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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님의 서재입니다.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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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작품등록일 :
2024.02.10 17:45
최근연재일 :
2024.04.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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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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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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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1화. 범호그룹(3)

DUMMY

나인은 오늘 하루 월차를 냈다.


강력계에 계속 근무하는 조건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머리검사를 받기로 오 반장과 약속했는데, 오늘이 그 머리검사를 받는 날이라 월차를 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담당 의사가 나인의 머리검사를 진행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게 오전에 검사를 마친 나인은 바로 목동에 있는 범호 건설 본사로 이동했다.


범호 건설 사장 유민태. 타겟이 정해진 이상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일단 정공법으로 한번 부딪쳐보고 어떤 인간인지 파악할 생각이다.




*

“사장님이요?”

“네.”

“약속 잡으셨나요?”

“아니요.”


나인은 로비 안내 데스크 여직원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줬다.


“사장님에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요.”

“잠시만요.”


여직원이 인터폰으로 연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한 차림의 남자가 나인에게 다가왔다.


남자의 이름은 김광수.

유민태 사장의 수행 비서다.


“유민태 사장님을 찾아오셨다고요?”

“네. ”

“약속은 하신 건가요?”

“아니요. 그냥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돌아가시죠.”

“?”

“그렇게 한가한 분이 아닙니다. 정 만나고 싶으면 영장이라도 받아오세요.”


김 비서는 매우 정중하게 말했지만, 상대를 하대하는 듯한 목소리와 표정을 조금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감히 범호 건설 사장님을 형사 나부랭이가 만날 수 있겠냐, 라는 뜻처럼 보였다.


나인도 유민태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사장님에게 이 말을 전해주시죠.”

“?”

“낙인 연쇄살인 사건의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유민태 니가 죽였지?”

“이것 보세요.”


순간적으로 김 비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인은 말을 계속 이었다.


“그렇게 전해주면 됩니다. 전 저쪽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만약 그래도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유창호 회장님을 만나러 갈 거라고 전해주세요.”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깐.”


김 비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인의 눈빛과 표정에 살기가 드리웠다.


나인의 평소 표정은 동생의 것이다. 착하고 순한 이미지 한마디로 만만해 보이는 얼굴이라는 뜻이다.


이 선한 얼굴에 살기를 조금만 드리우면 나인의 얼굴이 된다. 최강이 최악의 킬러 나인의 표정 말이다.


“닥치고 가서 전해라.”


김 비서는 나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오래 기다리지 않을 거라고 전해.”

“이, 이것 보...”


나인이 노려보자 김 비서는 말을 멈추고 한 발 더 뒤로 물러났다.


살기에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내가 또라이라서 유창호 회장님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무슨 뜻인지 알지?”


김 비서가 대답하지 않자, 나인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귀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죽기 싫으면 그대로 전해.”


순간 김 비서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공포에 온몸이 굳어 버렸다.


나인은 김 비서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그대로 로비 카페로 향했다.




*

유민태 사장 집무실.


“경찰?”


유민태가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강봉 경찰서 강태식 형사라고 합니다.”

“김 비서.”

“네.”

“내가 지금 한가해 보여?”

“아닙니다. 당연히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이상한 소리를 해서요.”

“?”

“사장님에게 전해달라는 말이 있었는데...”


김 비서가 말끝을 흘리며 뜸을 들였다.


“뭐라고 했는데?”

“그게. 낙인 연쇄살인 사건의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유민태 사장님이 범인이지? 라고 했습니다.”


순간 민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게다가 만나주지 않으면 회장님을 찾아가겠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또라이 같습니다. 진짜로 회장님을 찾아가면...”

“어딨어?”

“1층 로비 카페에 있습니다.”

“데려와.”

“네.”




한편, 나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를 시켜놓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잡할 것 없이 그냥 유민태를 죽여도 된다. 유민태 하나 죽이는 건 나인에게 일도 아니다. 다만, 그건 그냥 살인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민태는 죄없이 죽은 피해자로 기록될 거다.

나인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 동생 역시 그런 그림은 원하지 않을 거다.


