운 상황 속에서 아이언 하트 기사단이 자신을 버릴 일 없다고 생각했다.


“크크.... 너희들은 좆됐어! 알아? 벌써부터 집안 전체를 포위하고 있는 자들의 기운이 느껴지냐는 말이다.”

“알고 있다.”


로안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오히려 그걸 반기고 있었거든, 너의 그 희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어떻게 변할지.”

“···뭐라고?”


그는 로안의 말이 헛소리처럼 들렸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로안은 그를 붙잡아 성큼성큼 문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가자 은빛갑주를 입은 수많은 기사들이 빙 둘러 그들을 포위하고 있는 중이었다.

페늘은 하하- 짧게 끊어 웃으며 기가 살아난 그는 보란 듯이 말했다.


“이것 봐라! 이 모두 나를 구하러 온 자들이다. 그러니 어서 날 풀고 저항할 생각 말고 곱게 죽거라!”


은빛 기사단의 부단장 헥터는 뻔뻔하게 큰소리치는 페늘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번 일로 기사단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돌아간다면 저 녀석의 처우를 생각하고 오른 다리를 앞으로 뻗어 로안에게 성큼 다가왔다.


“헥터라고 하오.”

“···로안.”


그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말이 짧군.”

“피차 서로 대화할 만한 상황은 아닌 걸로 아는데.”

“이 기사단 전체를 상대할 수 있단 말이오?”


로안이 뜸을 조금 들이다 대답했다.


“왜. 못할 것 같나?”

“허! 참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군 우리가 투입한 병력만 해도 수십이 넘소 고작 가진 것이라고는 검 하나밖에 없는 자가 중급 이상의 기사 수십을 상대하겠다니··· 소드마스터 칼레안이 와도 우리를 상대하기 힘들 것이오···”


그러자 발끈한 것은 로안이 아니라 엘레니아였다. 평소 레인과 친분이 있던 엘레니아는 칼레안은 폄하하는 말에 반응한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여자까지. 참 총체적 난국이로군.”


그가 난색 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밟히는 페른을 더욱 한심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난 한 여자아이를 찾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던 어린 소녀 말하는 것이오?”

“그래 그 소녀. 지금 어디에 있나.”

“미안하오만 그 소녀의 가족이오?”

“그렇다 하면 대답해 줄 건가?”

“미안하오 그럴 수 없소.”


그가 한 숨을 푹 쉬었다.


“···극비라서 말이오.”

“그렇다면 대화는 여기서 끝이로군.”


그 말을 끝으로 로안의 검이 뽑혔다.


페늘은 순간 눈이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서 로안의 마력이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페늘의 능력은 상대방의 마력을 감지하는 신비한 능력이었다. 그는 그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엘레니아를 보았다.

그녀 역시 잠잠했던 마력이 점차 부풀어올라 거대한 해일이 되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마력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뭔가 잘못되어간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돌아본 로안의 눈과 마주 본 순간 입이 벌어지질 않았다. 그가 담고 있던 희망의 씨앗이 점점 썩어 문드러져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헥터 역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었다. 점차 예열되어 가는 몸에서 마력이 흐르는 중이었다.


“쳐라.”


그가 짧게 명령했다. 검을 뽑은 수 십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포위진을 그리며 로안과 엘레니아에게 달려들었다.

그 둘은 순간 눈을 맞추고 보란 듯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로안과 엘레니아의 기세에 눌리지 않은 그들은 오히려 그 기세를 단숨에 제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둘의 실력은 이제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은 자들이었다. 특히 엘레니아의 눈부신 발전이 빛을 발했다. 통통 가볍게 뛰며 그녀는 인파들의 품을 파고들었다. 마치 날카로운 송곳이 찌르며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녀의 움직임을 쫒지 못했다.

금발을 찰랑거리며 그녀가 하나의 숨을 뱉었을 때는 그녀가 지나온 자리에 서있는 자가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헥터의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 엘레니아가 고개를 돌려 로안을 바라보자 그의 시선도 저절로 돌아갔다.

