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을 가다듬고 사공운은 물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소매에 묻은 마른 피뭉치를 바위에 벅벅 문지르던 신독은 툴툴 거리며 말했다.
"이변마왕(異變魔王) 초영(草影)이 보낸 자객들입니다."
이변마왕 초영. 사공운은 깜짝 놀랐다. 초영은 전대(前代)의 강호 10대 고수였다.
그가 펼치는 변신술과 암격은 당시 최고의 암살자로서 명성을 떨친 바 있었다.
"그 노괴가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자네는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지?"
위기를 거듭 겪은 사공운은 문득 의심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는 전대 고수의 출현을 신
독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것일까?
"저는 이변마왕의 재출도를 저지하기 위해 뭉친 무림맹의 총순찰입니다."
"무림맹? 자네는 풍백의 아우라 했지 않은가?"
신독은 툴툴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풍백을 그리는 것일까. 아련한 그리움과 희미한 미
소가 입가에 걸린다.
"형제의 사이를 어찌 정마(正魔)로 가르겠습니까?"
사공운은 이 젊은 친구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 웬지 정이 가는 친구였다.
"무림맹이 결성되었다니 흥미롭군. 왜 강호에는 소문이 나지 않았지?"
"이번에 새로 무림맹의 군사로 옹립된 천기신복(天機神卜) 호접몽(胡蝶夢)의 전략 때문이라
더군요. 이변마왕의 변신술과 입담이 절세적인지라 암중으로 무림맹을 결성하여 추적키로
했습니다. 이번에 이변마왕이 사혼유령검을 암격하려 한다는 첩보가 들어왔지요. 마침 풍백
형님의 부탁도 있고 해서 제가 나섰습니다."
잠자코 한켠에서 듣고 있던 용설아가 숨을 고르며 신독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노..괴물의 목표가 제가 아니라 사영환님이란 말씀입니까?"
"그렇지요. 어째서 목표로 정했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사공운은 몸을 일으키며 신독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나를 돕는 것은 무림맹도인 신독인가, 풍백의 아우인 신독인가...?"
사공운으로선, 아직 실체도 알 수 없는 무림맹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몸만 정상이었다
면, 풍백의 도움도 거절할 그였다. 이유 없는 도움은 대가 없는 청부마냥 무거운 짐이다.
신독은 사공운과 용설아를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을 안심시킨다고 할까? 무척 편안
한 웃음이었다.
"둘 다 입니다. 하지만, 용소저를 보호하는 모습에 사내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해 두지요."
사공운은 빙긋 웃음을 머금었다. 참 정겹게 말을 하는 친구로군.
이 친구의 호의를 받아들이자. 무림맹의 의도는 잠시 덮기로 하자. 당장은 봉성에 무사히 가
는 것만 생각하자. 모든걸 떠나 한 번 믿어볼 만한 사내다.
"이제 호북성으로 넘어들려면, 저 산맥을 넘어야만 합니다. 아마....쉽지 않을 듯 합니다."
신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산에서라면....이변마왕도 제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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