지금 중요한 건 유민태를 통해 동생의 양부모를 죽인 범인과 그 배후가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거다. 다만, 오늘은 동생 양부모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은 유민태가 어떤 인간이지 확인하는 탐색전 정도라고 할까?


“가시죠.”


김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


“말귀를 알아 들어나 보네.”


나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 비서를 따라갔다.


김 비서는 나인을 12층 회의실로 안내했다. 아무래도 보는 눈이 있으니, 직무실이 아닌 회의실로 나인을 부른 것 같았다.

잠시 후 유민태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나가 있어.”


민태가 말하자 김 비서는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갔다.


“옷 벗을 각오는 하고 온 거겠지?”


자리에 앉으면 유민태가 말했다.


나인은 대꾸하지 않고 민태를 바라봤다. 특권의식으로 가득해 보이는 거만한 표정과 말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서하지 않을 것 같은, 전형적인 완벽주의자 느낌이 물씬 풍겼다.


무엇보다 싸가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얼굴에 ‘나 싸가지 없음’이라고 쓰여있을 정도로. 나인은 그런 민태에게 예의를 갖출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쪽에서 옷을 벗기든 말든 그런 건 상관없어.”


나인이 말하자 민태가 인상을 썼다.


감히 형사 나부랭이가 반말을? 딱 이런 표정이었다.


“형사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거든.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데, 잘리면 잘리는 대로 좋고.”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냐?”

“알지. 살인범.”


민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어디 한번 얘기나 들어보자.”

“며칠 전에 우리 관내에서 시체 한 구가 발견됐는데, 목덜미 아래에 낙인이 찍혀있었어.”


민태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조사결과 2년 전에 있었던 낙인 연쇄살인 사건과 같은 낙인이더라고.”

“그 살인범 교도소에서 죽지 않았나?”

“맞아 작년에 죽었어. 그래서 이번 사건은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커. 다만 평범한 모방범죄 같지가 않아. 2년 전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잘 아는 놈이거나, 그때 살인을 저지르고도 법의 심판을 피한 재벌 2세의 짓이거나.”

“나 말하는 건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민태가 물었다.


“아닌가?”

“내가 살인을 했다? 자신 있으면 한번 수사를 해보든가.”


나인은 말없이 민태를 바라봤다.


상대의 표정을 읽을 수 있는 나인이지만, 민태에게서는 그 어느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완벽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과 표정을 숨기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감정과 표정을 숨기는 인간은 처음이다. 아니, 몇몇 비슷한 인간을 만난 적이 있었다.


용의주도하고 똑똑한 사이코패스. 그들도 지금의 민태처럼 감정과 표정을 완벽하게 숨겼었다. 참고로 그들 모두 나인의 손에 죽었다.


어쨌거나 유민태가 그리 만만한 상대는 아닌 것 같았다.


“누가 감히 범호 그룹 회장님의 장남을 수사하겠어. 그런데 말이야.”

“?”

“내가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나를 수사하겠다?”

“안 되나?”

“해서? 내가 살인범이면? 잡아넣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 나인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잡아넣을 생각 없어.”

“?”

“살인범이면 사형! 그냥 죽일 거야.”


순간 표정을 드러내지 않던 민태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김 비서가 들어왔다.


“사장님. 장관님과의 약속 시간이...”

“알았어.”


김 비서가 다시 나가고 민태가 입을 열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나인은 명함 하나를 꺼냈다.


“오늘은 그냥 인사차 온 거야. 그리고 곧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내가 묻고 싶은 게 꽤 많거든.”


명함을 건네며 나인이 말했다.


민태는 말없이 명함을 건네받았다.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난 나인은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회의실을 나갔다.


민태의 표정이 다시 한번 일그러졌다. 일개 형사가 범호 건설 사장에게 반말을 찍찍해댄 것도 모자라 죽이겠다고까지 했다.

미친놈이 아니라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소린데.


저렇게 당당한 걸 보면 분명 믿는 구석이 있는 게 확실했다. 일단 어떤 인간인지 알아보고 그 후에 어떻게 처리할지를 결정할 생각이었다.


