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소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10개를 꼽으라면, 나는 [탑매니지먼트]를 포함시킬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연중 상태이다. 언젠가 연재가 재개되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어서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끝나기를 기대한다.
좋아하고 열심히 읽는 작품이 연재가 중단되면, 독자는 슬프고 실망하고 때로는 화가 난다. 유료 연재 작품의 경우는 좀 더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유료 작품의 연중에 대해서 화를 내지는 않는다. 단지 슬프고 실망하기만 한다.
유료 작품은 계속 쓰면 돈벌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재를 중지한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 사정을 감안하면, 나는 작가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그저 연중을 슬퍼할 뿐이다.
어떤 독자들은 작가의 책임감을 놓고 몹시 화를 낸다. 유료 작품은 완결하는 게 최소한의 책임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나는 이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남녀가 결혼서약을 통해서 한 평생을 서로 아끼고 위하며 살 것이라고 맹세해 놓고서, 나중에 사정이 생기면 이혼을 하기도 한다. 열심히 일하면 직장에서 그것을 알아주고,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 주리라고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정리해고를 하기도 한다. 사랑을 속삭이다가 느닷없이 이별 통보를 받기도 한다. 대통령후보의 공약임에도 불구하고, 공수표로 끝나기도 한다. 인간세상의 약속이라는 것은 이처럼 사정에 따라서 불이행되는 경우가 생기며, 흔한 일이다. 책임감과 별개로 사정이 있으면 약속은 파기될 수 있는 것이다. 작가라고 다를 게 뭐가 있겠나?
서점에서 파는 책은 우리가 결말을 미리 알지 못한 채로 구매하게 된다. 첫 부분은 재미있다가 뒷 부분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재미가 없어졌다고 책을 환불할 수도 없다. 돈이 아까워도 독자가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뭘 배워 보겠다고 사고서, 앞 몇 페이지만 공부하다가 던진 책도 많다....
웹소설들은 중간에 재미가 없으면 독자가 구매를 멈춘다. 작품의 보장 범위가 아주 좁고, 독자는 단지 100원을 판돈으로 걸 뿐이다. 작가 입장에서 보면, 이런 때는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내 생각의 결론은 이렇다. 독자가 ‘연중은 생길 수도 있다’라고 기대치를 낮추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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