로안의 검에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날카롭고도 차가운 분노였다. 그의 검에는 눈이 없었다. 로안을 향해 돌진하는 기사의 허리를 단칼에 베어냈다.

피칠갑을 한 로안은 다음 상대를 찾았다. 그들은 로안을 보고 모두 두려움에 떨었다. 서로 누가 먼저 달려들까 눈치나 보고 있었다. 로안은 그런 놈들을 향해 한껏 짙은 조소를 지었다.


웃음거리가 된 그들은 이를 악물고 동시에 로안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라도 하면 뭔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로안은 한 번 웃어준 후에 그대로 허리를 비틀어 검격을 날렸다. 절대 검이 닿을 수 없는 거리였지만, 로안의 검은 닿았다.

공중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허리가 갈린 채로 그들의 신체가 후두둑 떨어졌다. 로안의 차가운 시선이 그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 시선을 받은 헥터는 긴장했다.


“머, 멈춰라!”


그의 짧은 외침에 모두가 즉각 반응했다. 보이진 않았지만 주위에서 멈춰서 다행이라는 깊은 한 숨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네, 네놈은 누구냐···”

“로안이다.”


헥터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어찌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몰살이었다. 가능하다면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넬리, 그 소녀가 있는 곳을 알려주겠소.”


로안은 세웠던 검을 땅으로 내렸다. 하지만 끝까지 검을 검집에 넣지는 않았다. 그는 더 말해보라는 듯 눈짓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목숨이 보장된다면 안내해 주겠다. 지금부터 단 한 사람이라도 죽인다면, 나는 너희들에게 그 소녀가 있는 곳까지 안내해주지 않을 것이오.”


굳은 결의가 담긴 말이었다. 적어도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로안은 그대로 검을 검집에 넣고 그에게 짧게 한 마디 했다.


“안내해.”


치욕적이었지만 헥터는 참았다. 분노를 표출해봤자 아무 소용없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번 사건의 원흉이 되는 페늘을 원망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단장님이 아신다면 네놈은 죽은 목숨이다.”

“그것보다 저 녀석의 손에 먼저 죽게 생겼다. 어쩌려고 그래 그 녀석이 살아있을 것 같아?”


헥터는 페늘을 째려보았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둘은 멀어지는 로안의 등을 바라봤다.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바라보았다. 묵묵히 바라보는 표정이 빨리 안내하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안내하겠네···”


헥터가 비굴한 표정으로 굽실거리며 로안의 옆을 스쳐지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방인은 이세계에서 살아간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23.01.17 91 0 -
공지 2022. 12. 25 하루쉬다 오겠습니다. 22.12.25 47 0 -
공지 감사합니다. 22.11.21 139 0 -
77 77화 23.01.17 67 3 11쪽
76 76화 23.01.16 55 3 12쪽
75 75화 23.01.15 60 3 12쪽
74 74화 23.01.14 68 4 12쪽
73 73화 23.01.13 77 5 12쪽
72 72화 23.01.12 73 4 12쪽
» 71화 23.01.11 68 5 12쪽
70 70화 23.01.10 60 5 12쪽
69 69화 23.01.09 73 5 12쪽
68 68화 + 공지 23.01.07 83 5 12쪽
67 67화 23.01.06 60 5 11쪽
66 66화 23.01.05 68 5 12쪽
65 65화 23.01.04 79 5 11쪽
64 64화 23.01.03 72 4 11쪽
63 63화 23.01.02 83 4 12쪽
62 62화 23.01.01 94 5 12쪽
61 61화 22.12.31 82 4 11쪽
60 60화 22.12.30 82 5 12쪽
59 59화 22.12.29 80 4 12쪽
58 58화 22.12.28 81 5 12쪽
57 57화 22.12.27 84 5 12쪽
56 56화 22.12.26 93 4 12쪽
55 55화 22.12.24 124 5 11쪽
54 54화 22.12.23 89 5 11쪽
53 53화 22.12.22 99 5 12쪽
52 52화 22.12.21 95 5 12쪽
51 51화 22.12.20 95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