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가끔 학교로 딸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제 시선을 끄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지나온 삶의 연륜을 말해주듯 주름 가득한 얼굴, 낡은 옷가지 등이 한 눈에 보기에도 현재의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해 줍니다.
그 분은 낡은 짐자건거에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를 올려 놓고 학교 정문 앞에서 솜사탕을 팔고 있지요.
매일 나오는 것 같지는 않고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보이시는 것 같은데, 하여튼 처음에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한 번은 딸아이가 솜사탕을 사달라고 해서 하나 사줬죠.
한 개에 300원.
크기가 좀 작아보이긴 하지만 300원짜리 솜사탕이라니...
아무리 싸도 500원, 심지어 놀이동산에서는 천 원, 이천원까지 받기도 하던데, '아직까지 이런 값에 파는 솜사탕이 있구나' 하면서 옆에 있던 딸아이 친구 것까지 사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가 "아빠, 잠깐만" 하더니 할아버지와 가위바위보를 하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솜사탕 한 개를 살 때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아이들이 이기면 공짜로 하나를 더 준다는군요. (물론 지면 그냥 '꽝'이지만...)
그렇게 한 지가 꽤 오래되었는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딸아이가 이겼는데,
할아버니 '허허허' 웃으시며 즐거운 표정으로 솜사탕 하나를 더 쥐어주십니다.
딸은 공짜로 생긴 솜사탕을 친구에게 주고.
결국 전 300원으로 솜사탕 두 개를 산 꼴이 되었습니다.
그 땐 그저 "별 이상한 할아버지가 다 있네" 하는 생각으로 지나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할아버지의 웃음이 깊이 새겨집니다.
단순히 많이 팔기 위한 장삿속이 아니라,
(사실 하교시간에는 그냥 팔아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잡는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한 명 한 명 아이들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여유롭고 느긋한 손길로 정성들여 솜사탕을 '빚어내는'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나도 저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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