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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c 님의 서재입니다.

최악의 킬러 순둥이 막내 형사가 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하루c
작품등록일 :
2024.02.10 17:45
최근연재일 :
2024.04.05 09:3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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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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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
글자수 :
279,775

작성
24.02.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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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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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2쪽

4화. 형사가 된 킬러.

DUMMY

중환자실에서 눈을 뜬 나인.


산소 호흡기를 떼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병실을 둘러봤다. 뭔가 굉장히 복잡한 의료 기계들이 눈에 들어왔다.


“병원인가? 그런데 나 살아 있는 거야?”


심장에 손을 가져가며 나인이 말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


“분명 총에 맞았는데.”


김명호가 쏜 총알이 심장을 꿰뚫었을 때의 고통이 아직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멀쩡하게 뛰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나인은 죽었다. 그리고 죽은 나인이 식물인간이 된 강태식 형사 몸으로 깨어난 거다.


나인은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꿈인가 해서 볼을 꼬집어 봤는데, 엄청 아팠다. 꿈은 분명 아니었다.


그때 간호사가 들어왔다.

침상에 기대있는 강태식 형사 그러니깐 나인을 본 간호사가 놀라서 다가왔다.


“깨어나신 거예요?”

“네.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잠시만요. 선생님 모시고 올게요.”


간호사가 황급하게 병실을 나갔다.


“아무래도 꿈은 아닌 것 같은데.”


나인은 다시 한번 심장을 확인했는데. 멀쩡하게 잘 뛰고 있었다.



*

“강태식 환자분. 혹시 머리가 어지럽거나 메스껍지는 않으세요?”


나인의 상태를 살피며 의사가 물었다.


“전혀요. 머리도 맑고 컨디션도 좋은데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꿀잠을 잔 것처럼 몸이 가벼웠고 정신도 맑았다.


단지 이 황당한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일단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겠네요.”


의사의 표정이 꽤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오전에 검사 때만 해도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환자가 깨어났다. 그것도 너무나도 멀쩡한 상태로.


“그보다 제 이름이 강태식이라고요?”

“왜요? 이름이 기억 안 나세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이름 강태식. 강력계 형사. 어제 사고로 머리를 다쳐서 입원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제가 형사라고요?”


의사의 말에 나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믿을 수가 없는데, 강력계 형사라니. 게다가 한국말이 술술 나왔다.

한국말을 어느 정도 할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유창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머리를 다치면서 기억에 문제가 생긴 것 같네요. 일단 검사받아보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살았으니 나쁠 건 없었다.


일단 좀 더 지켜볼 생각으로 나인은 의사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

정밀 검사를 마친 나인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다.


검사 결과지를 확인한 의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전 검사 때 분명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는데, 지금은 너무나도 깨끗한 정상의 뇌로 돌아와 있었다.


이건 기적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검사 때 착오가 있었거나 전산상의 오류 또는 실무자의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컸다.

의사는 실무자의 실수 쪽으로 판단했다.


어쨌거나 강태식 형사가 깨어났다는 소식에 오대두 반장과 김대평 형사가 병실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막내야. 내가 누군지도 기억이 안 나?”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고릴라처럼 생긴 중년 아저씨가 아는 척을 하는데, 나인의 기억 속에는 없는 인물이었다.


“나는? 파트너 김대평 형사.”


다시 한번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김대평 형사 역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기억 상실증인 것 같습니다.”


옆에 서 있던 의사가 말했다.


“기억 상실이요?”

“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차차 돌아올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막내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식물인간이라고...”


오 반장의 질문에 의사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아무래도 이전 검사 때 착오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정밀 검사를 해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도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으니 당분간은 절대 안정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


의사의 말에 김 형사는 나인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정말 다행이다. 살아줘서 고맙다.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막내야.”


만약 강태식 형사가 깨어나지 못했다면, 김대평 형사는 마음의 빚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강태식 형사가 깨어나 주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정확하게는 강태식 형사가 아니라 킬러 나인이지만 말이다.


나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험상 이럴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상황 파악이 될 때까지 가능하면 말을 아낄 생각이었다.


“혹시 강태식 환자가 여기 있나요?”


뿔테 안경을 쓴 남자가 병실로 들어오면서 물었다.