나인이 나가고 곧바로 김 비서가 들어왔다.


“누군지 알아봐.”


명함을 건네며 민태가 말했다.


“네. 그런데 사장님.”

“왜?”

“기사가 났습니다.”


김 비서가 태블릿을 건넸다.

태블릿을 건네받은 민태가 기사를 확인했다.


- 2년 전 강봉시에서 일어난 낙인 연쇄살인 사건이 다시 시작된 것인가? -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는데, 기사를 본 민태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

같은 시각 강봉 경찰서 서장실에서는


“어떤 새끼야!!”


흥분한 서장이 소리를 질러댔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기자에게 정보를 흘린 거냐고!”


쌍명산 살인사건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는데, 목덜미에 찍힌 낙인의 내용까지 아주 상세하게 실렸다. 수사 정보가 언론에 새 나간 게 분명했다.


요즘 이슈 꺼리가 없었던 언론사들은 물 만나 물고기처럼 기사를 쏟아냈고, 덕분에 2년 전 낙인 연쇄살인 사건까지 소환되면서 자극적인 기사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장의 눈이 마치 미치광이처럼 돌아 버리고 말았다. 기사가 나간 이상 본청에서도 이를 알게 될 거고 자칫 이번 사건 때문에 승진이 물거품이 되면. 아마 서장은 진짜 악마가 될지도 몰랐다.


그 서장 앞에 서 있는 1, 2, 3팀 반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든 터질 기사였다. 아무리 꼭꼭 숨긴다고 해도 귀신 같은 기자들의 눈을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기자들의 눈을 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한 반장!”

“네.”

“범인은? 용의자는?”

“그게...”


한 반장은 이 반장과 오 반장을 바라봤다.


‘형님들 도와줘!’


라는 눈빛이었는데, 이 반장과 오 반장은 슬며시 눈을 피했다.




한편, 나인은 카페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재밌는 놈이야.”


살인마. 사이코패스. 마피아, 깽단, 테러범. 세상의 온갖 나쁜 놈은 다 상대해 본 나인이다.


그런데 이번 유민태는 뭔가 좀 달랐다. 범호 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절대로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인의 승부욕을 제대로 자극했다.


유민태가 동생 양부모를 죽인 범인 아니어도 이번 쌍명산 살인사건의 범인 아니어도 상관없이 죽일 생각이다. 아니면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싹싹 빌게 할 생각이다.


그때 나인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김대평 형사였다.


“형님.”


김대평 형사의 호칭을 선배님에서 형님으로 바꿨다.


“어. 막내야. 아까 회의 때문에 전화 못 받았다.”

“괜찮습니다.”

“오늘 병원 갔다며?”

“네. 머리 검사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었습니다.”

“다행이다.”

“그보다 형님.”

“어?”

“혹시 저녁에 시간 되세요?”

“왜?”

“제가 저녁 좀 사드리려고요.”

“무슨 꿍꿍인데?”

“물어볼 것도 있고 겸사겸사요. 아, 형님. 회 좋아하시죠?”


윤수필 형사의 말에 따르면, 유민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김대평 형사라고 했다.


2년 전, 낙인 연쇄살인 사건이 광수대로 이첩된 후에도 김대평 형사는 혼자서 유민태를 계속 수사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범호 그룹 법무팀으로부터 고소까지 당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나인은 김대평 형사를 만나서 유민태에 대한 정보를 얻어 낼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제목 변경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로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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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김광수 비서 +7 24.03.08 2,177 41 12쪽
24 24화. 모쏠 강태식? +6 24.03.07 2,178 40 12쪽
23 23화. 서울 광수대 +5 24.03.06 2,208 40 12쪽
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31 40 12쪽
»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09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27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38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72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284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19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26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393 41 12쪽
13 13화. 공팔이(3) +5 24.02.25 2,397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05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31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489 45 15쪽
9 9화. 찰리 황 +5 24.02.21 2,467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19 43 11쪽
7 7화. 테스트 +7 24.02.19 2,547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589 39 11쪽
5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31 40 12쪽
4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45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46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13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54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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