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인 저에게
반짝, 빛 한줄기^^ 보여주신 거 고마워서
김정란님 시 몇 편 올립니다.
스. 타. 카. 토. 내 영혼
한참 잘 나가고 있는 시인이 나에게 말했다. 넌 호흡이 너무 짧아. 난 집으로 돌아왔다. 종이쪼가리마다 괴발쇠발 써놓은 내 시들을 읽었다. 가슴이 제멋대로 흘러나온 내 시들. 내 가슴에 문고리는 달려 있지 않다. 그러나 열고 닫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난 가슴을 감시하고 싶지 않아. 난 멋대로 쓰고 싶어. 난 위대해질 생각이 없어. 문들이 덜컹거렸다. 너무 쓸쓸해서 나는 울지도 못했다.
좋아, 딴 것으로 프로가 될 수 없다면, 쓸쓸함에서나 그래 보지.
난 스. 타. 카. 토. 로 내 영혼을 자른다.
당신이 쉼표와 쉼표를 건너뛸 수 없다면 그건 내 탓은 아니다.
오월의 나뭇잎들이 그러듯, 나도 햇빛 그네를 타고 싶다.
스. 타. 카. 토. 로.
슬플 때는 바람처럼 꽃처럼
슬플 때는 바람처럼 꽃처럼 가만히
삶의 옆얼굴에 손을 대어 본다
그리고 들여다보면 손금 속에는 작은 강물이 흘러
랄랄라 랄랄라 숨죽여 노래하듯 울고 있는
눈물 젖은 날개 상한 깃털들 그 강물 속에 보이네
청이도 홍련이도 민비도 죄 모여 앉아서
가만가만 그 깃털들 말리고 있어 가슴이 저려서
갸웃이 고개 숙이고 조금씩 조금씩만 걸어가지
슬플 때는 바람처럼 꽃처럼 가만히
삶의 옆얼굴을 바라본다 갸웃이 바라본 그것
얼마나 가슴저리게 아름다운지 얘기해 줄까
슬픔의 끝에 가보았니
슬픔의 끝에 가보았니
내가 혀 깨물고 입다문 그곳에
팔팔한 짐승들 몇 마리
생매장한 그 무덤 보았니
내가 그 무덤에 술 뿌리며
오 제발 죽어라 죽어라 하고
우는 것 보았니
다시는 생을 받지 말라고
내가 이승의 목숨을 걸고
그 무덤 다지고 다지는 것 보았니
피눈물이 이슬로 새벽에 말갛게 눈뜨는 것
내가 생매장당한 슬픔의 짐승들 곁에서
슬픔의 힘으로 문득 어느날 아침 말개지는 것 보았니
새털구름 생의 도화지 가득 그려지는 것 보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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