남자는 강태식 형사의 유일한 친구이자 절친 안병태였다.



*

정신없이 떠들어 대던 오 반장과 김 형사가 병실을 나간 후, 나인은 지금의 상황을 천천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태식 형사.”


형사 신분증에 붙어있는 사진.

얼굴은 자신의 얼굴과 똑같았다.

다만, 느낌이 어딘가 좀 달랐다.


사진 속 남자는 착하고 선량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착하고 선량한 것과는 거리가 먼 나인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얼굴은 같은데 이미지가 전혀 달랐다.


“도대체 누굴까?”


나인은 5살 때까지 한국 보육원에서 지내다가 해외로 입양됐다.


다만 그때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 킬러로 훈련받으면서 모든 기억이 다 지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게 하나 있었다.


동생. 보육원에서 동생과 함께 있었던 기억은 어렴풋하게 남아 있었다. 혹시 그 동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은 명확하지 않았다.


분명한 건 강태식 형사가 식물인간 상태였을 때, 나인이 그 몸에 들어와 깨어났다는 거다.


“나쁠 건 없는데.”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지만, 나인은 이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신의 장난이거나 아니면 실수라도 상관없었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이상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명확했다.


‘복수.’


나인은 킬러가 되고 싶어서 킬러가 된 게 아니다.


5살 때 해외로 입양된 후, 양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받았다. 그러다 9살 때 양부의 도박빚 대신 마피아에 팔려갔고 10살 때 세븐데드가 운영하는 킬러 양성소 일명 럭키 랜드에 강제로 들어갔다.


행운의 섬이라는 이름과 달리 그곳은 지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 섬에서의 끔찍한 기억 때문에 나인은 아직도 악몽을 꾸곤 한다.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어버린 세븐데드. 그 조직에서 벗어날 방법은 오로지 죽음밖에 없었다.


복수이자 자유를 위해 나인은 오래전부터 세븐데드를 무너트릴 방법을 찾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범죄 조직답게 세븐데드는 약점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약점이 존재하듯 세븐데드에도 약점은 있었다. 바로 조직의 핵심이자 절대적 권력 집단인 7인회. 그중에서도 교주가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세븐데드의 모든 결정과 명령은 교주의 입에서 나온다. 문제는 교주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만약 교주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 여섯 장로부터 분열될 것이고 이는 세븐데드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나인은 바로 이점을 노렸다. 교주를 암살하고 세븐데드를 분열시킨다. 이후 분열된 장로들을 하나씩 암살하면서 세븐데드를 완전히 무너트린다.


나인은 이를 목표로 철저한 준비해 왔다. 언제 어디서든 교주를 암살할 기회만을 엿보았는데, 교주는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장로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섯 장로 중 세븐데드의 정보부를 총괄하는 데카르 루아는 나인을 의심했다. 데카르는 나인의 배신을 예상하고 이를 조사하고 있었다. 이에 나인은 데카르를 저격해 암살했다.


조직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확실한 알리바이까지 준비했는데, 너무나도 완벽한 저격 솜씨가 도리어 발목을 잡고 말았다.

무엇보다 신중한 교주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거라고는 나인도 예상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상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나인의 목표는 변함이 없었다. 다만, 지금은 강태식 형사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건지 알아보는 게 우선이었다.


“태식아.”


태식의 친구 안병태가 병실로 들어왔다.


다소 왜소한 체구에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모범생 같은 느낌이었다.


“퇴원은?”

“오늘은 너무 늦어서 내일 아침에나 가능하데.”


저녁 9시가 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보다 정말로 나도 기억 못 하는 거야?”

“어. 전혀 다른 기억만 머릿속에 있어.”


지금 이 상황을 말해봤자 믿을 것 같지 않고 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억 상실? 일단 그 병명으로 밀고 나갈 생각이었다.


“큰일이네.”

“그보다 우리 부모님은?”

“8년 전에 돌아가셨잖아.”

“다른 가족은?”


병태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강태식 형사는 가족 없이 혼자 지낸 것 같았다. 게다가 안병태라는 이 친구가 강태식 형사의 유일한 친구라고 하던데. 붙임성이나 사회성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일 아침에 차 가지고 올게.”

“그래.”

