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말들도 많고 탈들도 많습니다만, 몇 자 간략하게 적어봅니다. 다른 게시판으로 갈만한데를 잘 모르는지라 일단 여기에 적는데, 다른곳이 적합하다고 여겨지시면 그리 옮겨주시길.
1. 무협의 판매 저조에 대해 - 장편화.
기본적으로 무협은 '장편'입니다. 90년대 중반 3권짜리 가로줄 서점용(?) 무협이 나올때도, 사실 그 분량은 과거 만화방용 6권짜리 분량이었습니다. 최소한 3권은 구입해줘야 짝이 맞는다는 것이고, 그 분량 또한 결코 적다고 볼만한건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2000년대 맞이하면서, 더욱 더 길고 장구하게 되어버립니다. 그것도 과거 뫼에서 [야광충]이나 [묘왕동주] 나올떄처럼 1-2부 식으로 나오는게 아니라, 1권씩 띄엄띄엄 나오는 체제가 되었죠. 여기서 무협은 정말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장편화'라는 함정이죠.
일단 출판사와 작가의 입장은 차치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한 5년정도 무협을 사준다면, 100질은 살 수 있다고 가정합시다. 과거 3권 1질의 경우, 300권 정도입니다. 말이 300권이지 적은 양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잘만 수납하면 여기저기 짱박을 수도 있고, 그정도 돈은 쓸 수 있습니다. 이미 그정도 구입하는 독자라면 싸게 구입하는 방법이나 헌책방 뒤지는 정도는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현재 상황은 모두 '장편'만을 써야하는 시스템이 되어버린지라, 7-10권 1질의 체제로 돌변해버렸습니다. 게다가 그게 1-2달 사이에 나오는게 아니라, 1-2년간을 꾸준히 기다리며 구입해야 하는 형편이 되어버렸죠. 과거 뫼 시절 무협이 5000 * 3 정도로 해결이 났다면, 지금은 7500 * 7 내지 10을 내야 한다는 겁니다. 거기다 300권 정도가 700 - 1000권으로 늘어버렸으니, 수납도 상당히 곤란하죠. 게다가 1-2개월만에 끝을 볼 수 없는, 1-2년은 족히 기다려야 하는 시대가 온지라, 각 작품에 대한 충성도 또한 다소 떨어지게 됩니다. 전권의 내용을 잊은 후 다음 권을 봐야 하는 시기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아강'은 흔하지 않겠죠.
장편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을 꾸준히 써가며 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고, 게다가 그걸 모두 기다리며 꾸준히 사줄 수 있는 독자층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이건 분명히 커다란 시스템적 오류입니다.
2. 무협의 판매 저조에 대해 - 대여점.
사실 만화방때부터 무협은 '빌려보는 것'으로 굳어져 왔습니다. 그런 와중에 현재 '대여점'을 물고 늘어질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그쪽에서는 적어도 1질은 구입해주는 소비자니까요.
문제는 다른 쪽에서 발생합니다. 우선 '인터넷 공유(라 불리는 녹림보다 못한 쓰레기 개양아치 짓거리)'와 다음으로 '반품'입니다. '인터넷 공유'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개쓰레기 짓인지라 할말이 없고, 문제는 '반품'입니다. 만화쪽에서도 이미 문제된바 있습니다만, 총판쪽에서 대여점 반품을 받아서 그대로 다시 팔아버립니다. '새것과 같은 중고'라면 좋은게 좋은거라고 갈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건 '중고'는 '중고'일 따름이고, 그것도 Ex-rental 붙어온 중고라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집니다. 그건 분명히 따로 관리하며 더 저가에 판매하는 것이 정상일진데, 곧바로 또 다른 대여점이나 일반 독자에게 같은 가격에 공급됩니다. 그 자체로 말도 안되는 짓인데다가, 순박한 소비자의 염장까지 질러버립니다. '불량 반품'도 아닌 '대여점 반품'이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은 작태죠. 게다가 '출판사'나 '작가'에게는 그것이 '소득'으로 절대 이어지지 않을 터이니, 진정한 악순환은 바로 이쪽입니다.
3. 무협의 판매 저조에 대해 -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 허나 때로는 양화도 양화를 구축한다.
'후진 것들에 묻혀 좋은 것이 발굴되지 못한다.'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나름대로 좋은 작품들은 서로 논의될 수 있는 공간이 분명히 여기 있고, 정말 구입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름대로의 가이드를 삼을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 제대로 돌아가는 듯 싶지는 않습니다만, 여기도 초기니까 그러려니 치죠.
더 심각한 문제는, '좋은 것들에 묻혀 다른 좋은것이 발굴되지 못한다.'입니다. 사람이 물건을 구입 할 수 있는 돈과 비축 공간은 한계가 있는데, 문제는 그 리스트가 너무나 많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중반부터 구입하거나 대여해온 최근 무협 상당수는, 평작 이상의 훌륭한 것들이었습니다. 허나 그것들을 모두 살 수는 없는 것이고, 나름대로 순서를 정해둔 후 골라 구입해야 합니다.
이런 말을 하면 참 거시기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글을 쓰고 있고, 그 중 중간 이상 되는 분들도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90년대 중반보다도 훨씬 많다고 보이고, 또한 그 대부분이 '장편'으로 가버리는지라 구매자로써는 더더욱 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보고, 오히려 상당히 좋은 현상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남은 방법은 각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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