“아, 그리고 병원비는 아까 형사님들이 모두 계산했대.”

“알았어.”

“태식아.”

“어?”

“정말로 괜찮은 거지?”

“왜?”

“분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아서.”

“?”

“왠지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냥 범생이 같은 친구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촉이 좋아 보였다.


“머리를 다쳐서 그런가 봐.”

“그렇겠지?”

“어.”

“알았어. 내일 아침에 올게.”

“그래.”


뒤돌아 병실을 나가는 병태.

그 병태를 보는 나인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여차하면 제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누가 됐든 제거한다.


최강의 암살 조직 넘버의 제1원칙이다. 나인은 이 원칙을 아주 철저하게 지켜왔는데, 어쩌면 강태식 형사의 유일한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할지도 몰랐다.


가능하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지만.




*

같은 시각 MX 무역 상사 한국지부 회의실에 김명호 혼자 있었다.


MX 무역 상사는 유럽에 본사를 둔 무역회사로 정밀기계를 주력으로 거래하는 회사다. 정확하게는 세븐데드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회사로 세븐데드의 한국지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김명호는 그 한국지부를 담당하는 책임자다.


“시신은 전세기를 통해 보냈습니다.”


명호가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나인의 시체는 회사 전세기를 통해 긴급 화물로 보내졌다. 공항 쪽에 미리 손을 쓴 덕에 전세기는 무사히 유럽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음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세요.”


핸드폰 너머로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전해졌는데, 바로 제로였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끝낸 명호는 회의실을 나와 책상으로 향했다.


“실장님.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순찰을 돌던 경비가 명호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네. 일이 좀 남아서요.”

“야근하시게요?”

“아니요. 지금 퇴근하려고요.”


가방을 챙겨 들고 사무실을 나갔다.



지하 주차장을 나온 명호의 승용차가 도로로 나와 1차선으로 들어설 때였다.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이 명호의 차를 정면으로 들이박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명호는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나인의 얼굴을 알고 있는 김명호. 그는 알지 못했다. 넘버 소속 킬러와 서퍼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그 누가 됐든 제거된다는 사실을.


이로써 나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세븐데드 7인회와 제로뿐이게 됐다.




작가의말

 소설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범죄조직이 전 세계적으로 득세하는 시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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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서울 광수대 +5 24.03.06 2,222 40 12쪽
22 22화. 유민태 +4 24.03.05 2,245 40 12쪽
21 21화. 범호그룹(3) +4 24.03.04 2,230 36 12쪽
20 20화. 범호그룹(2) +4 24.03.03 2,247 35 13쪽
19 19화. 범호그룹(1) +6 24.03.02 2,256 41 12쪽
18 18화. 쌍명산 살인사건 +4 24.03.01 2,291 39 12쪽
17 17화. 단서. +8 24.02.29 2,303 41 13쪽
16 16화. 강력3팀 짐덩이(3) +4 24.02.28 2,336 44 12쪽
15 15화. 강력3팀 짐덩이(2) +7 24.02.27 2,342 40 12쪽
14 14화. 강력3팀 짐덩이(1) +4 24.02.26 2,410 41 12쪽
13 13화. 공팔이(3) +5 24.02.25 2,411 42 12쪽
12 12화. 공팔이(2) +4 24.02.24 2,424 42 12쪽
11 11화. 공팔이(1) +6 24.02.23 2,446 41 12쪽
10 10화. 친구? 죽이거나 살리거나 +8 24.02.22 2,505 45 15쪽
9 9화. 찰리 황 +5 24.02.21 2,484 46 12쪽
8 8화. 다이어 얀 +4 24.02.20 2,536 43 11쪽
7 7화. 테스트 +7 24.02.19 2,564 46 12쪽
6 6화. 빵셔틀 킬러? +7 24.02.18 2,607 39 11쪽
5 5화. 쌍둥이 형제 +5 24.02.17 2,649 40 12쪽
» 4화. 형사가 된 킬러. +3 24.02.16 2,663 37 12쪽
3 3화. 신이 존재한다면 +4 24.02.15 2,665 38 11쪽
2 2화. 강력계 형사 강태식 +3 24.02.14 2,879 36 11쪽
1 1화. 킬러 나인(nine) +4 24.02.13 3,490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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